제 二분 석제환인문경(釋提桓因問經) 제 十
이렇게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은 마갈타국의 암바라촌 북쪽에 있는 비타(毘陀)산의 인타라바가(因陀羅婆羅) 굴속에 계셨다.
때에 석제환인(釋提桓因)은 미묘한 착한 마음을 내어 부처님을 뵈옵고자 했다. ‘나는 이제 세존의 계시는 곳에 가리라’고. 때에 모든 도리천들은 석제환인이 묘하고 착한 마음을 내어 부처님께 가고자 하는 말을 듣고 곧 제석에게 나아가 말했다.
“착합니다. 제석이여, 미묘하고 착한 마음을 내어 여래께 나아가려고 하십니다. 우리들도 또 모시고 따라가 세존께 가기를 원합니다.”
때에 제석은 곧 음악신(神) 반차익(般遮翼)에게 말했다.
“나는 이제 세존이 계시는 곳에 가고자 한다. 너도 같이 가자. 저 도리천의 모든 하늘들도 나와 함께 부처님 계시는 곳으로 갈 것이다.”
반차익은 ‘예’하고 대답하고 유리 거문고를 가지고 제석 앞에 서서 도리천 무리들 가운데서 거문고를 울려 공양했다. 때에 제석과 도리천의 모든 하늘과 및 반차익은 법당 위에서 갑자기 사라졌다. 마치 역사(力士)가 팔을 펴고 굽힘과 같은 시간에 마갈타국의 북쪽 비타(毘陀) 산중에 이르렀다. 그 때 세존은 불꽃 삼매에 들어 저 비타산은 동일한 불빛이었다. 때에 나라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서로 말했다. ‘이 비타산의 동일한 불빛은 바로 여래와 모든 하늘의 힘이다’라고. 때에 석제환인은 반차익에게 말했다.
“여래, 지진(至眞)은 매우 뵈옵기 어렵다. 그는 능히 이 한적한 곳에 내려와 잠자코 소리 없이 금수와 짝하고 계신다. 여기는 항상 여러 큰 신천(神天)이 있어 세존을 모시고 있다. 너는 앞에 가서 유리 거문고를 퉁겨 세존을 즐겁게 하라. 나는 모든 하늘과 함께 뒤를 따라 가리라.”
반차익은 분부를 받자 거문고를 가지고 먼저 부처님께 나아가 부처님에게서 멀지 않은 곳에서 우리 거문고를 타면서 게송으로서 노래했다.
발타(跋陀)여, 너 아버지께 예배하노라
너 아버지는 매우 단엄하나니
너를 낳을 때의 상서로운 징조에
내 마음은 매우 즐거웠노라.
본래 조그마한 인연으로써
욕심이 마음에서 생겨
갈수록 더욱 커졌나니
아라한을 공양하는
석자(釋子)가 四선(禪)을 오로지하고
항상 한가히 있기를 즐기며
바른 뜻으로 감로(甘露)를 구하는 것처럼
나도 전념하기 또한 그러하였네.
능인(能仁)은 도의 마음을 일으켜
반드시 정각(正覺)을 성취하려 하나니
나도 이제 그녀를 구해
반드시 만나고자 또한 그렇구나.
내 마음은 염착(染着)이 생겨
사랑하고 좋아함을 버리지 않고
버리고자 하여도 버리지 못하나니
갈고리에 매인 코끼리 같구나.
더울 때 시원한 바름을 만난 듯
목말라 찬 샘물 얻은 것처럼
열반을 취(取)하는 것처럼
물이 불을 꺼 주는 것처럼
마치 병자가 좋은 의사 만나고
굶주린 자가 맛난 음식을 얻어
실컷 배불리고 즐겨 하는 것처럼
아라한이 법에서 노니는 것처럼
코끼리가 깊은 갈고리에 매였어도
즐거이 항복하지 않고
달리고 몰아쳐 제지하기 어렵고
함부로 방탕하여 그칠 줄 모르는 것처럼
마치 맑고 시원한 못에
온갖 꽃들이 물위를 덮을 때
피로한 코끼리가 거기에 목욕하여
온 몸이 유쾌함을 얻는 것처럼
옛날이나 지금이나 내가 보시한 것
모든 아라한을 공양한 것
세상에 복의 갚음 있는 것을
모두 저에게 주어 바치리라.
네가 죽으면 함께 죽을 것이다.
너 없이 나 혼자 살기보다는
차라리 내 몸을 죽여 버리리
너 없이 나는 살 수 없나니.
도리천의 주인
제석이여 이제 내 원 들어주리.
너를 예절을 갖췄다 칭찬하나니
너는 잘 이것을 생각해 살피라.
그 때 세존은 삼매에서 일어나 반차익에게 말씀하셨다.
“착하고 착하다. 반차익이여, 너는 청정한 소리로 유리 거문고에 맞추어 여래를 칭찬하는구나. 거문고 소리와 너의 목청은 길지도 않고 짧지도 않으며 슬프고 화하고 아릿다와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킨다. 네 거문고가 아뢰는 바는 온갖 뜻을 갖추어 있다. 욕심의 결박을 말하기도 하고 또한 범행(梵行)을 말하기도 하며 또 사문을 말하기도 하고 또 열반을 말하기도 한다.”
그 때 반차익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는 기억하나이다. 옛날 세존께서 울비라의 니련선 물가에 있는 아유파타(阿遊波陀)의 니구율나무 밑에서 처음으로 불도를 성취하셨을 때 시한타천(尸漢陀天) 대장의 아들과 집악(執樂)천왕의 딸은 한 곳에서 살면서 다만 애욕을 구했습니다. 저는 그 때 그들의 마음이 그런 줄을 알고 곧 노래를 지어 욕심의 결박을 말하고 범행을 말하고 도 사문을 말하고 열반을 말했습니다. 그 때 그 하늘 아가씨는 제 노래를 다 듣자, 눈을 들어 웃으면서 제게 말했습니다. ‘반차익이여, 나는 아직 여래를 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일찍 도리천의 법강당 위에서 저 모든 하늘이 여래는 그러한 덕이 있고 그러한 힘이 있다고 칭찬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당신은 항상 믿음을 가지고 여래를 친근합니다. 이제 나도 당신과 친구가 되고자 합니다’고. 세존이시여, 저는 그 때 단 한 마디 말만 하고 그 뒤에는 다시 그와 더불어 말하지 않았습니다.”
때에 석제환인은 이렇게 생각했다. 이 ‘반차익은 이미 여래를 즐겁게 해 마쳤다. 나는 차라리 이제 저 사람들 생각하리라’고. 때에 제석은 곧 저 사람을 생각했다. 때에 반차익은 다시 생각했다. ‘이제 저 제석천은 나를 생각한다’고. 곧 유리 거문고를 가지고 제석에게 갔다. 제석은 그에게 말했다.
“너는 내 이름과 및 도리천의 뜻을 대신해 세존의 기거가 평안하시고 유보(遊步)가 굳건하신가고 문안 드려라.”
때에 반차익은 제석의 분부를 받고 곧 세존께 나아가 머리로 그 발에 예배하고 한 쪽에 앉아 세존께 여쭈었다.
“석제환인과 및 도리천의 모든 하늘은 일부러 나를 보내어 세존에게 ‘기거가 평안하시고 유보가 굳건하신가’고 문안 드리옵니다.”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제석과 및 도리천의 수명이 연장하고 쾌락해 근심이 없게 하리라. 무슨 까닭인가. 모든 하늘과 세상 사람들과 및 아수륜의 모든 중생들은 다 수명과 안락해 근심이 없는 것을 탐하기 때문이다.”
그 때에 제석은 다시 가만히 생각했다. ‘우리들도 마땅히 가서 세존을 예배하고 뵈옵자’고. 곧 도리천의 모든 하늘과 함께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로 그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한 쪽에 앉았다. 때에 제석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는 이제 세존에게서 멀리 떨어져 앉아야 할까요. 가까이 앉아야 할까요.”
“너 하늘 무리가 아무리 많더라도 내게 가까이 앉아라.”
때에 세존이 계시는 인타라굴은 저절로 넓어져 걸림이 없었다. 그 때에 제석은 도리천의 모든 하늘과 및 반차익과 함께 부처님의 발에 예배하고 한 쪽에 앉았다. 제석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어느 때 부처님은 사위국의 어떤 바라문의 집에 계셨습니다. 그 때 부처님은 불꽃 삼매에 들으셨습니다. 저는 때에 조그마한 인연으로써 천 바퀴살이 있는 보배 수레를 타고 비루륵 천왕에게 갈 때 공중을 지나가다가 어떤 하늘 아가씨를 보았습니다. 그는 깍지 손으로 세존 앞에 서 있었습니다. 저는 곧 그녀에게 말했습니다. ‘만일 세존이 삼매에서 일어나시거든 너는 마땅히 내 이름으로 세존의 기거가 평안하시고 유보가 곧건하십니까고 문안드리라.’ 그녀는 그 뒤에 끝내 저를 위하여 제 마음을 전달했나이까. 세존은 능히 이 일을 기억하시나이까.”
“기억하고 말고. 그녀는 너를 대신해 내게 문안했다. 나는 삼매에서 일어나 네 수레 소리를 들었다.”
제석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옛날 제가 조그마한 인연으로 모든 도리천과 함께 법당에 모여 있을 때 저 모든 옛 하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만일 여래가 세상에 나오시면 모든 하늘 무리는 붇게 되고 아수라의 무리는 줄게 되리라’고. 이제 저는 직접 세존을 뵈옵고 직접 뵈와 스스로 알고 몸소 스스로 진리를 깨쳤습니다. 여래, 지진은 세상에 나타나 모든 하늘 무리를 붇게 하고 아수륜의 무리를 줄게 했습니다. 이에 구이석(瞿夷釋)이라는 여자가 있어 세존 앞에서 범행을 깨끗이 닦다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 도리천의 궁전에 태어나 곧 제 아들이 되었습니다. 도리천의 모든 하늘은 다 칭찬해 말했습니다. ‘구이 큰 하늘 아들은 큰 공덕이 있고 큰 위력이 있다’고. 다시 다른 세 비구가 있어 세존 앞에서 범행을 깨끗이 닦다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자 낮게 건달바신[乾沓和神] 가운데에 태어나 밤낮으로 제게 와서 시중을 들었습니다. 구이는 그것을 보고 게송으로 놀려 주었습니다.
네가 부처님의 제자였을 때
나는 본래 집에 있어
옷과 밥으로 공양 올리고
예배하며 정성껏 공경했다.
너희들은 어떤 사람이라 이름하건대
몸소 부처님의 가르침 받고도
깨끗한 눈의 말씀하시는 것
너는 그것을 살피지 않았나.
나는 본래 너를 예배해 공경하고
부처님 쫓아 훌륭한 법을 듣고
저 三十三천에 이내 태어나
제석을 위해 그 아들 되었네.
너희들은 어째서 보지 않는가
내가 스스로 가진 바 공덕을.
나는 본디는 여자의 몸이지만
이제는 제석의 아들 되었네.
너희들은 본래는 우리 다 함께
다 같이 범행을 닦았건마는
지금은 홀로 낮고 천하게 있어
우리들의 시중을 들고 있구나.
본래 행한 더러운 행으로
그 때문에 이제 이 갚음 받나니
홀로 낮고 천한 곳에 처해 있으며
우리들의 시중을 들고 있구나.
이 깨끗하지 못한 곳에 태어나
남의 놀림을 받고 있나니
내 이 말 듣거든 마땅히 싫어하라
이 곳은 싫어하고 걱정할 곳이니라.
지금부턴 마땅히 부지런히 힘써
다시는 남의 부림이 되지 말거라.
두 사람은 부지런히 힘써 정진해
여래의 법을 깊이 생각코
저 애닯게 집착하는 것 버려
욕심의 부정한 행을 관찰하여라
욕심의 결박은 참되지 않아
온 세상을 속이고 혹하게 한다.
코끼리가 굴레를 떠나는 것처럼
도리천을 뛰어넘어
제석과 및 도리천의
법강당 위에서 모였을 때
저는 자기의 용맹의 힘으로써
도리천을 뛰어넘었다.
제석은 일찍 없었던 일 찬탄하고
모든 하늘도 또한 찾아보고는
이것은 저 석가의 아들
도리천을 뛰어넘어
욕심의 결박을 걱정하고 싫어했다고.
구이는 이제 이렇게 말하나니
마갈타 나라에 부처가 있어
이름을 석가모니라 한다.
저이들 본래는 뜻 잃었으나
그 뒤에 도리어 생각해
세 사람 그 가운데 한 사람만은
그대로 건달바신이 되었고
두 사람은 깨달음의 바른 길 보아
도리천을 뛰어넘었다.
세존님의 말씀하신 법에 대해서
제자는 의심을 품지 않나니
다 같이 함께 그 법을 듣고도
두 사람은 저 한 사람보다 나아
스스로 특수하게 뛰어나
다 저 광음천에 태어났어라
나는 저들을 보고 그 때문에
부처님께 여기 왔나니.
제석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원하옵건대 틈을 내시어 한 번 제 의심을 풀어 주소서.”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너의 물음을 따라 내 마땅히 너를 위해 낱낱이 연설하리라.”
그 때에 제석은 곧 부처님께 여쭈었다.
“모든 하늘과 세상 사람과 건달바와 아수륜 및 그 밖의 중생들은 다 무슨 원한이 있기에 원수가 되어 서로 칼과 막대기를 쓰게 되는 것입니까.”
부처님은 제석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원한이 생기는 것은 다 탐욕과 미움을 말미암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것은 모든 하늘과 세상 사람과 아수륜과 그 밖의 중생들로 하여금 칼과 막대기로 서로 치게 하는 것이다.”
그 때에 제석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참으로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원한이 생기는 것은 모두 탐욕과 질투를 말미암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것은 모든 하늘과 세상 사람과 아수륜과 및 그 밖의 중생들로 하여금 칼과 막대기로 서로 치게 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제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의심의 그물이 다 걷히어 다시 의심이 없게 되었습니다. 다만 그 탐욕과 질투는 무엇으로 말미암아 생기고 어떠한 인(因)과 어떠한 연(緣)과 또 무엇이 그 우두머리가 되며 무엇을 쫓아 있고 무엇을 쫓아 없어지는지를 모르겠습니다.”
부처님은 제석에게 말씀하셨다.
“탐욕과 질투는 사랑과 미움에서 생긴다. 사랑과 미움은 그 인이요 그 연이요 또 그 우두머리다. 그것을 따라 있고 그것이 없으면 곧 없어지는 것이다.”
그 때에 제석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진실로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탐욕과 질투는 사랑과 미움에서 생깁니다. 사랑과 미움은 그 인이요, 그 연이요, 또 그 우두머리입니다. 그것을 따라 있고 그것이 없으면 곧 없어지는 것입니다. 저는 이제 부처님 말씀을 듣고 미혹이 모두 없어져 다시 의심이 없나이다. 다만 그 사람과 미움은 무엇을 말미암아 생기고 무엇이 그 인이요 연이며 무엇이 그 우두머리입니까. 그것은 무엇을 쫓아 있고 무엇을 쫓아 없어지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그 때에 제석은 부처님께 여주었다.
“진실로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사랑과 미움은 다 욕심에서 생기고 욕이 그 인이요 그 연이며 또 그 우두머리입니다. 그것을 따라 있고 그것이 없으면 곧 없어지는 것입니다. 저는 이제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미혹이 다 없어져 다시는 의심이 없습니다. 다만 이 욕은 무엇으로 말미암아 생기고 어떠한 인과 어떠한 연과 또 무엇이 그 우두머리입니까. 그것은 무엇을 따라 있고 무엇을 따라 없어지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부처님은 제석에게 말씀하셨다.
“상은 조희(調戱)에서 생긴다. 조희가 그 인이요 그 연이며 또 그 우두머리다. 그것을 따라 있고 그것이 없으면 곧 없어지는 것이다. 제석이여, 만일 조희가 없으면 곧 상이 없고 상이 없으면 곧 욕이 없으며 욕이 없으면 곧 사랑과 미움이 없고 사랑과 미움이 없으면 곧 탐욕과 질투가 없으며 만일 탐욕과 질투가 없으면 곧 일체 중생은 서로 해치지 않을 것이다. 제석이여, 다만 계교[調]를 인연하는 것이 근본이 된다. 계교를 인으로 하고 계교를 연으로 하며 계교가 우두머리가 된다. 그것을 따라 상이 있고 상을 따라 욕이 있으며 욕을 따라 사랑과 미움이 있고 사랑과 미움을 따라 탐욕과 질투가 있으며 탐욕과 질투가 있기 때문에 중생들로 하여금 서로 해치게 하는 것이다.”
제석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진실로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계교로 말미암아 상이 있습니다. 계교를 인으로 하고 계교를 연으로 하며 계교가 그 우두머리요, 그것을 따라 상이 있습니다. 계교로 말미암아 상이 있고 그것이 없으면 곧 상이 없어지는 것입니다. 만일 원래 계교가 없으면 곧 상이 없고 상이 없으면 곧 욕이 없으며 욕이 없으면 곧 사랑과 미움이 없고 사랑과 미움이 없으면 곧 탐욕과 질투가 없으며 탐욕과 질투가 없으면 곧 일체 중생은 서로 해치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상은 계교로 말미암아 생기고 계교를 인으로 하고 계교를 연으로 하여 계교가 그 우두머리입니다. 계교를 따라 상이 있고 상을 따라 욕이 있으며 욕을 따라 사랑과 미움이 있고 사랑과 미움을 따라 탐욕과 질투가 있으며 탐욕과 질투를 따라 일체의 중생들로 하여금 서로 해치게 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제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미혹이 모두 없어져 다시 의심이 없게 되었습니다.”
그 때 제석은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일체 사문 바라문은 다 조희를 없애어 멸적(滅迹)에 있습니까. 조희를 없애어 멸적에 있지 못합니까.”
부처님은 제석에게 말씀하셨다.
“일체 사문 바라문은 다 조희를 없애어 멸적에 있지 못하다. 무슨 까닭인가. 제석이여, 세간에는 여러 가지 세계가 있다. 중생들은 각각 그 자기 세계를 굳게 지켜 버리지 못한다. 그래서 자기를 실(實)이라 하고 남은 허(虛)라고 한다. 그러므로 제석이여, 일체 사문 바라문은 다 조희를 없애어 멸적에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 때에 제석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참으로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세간에는 갖가지 중생이 있어 제각기 자기 세계를 굳게 지켜 버리지 못합니다. 그래서 자기만을 옳다 하고 남은 모두 허망하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일체 사문 바라문은 다 조희를 없애어 멸적에 있지 못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제 부처님 말씀을 듣고 의혹이 다 없어져 다시 의심이 없게 되었습니다.”
제석은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모두 몇 가지의 계교가 멸적에 있습니까.”
부처님은 제석에게 말씀하셨다.
“조희에는 三이 있다. 一은 입 二는 생각[想] 三은 구[求]함이다. 저 입이 말하는 것은 자기를 해치고 남을 해치며 또 二를 함께 해친다. 이 말을 버리고 말할 바와 같이 하면 스스로 해치지 않고 남도 해치지 않으며 二를 함께 해치지 않는다. 이것을 아는 비구는 입이 말할 바와 같이 생각을 오로지해 산란하지 않는다. 또 생각도 또한 자기를 해치고 남을 해치며 二를 함께 해친다. 이 생각을 버리고 생각할 바와 같이 하면 스스로 해치지도 않고 남도 해치지 않으며 二를 함께 해치지도 않는다. 이것을 아는 비구는 생각할 바와 같이 생각을 오로지해 산란하지 않는다. 제석이여, 구함도 또한 자기를 해치고 남을 해치며 二를 함께 해친다. 이 구함을 버리고 구할 바와 같이 하면 스스로 해치지도 않고 남도 해치지 않으며 二를 함께 해치지 않는다. 이것을 아는 비구는 구할 바와 같이 생각을 오로지해 산란하지 않는다.”
그 때에 제석은 말했다.
“저는 이제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다시 의심이 없게 되었습니다.”
제석은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모두 몇 가지를 현성의 사심(捨心)이라 이름하나이까.”
부처님은 제석에게 말씀하셨다.
“사심에는 三이 있다. 一은 몸을 기뻐하는 것이요, 二는 몸을 걱정하는 것이요, 三은 몸을 버리는 것이다. 제석이여, 저 몸을 기뻐하는 것은 스스로 해치고 남을 해치며 또 二를 함께 해친다. 이 기쁨을 버리고 기뻐할 바와 같이 하면 스스로 해치지도 않고 남을 해치지도 않으며 二를 함께 해치지도 않는다. 이것을 아는 비구는 생각을 오로지해 잊지 않는다. 곧 구족계(具足戒)를 받는다고 이름한다. 제석이여, 저 몸을 걱정하는 것은 자기를 해치고 남을 해치며 또한 二를 함께 해친다. 이 걱정을 버리고 걱정할 바와 같이 하면 스스로 해치지도 않고 남도 해치지 않으며 二를 함께 해치지도 않는다. 이것을 아는 비구는 생각을 오로지해 잊지 않는다. 곧 구족계를 받는다고 이름한다. 다시 제석이여 저 몸을 버리는 것은 자기를 해치고 남을 해치며 또 二를 함께 해친다. 이 버림을 버리고 버릴 바와 같이 하면 스스로 해치지도 않고 남을 해치지도 않으며 二를 함께 해치지도 않는다. 이것을 아는 비구는 생각을 오로지해 잊지 않는다. 이것을 곧 구족계를 받는다고 이름한다.”
제석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는 이제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다시 의심이 없게 되었습니다.”
제석은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모두 몇 가지를 현성률(賢聖律)의 모든 근(根)이 구족하다고 이름하나이까.”
부처님은 제석에게 말씀하셨다.
“눈이 빛깔을 알 때에 나는 二종이 있다고 말한다. ‘친해야 할 것’과 ‘친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귀의 소리와 코의 냄새와 혀의 맛과 몸의 접촉과 뜻의 법에도 나는 二종이 있다고 말한다. ‘친해야 할 것’과 ‘친하지 않아야 할 것’이 그것이다.”
그 때에 제석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간략히 말씀하시고 넓게 분별하지 않으셨지마는 저는 그것으로서 갖추 알 수 있습니다. ‘눈이 빛깔을 알 때 나는 二종이 있다고 말한다. 친해야 할 것과 친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귀의 소리, 코의 냄새, 혀의 맛, 몸의 접촉, 뜻의 법에도 二종이 있다. 친해야 할 것과 친하지 않아야 할 것이 그것이다’라고. 세존이시여, 만일 눈이 색을 볼 때에 선한 법이 줄고 불선한 법이 더한다면 이렇게 눈이 빛을 아는 것을 저는 친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귀가 소리를, 코가 냄새를, 혀가 맛을, 몸이 접촉을, 뜻이 법을 알 때도 선한 법이 줄고 불선한 법이 더한다면 저는 그것을 친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눈이 빛을 볼 때에 선한 법이 자라나고 불선한 법이 줄어든다면 이렇게 눈이 빛을 아는 것을 저는 친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또 귀가 소리를, 코가 냄새를, 혀가 맛을, 몸이 접촉을, 뜻이 법을 알 때에 선법이 자라나고 불선법이 줄어든다면 저는 그것을 친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부처님은 제석에게 말씀하셨다.
“착하고 착하다. 그것을 현성률의 모든 근의 구족이라한다.”
제석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는 이제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다시 의심이 없게 되었습니다.”
제석은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모두 몇 가지를 비구의 구경(究竟), 구경 범행, 구경 안온(安穩), 구경 무여(無餘)라고 이름하나이까.”
부처님은 제석에게 말씀하셨다.
“사랑함으로써 괴로워하는 바 몸의 멸(滅)을 얻으면 그것을 구경, 구경 범행, 구경 안온, 구경 무여라 한다.”
제석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는 본래부터 오랫동안 의심의 그물을 품고 있었던 바 이제 여래는 그 의심을 다 풀어 주셨습니다.”
부처님은 제석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일찍 사문과 바라문에게 가서 이 뜻을 물은 일이 있는가.”
제석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옛날 사문 바라문에게 가서 이 뜻을 물었습니다. 옛날 어느 때 강당에 모여 저는 여러 하늘 무리들과 이론한 적이 있었습니다. ‘여래는 마땅히 세상에 나오실 것이다.’ 혹은 ‘아직 나오시지 않을 것이다’라고. 이렇게 함께 추구(推求)하다가 여래가 세상에 나타나시는 것을 보지 못하고 제각기 궁으로 돌아가 五욕으로써 즐기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또 그 뒤 어느 때 모든 큰 하늘 신들이 스스로 五욕을 마음껏 즐기다가 드디어 각각 목숨을 마치는 것을 보았습니다. 때에 저는 세존이시여, 크게 두려워해 털이 거꾸로 섰습니다. 때에 사문 바라문들이 집을 떠나 한가한 곳에 있으면서 욕심을 여읜 것을 보고 저는 그들을 찾아가 물었습니다. ‘어떤 것을 구경(究竟)이라고 합니까’고. 저는 이 뜻을 물었지마는 그들은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모르면서 도로 저에게 물었습니다. ‘너는 누구냐’고. 저는 대답했습니다. ‘나는 석제환인이다.’ 그들은 다시 저에게 물었습니다. ‘너는 어떤 제석이냐.’ 저는 ‘나는 하늘의 제석으로써 마음에 의심되는 바가 있어 물으러 왔을 뿐이다’라고 대답했습니다. 때에 저는 그들에게 제가 보아 아는 바의 제석의 뜻을 말했습니다. 그들은 저의 말을 듣고 저의 제자가 되었습니다. 저는 이제 부처님의 제자로서 수다원의 도(道)를 얻어 다른 세계에 떨어지지 않고 七번을 이 세상에 오간 뒤에는 반드시 도과(道果)를 이룰 것입니다. 원하옵건대 세존께서는 저에게 수다원(須陀洹)이 될 것이라 기별해 주소서.”
이 말을 마치고 다시 게송을 지어 말했다.
저 물들고 더러운 생각
그 때문에 나는 의심을 내었네.
오랜 세월을 모든 하늘과 함께
여래를 찾고 찾았네.
집을 떠난 모든 사람이 있어
한적한 곳에 있는 것 보았네.
그들이 부처, 세존이라 하기에
찾아가 경례하고 물어 보았네.
이제 나는 일부러 와 묻노니
그 어떤 것을 구경(究竟)이라 하는가.
이렇게 물었으나 그들은 내게
도적(道迹)의 나아갈 곳 대답하지 못했네.
오늘에 만난 짝없는 높은 이는
내가 오랫동안 찾던 어르신.
당신의 행을 이미 관찰해
마음은 이미 바르게 사유(思惟)하네.
오직 거룩한 성인은 이미
내 마음의 행하는 바와
오랫동안에 닦은 업을 아나니
원컨대 ‘깨끗한 눈’ 기별하시라
사람 중에서 가장 위되고
三계(界)의 무극존(無極尊)께 귀명하노니
은혜와 사랑의 가시 끊으리
어제 일광존(日光尊)께 예배하노라.
부처님은 제석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일찍 희락(喜樂)과 염락(念樂)을 얻은 때를 기억하는가.”
제석은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옛날 제가 얻은 바 희락과 염락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옛날 아수륜과 싸웠습니다. 저는 이기고 아수륜은 패했습니다. 때에 저는 곧 도리어 환희와 염락을 얻었습니다. 그러나 그 환희와 염락을 생각해 보면 거기에는 오직 칼과 막대기의 희락과 싸움과 다툼의 희락이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부처님에게서 얻은 희락과 염락에는 칼과 막대기와 싸움과 다툼의 즐거움은 없습니다.”
부처님은 제석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희락과 염락을 얻었다. 그 가운데서 또 어떤 공덕의 과(果)를 구하고자 하는가.”
그 때에 제석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는 희락과 염락 가운데서 五공덕과를 구하고자 하나이다. 어떤 것이 五인가 하오면”
하고 그는 곧 게송으로써 말했다.
내 만일 뒷날에 목숨을 마쳐
하늘 위 수(壽)를 버리고
모태(母胎)에 있어서도 근심을 품지 않고
내 마음을 기쁘고 즐겁게 하리라.
건너지 못한 자를 건너게 하고
참되고 바른 길을 부처님은 말씀하네.
삼불의 법 가운데서
나는 범행을 닦으리라.
지혜의 몸으로 살고
마음은 스스로 바른 이치를 보며
본래 일어난 곳을 환히 알아
이에 여기서 길이 해탈하리라.
다만 마땅히 부지런히 수행하여
부처님의 진실한 지혜를 익히자.
비록 도(道)의 증(證)은 얻지 못해도
그 공덕 오히려 하늘보다 나으리라.
모든 신묘한 하늘과
저 아가니타 하늘들
말후신(末後身)에 이르기까지
반드시 저곳에 태어나리라.
나는 이제 여기서
하늘의 청정한 몸을 받고
또 수명의 더함을 얻었나니
‘깨끗한 눈’으로 나는 스스로 아네.
이 게송을 마치고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는 희락과 염락 가운데서 이러한 五공덕의 과를 얻고자 하나이다.”
그 때에 제석은 모든 도리천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도리천상의 범동자(梵童子) 앞에서 공경하고 예배하며 섬겼다. 이제 부처님 앞에서 다시 그 공경을 베푼다면 또한 좋지 않는가.”
그 말이 떨어지고 오래지 않아 때에 범동자는 갑자기 허공 중의 하늘 무리들 위에 서서 제석천을 향해 게송으로 말했다.
하늘의 왕의 청정한 행은
중생을 많이 이익 하게 하였네.
마갈의 제석의 주인이여
능히 여래의 뜻을 물었네.
범동자는 이 게송을 마치자 곧 사라졌다.
그 때에 제석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세존의 발에 절하고 부처님을 세 번 둘러서 물러갔다. 도리천의 모든 하늘과 및 반차익도 또한 부처님 발에 절하고 물러갔다.
제석천은 조금 앞서 가다가 반차익을 돌아보고 말했다.
“착하고 착하다. 너는 잘 앞에 가서 부처님 앞에서 거문고를 울려 부처님을 즐겁게 해 드렸다. 그리고 나와 및 모든 하늘을 뒤를 따라갔다. 나는 이제 너를 네 아버지의 지위에 앉힌다. 너는 건달바 중에서 제일 우두머리다. 나는 마땅히 저 건달바왕의 딸 발타를 너에게 주어 아내를 삼게 하리라.”
세존이 이렇게 설법하시자 八만 四천의 모든 하늘은 티끌을 멀리하고 때를 떠나 법의 눈이 생겼다. 때에 석제환인과 도리천의 모든 하늘과 및 반차익은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환희해 받들어 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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