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장아함경 제 十一권
제 二분 아누이경
이렇게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은 명녕(冥寧)국의 아누이토에서 큰 비구 무리 천 二백 五十인과 함께 계셨다.
그 때 세존은 옷을 입고 바루를 가지고 아누이성으로 들어가 밥을 빌으셨다. 그 때 세존은 가만히 혼자 생각하셨다. ‘내 이제 밥을 빌기에는 시간이 너무 이르다. 이제 잠깐 방가바(房伽婆) 범지(梵志)의 동산으로 가자. 거기서 때를 기다려 밥을 빌리자’하셨다. 그 때 세존은 곧 그 동산으로 나아가셨다. 때에 저 범지는 멀리서 부처님이 오시는 것을 보고 곧 일어나 맞아 서로 문안한 뒤 말했다.
“잘 오셨습니다. 고오타마시여, 뵈옵지 못한 지 오래 되었습니다. 이제 무슨 인연으로 이렇게 오셨습니까. 원컨대 고오타마시여, 여기 앉으십시오.”
그 때 세존은 곧 그 자리에 앉으셨다. 때에 저 범지는 한 쪽에 앉아 세존께 여쭈었다.
“어젯밤에 예차(隸車)의 아들 선숙(善宿)비구는 내게 와서 ‘대사(大師), 나는 부처님 앞에서 범행을 닦지 않는다. 왜냐하면 부처님은 나를 멀리 하시기 때문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 사람은 고오타마의 잘못을 이렇게 나를 향해 말했지마는 나는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부처님은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저 선숙의 한 말을 네가 받아들이지 않는 줄을 나는 안다. 옛날 나는 어느 때 비사리(毘舍離)의 미후 못가에 있는 집법당(集法堂)에 있었다. 때에 그 선숙 비구는 내게 와서 ‘여래는 나를 멀리하신다. 그러므로 나는 여래의 처소에서 범행을 닦지 않는다’고 말했다. 때에 나는 그에게 ‘너는 어째서, 나는 여래의 처소에서 범행을 닦지 않는다. 여래는 나를 멀리한다고 말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내게 대답했다. ‘여래는 저를 위하여 신족(神足)의 변화를 나타내시지 않는다’고 했다. 때에 나는 그에게 말했다. ‘나는 너에게 청해야 할까. 네가 내 법 가운데서 범행을 깨끗이 닦으면 마땅히 너를 위해 신족을 나타내겠다’고. 너는 또 일찍 내게 말했던가. ‘여래는 마땅히 나를 위하여 신족의 변화를 나타내야 한다. 그래야 나는 마땅히 범행을 닦으리라’고. 때에 선숙은 ‘아닙니다. 세존이시여’라고 내게 말했다.
나는 선숙에게 또 말했다.
‘나도 또한 너에게 말하지 않았다. 네가 내 법 가운데서 범행을 깨끗이 닦으면 나는 마땅히 너를 위하여 신족의 변화를 나타내겠다’고. 너도 또 내게 말하지 않았다. ‘나를 위해 신족을 나타내면 마땅히 범행을 닦으리라’고. ‘어떠냐 선숙아, 네 생각에는 여래는 능히 신족을 나타낸다고 생각하느냐. 나타내지 못하리라고 생각하느냐. 또 내가 말한 법은 능히 출요를 얻어 괴로움의 끝을 다한다고 생각하느냐.’
선숙은 내게 여쭈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여래는 능히 신족을 나타내지 못하시는 것이 아닙니다. 또 설하신 법은 다 출요를 얻어 괴로움의 끝을 다하는 것으로써 다하지 못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선숙아, 내가 말한 법의 범행을 닦는 자는 능히 신족을 나타내고 나타내지 못하는 것이 아니며 출요로 괴로움을 떠나고 떠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면 너는 이 법에서 무엇을 구하고자 하는가.’
선숙은 말했다.
‘세존이시여, 세존은 언제나 때를 따라 내게 가르치지 않으십니다. 세존은 우리 아버지의 비밀한 재주를 다 아시면서도 그것을 아껴 내게 가르쳐 주시지 않습니다.’
나는 말하였다.
‘선숙아, 내가 일찍 너에게 네가 내 법 가운데서 범행을 닦으면 네 아버지의 비밀한 재주를 가르쳐준다,고 말했던가. 또 너는 내게 아버지의 비밀한 재주를 가르쳐 주면 나는 마땅히 부처님 처소에서 범행을 닦겠다고 말했던가.’
선숙은 대답했다.
‘아닙니다.’
‘그러므로 선숙아, 나는 전에 그런 말을 한 적이 없고 너도 또 그런 말을 한 일이 없다. 그런데 왜 이제 그런 말을 하는가. 어떤가 선숙아, 너는 여래가 능히 네 아버지의 비밀한 재주를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없다고 생각하는가. 또 내가 말한 법이 능히 출요를 얻어 괴로움의 끝을 다한다고 생각하는가. 않는가.’
선숙은 대답했다.
‘여래는 능히 아버지의 비밀한 재주를 말할 수 있습니다. 말할 수 없는 것이 아닙니다. 설법하시는 출요는 능히 괴로움의 끝을 다합니다. 다하지 못하는 것이 아닙니다.’
나는 선숙에게 말하였다.
‘만일 내가 능히 네 아버지의 비밀한 재주를 말할 수 있고 또 나의 설법이 능히 출요를 얻어 괴로움을 떠날 수 있다면 너는 내 법 가운데서 또 무엇을 구하고자 하는가. 너는 전날 비사리의 발사 땅에서 무수한 방편으로 여래를 찬탄하고 바른 법을 찬탄하며 여러 중들을 찬탄하였다. 그것은 마치 어떤 사람이 저 청량지(淸凉池)를 八종으로 찬탄하기를 一은 참(冷), 二는 가벼움, 三은 부드러움, 四는 맑음, 五는 담(甘), 六은 때가 없음, 七은 마셔도 배부르지 않음, 八은 몸에 편함이라 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그것을 좋아하고 즐기게 하는 것처럼 너도 그와 같이 비사리의 발사 땅에서 여래를 찬탄하고 바른 법을 찬탄하고 여러 중을 찬탄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믿게 하고 좋아하게 하였다. 선숙아, 마땅히 알라. 이제 네가 이 법에서 물러나면 세상에서는 반드시 말하리라. ‘선숙 비구는 많은 지식이 있고 또 세존과 친하며 또한 세존의 제자이면서 목숨을 마칠 때까지 범행을 깨끗이 닦지 못하고 계를 버리고 세속으로 돌아가 비루한 행동을 하고 있다’고. 범지여 마땅히 알라. 나도 그 때에 말하리라. ‘내 가르침을 따르지 않고 계를 버리고 세속으로 나아갔다’고. 범지여, 어느 때 내가 미후 못가에 있는 법강당 위에 있을 때 가라루(伽羅樓)라는 니건자(尼乾子)가 거기 있었다. 그는 사람들의 존경을 받으면서 이름은 멀리 퍼졌다. 많은 지식이 있고 또 이양(利養)도 구비해 있었다. 때에 선숙 비구는 가사를 입고 바루를 가지고 비사리성에 들어가 밥을 빌면서 니건자가 있는 곳으로 갔다. 때에 선숙은 심원한 이치로써 니건자에게 물었다. 그는 답하지 못하고 곧 성을 내었다. 선숙은 혼자 생각했다. ‘내가 이 사람을 성내게 함으로써 장차 오랫동안 고뇌의 갚음을 받지 않을까’고. 범지여, 마땅히 알라. 때에 선숙 비구는 밥빌기를 마친 뒤 가사와 바루를 가지고 내게 와 머리로 내 발에 예배하고 한 쪽에 앉았다. 그 때 선숙은 그 사실을 내게 말하지 아니했다. 나는 그에게 말했다.
‘어리석은 사람아, 너는 어떻게 스스로 사문의 석자(釋子)라고 일컫을 수 있느냐.’
선숙은 이내 대답했다.
‘세존이시여, 왜 저를 어리석다고 하십니까. 저를 스스로 석자라고 일컫을 수 없다고 하십니까.’
나는 그에게 대답했다.
‘어리석은 사람아, 네가 일찍 니건자에게 가서 심원한 뜻을 물었을 때 그는 대답하지 못하고 곧 화를 내었다. 그때 너는 혼자 생각했다. ‘나는 이제 니건자를 건드려 화를 내게 했다. 그 때문에 나는 장차 오랫동안 고뇌의 갚음을 받지 않을까’고. 너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는가.’
선숙은 내게 여쭈었다.
‘그는 아라한인데 어찌하여 성내는 마음이 있습니까.’
나는 그에게 대답했다.
‘어리석은 사람아 아라한이 어찌하여 성을 내겠느냐. 우리 아라한은 성내는 마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너는 이제 스스로 그를 아라한이라고 일컬었다. 그는 언제나 七종의 고행을 닦고 있다. 어떤 것이 七인가. 一은 한 평생 동안 옷을 입지 않는다. 二는 한 평생 동안 술을 마시거나 고기를 먹지 않고 밥이나 국수를 먹지 않는다. 三은 한 평생 동안 음행을 하지 않는다. 四는 한 평 생 동안 비사리 성에 있는 四탑을 떠나지 않는다. 동은 우원탑(憂園塔) 남은 상탑(象塔) 서는 다자탑(多子塔) 북은 七취탑(聚塔)이라 한 평생 동안 이 四탑을 떠나지 않는 것을 四고행이라 한다. 근 뒤에 이 七고행을 범하고는 비사리 성밖에서 목숨을 마칠 것이다. 마치 승냥이가 개뢰병에 걸려 무덤 사이에서 죽는 것처럼 저 니건자도 또한 그와 같다. 스스로 금하는 법을 만들었다가 뒤에 그것을 다 범한다. 본래 스스로 맹세하기를 한 평생 동안 옷을 입지 않는다 하다가 뒤에 옷을 입는다. 본래 스스로 맹세하기를 한 평생 동안 술을 마시거나 고기를 먹지 않고 밥이나 국수를 먹지 않는다 하다가 뒤에 그것을 다 먹는다. 본래 스스로 맹세하기를 음행을 하지 않는다 하다가 또한 뒤에 그것을 범한다. 본래는 동쪽의 우원탑 남쪽의 상탑 서쪽의 다자탑 북쪽의 七취탑의 四탑을 넘지 않는다 하다가 이제는 다 그것을 멀리 떠나 다시는 친근하지 않는다. 저 사람들은 스스로 七종의 맹세를 어기고 비사리성을 나가 무덤 사이에서 목숨을 마친다.’
나는 선숙에게 말하였었다.
‘어리석은 사람아, 네가 내 말을 믿지 않거든 네가 스스로 가서 보면 마땅히 스스로 알 것이다’라고”
부처님은 다시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어느 때 비구 선숙은 옷을 입고 바루를 가지고 성에 들어가 밥을 빌기를 마치고 성을 나가 빈 무덤 사이에서 니건자가 죽은 것을 보고 내게 나아와 발에 예배하고 한 쪽에 앉았으나 그 사실을 내게 말하지 않았다. 범지여, 마땅히 알라. 나는 그 때 선숙에게 말했다. ‘어떠냐 선숙아 내가 아까 예언한 그 니건자는 내 말과 같지 않던가.’ 그는 내게 대답했다. ‘그러했습니다. 세존의 말씀과 같았습니다.’ 범지여, 마땅히 알라. 나는 선숙에게 신통의 증명을 나타내었는데 그는 말했다. ‘세존은 나를 위하여 나타내지 않는다’고. 또 어느 때 나는 말라아국의 백토읍(白土邑)에 있었다. 그 때 어떤 구라제(究羅帝)라는 니건자도 거기 살았다. 그는 사람들의 존경을 받으면서 그 이름은 멀리 퍼지고 또 많은 이양(利養)을 얻었다. 때에 나는 가사를 입고 바루를 가지고 성에 들어가 밥을 빌었다. 때에 선숙 비구는 내 뒤를 따랐다. 그는 구라제 니건자가 똥무더기 위에 엎드려 겨찌꺼기를 핥고 있는 것을 보았다. 범지여, 마땅히 알라. 때에 선숙 비구는 이 니건자가 똥더미 위에 엎드려 겨찌꺼기를 핥고 있는 것을 보고 이렇게 생각했다. ‘세상에 모든 아라한과 아라한 도(道)를 향하는 자로서 이에 미칠 사람이 없다. 이 니건자는 그 도에 있어서 가장 훌륭하다. 무슨 까닭인가. 이 사람은 고행을 능히 저처럼 하는구나. 교만을 버리고 똥더미 위에 엎드려 겨찌꺼기를 핥는다’고. 범지여, 때에 나는 오른 쪽을 돌아 선숙에게 말했다.
‘너는 어리석은 사람이다. 어떻게 스스로 석자(釋子)라고 일컫는가.’
선숙은 내게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왜 저를 어리석은 사람이라 하나이까. 저는 스스로 석자라고 일컫을 수 없나이까.’
나는 선숙에게 말하였다.
‘너는 어리석은 사람이다. 저 구라제가 똥더미 위에 쭈그리고 앉아 찌꺼기를 먹는 것을 보고 너는 이렇게 생각했다. ’세간의 모든 아라한과 아라한 도를 향하는 자 중에서 이 구라제가 제일 높다. 무슨 까닭인가. 이제 이 구라제는 고행을 능히 저처럼 하는구나. 교만을 버리고 똥더미 위에 엎드려 겨찌꺼기를 핥고 있다‘고. 너는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는가.’
그는 내게 대답했다.
‘진실로 그러했습니다.’
선숙은 또 여쭈었다.
‘세존께서는 무엇 때문에 아라한에게 질투하는 마음을 내시나이까.’
나는 어리석은 사람에게 말하였다.
‘나는 아라한에게 질투하는 마음을 내지 않는다. 어찌하여 아라한에게 질투하는 마음을 내겠는가. 너는 이제 어리석은 사람으로 구라제를 참 아라한이라 하는구나. 그러나 이 사람은 지금부터 七일 뒤에는 반드시 배가 부어 죽어서는 기시아귀(起屍餓鬼)로 태어나 항상 굶주림에 괴로워 할 것이요. 거기서 죽은 송장은 갈대 새끼에 묶이어 무덤 사이에 버려질 것이다. 네가 만일 믿지 못하겠거든 먼저 가서 그를 보고 말하라’ 때에 선숙은 곧 구라제에게 가서 그에게 말했다. ‘저 사문 고오타마는 너를 예언하기를 지금부터 七일 뒤에는 반드시 너는 배가 부어 죽어서는 기시아귀로 태어날 것이요. 죽은 송장은 갈대 새끼에 묶이어 무덤 사이에 버려질 것이다’라고. 선숙은 말했다. ‘너는 마땅히 음식을 줄이어 그의 말이 맞지 않도록 하라’고 범지여, 마땅히 알라 때에 구라제는 만 七일이 되자 배가 부처 죽어 곧 기시아귀로 태어나고 송장은 갈대 새끼에 묶이어 무덤 사이에 버리어졌다. 그 때 선숙은 부처의 말씀을 듣고 손을 꼽아 날짜를 세었다. 七일이 되자 선숙 비구는 나형촌(裸形村)에 가서 그 마을 사람들에게 물었다. ‘구라제는 지금 어디 있는가’고. 사람들은 ‘그는 죽었다.’고 대답했다. ‘무슨 병으로 죽었는가.’ 그들은 대답했다. ‘배가 부어 죽었다.’ 또 물었다. ‘어떻게 장사를 치렀는가.’ 그들은 대답했다. ‘갈대 새끼로 묶어 무덤 사이에 버렸다’고.
범지여, 때에 선숙은 이 말을 듣고 곧 무덤 사이로 찾아가 방금 도착 되려 할 때에 저 송장은 움직이더니 갑자기 무릎과 다리로 무릎을 꿇어 일어나 쭈그려 앉았다. 때에 선숙은 앞으로 나아가 송장에게 말했다. ‘구라제야 너는 죽었는가’고. 송장은 ‘나는 벌써 죽었다’고 대답했다. ‘너는 무슨 병으로 죽었는가.’ 송장을 대답했다. ‘고오타마는 나를 예언하기를 七일 뒤에는 배가 부처 죽는다’고 하더니 그 말과 같이 만 七일이 되자 배가 부어 죽었다. 선숙은 다시 물었다. ‘너는 어디에 태어났는가.’ 송장은 곧 대답했다. ‘저 고오타마는 예언하기를 기시아귀로 태어난다고 하더니 나는 이제 기시아귀로 태어났다.’ 선숙은 물었다. ‘네가 죽었을 때에 어떻게 장사를 치르던가.’ 송장은 대답했다. ‘고오타마가 예언하기를 갈대 새끼로 묶어 무덤 사이에 버린다더니 과연 그의 말과 같이 갈대 새끼로 묶어 무덤 사이에 버렸다’고. 때에 송장은 선숙에게 말했다. ‘너는 비록 집을 떠났다 하지마는 좋은 이익을 얻지 못한다. 고오타마 사문은 그렇게 말했지마는 너는 항상 믿지 않았다’고. 이렇게 말하고 송장은 도로 누웠다. 범지여, 때에 선숙 비구는 내게 나아와 발에 예배하고 한 쪽에 앉으면서 이 사실을 내게 말하지 않았다. 나는 곧 그에게 말했다.
‘내게 예언한 바와 같이 구라제는 진실로 그러했던가.’
그는 말했다.
‘실로 그러했습니다. 세존의 말씀과 같았습니다.’
범지여, 나는 이와 같이 자주 자주 선숙 비구를 위해 신통의 증명을 나타내었지마는 그는 오히려 ‘나를 위하여 신통을 나타내지 않는다.’고 말한다.”
부처님은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어느 때 미후못의 범강당 위에 있었다. 그 때 파리자(波梨子)라는 범지도 거기 있었다. 그는 사람의 존경을 받으면서 이름은 멀리 퍼지고 또 많은 이양도 있었다. 그는 비사리 대중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사문 고오타마는 스스로 지혜가 있다고 일컫지마는 나도 지혜가 있다. 사문 고오타마는 스스로 신족이 있다고 일컫지마는 나도 신족이 있다. 사문 고오타마는 뛰어난 도를 얻었다고 하지마는 나도 또한 뛰어난 도를 얻었다. 나는 마땅히 그와 더불어 신족을 나타낼 것이다. 사문이 一을 나타내면 나는 二를 나타낼 것이요, 사문이 二를 나타내면 나는 四를 나타낼 것이요, 사문이 八을 나타내면 나는 十六을 나타낼 것이요, 사문이 十六을 나타내면 나는 三十二를 나타낼 것이요, 사문이 三十二를 나타내면 나는 六十四를 나타낼 것이다. 저 사문이 나타내는 많고 적음을 따라 나는 그 배를 나타낼 것이다.’라고 하였다.
범지여, 때에 저 선숙 비구는 가사를 입고 바루를 가지고 성에 들어가 밥을 빌다가 파리자 바라문이 대중 가운데서 이렇게 말하는 것을 보았다. ‘사문 고오타마는 스스로 지혜가 있다고 일컫지마는 나도 또한 지혜가 있다. 사문 고오타마는 스스로 신족이 있다고 일컫지마는 나도 또한 신족이 있다. 사문 고오타마는 뛰어남의 도를 얻었다고 하지마는 나도 또한 뛰어남의 도를 얻었다. 나는 마땅히 그와 더불어 신족을 나타내리라. 사문이 一을 나타내면 나는 二를 나타낼 것이요, 사문이 四를 나타내면 나는 八을 나타낼 것이요, 내지 사문이 나타내는 많고 적음을 따라 나는 다 배를 나타낼 것이다’고. 때에 선숙 비구는 밥빌기를 마치고 내게 나아와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내게 말했다.
‘저는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바루를 가지고 성에 들어가 밥을 빌었습니다. 때에 비사리에 있는 파리자가 대중 가운데서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사문 고오타마는 큰 지혜가 있지마는 나도 또한 큰 지혜가 있다. 사문 고오타마는 신족이 있지마는 나도 또한 신족이 있다. 고오타마가 一을 나타내면 나는 마땅히 二를 나타낼 것이요, 내지 고오타마가 나타내는 많고 적음을 따라 나는 다 배를 나타낼 것이다’라고 하였습니다.’ 이 사실을 낱낱이 내게 말했다.
나는 선숙에게 말했다.
‘저 파리자가 대중 가운데서 그 말을 버리지 않고 그 소견을 버리지 않고 그 교만을 버리지 않고 내게 온다는 것은 끝내 그럴 수가 없는 것이다. 만일 그가 나는 이 말을 버리지 않고 이 소견을 버리지 않고 이 교만을 버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 사문 고오타마에게 간다고 생각한다면 그 머리는 곧 일곱 쪽이 날 것이다. 그 사람으로 하여금 그 말을 버리지 않고 그 소견과 교만을 버리지 않고 내게 오게 하고자 해도 그럴 수는 없을 것이다.’
선숙은 말했다.
‘세존이시여, 입을 다물으소서. 여래시여, 입을 다물으소서.’
나는 선숙에게 말하였다.
‘너는 왜 세존이시여, 입을 다물으소서, 여래시여, 입을 다물으소서라고 하는가.’
선숙은 말했다.
‘저 파리자는 큰 위신(威神)이 있고 큰 덕력(德力)이 있습니다. 만일 장차 온다면 세존의 허(虛)한 것을 보이지 않겠습니까.’
나는 선숙에게 말하였다.
‘여래가 하는 말에 두 가지가 있는가.’
선숙은 대답했다.
‘없나이다.’
나는 선숙에게 말하였다.
‘만일 두 가지가 없다면 너는 왜 세존이시여, 입을 보호하소서. 여래여, 입을 보호하소서라고 말하는가.’
선숙은 내게 말하였다.
‘세존께서 자신이 알아 파리자를 환히 보시는 것입니까. 모든 하늘이 와서 말해 준 것입니까.’
나는 말하였다.
‘내가 스스로 알고 모든 하늘이 와서 말했기 때문에 안다. 이 바사리의 아유타 대장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 도리천에 태어났다. 그는 와서 내게 말했다. ‘저 파리자 범지는 부끄러움을 모르고 계를 범하여 거짓말로 저 비사리의 대중 가운데서 이렇게 나를 비방해 말했습니다. 아유타 대장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 기시귀신으로 태어났다고.’ 그러나 ‘실로 나는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 도리의 하늘에 태어났습니다’고. 저 파리자를 나는 먼저 스스로 알고 또 모든 하늘이 와서 말했기 때문에 안다.’
나는 다시 말해 주었다.
‘어리석은 선숙아, 네가 내 말을 믿지 못하겠거든 비사리에 들어가 외쳐라. 나는 공양을 마친 뒤에 저 파리자 범지 있는 곳으로 가리라’고”
부처님은 이윽고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때에 선숙은 그 밤을 지낸 뒤 옷을 입고 바루를 가지고 성에 들어가 밥을 빌었다. 때에 저 선숙은 비사리 성중에 있는 많은 바라문과 사문과 범지들을 향해 이 말을 낱낱이 말했다. ‘저 파리자 범지는 대중 가운데서 이렇게 말했다. 사문 고오타마는 큰 지혜가 있지마는 나도 또한 큰 지혜가 있다. 사문 고오타마는 큰 위력이 있지마는 나도 또한 큰 위력이 있다. 사문 고오타마는 큰 신족이 있지마는 나도 또한 큰 신족이 있다. 사문이 一을 나타내면 나는 二를 나타낼 것이요, 내지 사문이 나타내는 많고 적음을 따라 나는 다 곱을 나타낼 것이다.’ ‘그래서 이제 저 사문 고오타마는 저 파리자에게로 오시려고 한다. 너희들도 다 저에게로 가자’고 하였다. 때에 파리자 범지는 길을 가고 있었다. 선숙은 그것을 보고 급히 달려가 그에게 말했다. ‘너는 비사리 대중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저 사문 고오타마는 큰 지혜가 있지마는 나도 또한 큰 지혜가 있다. 내지 사문 고오타마의 나타내는 바의 신족의 많고 적음을 따라 나는 다 곱을 나타내리라’고. 고오타마는 이 말을 듣고 지금 너에게로 오고자 하고 있다.’ 파리자 범지는 당황히 말했다. 너는 빨리 돌아가서 여쭈어 다오. ‘내가 마땅히 나아가리라. 내가 마땅히 나아가리라’하더라고. 이렇게 말한 파리자 범지는 스스로 두려워해서 털이 모두 일어섰다. 그리하여 파리자 범지는 본 곳으로 돌아가지 않고 도두파리(道頭波梨)범지가 있는 동산으로 들어가 노끈 평상에 앉아 시름에 잠겨 어쩔 줄을 몰랐다.”
“나는 공양을 마친 뒤 많은 예차의 사문, 바라문, 범지, 거사(居士)들과 함께 파리자가 있는 곳으로 나아가 자리에 앉았다. 그 대중 가운데에는 차라라는 범지가 있었다. 때에 사람들은 그 차라를 불러 명령했다. ‘너는 지금 도두파리 동산에 가서 파리자에게 말하라. 지금 많은 예차의 사문, 바라문, 범지 파리자는 대중 가운데서 스스로 이런 말을 했다. 사문 고오타마는 큰 지혜가 있지마는 나도 또한 큰 지혜가 있다. 내지 고오타마가 신족을 나타내는 많고 적음을 따라 나는 다 곱을 나타내리라고’. 그 때문에 사문 고오타마는 일부러 네 동산에 오셨다. 너는 마땅히 와서 만나라고 이에 차라(遮羅)는 대중의 말을 듣고 곧 도두파리 동산으로 가서 파리자에게 말했다. ‘지금 저 많은 예차의 사문, 바라문, 범지, 거사들은 다 너의 동산에 모여 있으면서 이야기하고 있다. 범지 파리자는 대중 가운데서 이렇게 말했다. 사문 고오타마는 큰 지혜가 있지마는 나도 또한 큰 지혜가 있다. 내지 사문 고오타마의 신족을 나타내는 많고 적음을 따라 나는 다 곱을 나타내리라고’. 고오타마는 지금 저 동산에 계신다. 파리자여, 너는 지금 돌아가야 한다. 그때에 파리자 범지는 차라에게 대답했다. ‘나는 곧 돌아가리라. 나는 곧 돌아가리라’고. 이 말을 마치자 평상 위에서 뒹굴면서 조용히 있지 못했다. 그 때 노끈 평상은 다시 그 발에 붙어 그는 평상에서 떠나지 못했거늘 어떻게 능히 걸어 세존의 계시는 곳으로 올 수 있었겠는가. 때에 차라는 파리자에게 말했다. ‘너는 스스로 무지하여 다만 빈말만 하는구나. 나는 곧 돌아가리라. 나는 곧 돌아가리라’고. 이 노끈 평상을 떠나지도 못하면서 어떻게 저 대중의 있는 곳으로 갈 수 있겠는가. 이렇게 파리자를 꾸짖고 곧 돌아가 대중들에게 말했다. ‘나는 여러 분의 이름으로 저 파리자에게 말했더니 그는 대답하기를 ’나는 곧 돌아가리라. 나는 곧 돌아가리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노끈 평상 위에서 그 몸을 뒹굴더니 평상이 발에 붙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는 그 노끈 평상을 떠나지 못하는데 어떻게 대중이 있는 곳으로 올 수 있겠습니까.’ 그 때 어떤 두마예차(頭摩隸車)의 아들이 대중 가운데 앉았다가 곧 자리에서 일어나 한 쪽 어깨를 드러내고 길게 꿇어앉아 손을 깍지 잡고 대중에게 말했다. ‘여러분, 잠깐만 기다리십시오. 제가 이제 거기 가서 그 사람을 끌고 오겠습니다’고 했다.”
부처님은 다시 말씀하셨다.
“나는 그 때 그 두마예차자(頭摩隸車子)아들에게 말했다. 그 사람은 이러한 말을 하고 이러한 소견을 품고 있으며 이러한 교만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 사람을 아무리 부처님의 계시는 곳으로 오도록 하고자 해도 그리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두마자야, 바로 네가 가죽 노끈으로써 여러 마리 소에 겹겹이 매고 함께 그를 끌어 그 몸이 부수어지더라도 그는 끝내 이런 말과 이런 소견과 이런 교만을 버리고 내가 있는 곳으로 올 수 없을 것이다. 만일 내 말을 믿지 못하겠거든 네가 가보면 스스로 알 것이다. 그 때 두마예차자는 일부러 파리자에게 가서 그에게 말했다. 많은 예차의 사문, 바라문, 범지, 거사들은 너의 동산에 모여 여럿이 함께 이야기하고 있다. 범지 파리자는 대중 가운데서 입으로 스스로 외쳤다. ‘사문 고오타마는 큰 지혜가 있지마는 나도 또한 큰 지혜가 있다. 내지 사문 고오타마가 그 신력을 나타내는 많고 적음을 따라 나는 다 곱을 나타낼 수 있다’고. ‘사문 고오타마는 지금 저 동산에 계신다. 너는 돌아가자고. 그 때 파리자는 곧 대답했다. 나는 곧 돌아가리라. 나는 곧 돌아가리라.’ 이 말을 마치자 그 몸을 평상 위에 뒹굴었다. 그때에 노끈 평상은 다시 그 발에 붙어 그는 그 노끈 평상을 떠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걸어서 세존의 계신 곳으로 올 수 있겠는가. 때에 두마는 파리자에게 말했다. ‘너는 스스로 무지하여 다만 빈소리만 하는구나. 나는 곧 돌아가리라. 나는 곧 돌아가리라’고. 너는 스스로 그 노끈 평상을 떠나지 못하거늘 무엇을 말미암아 대중이 있는 곳으로 갈 수 있겠는가. 두마는 다시 파리자에게 말했다. 모든 지혜있는 사람은 비유로써 해득할 수 있다. 오랜 옛날에 어떤 짐승의 왕 사자가 깊은 숲 속에 살고 있었다. 사자는 아침에 처음으로 굴에서 나올 때 사방을 돌아보고 몸을 떨치면서 세 번 외친 뒤 비로소 돌아다니면서 짐승을 잡아먹는다. 파리자여, 저 짐승의 왕 사자는 먹기를 마치고 숲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언제나 한 마리 승냥이가 그 뒤를 따라 다니면서 먹다 남은 고기를 먹고 기운이 충족하여 스스로 생각했다. ‘저 숲의 사자는 마침내 어떤 짐승이기에 능히 나보다 낫단 말인가. 나도 이제 한 숲을 차지하여 아침에 굴을 나와 사방을 돌아보고 몸을 떨치면서 세 번 외친 뒤 사방으로 돌아다니면서 짐승을 잡아먹으리라.’ 그래서 그는 한 숲에서 혼자 있다가 아침에 굴에서 나와 몸을 떨치면서 세 번 외친 뒤 사방을 돌아다녔다. 그러나 사자처럼 외치려는 것이 그만 승냥이 울음밖에 되지 않았다. 파리자여, 너도 지금 또한 그렇다. 부처님의 위엄과 은혜를 입어 목숨을 세상에 두어 사람들의 공양을 받으면서 이제 다시 여래와 다투는구나.
때에 두마자는 게송으로써 꾸짖었다.
승냥이가 사자라 일컬어
스스로 짐승의 왕이라 했다.
사자의 외침을 내려 하다가
도리어 승냥이의 소리를 내었다.
혼자 빈 숲 속에 살면서
스스로 짐승의 왕이라 했다.
사자의 외침을 내려 하다가
도리어 승냥이의 소리를 내었다.
땅에 꿇어앉아 구멍의 쥐를 찾고
무덤을 뚫어 죽은 송장 찾는다.
사자의 외침을 내려 하다가
도리어 승냥이의 소리를 내었다.
두마자는 다시 말했다. ‘너도 또한 그와 같이 부처님의 위엄과 은혜를 입고 목숨을 세상에 두어 사람들의 공양을 받으면서 이제 다시 여래와 다투는구나.’ 때에 두마자는 내 가지 비유로 바로 대고 꾸짖은 뒤 돌아가 대중에 알렸다. 나는 여러분의 이름으로 파리자를 불렀습니다. 그는 내게 ‘마땅히 돌아가리라 마땅히 돌아가리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곧 노끈 평상 위에 그 몸을 뒹굴었습니다. 때에 평상은 그 발에 붙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가 노끈 평상도 떠나지 못하는데 어떻게 이 대중에게로 올 수 있겠습니까.”
그 때 세존은 두마자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아까 너에게 말했다. ‘아무리 그 사람을 부처에게 오게 하려 해도 그것은 될 수 없다. 너는 바로 가죽끈으로 여러 소를 연달아 매고 함께 그를 끌어 그 몸이 부수어지더라도 그는 끝내 그러한 말 그러한 소견 그러한 교만을 버리고 내게 오기를 즐겨 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범지여, 나는 그 때에 곧 대중에게 여러 가지로 설법하고 교시하여 그들을 이롭고 기쁘게 하고 그 대중 속에서 세 번 사자처럼 외친 뒤 몸은 허공에 올라 본 곳으로 돌아왔다.”
부처님은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어떤 사문 바라문은 말했다. ‘일체 세간은 범자재천(梵自在天)이 만든 것이다’라고. 나는 그에게 물었다. ‘일체 세간은 참으로 범자재천이 만든 것인가’라고. 그는 대답하지 못하고 도리어 내게 물었다. ‘고오타마여, 이 일이 어떻습니까’고. 나는 그에게 대답했다. 어쩌다 이 세간이 처음으로 무너질 때 어떤 중생이 있어 목숨이 다하고 행(行)이 다해 광음천(光音天)에서 목숨을 마치고 거기서 다시 다른 공범처(空梵處)에 태어났다. 거기서 그는 사랑을 일으켜 낙착심(樂着心)을 내어 다시 다른 중생으로 하여금 이곳에 와서 나게 하려고 했다. 그 다른 중생은 목숨이 다하고 행이 다해 다시 그곳에 태어났다. 때에 그 중생은 스스로 이렇게 생각했다. ‘나는 대범천왕으로서 갑자기 있다. 나를 만든 이는 없다. 나는 능히 모든 이치의 끝까지 알고 一천 세계에서 가장 자재를 얻었다. 능히 만들고 능히 변화해 미묘하기 제일이요 모든 사람의 부모가 되었다. 내가 아까 여기 왔을 때는 오직 혼자로서 짝이 없었다. 내 힘으로 말미암아 이 중생이 있고 나는 이 중생을 만들었다. 저 다른 중생도 또한 순종하여 범왕이라 일컬어 갑자기 있었다. 모든 이치를 다 알고 一천 세계에서 가장 자재를 얻었다. 능히 만들고 능히 변화해 미묘하기 제일이요. 모든 사람의 부모가 되었다. 먼저 그 一이 있어 그 뒤에 우리가 있다. 이 대범왕이 우리를 화작(化作)했다’고. 이 모든 중생들은 거기서 목숨을 마친 뒤에는 여기에서 태어났다. 그는 점점 자라나자 수염과 머리를 깎고 세 가지 법옷을 입고 집을 나와 도를 닦았다. 그는 정의삼매(定意三昧)에 들어 삼매의 마음을 따라 전생 일을 기억하고 이렇게 생각했다. ‘이 대범천은 갑자기 생겼었다. 그를 만든 자는 없다. 그는 모든 이치를 다 알고 一천 세계에서 가장 자재를 얻었다. 능히 만들고 능히 변화해 미묘하기 제일이요, 모든 사람의 부모가 되었다. 저 대범천은 항상 있어 옮기지 않아 변하고 바뀜이 없는 법이다. 그러나 우리들은 범천의 소화(所化)이기 때문에 항상 됨이 없어 오래 머무르지 못하는 변하고 바뀌는 법이다’라고.
이와 같이 범지여, 저 사문 바라문은 이러한 이유로써 각기 말한다. ‘저 범자재천은 이 세계를 만들었다’고. 그러나 범지여, 이 세계를 만든 것은 저의 미칠 바가 아니요 오직 부처만이 안다. 또 이 일보다 더한 것도 부처는 다 안다. 그것을 알지마는 거기에 집착하지 않는다. 고, 집, 멸, 미과, 출요(苦集滅味過出要)를 여실히 안다. 평등한 관찰로써 남김없이 해탈한 것을 이름하여 여래라 한다.
부처님은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어떤 사문 바라문은 이렇게 말한다. ‘장난의 웃음과 게으름은 중생의 시초다’라고. 나는 그들에게 말했다. 어떻게 ‘너희들은 진실로 장난의 웃음과 게으름을 중생의 처음이라고 말하는가’고. 그들은 대답하지 못하고 도리어 내게 물었다. ‘고오타마여, 이 일이 어떻습니까’고. 때에 나는 대답했다.
“어떤 광음천의 중생이 있어 장난의 웃음과 게으르기를 좋아하다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 이 세상에 태어났다. 그는 점점 자라나자 수염과 머리를 깎고 세 가지 법옷을 입고 집을 나와 도를 닦았다. 그는 곧 심정삼매(心定三昧)에 들어 삼매의 힘으로써 전생 일을 알았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저 다른 중생은 장난의 웃음을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항상 저기 있으면서 깊이 머물러 변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는 온갖 장난의 웃음을 좋아했기 때문에 이 무상하고 변하는 중생이 되었다’고. 이와 같이 범지여, 저 사문 바라문은 이 이유로써 장난의 웃음을 중생의 처음이라고 한다. 이러한 것은 오직 부처가 아시고 이보다 더한 것도 또한 안다. 그러나 알면서도 거기에 집착하지 않는다. 집착하지 않음으로써 고, 집, 멸, 미과, 출요를 여실히 안다. 그래서 평등한 관찰로써 남음 없이 해탈했기 때문에 이름하여 여래라 한다.”
부처님은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어떤 사문 바라문은 말했다. ‘실의(失意)는 중생의 처음이다’라고. 나는 그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참으로 실의를 중생의 처음이라고 하는가’고. 그들은 대답하지 못하고 도리어 내게 말했다. ‘고오타마여, 이 일이 어떻습니까’라고. 나는 그들에게 말했다. 어떤 중생이 있어 이리 저리 서로 보다가 그만 실의했다. 그 때문에 그는 목숨을 마친 뒤 이 세상에 태어났다. 그는 점점 자라나 수염과 머리를 깎고 세 가지 법옷을 갖추고 집을 떠나 도를 닦았다. 심정삼매에 들어 삼매의 힘으로 전생 일을 알고 이렇게 말했다. ‘저 중생들은 이리 저리 서로 보지 않았기 때문에 실의하지 않는다. 그래서 항상 머물러 변하지 않는다. 우리는 저기서 자주자주 서로 보았기 때문에 곧 실의하여 이 무상하고 변하는 중생이 되었다’고. 이와 같이 범지여, 저 사문 바라문은 이런 이유로써 실의를 중생의 비롯이라 한다. 이런 것은 오직 부처님이 알고 이보다 더한 것도 또한 안다. 알면서도 거기에 집착하지 않음으로써 고, 집, 멸, 미과, 출요를 여실히 안다. 그래서 평등한 관찰로써 남음 없이 해탈한 것을 이름하여 여래라 한다.”
부처님은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어떤 사문 바라문은 말했다. ‘나는 아무 원인 없이 났다’고. 나는 그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참으로 본래 원인 없이 났는가’고. 그들은 대답하지 못하고 도리어 내게 물었다. 때에 나는 대답했다. 어떤 중생은 생각도 없고 알음도 없었다. 그 중생은 생각을 일으킴으로 말미암아 곧 목숨을 마친 뒤 이 세상에 태어났다. 그는 점점 자라나 수염과 머리를 깎고 三법옷을 입고 집을 떠나 도를 닦았다. 그는 곧 심정삼매에 들어 삼매의 힘으로 전생 일을 알고 곧 이렇게 말했다. ‘나는 본래 없었는데 지금 갑자기 있다. 이 세간은 본래 없었는데 지금 갑자기 있다. 이것은 진실하고 다른 것은 허망하다’고. 이와 같이 범지여, 사문 바라문은 그 이유로써 원인 없이 났다고 한다. 그러나 오직 부처님만이 이것을 알고 이보다 더한 것도 또한 안다. 알면서도 거기에 집착하지 않음으로써 고, 집, 멸, 미과, 출요를 여실히 안다. 그래서 평등한 관찰로써 남음 없이 해탈한다. 그러므로 이름하여 여래라 한다.”
부처님은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말한 것은 이와 같다. 어떤 사문 바라문은 그윽한 곳에서 나를 비방해 말했다. ‘사문 고오타마는 스스로 말하기를 내 제자는 깨끗한 해탈에 들어가 깨끗한 행을 성취했지마는 그는 청정만 알고 깨끗한 것을 두루 모른다’고. 그러나 나는 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내 제자는 깨끗한 해탈에 들어가 깨끗한 행을 성취했지마는 그는 청정만 알고 깨끗한 것은 두루 모른다’고 말하지 않았다. 범지여 나는 스스로 말한다. ‘내 제자는 깨끗한 해탈에 들어가 깨끗한 행을 성취했다. 그는 청정을 알고 일체가 두루 깨끗함을 안다.”
이 때 범지는 부처님께 여쭈었다.
“그는 좋은 이익을 얻지 못하고 사문 고오타마를 비방해 말했습니다. 사문은 스스로 말하기를 ‘내 제자는 깨끗한 해탈에 들어가 깨끗한 행을 성취했다. 그러나 그는 청정만 알고 깨끗한 것을 두루 알지 못하였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세존은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고 스스로 말씀하시기를 ‘내 제자는 깨끗한 해탈에 들어가 깨끗한 행을 성취했다. 그리고 그는 청정을 알고 일체가 두루 깨끗함을 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는 또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도 또한 마땅히 이 깨끗한 해탈에 들어가 깨끗한 행을 성취하고 일체를 두루 알겠습니다.”
부처님은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거기에 들어가고자 하지마는 그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너의 소견이 다르고 인내(忍耐)가 다르며 행이 다르다. 다른 소견에 의해 깨끗한 해탈에 들어가려 해도 그것은 되기 어려운 일이다. 다만 너의 부처님은 좋아하고 즐거워하는 마음을 끊어지지 않게 하면 영원히 안락을 얻을 것이다.”
그 때 방가바 범지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환희하며 받들어 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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