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경전/증일아함경

증일아함경 제39권

다르마 러브 2012. 7. 17. 11:18

 

증일아함경 제 三十九권

 

제 四十三 마혈천자품 2

 

"그 때에 악마 파이피야스는 성이 불꽃처럼 일어나 곧 사자(師子) 대장에게 명령하였다.

'빨리 네 무리의 군사를 모아라. 저 사문을 치러 가리라. 그리고 어떤 세력이 있기에 나와 싸울 수 있는지 관찰해 보라.'

나는 그 때에 생각하였다. '보통 사람이 싸우려 하여도 잠자코 있을 수 없겠거늘 하물며 욕심 세계의 호귀한 사람이겠는가. 반드시 저와 싸워야 하겠다.'

비구들이여, 나는 그 때에 인자(仁慈)의 갑옷을 입고 삼매의 활과 지혜의 화살을 손에 들고 그들을 기다렸다.

그 때에 악마 대장이 거느린 군사의 수는 十八억이었고 그들의 얼굴은 각각 달라 원숭이와 사자들의 모양으로 내게 왔다. 그 야차 무리들은 한 몸에 몇 개의 머리를 가졌고 혹은 수 十개 몸에 한 머리를 가졌으며 두 어깨에 목은 셋이요 가슴에 바로 입이 붙어 있었다. 혹은 외손이요 혹은 두 손이며 혹은 네 손이었다.

두 손으로 머리를 받치고 입에는 죽은 뱀을 물었으며 혹은 머리에 불이 붙고 입으로 불빛을 내며 두 손으로 입을 벌리고 앞으로 나와 잡아먹으려 하기도 하였다. 혹은 배를 가르고 서로 마주 보며 손에는 칼을 잡고 창을 둘러메었다. 혹은 절구를 들었고 혹은 산을 메었으며, 돌을 지고 큰 나무를 둘러메기도 하였고 혹은 두 다리가 위에 있고 머리가 밑에 있기도 하였다. 혹은 코끼리, 사자, 호랑이, 이리, 독충을 타기도 하였고 혹은 걷기도 하고 공중을 나르기도 하였다.

그 때에 악마는 이러한 무리들을 거느리고 내가 앉아 있는 보배 나무를 둘러쌌다. 때에 악마 파아피야스는 내 왼쪽에서 내게 말하였다.

'사문이여, 빨리 일어나라.'

비구들이여, 나는 그 때에 잠자코 대답하지 않았다. 이렇게 두 번 세 번 되풀이하였다.

악마는 내게 말하였다.

'사문이여, 내가 두렵지 않는가.'

나는 말하였다.

'나는 지금 마음을 바로 가져 두려움이 없노라.'

'사문이여, 너는 과연 나의 네 무리 군사를 보는가. 그런데 너는 혼자 몸으로서 무기도 군사도 없지 않은가. 까까머리에 드러난 몸에는 세 가지 옷이 있을 뿐이구나.'

'나는 두려움이 없다.'

그 때에 나는 파아피야스를 향해 다음 게송으로 말하였다.

 

자비의 갑옷과 삼매의 활

손에는 지혜의 화살 잡았고

복된 업으로 군사를 삼았거니

이제 나는 네 군사 쳐부수리라.

 

때에 악마 파아피야스는 다시 네게 말하였다.

'나는 사문에게 많은 이익을 주리라. 만일 내 말을 듣지 않으면 바로 너를 잡아 그 몸을 가루로 만들 것이다. 지금 사문은 얼굴이 단정하고 나이는 한창 청춘이며 크샤트리야의 전륜왕의 종족으로 태어났다. 빨리 여기서 일어나 다섯 가지 향락을 누려라. 나는 장차 너를 전륜성왕이 되게 하리라.'

나는 대답하였다.

'네가 말하는 것은 덧없고 변하는 것으로서 오래 머무르지 못하는 것이다. 그것은 버려야 할 것으로서 내가 탐내는 바가 아니다.'

'사문은 지금 무엇을 구하며 무엇을 원하는가.'

'내가 원하는 것은 근심과 두려움이 없는 곳, 즉 안온하고 담박한 열반성(涅槃城)으로서, 생사에 떠돌고 고뇌에 잠겨 있는 이 중생들을 바른 길로 인도하는 일이다.'

'사문이여, 만일 지금 빨리 일어나지 않고 그대로 앉았으면 나는 네 다리를 잡아 바다 밖에 던지리라.'

'나는 천상, 인간을 관찰하건대 악마나 하늘 악마나 사람이나 혹은 사람 아닌 것이나 너의 네 무리로서는 내 털 하나도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

'사문은 지금 나와 싸우고자 하는가.'

'너의 원수는 누군가.'

'교만이란 것, 즉 증상만이니 자만, 사만, 만중만, 증상만이니라.'

'너는 무슨 이치로 그 여러 가지 교만을 없애는가.'

나는 대답하였다.

'파아피야스야, 알라. 자인삼매(慈仁三昧), 비삼매(悲三昧), 희삼매(喜三昧), 호삼매(護三昧), 공삼매(空三昧), 무원삼매(無願三昧), 무상삼매(無相三昧)가 있다. 자인삼매로 말미암아 비삼매를 얻고 비삼매로 말미암아 희삼매를 얻으며 희삼매로 말미암아 호삼매를 얻고 공삼매로 말미암아 무원삼매를 얻으며 무원삼매로 말미암아 무상삼매를 얻는다. 이 세 가지 삼매의 힘으로 너와 싸울 것이다. 행이 다하면 괴로움이 다하고 괴로움이 다하면 결박이 다하며 결박이 다하면 열반에 이르느니라.'

그는 말하였다.

'사문이여, 혹 법으로써 법을 멸할 수 있는가.'

나는 대답하였다.

'법으로써 법을 멸할 수 있느니라.'

'어떻게 법으로써 법을 멸할 수 있는가.'

'바른 소견으로 삿된 소견을 멸하고 삿된 소견으로 바른 소견을 멸하며 바른 다스림으로 삿된 다스림을 멸하고 삿된 다스림으로 바른 다스림을 멸하며 바른 말로 삿된 말을 멸하고 삿된 말로 바른 말을 멸하며 바른 업으로 삿된 업을 멸하고 삿된 업으로 바른 업을 멸하며 바른 생활로 삿된 생활을 멸하고 삿된 생활로 바른 생활을 멸하며 바른 방편으로 삿된 방편을 멸하고 삿된 방편으로 바른 방편을 멸하며 바른 생각으로 삿된 생각을 멸하고 삿된 생각으로 바른 생각을 멸하며 바른 선정으로 삿된 선정을 멸하고 삿된 선정으로 바른 선정을 멸하는 것이다.'

그는 말하였다.

'지금 사문은 그런 말을 하지마는 그것은 하기 어려운 것이다. 너는 지금 빨리 일어나 내가 너를 잡아 바다 밖에 던지는 일이 없게 하라.'

때에 나는 다시 말하였다.

'너는 옛날 한 번 보시하는 복을 지어 지금 욕심 세계의 마왕이 되었지마는 내가 옛날 지은 공덕은 이루 다 헤아릴 수가 없다. 그런데 어떻게 너는 지금 막 매우 어렵다고 말하는가.'

그는 대답하였다.

'내가 옛날 지은 복은 네가 지금 증명하였다. 네가 지금 스스로 무수한 복을 지었다고 말하는 것은 누가 증명하는가.'

비구들이여, 나는 그 때에 오른 손을 펴서 손가락으로 땅을 어루만지면서 그에게 말하였다.

'내가 지은 공덕은 이 땅이 알아 증명하느니라.'

내가 이렇게 말할 때에 지신이 땅에서 솟아올라 합장하고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알아 증명하나이다.'

지신이 이렇게 말하자 악마 파아피야스는 근심하고 괴로워하면서 이내 사라져 나타나지 않았느니라.

비구들이여, 이런 사실로 보아 알 수 있다. 즉 법도 오히려 멸하거늘 하물며 그른 법이겠느냐.

나는 항상 너희들을 위해 일각유경(一覺喩經)을 설명하였지마는 그 글도 기록하지 않았는데 더구나 그 뜻을 알 수 있겠는가. 왜 그러냐 하면 그 법은 그윽하고 깊어 성문이나 벽지불로서 이 법을 수행하는 이는 큰 공덕을 얻어 단 이슬이 하염없는 곳을 얻기 때문이다.

뗏목 비유란 무엇인가. 이른바 교만을 의지하여 교만을 없애는 것이니 교만이 모두 없어지면 다시는 온갖 번뇌의 어지러운 생각이 없어지느니라.

마치 삵쾡이의 가죽을 잘 다루고 거기에 또 주먹으로 두드리면 그것은 소리도 없고 뻣뻣한 데도 없는 것처럼 만일 비구로서 교만이 없어지면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것이 전연 없게 되느니라. 그러므로 나는 너희들에게 말하는 것이다. '도적에게 사로잡히더라도 나쁜 생각을 내지 말고 사랑하는 마음을 일체 세계에 두루 채워, 저 지극히 부드러운 가죽처럼 되면, 그는 언제나 하염없는 곳에 있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항상 이와 같이 생각하라."

이렇게 설법할 때에 그 자리에 三천 천자는 모든 번뇌가 다해 법눈이 깨끗하게 되었고, 六十여 비구는 법복을 버리고 속인으로 돌아갔으며, 또 六十여 비구는 번뇌가 다하고 뜻이 풀려 법눈이 깨끗하게 되었다.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六.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마가다국의 신지(神祗) 강가아 강가에서 五백의 큰 비구들과 함께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마가다의 어떤 소치는 사람은 어리석어 지혜가 적었다. 그는 소를 강가아 강 이쪽 언덕에서 저쪽 언덕으로 건네 보내려 하였다. 그러면서도 그는 양쪽 기슭의 깊고 얕은 곳도 살펴보지 않고 곧 소를 몰아 물에 넣었다. 먼저 약한 놈과 아직 어린 송아지를 건너게 하였는데 그들은 물 복판에서 매우 피로해져서 저쪽 언덕까지 가지 못하였다.

다음에는 그리 힘세지도 않고 그리 약하지도 않는 중간 소를 건너게 하였으나 그들도 건너지 못하고 중간에서 고통을 받았다. 다음에는 아주 힘센 놈을 건너게 하였으나 그들도 물 복판에서 곤란을 받았다.

그와 같이 지금 내 제자 중에도 마음이 어둡고 둔해서 지혜가 없고 생, 사의 자리를 분별하지 못하며 악마의 다리[橋]나 배[船]를 분별하지 못하면서 생, 사의 흐름을 건너려 하지마는, 그는 계율이란 법을 익히지 못하였기 때문에 곧 파아피야스가 그 틈을 보게 된다. 삿된 길을 좇아 열반을 구해 그것을 얻으려 하지마는 마침내 그 결과를 얻지 못한다. 그래서 스스로 죄업을 짓고 또 남을 떨어뜨려 죄에 빠지게 하느니라.

또 마가다국의 어떤 소치는 사람은 영리하고 지혜가 많았다. 그는 소를 이쪽 언덕에서 저쪽 언덕으로 건너 보내려 할 때에 먼저 깊고 얕은 곳을 살펴보고 아주 힘센 소를 앞에 건너게 하여 저쪽 언덕에 이르렀다. 다음에는 그다지 힘세지도 않고 그리 약하지도 않은 중간 소를 건너게 하여 저쪽 언덕에 이르렀다. 다음에는 아주 약한 놈을 건너게 하여 무사히 건넜고 송아지들은 그 뒤를 따라 또 무사히 건넜느니라.

비구들이여, 여래도 그와 같이 금세, 후세를 잘 살펴보고 생, 사의 바다와 악마의 길을 관찰하고는 스스로 여덟 가지 바른 길을 따라 생, 사의 어려움을 건넜으며 또 그 길로서 건너지 못할 이를 건너게 하느니라.

마치 저 소를 바르게 인도하여 하나가 바르면 다른 놈은 다 그것을 따르는 것처럼 내 제자도 그와 같아서 번뇌가 다하고 번뇌가 없게 되어 마음이 해탈하고 지혜가 해탈하여 현세에서 몸으로 증득하여 스스로 노닐면서 악마의 경계를 지나 하염없는 곳에 이르게 되느니라.

또 저 힘 센 소가 강가아 강을 건너 저쪽 언덕에 이르는 것처럼 내 성문들도 그와 같아서 욕심 세계의 다섯 가지 결박을 끊어 아나함을 이루고 거기서 열반하여 이 세상에 돌아오지 않고 악마의 경계를 지나 하염없는 곳에 이르느니라.

저 그리 힘세지도 않고 그리 약하지도 않은 중간 소가 강가아 강을 의심 없이 건너는 것처럼 내 제자도 그와 같아서 세 가지 결박을 끊고 음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엷어져 사다함을 이루고 이 세상에 와서 괴로움을 벗어나 악마의 경계를 끊고 하염없는 곳에 이르느니라.

저 쇠약한 소가 송아지를 이끌고 강가아 강을 건너는 것처럼 내 제자도 그와 같아서 번뇌를 끊고 수다원을 이루어 반드시 건너게 되고 악마의 경계를 지나 생, 사의 어려움을 건너느니라.

저 송아지가 그 어미를 따라 건너게 되는 것처럼 내 제자들도 그와 같아서 믿음을 갖고 법을 받들어 악마의 결박을 끊고 하염없는 곳에 이르느니라."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곧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생, 사의 끝을 다하지 못하면

그는 악마에 붙들리지만,

이제 여래는 끝까지 보아

지혜의 밝음을 세상에 나타낸다.

 

모든 부처님의 깨달아 아는 것을

범지들은 그것을 알지 못한다.

그러면서 나고 죽는 언덕을 건너고

건너지 못한 이를 건네주려 한다.

 

이제 이 다섯 가지 종류의 사람과

그 밖에는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이는

생, 사의 어려움을 건너려 하나

부처의 위신력을 다하기 어려우리.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그 마음을 알뜰히 하여 방일한 행이 없도록 하고 또 방편을 구해 성현의 여덟 가지 길을 성취하도록 하라. 성현의 길을 의지하면 곧 생, 사의 바다를 건너게 되리라. 왜 그러냐 하면, 저 어리석은 소치는 사람은 바로 외도 범지들로서 스스로도 생, 사의 흐름에 빠지고 또 남을 떨어뜨려 죄에 빠지게 한다. 저 강가아 강은 곧 생, 사의 바다요, 저 지혜로운 소치는 사람은 바로 이 여래요, 생, 사의 어려움을 건넌다는 것은 성현의 여덟 가지 길을 말미암는 것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은 방편을 구해 여덟 가지 성현의 길을 성취하도록 하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七.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아자그리하 성의 지바카의 동산에서 천 二백 五十 제자들과 함께 계셨다. 그들은 다 아라한으로서 온갖 번뇌가 이미 없어졌고 여섯 가지 신통이 밝게 트이었는데 오직 아아난다 비구 한 사람만은 그렇지 않았다.

그 때에 아자아타사트루 왕은 七월 보름날 포살회(布薩會) 때를 맞이하였는데 밤중에 샛별이 나타났다. 왕은 월광 부인에게 말하였다.

"지금 보름달은 둥글고 밤은 매우 청명하오. 무엇을 하면 좋겠소."

부인은 대답하였다.

"오늘은 보름날, 계율을 설명하는 날입니다. 풍류를 잡히고 다섯 가지 향락을 즐기면 좋겠습니다."

왕은 그 말을 듣고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왕은 다시 우타야 태자에게 물었다.

"오늘밤은 매우 청명한데 무엇을 하면 좋겠는가."

태자는 아뢰었다.

"이렇게 청명한 밤에는 네 종류 군사를 모아 다른 나라의 바깥 도적들로서 항복하지 않은 자를 가서 쳤으면 좋겠습니다."

왕은 그 말을 들었으나 역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다시 무외(無畏) 태자에게 물었다.

"이렇게 청명한 밤에는 무엇을 하면 좋겠는가."

무외는 아뢰었다.

"지금 푸우라나 카아샤파는 온갖 산수(算數)에 밝고 천문, 지리를 겸해 알아 사람들의 숭앙을 받습니다. 그에게 가서 이 의심을 물으면 그는 왕을 위해 극히 묘한 이치를 설명하여 다시는 걸림이 없어질 것입니다."

왕은 그 말을 들었으나 역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왕은 다시 수니마 대신에게 물었다.

"이렇게 청명한 밤에는 무엇을 하면 좋겠는가."

수마니는 아뢰었다.

"밤은 이렇게 청명합니다. 지금 아지타는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그는 아는 것이 많습니다. 원컨대 대왕은 그에게 가서 그 마땅한 것을 물으소서."

왕은 그 말을 들었으나 역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왕은 다시 바라문에게 물었다.

"이렇게 청명한 밤에는 무엇을 하면 좋겠는가."

바라문은 아뢰었다.

"지금 보름날, 밤은 매우 청명합니다. 지금 구야루가 여기서 멀지 않는 곳에 있습니다. 원컨대 대왕은 그에게 가서 그 뜻을 물으소서."

왕은 그 말을 들었으나 역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왕은 다시 마특 범지에게 물었다.

"이렇게 청명한 밤에는 무엇을 하면 좋겠는가."

범지는 아뢰었다.

"대왕은 알으소서. 저 파휴가전은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원컨대 대왕은 그에게 가서 그 뜻을 물으소서."

왕은 그 말을 들었으나 역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왕은 다시 군사를 맡은 색마에게 물었다.

"이렇게 청명한 밤에는 무엇을 하면 좋겠는가."

색마는 아뢰었다.

"저 선필로지가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그는 온갖 산수에 밝습니다. 그에게 가서 물으소서."

왕은 그 말을 들었으나 역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왕은 다시 최승(最勝) 대신에게 물었다.

"지금 보름달은 이처럼 청명한데 무얼 하면 좋겠는가."

최승은 아뢰었다.

"지금 니르그란타가 있습니다. 그는 모든 경전을 두루 보아 스승 중에서 최상입니다. 원컨대 대왕은 그에게 가서 그 뜻을 물으소서."

왕은 그 말을 들었으나 역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왕은 생각하였다. '이 사람들은 모두 어리석고 미혹하여 참과 거짓을 분별하지 못하고 교묘한 방편도 없다.'

그 때에 지바카 왕자는 왕의 왼쪽에 있었다. 왕은 지바카를 돌아보고 물었다.

"이처럼 청명한 밤에는 무얼 하면 좋겠는가."

때에 지바카는 앞으로 나아가 꿇어앉아 아뢰었다.

"지금 여래께서는 여기서 멀지 않은 빈취(貧聚)동산에서 노닐으시면서 천 二백 五十 제자들을 데리고 계십니다. 원컨대 대왕께서는 거기 가서 그 뜻을 물으소서. 그 여래는 광명이 되어 어떤 의심이나 걸림이 없고 삼세의 일을 다 알아 꿰뚫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그가 왕을 위해 그 일을 연설하시면 왕께서 가지신 의심은 탁 트이어 스스로 깨닫게 될 것입니다."

왕은 지바카의 말을 듣고 기뻐 뛰면서 착한 마음이 생겨 곧 지바카를 찬탄하였다.

"착하고 착하다. 왕자는 그런 말을 잘 하였다. 왜 그러냐 하면 지금 내 몸과 마음은 불타고 있다. 또 나는 이유 없이 부왕을 죽였다. 나는 항상 이렇게 생각하였다. '누가 내 마음을 깨우쳐 주겠는가.' 지금 지바카가 한 말은 내 마음에 꼭 들었다. 참으로 기특한 일이다. 여래라는 말만 들어도 번쩍 크게 깨닫겠구나."

때에 왕은 지바카를 향해 다음 게송으로 말하였다.

 

오늘 이 밤은 못내 청명하건만

내 마음 마침내 깨닫지 못하네

누구에게 가서 그 이치 물을까를

너희들은 제각기 말하였지만

 

그러나 저 푸우라나, 아지타,

니르그란타와 범지의 제자들

그들은 의지할 수 없는 사람들

또 능히 사람을 구제 못하네

 

오늘 이 밤은 못내 청명해

달은 둥글어 흐림 없거니

내 이제 지바카 네게 묻노니

누구에게 나아가 법을 물으리.

 

때에 지바카도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부드럽고 연한 그 음성만 들어도

저 마카라 고기를 벗어나리니

원컨대 곧 부처님께 나아가

두려움 없는 곳에 아주 살으소서.

 

왕은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내 옛날부터 하여 온 일이

부처님께 이익된 일 못하였노라

저 부처의 참 제자 죽였나니

그의 이름은 빔비사아라였네

 

나는 이제 못내 부끄럽고 창피해

세존님을 뵈올 낯이 없거니

너는 어떻게 내게 말하는가

그 분을 곧 가서 뵈어야 한다고.

 

지바카도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부처는 '이다, 저다' 분별이 없고

온갖 번뇌가 이미 아주 없어져

평등하여 두 가지 마음 없나니

이것이 부처 법의 본 뜻입니다.

 

비록 저 찬다나 향을

오른 손에 바른다거나

칼을 들어 왼손을 끊는다 해도

그 마음 조금도 흔들리지 않나니

 

그 아들 라아훌라를 가엾이 여기듯

꼭 같은 숨길로서 둘이 없으며

마음을 갖고 데바닷타 대하여도

원수와 친한 이 다름이 없네

 

원컨대 대왕은 몸을 굽히어

저 여래님 얼굴을 가서 뵈옵고

그 가진 의심을 끊어야 하네

거기는 조금도 주저할 것 없어라.

 

때에 아자아타사트루 왕은 지바카 왕자에게 말하였다.

"너는 지금 빨리 五백 마리 숫코끼리와 五백 마리 암코끼리를 멍에하고 五백 개 등불을 밝혀라."

"그리하겠습니다, 대왕이시여."

그 때에 자바카 왕자는 천 마리 코끼리를 멍에하고 五백 개 등불을 켜고는 왕에게 나아가 아뢰었다.

"준비는 끝났습니다. 대왕은 때를 알아하소서."

왕은 많은 시중꾼을 데리고 배나무 동산으로 가다가 도중에서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들어 몸의 털이 일어섰다. 왕은 지바카 왕자를 돌아보고 말하였다.

"내가 지금 너에게 잘못 끌리는 것이 아닌가. 나를 데리고 장차 원수의 집에 가려는 것이 아닌가."

지바카는 아뢰었다.

"그럴 리가 없습니다. 원컨대 대왕은 좀 더 앞으로 가소서. 이제 여래님은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계십니다."

왕은 그래도 두려운 생각이 들어 거듭 말하였다.

"과연 너에게 유혹된 것이 아닌가. 또 들으매 여래님은 천 二백 五十 제자를 거느리셨다는데 지금 그 소리를 들을 수 없구나."

지바카는 아뢰었다.

"여래님 제자들은 항상 삼매에 들어 있어 어지러운 생각이 없습니다. 원컨대 대왕은 좀 더 나아가소서."

아자아타샤트루 왕은 수레에서 내려 문에 들어가 강당 앞에 이르러 잠자코 서서 성중(聖衆)들을 관찰하다가 지바카를 돌아보고 말하였다.

"여래님은 지금 어디 계시느냐."

그 때에 모든 성중들은 모두 불꽃 삼매에 들어 그 광명을 강당을 남김없이 두루 비추었다.

이 때에 지바카는 꿇어앉아 오른 손을 펴서 여래님을 가리키면서 말하였다.

"저 제일 한복판에 계시는 저 분이 바로 여래이십니다. 마치 해가 구름을 헤치고 빛나는 것 같습니다."

왕은 지바카에게 말하였다.

"참으로 기이하고 특별한 일이다. 지금 저 성중들의 마음이 고요함이 저렇듯 하구나. 또 무슨 인연으로 이런 광명이 있는가."

지바카는 아뢰었다.

"삼매의 힘으로 광명을 놓기 때문입니다."

왕은 다시 말하였다.

"나는 지금 이 성중을 관찰하건대 매우 고요하다. 우리 우타야 태자도 이처럼 고요하여 하염없게 하리라."

때에 아자아타사트루 왕은 합장하고 사뢰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를 보아 주소서."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잘 오셨소, 대왕이여."

왕은 여래님의 음성을 듣고 매우 기뻐하였다. 여래께서 '왕'이라고 부르셨기 때문이었다.

때에 아자아타사트루 왕은 곧 부처님 앞으로 나아가 땅에 엎드려 두 손을 여래님 발 위에 얹고 사뢰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가엾이 여겨 이 참회를 받아 주소서. 죄 없는 부왕을 잡아 해쳤나이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이 참회를 받아 주소서. 다시는 범하지 않겠나이다. 과거를 고치고 미래를 닦겠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지금이 바로 그 때다. 마땅히 곧 참회하여 때를 놓치지 말라. 대개 사람이 세상을 살아갈 때 허물이 있어도 곧 스스로 고치면 그는 상인(上人)이라 불리느니라. 내 법은 매우 넓고 크다. 곧 참회하는 것이 좋다."

이 때에 왕은 여래님 발에 예배하고 허락하시면 감히 여쭙겠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의심이 있으면 곧 묻는 것이 좋다."

왕은 사뢰었다.

"현세에서 복을 지으면 현세에서 그 갚음을 받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과거에도 이 이치를 주구에게 물어 본 일이 있는가."

왕은 사뢰었다.

"저는 일찍 이 이치를 푸우라나 카아샤파에게 물어 보았나이다. 즉 '어떤가, 푸우라나 카아샤파여, 현세에서 복을 지으면 현세에서 그 갚음을 받는가.'

그는 제게 대답하였나이다.

'복도 없고 보시도 없으며 이승, 저승의 선, 악의 갚음도 없다. 세상에는 아라한 따위를 성취한 이도 없다.'

저는 그 때에 '과보를 받는 것'에 대해 물었삽더니 그는 '없느니라.'고 대답하였나이다. 그것은 마치 어떤 사람이 '외는 어떤 것이냐'고 물었을 때 '벚은 이런 것이다'고 대답하는 것처럼, 그 카아샤파도 그와 같았나이다.

그 때에 저는 생각하였나이다.

'이 범지는 우리 귀족인 왕종이 묻는 뜻을 알지 못하고 다만 방편으로 다른 일을 끌어 와 대답한다.'

세존이시여, 나는 그 때에 그 목을 베고 싶었지마는 그 말만 받아들이지 않고 이내 보내고 말았나이다.

저는 다시 아지타에게 가서 그 이치를 물었을 때에 그는 제게 말하기를, '만일 강 왼쪽에서 중생을 죽여 한량없는 죄를 지었더라도 그 죄도 없고 또한 나쁜 과보도 없다.'하였나이다.

세존이시여, 저는 그 때에 생각하였나이다. '나는 지금 현세에 과보를 받는 이치를 물었는데 이 사람은 죽임을 가지고 대답한다. 마치 어떤 사람이 '배[梨]는 어떤 것이냐고 물었을 때 벚을 가지고 대답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저는 그를 버리고 떠났나이다.

저는 다시 구야루에게 가서 그 이치를 물었을 때 그는 대답하기를. '강 오른쪽에서 온갖 공덕을 지어 헤아릴 수 없더라고 거기에는 좋은 과보가 없다.'고 하였나이다. 그 때에 저는 다시 생각하였나이다. '내가 지금 물은 이치를 이 이는 끝내 대답하지 못한다.' 그래서 그를 보리고 떠났나이다.

저는 다시 파휴가전에게 가서 그 이치를 물었을 때 그는 대답하였나이다.

'한 사람이 세상에 나오면 한 사람은 죽는다. 오직 한 사람이 왔다 갔다 하면서 그 괴로움과 즐거움을 받는다.' 그 때에 나는 다시 생각하였나이다. '나는 지금 현세의 갚음을 물었는데 이 이는 생, 사를 가지고 대답한다.' 그래서 그를 버리고 떠났습니다.

나는 다시 선필로지에게 가서 그 이치를 물었을 때 그는 대답하였나이다.

'과거는 이미 지나 다시는 생기지 않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으매 그것도 없는 것이요 현재는 머무르지 않는다. 머무르지 않으면 변하고 바뀌는 것이다.' 때에 나는 다시 생각하였나이다. '나는 지금 현세의 갚음을 물었는데 이 이는 三세를 가지고 대답한다. 이것은 바른 이치가 아니다.' 그래서 그를 버리고 떠났나이다.

저는 다시 니르그란타에게 가서 그 이치를 물었나이다. 즉, '어떤가, 니르그란타여, 혹 현세에서 복을 지으면 현세의 갚음을 받는가.'

그는 대답하였나이다.

'아무 인연도 없이 중생은 결박되고 아무 인연도 없이 중생은 결박에 집착하며 아무 인연도 없이 중생은 청정하게 된다.'

때에 저는 다시 생각하였나이다. '이 범지들은 어리석고 미혹하여 참과 거짓을 분별하지 못하는 것은 마치 장님이 눈 없는 것과 같다. 내가 묻는 이치를 끝내 대답하지 못한다. 전륜성왕의 종족을 희롱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그를 버리고 떠났나이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그 이치를 여쭙나이다. 현세에서 복을 지으면 현세에서 그 갚음을 받나이까. 원컨대 세존께서는 그 이치를 말씀하여 주소서."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나는 지금 왕에게 그 이치를 물을 것이니 마음대로 대답하시오. 대왕이여, 혹 술광[酒庫]을 맡은 이나 재상으로서 그 좌우의 심부름꾼에게 상을 주어 보호하는 이가 있는가."

왕은 사뢰었다.

"예, 있나이다."

"만일 그 심부름꾼이 오랫동안 수고하였으면 상을 주어야 하는가."

"그 공을 따라 표창하여 원망이 없게 하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이런 사실로 보아서도 현세에 복을 지으면 현세에 갚음을 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소. 어떠시오. 대왕이여, 이미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으로서 예의로써 백성을 사랑한다면 상을 주는가."

왕은 사뢰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맛난 음식을 같이 먹으면 목숨을 걸고도 원망하지 않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이런 사실로 보아서도 알 수 있는 것이오. 원래는 비록 천한 출생이라도 점점 공을 쌓으면 왕과 즐거움을 같이할 수 있는 것이오. 그러므로 현세에서 복을 지으면 현세에서 그 갚음을 얻는 것이오."

세존께서는 다시 말씀하셨다.

"여러 해 동안의 공로가 있는 사람이 왕에게 와서 '우리가 이미 공을 세운 것은 왕께서도 분명히 아십니다. 우리는 왕에게 우리 소원을 청하려고 합니다.'고 한다면 왕은 그 소원을 들어주겠는가."

왕은 사뢰었다.

"그들의 소원을 따라 어기지 않겠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만일 그 공로 있는 사람이 왕을 하직하고 수염과 머리를 깎고 세 가지 법복을 입고 집을 떠나 도를 배우면서 청정한 행을 닦으려고 한다면 왕은 들어주겠는가."

왕은 사뢰었다.

"그렇습니다. 들어주겠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만일 그가 수염과 머리를 깎고 집을 떠나 도를 배우면서 내 곁에 있는 것을 본다면 왕은 무슨 일을 하겠는가."

왕은 사뢰었다.

"받들어 섬기고 공양하며 때를 따라 예배하겠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이 사실로 보아서도 현세에서 복을 지으면 현세에서 갚음을 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오. 또 만일 그 공로가 있는 사람이 계율을 완전히 갖추어 가져 범함이 없다면 왕은 무슨 일을 하겠는가."

왕은 사뢰었다.

"목숨을 마칠 때까지 의복, 음식, 침구, 의약 등을 공급해 모자람이 없도록 하겠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이 사실로 보아서도 현재 몸으로 복을 지으면 현세의 갚음을 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오. 또 만일 그가 사문이 되어 번뇌를 다해 번뇌가 없이, 마음이 해탈하고 지혜가 해탈하고 몸으로 증득하여 자유로이 노닐면서, 생, 사가 이미 다하고 범행이 이미 서고 할 일을 이미 마쳐 다시는 후생 몸을 받지 않을 줄을 여실히 안다면 왕은 무슨 일을 하겠는가."

왕은 사뢰었다.

"저는 목숨을 마칠 때까지 받들어 섬기고 의복, 음식, 침구, 의약 등을 공양하여 모자람이 없게 하겠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이런 사실로 보아서도 현세에서 복을 지으면 현세의 갚음을 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오. 또 만일 그가 목숨을 바치고 남음 없는 열반 세계에서 반열반한다면 대왕은 무슨 일을 하겠는가."

왕은 사뢰었다.

"네 거리에 큰절을 세우고 또 향과 꽃을 공양하며 비단과 번기와 일산을 달아 받들어 섬기고 예경하겠나이다. 왜 그러냐 하오면 그는 곧 하늘 몸이요 사람 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이런 사실로 보아서도 현세에서 복을 지으면 현세의 갚음을 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오."

왕은 사뢰었다.

"나는 이제 이 비유로써 깨달았사온데 지금 세존께서는 거듭 그 이치를 설명하셨나이다. 지금부터는 그 이치를 믿고 받들겠나이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를 제자가 되게 하소서. 부처님과 법과 비구 중에 귀의하나이다. 이제 다시 참회하나이다. 어리석고 미친 듯, 죄없는 부왕을 해쳤나이다. 저는 지금 목숨을 걸고 귀의하나이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그 죄를 용서하시고 묘한 법을 연설하여 주시면 저는 언제나 하염없겠나이다. 제가 아는 바와 같다면 지은 죄의 과보에는 선의 근본이 따로 있을 수 없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러나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소. 그들은 죄가 없이 목숨을 마치기 때문에 팔을 굽혔다 펴는 동안에 천상에 나게 되오. 두 종류의 사람이란, 첫째는 죄의 근본을 짓지 않고 그 선을 닦는 사람이요, 둘째는 죄를 지었어도 그것을 고치는 사람이니, 이것이 이른바 '두 사람은 목숨을 마치고 천상에 날 때에 지체가 없다.'는 것이요."

그 때에 세존께서는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사람이 악행을 지었더라도

허물을 뉘우치면 차츰 엷어지나니

날로 뉘우쳐 쉬지 않으면

죄의 뿌리는 아주 뽑히리.

 

"그러므로 대왕이여, 법으로 다스리고 법 아닌 것으로 하지 마시오. 대개 법으로 다스리는 사람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천상의 좋은 곳에 날 것이오.

그는 목숨을 마치면 이름이 멀리 퍼져 사방에 두루 들리어 뒷사람들은 서로 전하기를 '옛날에 어떤 왕은 바른 법으로 다스려 교화하고 아첨이나 굽힘이 없었다.'고 할 것이오. 그가 난 곳을 일컬어 전하는 사람은 목숨이 더욱 더해 일찍 죽는 일이 없을 것이오.

그러므로 대왕은 기뻐하는 마음을 내어 부처와 법과 비구 중을 향하도록 하시오. 대왕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오."

그 때에 아자아타사트루 왕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발아래 예배하고 이내 물러갔다.

왕이 떠난 지 오래지 않아 세존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저 아자아타사트루 왕이 그 부왕을 해치지 않았더라면 지금은 아마 첫째 사문의 결과를 얻어 네 상, 여덟 무리[四雙八輩]의 속에 들었을 것이고, 또 성현의 여덟 가지 길을 얻어 여덟 가지 욕망을 버리고 여덟 가지 어려움에서 벗어났을 것이다. 그러나 그래도 지금 큰 행복을 얻었으니 즉 한량없는 믿음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죄를 지은 사람은 방편을 구해 한량없는 믿음을 성취하도록 하라. 내 우바새 중에서 한량없는 믿음을 얻은 사람은 이른바 아자아타사트루가 바로 그이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八.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 숲<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세상에는 여덟 가지 법이 있어 생(生)을 따라 돌아다닌다.

여덟 가지란 무엇인가. 첫째는 이익이요, 둘째는 쇠(衰)하는 것이며, 셋째는 허는 것이요, 넷째는 기리는 것이며, 다섯째는 칭찬하는 것이요, 여섯째는 나무라는 것이며, 일곱째는 괴로움이요, 여덟째는 즐거움이다. 비구들이여, 이것이 이른바 '여덟 가지 법이 세상을 따라 돌아다닌다.'는 것이니라.

비구들이여, 부디 방편을 구해 이 여덟 가지 법을 없애도록 하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九.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 숲<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여래는 이 세상에 나타나 이 세계에서 부처의 도를 이루었다. 그러나 세상의 여덟 가지 법에서 주저하거나 돌아다니거나 집착하지 않는다.

마치 진창에서 난 연꽃이 매우 곱고 조촐하며 티끌 물에 젖지 않아서, 모든 하늘의 사랑을 받고 보는 이가 모두 기뻐하는 것처럼, 여래도 그와 같아서 포태로 말미암아 생겨났고 거기서 자라나 부처의 몸을 이루게 된 것이다.

또 마치 유리라는 보배와 물을 맑히는 보배는 티끌에 물들지 않는 것처럼, 여래도 그와 같아서 이 세상에 났지마는 세상의 여덟 가지 법에 물들지 않느니라.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부디 부지런히 정진하여 여덟 가지 법을 수행하도록 하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十.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 숲<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여덟 종류의 사람이 있어 생, 사에 떠돌아다니면서 생, 사에 머무르지 않는다.

여덟 종류란 무엇인가. 수다원으로 나아가는 이, 수다원을 얻은 이, 사다함으로 나아가는 이, 사다함을 얻은 이, 아나함으로 나아가는 이, 아나함을 얻은 이, 아라한으로 나아가는 이, 아라한을 얻은 이이니, 비구들이여, 이것이 이른바 '여덟 종류의 사람은 생, 사에 떠돌아다니면서 생, 사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이니라.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부디 방편을 구해 생, 사의 어려움을 건너 생, 사에 머무르지 말도록 하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마혈과 재와 난다와

데바닷타와 뗏목과

소치는 이, 뿌리 없는 믿음,

세상 법, 선, 여덟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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