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경전/증일아함경

증일아함경 제40권

다르마 러브 2012. 7. 17. 11:43

 

증일아함경 제 四十권

 

제 四十四 구중생거품(九衆生居品)

 

一.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 숲<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중생들이 사는 곳에 아홉 군데가 있다. 그것은 중생들이 사는 곳이다.

아홉 군데란 어떤 곳인가. 어떤 중생은 여러 가지 몸에 여러 가지 생각이 있으니 이른바 하늘과 사람이다. 어떤 중생은 여러 가지 몸에 한 생각이니 이른바 범가이천으로서 최초에 나타난 것이다. 어떤 중생은 한 몸에 여러 가지 생각이니 이른바 광음천이다. 어떤 중생은 한 몸에 한 생각이니 이른바 변정천이니라.

어떤 중생은 한량없는 허공 경계이니 이른바 공처천이다. 어떤 중생은 한량없는 의식 경계이니 이른바 식처천이다. 어떤 중생은 아무 것도 없는 경계이니 이른바 불용처천이다. 어떤 중생은 생각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나니 유상무상처천이다. 모든 중생들은 이 아홉 곳에서 산다. 비구들이여, 이것이 이른바 중생들의 사는 아홉 곳이다. 중생들은 거기서 일찍 살았고 이미 살고 앞으로 살 것이다.

비구들이여, 부디 방편을 구해 이 아홉 곳을 떠나도록 하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二.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 숲<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보시의 아홉 가지 공덕을 설명하리니 너희들은 잘 명심하라. 나는 이제 그 이치를 설명하리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있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보시의 아홉 가지 공덕이란 무엇인가. 비구들이여, 알라. 단월 시주가 세 가지 법을 성취하고 보시하는 물건도 세 가지 법을 성취하고, 보시를 받는 사람도 세 가지 법을 성취하는 것이니라.

그 단월 시주는 어떤 세 가지 법을 성취하는가. 단월 시주는 믿음을 성취하고 서원을 성취하고 또 살생하지 않는 것이니 이것이 이른바 '단월 시주의 세 가지 법을 성취한다.'는 것이니라.

보시하는 물건은 어떤 세 가지 법을 성취하는가. 이 보시하는 물건은 빛깔을 성취하고 냄새를 성취하며 맛을 성취하는 것이니 이것이 이른바 '보시하는 물건의 세 가지 법을 성취한다.는 것이니라.

보시를 받는 사람은 어떤 세 가지 법을 성취하는가. 이 보시를 받는 사람은 계율을 성취하고 지혜를 성취하며 삼매를 성취하는 것이니 이것이 이른바 '보시를 받는 사람의 세 가지 법을 성취한다.'는 것이니라.

이와 같이 보시가 아홉 가지 법을 성취하면 큰 과보를 얻고 단 이슬의 아주 사라진 곳에 이르게 되느니라.

대개 시주가 되어 그 복을 구하려고 하는 이는 부디 방편을 구해 이 아홉 가지 법을 성취하도록 하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三.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 숲<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아홉 가지 법의 성취가 있다. 아홉 가지 법이란, 뻔뻔스러움, 욕을 참음, 탐내는 마음, 아낌, 생각을 버리지 않음, 잘 잊음, 잠이 적음, 숨은 음행, 은혜를 갚지 않는 것이니 비구들이여, 이것을 아홉 가지 법의 성취라 하느니라.

나쁜 비구도 아홉 가지 법을 성취한다. 아홉 가지 법이란 무엇인가. 이에 나쁜 비구는 뻔뻔스럽고 욕을 참으며 탐내는 마음이 있고 아끼며 잘 잊고 잠이 적으며 음행을 숨기고 은혜를 갚지 안으며 또 생각을 버리지 않는 것이니라.

어떻게 나쁜 비구는 뻔뻔스러운가. 이에 나쁜 비구는 구하지 않을 것을 구하여 사문의 행에 어긋난다. 이런 비구를 뻔뻔스럽다 한다. 어떻게 나쁜 비구는 욕을 참는가. 이에 나쁜 비구는 여러 어진 비구들 앞에서 자기를 칭찬하고 남을 비방한다. 이런 비구는 욕을 참는다 하느니라.

어떻게 비구는 탐심을 내는가. 이에 비구는 남의 재물을 보면 모두 탐심을 낸다. 이것을 탐이라 한다. 어떤 것이 비구의 아낌인가. 이에 비구는 그가 얻은 가사와 바리를 남과 나누지 않고 항상 혼자 간직해 둔다. 이것을 아낌이라 하느니라.

어떤 것이 비구의 잘 잊음인가. 이에 나쁜 비구는 항상 묘하고 선한 말을 빠뜨리고 또 방편을 생각하지 않으면서 나라 일이나 전쟁하는 법을 이야기한다. 이와 같이 나쁜 비구는 잘 잊음을 성취한다. 어떻게 나쁜 비구는 잠이 적은가. 그는 생각해야 할 법을 생각하지 않는다. 이와 같이 나쁜 비구는 잠이 적으니라.

어떻게 나쁜 비구는 그윽한 곳에서 음행 하는가. 이에 나쁜 비구는 숨어서 한 짓을 남에게 말하지 않고 '나는 지금 음행을 행하였다. 남이 몰랐으면'하는 것이니 이런 비구는 숨어서 음행을 행하느니라.

어떻게 나쁜 비구는 은혜를 갚을 줄 모르는가. 이에 나쁜 비구는 공경하는 마음이 없어 스승과 어른을 받들어 섬기거나 존귀한 사람을 높이지 않는다. 이와 같이 나쁜 비구는 은혜를 갚을 줄 모르느니라.

만일 나쁜 비구로서 이 아홉 가지 법을 성취하여 생각하기를 버리지 않으면 그는 마침내 도의 결과를 이루지 못한다.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모든 나쁜 법은 버리기를 생각하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四.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 숲<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공작새는 아홉 가지 법을 성취하였다. 아홉 가지란 무엇인가.

이에 공작새는 얼굴이 단정하고 소리가 맑으며 걸음걸이가 조용하고 때를 알아 행하며 음식의 절제를 알고 항상 만족할 줄을 알며 흩어지지 않기를 생각하고 잠이 적으며 또 욕심이 적어 은혜를 갚을 줄을 안다. 비구들이여, 이것을 이른바 공작새의 아홉 가지 법을 성취한 것이라 하느니라.

현철한 비구들도 아홉 가지 법을 성취한다. 아홉 가지란 무엇인가.

이에 어진 비구는 태도가 단정하고 음성이 맑으며 걸음걸이는 조용하고 때를 알아 행하며 음식에 절제를 알고 항상 만족할 줄을 알며 흩어지지 않기를 생각하고 잠이 적으며 또 욕심이 적어 은혜를 갚을 줄 아느니라.

이렇게 어진 비구는 나고 들기와 가고 오기와 나아가고 그치는 예절이 마침내 그 법도를 잃지 않는다. 이와 같이 어진 비구는 그 태도가 단정하니라.

어떻게 그 비구는 음성이 맑은가. 이에 그 비구는 뜻과 이치를 잘 분별하여 마침내 착란하지 않는다. 이와 같이 그 비구는 음성이 맑으니라.

어떻게 그 비구는 걸음걸이가 조용한가. 이에 그 비구는 때를 알아 행하되 차례를 잃지 않는다. 또 외울 만한 것은 외울 줄 알고 익힐 만한 것은 익힐 줄 알며 침묵해야 할 것은 침묵해야 할 줄 알고 일어나야 할 때에는 일어날 줄을 안다. 이와 같이 그 비구는 때를 아느니라.

어떻게 그 비구는 때를 알아 행동하는가. 이에 그 비구는 가야 할 때에는 곧 가고 머물러야 할 때에는 곧 머무르며 절차를 따라 법을 듣는다. 이와 같이 그 비구는 때를 알아 행하느니라.

어떻게 그 비구는 음식에 절제를 아는가. 이에 그 비구는 얻는 것에 남음이 있으면 남과 함께 나누어 그 소유를 아끼지 않는다. 이와 같이 그 비구는 음식에 절제를 아느니라.

어떻게 그 비구는 잠이 적은가. 이에 그 비구는 초저녁에는 깨어 있기를 익히어 서른 일곱 가지 도를 익혀 빠뜨림이 없고 항상 거닐며 누웠어도 깨어 있어 그 뜻을 깨끗이 한다. 또 밤중에 깊은 이치를 생각하고 새벽이 되어서는 오른쪽으로 누워 다리를 포개고 밝아 오는 모양을 생각하다가 다시 일어나 거닐면서 그 뜻을 깨끗이 한다. 이와 같이 그 비구는 잠이 적으니라.

어떻게 그 비구는 욕심이 적고 은혜를 갚을 줄 아는가. 이에 그 비구는 거룩한 세 분[三尊]을 받들어 섬기고 스승과 어른을 공경한다. 이와 같이 그 비구는 욕심이 적고 은혜를 갚을 줄 아느니라.

이와 같이 어진 비구는 아홉 가지 법을 성취한다. 부디 이 아홉 가지 법을 생각하여 받들어 행하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 숲<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여자는 아홉 가지 법을 성취하여 남자를 결박한다. 아홉 가지란 무엇인가.

이른바 노래하고 춤추며 풍류 잡히고 웃고 울며 항상 방편을 쓰고 스스로 요술 부리며 얼굴빛과 몸뚱이로 그러한 일을 꾀하는 중에 오직 촉감이 있어 사람을 결박하기 가장 급하다. 그리하여 백 배 천 배의 쾌락도 거기에 견줄 수 없느니라.

내가 지금 모든 법을 관찰하건대 촉감이 사람을 결박하는 것이 가장 급해 그것보다 더한 것이 없다. 그것이 남자를 따라 다니면서 결박하는 것은 아주 튼튼한 것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은 부디 이 아홉 가지 법을 버리기를 생각하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六.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우가라 대숲 동산에서 五백의 큰 비구들과 함께 계셨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지금 너희들을 위해 이제 묘한 법을 설명하리라. 이것은 처음도 좋고 중간도 좋으며 마지막도 좋다. 그 이치는 깊고 그윽하며 범행을 청정히 수행하는 것이다. 이 경 이름은 '일체 법의 근본'이라 한다. 너희들은 잘 명심하라."

"그리하겠나이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어찌하여 '일체 법의 근본'이라 하는가. 비구들이여, 범부들은 성현의 가르침을 듣지 못하고 여래의 말씀을 지니지 못하며 좋은 벗을 친하지 않고 좋은 벗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는 땅을 관찰하여 여실히 안다. '이것은 땅이다. 이것은 분명히 땅이다. 또 이것은 여실히 땅이다. 또 이것은 물이다. 또 이것은 불이다. 또 이것은 바람이다.' 이 네 가지 요소가 합해서 사람이 된 것이니 그것은 어리석은 사람이 즐겨 하는 것이니라.

하늘은 스스로 하늘인 것을 알아 하늘 가운데 하늘임을 즐겨 하고, 범천은 스스로 범천인 것을 알며 대범천은 스스로 대범천인 것을 알아 자기보다 나은 것이 없다 하고 광음천들은 스스로 광음천으로 말미암아 된 줄을 서로 알며 변정천은 스스로 변정천인 것을 알고 과실천은 스스로 과실천인 것을 알아 착란하지 않느니라.

또 아비야타천은 스스로 아비야타천인 것을 알고 공처천은 스스로 공처처인 것을 알며 식처천은 스스로 식처천인 것을 알고 불용처천은 스스로 불용처천인 것을 알며 유상무상처천은 스스로 유상무상처천인 것을 아느니라.

보는 이는 스스로 보는 줄을 알고 듣는 이는 스스로 듣는 줄을 알며 하고자 하는 이는 스스로 하고자 하는 줄을 알고 지혜로운 이는 스스로 지혜로운 줄을 알며 한 가지 무리는 스스로 한가지 무리인 줄을 알고 여러 가지 무리는 스스로 여러 가지 무리인 줄을 알며 모두 갖춘 이는 스스로 모두 갖춘 줄을 알고 열반한 이는 스스로 열반한 줄을 알아 그 안에서 스스로 즐긴다. 왜 그러냐 하면 그것은 지혜로운 이도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니라.

그러나 성인의 제자는 성인을 가서 뵈옵고 그 법을 받으며 좋은 벗을 섬기고 좋은 벗을 친한다. 이 땅의 요소를 관찰하고는 그것을 모두 분명히 알고 그것의 온 곳을 알기 때문에 거기에 집착하지 않아서 물드는 마음이 없다. 물, 불, 바람의 요소에 있어서도 또한 그와 같느니라.

사람, 하늘, 범왕천, 광음천, 변정천, 과실천, 아비야타천, 공처천, 식처천, 불용처천, 유상무상처천과 보고 듣고 생가하고 아는 것과 한 가지, 여러 가지 내지 열반에 있어서도 그 열반에 집착하지 않고 또 열반이라는 생각도 내지 않는다. 왜 그러냐 하면 그것을 모두 잘 분별하고 잘 관찰하기 때문이니라.

만일 그 비구가 번뇌가 없어진 아라한으로서 할 일을 이미 마치고 무거운 짐을 버리고 생, 사의 근본을 알아 평등이 해탈한 이라면 그는 능히 땅의 요소를 분별하기 때문에 거기에 집착하는 생각을 전연 일으키지 않는다. 사람, 하늘, 범왕천 내지 유상무상처천에 있어서도 그러하며, 열반에 이르렀어도 열반에 집착하지 않고 열반이라는 생각을 내지 않는다. 왜 그러냐 하면 그것은 모두 음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없어졌기 때문이니라.

비구들이여, 알라. 여래, 아라한, 다 옳게 깨달은 이는 땅의 요소라는 생각도 일으키지 않는다. 왜 그러냐 하면 그것은 다 애욕의 그물을 부수었기 때문이다.

존재[有]로 말미암아 생(生)이 있고 생으로 말미암아 늙음과 죽음이 있는데 그것을 모두 없앴기 때문에 여래는 가장 바른 깨달음을 이루었느니라."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러나 비구들은 그 가르침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왜 그러냐 하면 악마 파아피야스가 그들의 마음을 막아 버렸기 때문이었다.

"이 경 이름을 '일체 법의 근본'이라 한다. 나는 이제 자세히 설명하였다. 모든 부처, 세존의 수행할 바를 나는 이제 완전히 실행하였다. 너희들은 부디 조용한 곳이나 나무 밑에서 뜻을 바로 하고 단정히 앉아 이 묘한 이치를 깊이 생각하라. 지금 하지 않으면 뒤에 후회하여도 소용없을 것이다. 이것이 나의 가르침이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七.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아자그리하의 칼란다카 대숲 동산에서 五백의 큰 비구들과 함께 계셨다.

그 때에 라아자그리하의 어떤 비구는 병을 앓아 매우 위중하여 누운 채 대, 소변을 보면서 제 힘으로는 일어나지 못하고 또 가서 간호하는 비구도 없었다. 그는 밤, 낮 부처님 이름을 부르면서 말하였다.

"어찌하여 세존께서는 저만을 가엾이 여기지 않으시나이까."

그 때에 세존께서는 하늘 귀로 그 비구의 청원하고 부르짖으면서 여래에게 귀의하는 소리를 들으시고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너희들과 함께 여러 방을 다니면서 그들이 사는 곳을 보리라."

비구들은 사뢰었다.

"그리하소서,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는 여러 비구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이여 여러 방을 둘러 보셨다.

그 때에 앓는 비구는 세존께서 오시는 것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다 일어나지 못하고 쓰러졌다. 여래께서는 그 비구에게 가서 말씀하셨다.

"가만있어라, 가만있어라. 움직이지 말라. 여기 자리가 있으니 나는 앉을 수 있다."

그 때에 비사문 천왕은 부처님의 생각을 알고 야아마 세계에서 떠나 부처님께 나아 와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서 있었다. 또 석제환인도 여래님의 마음 속 생각을 알고 곧 부처님께로 왔다. 범천왕도 여래님의 마음 속 생각을 알고 범천에서 떠나와 부처님께 나아 와 머리를 조아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四천왕도 여래님 마음 속 생각을 알고 부처님께 나아 와 머리를 조아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섰다.

때에 부처님께서는 앓는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지금 너의 병은 좀 나은가, 더하지나 않는가."

비구는 사뢰었다.

"제자의 병은 갈수록 더하고 덜하지 않나이다. 참으로 희망이 없나이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간호인은 어디 있는가, 누가 와서 돌보아 주는가."

비구는 사뢰었다.

"지금 이렇게 앓아도 아무도 돌보는 사람이 없나이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전날 네가 앓기 전에 병자에게 가서 문병한 일이 있는가."

비구는 사뢰었다.

"병자들에게 가서 문병한 일이 없나이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우리 바른 법안에서 좋은 이익을 얻지 못하였다. 왜 그러냐 하면 문병하러 다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구야, 너는 지금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친히 공양하여 불편이 없게 하리라. 나는 지금 천상과 인간에서 제일 뛰어나 짝할 이가 없고 또 능히 일체 병자를 돌보아 준다. 구호할 이 없는 이를 구호해 주고 장님에게는 눈이 되어 주며, 모든 병자를 구호해 준다."

이 때에 비사문 천왕과 석제환인은 부처님께 사뢰었다.

"저희들이 이 앓는 비구를 보살피겠나이다. 여래께서는 다시 수고하시지 말으소서."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그만 두라. 내가 스스로 알아하리라. 나는 옛날을 기억한다. 내가 이직 부처가 되지 못하고 보살행을 닦을 때에 비둘기 한 마리를 위해 일부러 목숨을 던졌거늘 하물며 지금은 불도를 이루었는데 어떻게 이 비구를 버리겠는가. 그럴 수 없느니라. 또 석제환인도 일찍 이 앓는 비구를 돌보지 않았고 또 세상을 보호하는 주인인 비사문 천왕도 이 비구를 돌보지 않았다."

그 때에 석제환인과 비사문 천왕은 모두 잠자코 대답하지 못하였다.

이 때에 여래께서는 손수 비를 들고 더러운 티끌을 치우고 다시 자리를 깔았다. 또 그의 옷을 빨고 세 가지 법으로 보살피시고는 그를 부축해 앉히고 깨끗한 물로 목욕시키셨다. 또 하늘들은 위에서 향수를 뿌렸다.

이 때에 세존께서는 그를 목욕시키고 돌 평상 위에 앉히신 뒤 손수 밥을 주셨다.

세존께서는 그 비구가 밥을 다 먹고 바리를 치우는 것을 보시고 곧 그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제 三세(世)의 병을 다 버려야 한다. 왜 그러냐 하면 비구야, 알라. 이 세상에 나게 되면 태(胎)에서 사는 괴로움이 있다. 생으로 말미암아 늙음이 있으니 대개 늙게 되면 몸이 여위어지고 기운이 없다. 늙음으로 말미암아 병이 있으니 대개 병이 생기면 앉거나 눕거나 신음하고 四백 四 병이 한꺼번에 이른다. 병으로 말미암아 죽음이 있으니 만일 죽게 되면 몸과 정신이 갈라져 좋거나 나쁜 세계로 가게 되는 것이다.

죄가 많은 사람은 지옥에 들어갈 것이니 칼산, 칼나무, 불수레, 화로 숯불 지옥에서 구리쇠 녹인 물을 마실 것이다. 혹은 축생이 되어 사람에 불리우고 물을 먹으면서 한량없는 고통을 받을 것이다. 또 헤아릴 수 없는 무수한 겁 동안에 아귀의 몸이 되어 귀는 수십 요오자나요 목구멍은 비좁아 바른 같은데 구리쇠 녹인 물을 그 입에 부울 것이다.

또 무수한 겁을 지나 겨우 사람의 몸을 얻더라도 회초리로 고문을 당하는 것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또 무수한 겁을 지나 천상에 나게 되더라도 사랑하는 이와 만나기도 하고 사랑하는 이와 헤어지기도 하면서 만족할 줄을 모르다가 성현의 도를 들은 뒤에야 괴로움을 떠나게 되느니라.

여기 아홉 종류의 사람이 있어 그들은 모두 괴로움을 떠난다. 아홉 종류의 사람이란, 이른바 아라한을 향하는 이, 아라한을 얻은 이, 아나함으로 향하는 이, 아나함을 얻은 이, 사다함으로 향하는 이, 사다함을 얻은 이, 수다원으로 향하는 이, 수다원을 얻은 이와 종성(種性)의 사람들, 이 아홉 가지를 말하느니라.

비구들이여, 이것이 이른바 여래가 세상에 나타나는 것은 매우 만나기 어렵고 사람의 몸을 얻기도 어려우며 바른 나라에 나기도 어렵고 선지식을 만나는 것도 그러하며 설법하는 말을 듣기도 어렵고 법과 법이 서로 나게 하는 것도 오랜만에 라야 있다는 것이다.

비구들이여, 알라. 여래는 지금 이 세상에 나타나 있다. 너희들은 바른 법을 얻었고 모든 감관이 갖추어져 바른 법을 들을 수 있다. 그런데도 지금에 힘쓰지 않으면 후회하여도 소용없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내 가르침이니라."

그 때에 그 비구들은 여래님의 가르침을 듣고 그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그 자리에서 세 가지 밝음을 얻어 번뇌가 다하고 뜻이 풀렸다.

부처님께서는 그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병의 그 근본을 알았는가."

비구들은 사뢰었다.

"저희들은 병의 근본을 알고 이 생, 노, 병, 사를 떠났나이다. 이것은 다 여래님의 신력에 힘입은 바로서 네 가지 평등한 마음으로 일체를 덮어 보호하심은 한량이 없어,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나이다. 그래서 몸과 입과 뜻이 깨끗해졌나이다."

세존께서는 다시 자세히 설법하시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셨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아아난다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빨리 찬타아를 쳐서 라아자그리하에 있는 모든 비구들은 모두 보회강당에 모아라."

아아난다는 부처님의 분부를 받고 곧 비구들을 모두 보회강당에 모으고 부처님께 나아가 사뢰었다.

"비구들은 다 모였나이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때를 알으소서."

세존께서는 강당으로 나아가 자리에 앉아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국왕이나 도적이 두려워 집을 떠나 도를 배우는가. 비구들이여, 너희들은 견고한 믿음으로 위없는 범행을 닦아 생, 노, 병, 사와 근심, 슬픔, 고통, 번민을 버리고자 하는가. 또 열 두 가지 사슬을 떠나고자 하는가."

비구들은 사뢰었다.

"그러하나이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너희들이 집을 떠난 까닭은 같은 스승에 같은 물과 젖이다. 그런데 서로 보살피지 않았다. 지금부터는 부디 서로 서로 보살피도록 하라. 만일 앓는 비구로서 제자가 없거든 대중에서 차례로 청에 병자를 간호하라. 왜 그러냐 하면 이것을 떠나서 하는 일로서, 병자를 간호하는 것보다 그 복이 훌륭한 일을 보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병자를 돌보는 것은 나를 돌보는 것과 다름이 없느니라."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만일 누가 내게 공양하거나

과거 모든 부처님께 공양한다면

내게 베풀은 그 복과 덕은

병자 돌보는 것과 다름없으리.

 

세존께서는 이렇게 분부하시고 아아난다에게 말씀하셨다.

"지금부터 비구들은 제각기 서로 돌보도록 하라. 만일 비구로서 알고도 행하지 않으면 법률로 다스리리라. 이것이 내 교훈이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八.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 숲<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아홉 종류의 사람이 있어서 공경할 만하고 높힐만 하며 그를 공양하면 복을 얻을 것이다.

아홉 종류의 사람이란 이른바, 아라한으로 향하는 이, 아라한을 얻은 이, 아나함으로 향하는 이, 아나함을 얻은 이, 사다함으로 향하는 이, 사다함을 얻은 이, 수다원으로 향하는 이, 수다원을 얻은 이, 그리고 향종성(向種性)의 사람들 이 아홉이니, 비구들이여, 이것이 이른바 아홉 종류의 사람으로서 그들을 공양하면 복을 얻어 마침내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九.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아자그리하의 칼란다카 대숲 동산에서 五백의 큰 비구들과 함께 계셨다.

그 때에 만호(滿呼) 왕자는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저는 일찍 들었나이다. '추우다판다카[朱利盤特加] 비구는 로가연 범지와 변론하였으나 이 비구는 대답하지 못하였다.' 저는 또 들었나이다. '여래님 제자 중에서 모든 감관이 둔하고 지혜가 없기로는 그 비구가 제일이라.' 또 '여래님의 우바새 중에 집에 있는 자로서 카필라바스투의 고오타마 석종은 모든 감관이 둔하고 소견이 막혔다.'라고"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추우다판타카 비구는 심통의 힘이 있고 상인(上人)의 법을 얻었다. 그러나 세상의 변론하는 법은 익히지 못하였다. 또 왕자여, 그 비구는 아주 묘한 법을 가졌느니라."

만호 왕자는 사뢰었다.

"부처님 말씀은 그러하오나 저는 이런 생각이 드나이다. '어떻게 큰 신력이 있으면서도 저 외도들과 변론하지 못하는가.' 나는 지금 부처님과 비구 중을 청하나이다. 그러나 추우다판타카는 제외하나이다."

세존께서는 잠자코 그 청을 받아 주셨다.

이 때에 왕자는 세존께서 청을 받아 주심을 보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세존님 발에 예배하고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 이내 물러갔다.

그는 그날 밤으로 갖가지 맛난 음식을 장만하고 좋은 자리를 펴고 세존께 사뢰었다.

"때가 되었나이다. 지금이 바로 그 때입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추우다판타카를 시켜 바리를 가지고 뒤에 남아 있게 하시고 여러 비구들에게 앞, 뒤로 둘러싸이어 라아자그리하로 들어가 왕자의 집에 이르러 제각기 차례로 앉았다.

그 때에 왕자는 세존께 사뢰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그 바리를 제게 주소서. 저는 지금 손수 세존님의 공양을 진지하겠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바리는 지금 추우다판타카에게 있는데 그만 가지고 오지 않았다.

왕자는 사뢰었다.

"세존께서 어떤 비구를 보내어 그 바리를 가져오게 하소서."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네가 지금 가서 여래의 바리를 가져오너라."

그 때에 추우다판타카 비구는 五백 개 꽃나무를 신통으로 만들고 그 나무 밑에 마다 추우다판타카 비구가 앉아 있었다.

때에 왕자는 부처님의 분부를 듣고 바리를 가지러 갔다. 그는 멀리서 五백 나무 밑에 마다 모두 추우다판타카 비구가 선정에 들어 생각을 매어 앞에 두고 앉아 흩어지지 않는 것을 보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어는 것이 참 추우다판타카 비구인가.'

때에 만호 왕자는 곧 세존께 돌아가 사뢰었다.

"그 동산에 갔삽더니 전부가 추우다판타카 비구여서 어느 것이 참 추우다판타카 비구인지 알 수 없었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 동산에 도로 가라. 제일 복판에 서서 손가락을 퉁기면서 이렇게 말하라."

"당신이 바로 참 추우다판타카 비구이거든 곧 자리에서 일어나시오."

왕자는 분부를 받고 다시 동산으로 가 한 복판에 서서 말하였다.

"당신이 바로 참 추우다판타카 비구이거든 곧 자리에서 일어나시오."

왕자가 이렇게 말하자, 다른 五백 거짓 비구는 저절로 사라지고 오직 한 추우다판타카 비구만이 남아 있었다.

이 때에 만호 왕자는 추우다판타카 비구와 함께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서서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참회하나이다. 여래님의 말씀을 믿지 않았나이다. 이 비구는 큰 신통과 위력이 있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네 참회를 들어준다. 여래 말에는 끝내 두 말이 없느니라.

또 이 세상에는 아홉 종류의 사람이 가고 오며 돌아다닌다. 아홉 종류란 어떤 사람인가. 첫째는 남의 마음을 미리 아는 이요, 둘째는 그 말을 듣고 곧 아는 이며, 셋째는 상을 보고 아는 이요, 넷째는 사리를 관찰한 뒤에 아는 이며, 다섯 째는 맛을 안 뒤에 아는 이요, 여섯 째는 뜻을 알고 맛을 안 뒤에 아는 이며, 일곱째는 뜻도 모르고 맛도 알지 못하는 이요, 여덟째는 생각과 신통의 힘을 배우는 이며, 아홉째는 배운 법이 적은 이이니라.

왕자여, 이것이 이른바 아홉 종류의 사람이 세상에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왕자여, 저 상보는 사람이 그 여덟 중에서 제일이어서 그보다 뛰어난 이가 없느니라.

지금 이 추우다판타카 비구는 신통에는 능하나 다른 법은 배우지 못하였다. 이 비구는 항상 신통으로 사람을 위해 설법하느니라.

지금 이 아아난다 비구는 상을 보고는 곧 사람의 마음을 안다. '여래에게는 이것이 필요하다. 이것은 필요하지 않다.'고 알며 또 '여래는 이것을 말씀하실 것이다. 이것은 떠날 것이다.'고 알아 그것을 모두 분명히 한다. 그런 점에서는 지금 이 아아난다 비구 이상 가는 이가 없다. 그는 모든 경전의 이치를 두루 보아 통하지 않는 것이 없느니라.

또 이 추우다판타카 비구는 한 형상을 변화시켜 여러 가지 형상으로 만들고 또 그것을 도로 합해 하나로 만든다. 이 비구는 뒷날 허공에서 열반할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다른 사람으로서 아아난다 비구와 추우다판타마 비구처럼 열반에 드는 이를 보지 못하리라."

세존께서는 다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지금 내 성문 가운데 첫째 비구로서 몸을 변화시켜 크게도 하고 작게도 하는 이는 추우다판타카 비구 만한 이가 없느니라."

때에 만호 왕자는 손수 진지하여 여러 스님네를 공양하였다. 그리고 바리를 거두고는 작은 자리를 가지고 와서 여래 앞에 서서 합장하고 사뢰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추우다판타카 비구가 언제나 우리 집에 있으면서 그의 필요한 의복, 잡물과 사문의 법을 모두 받기를 허락하소서. 저는 목숨을 마칠 때까지 그가 필요한 것에 이바지하겠나이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왕자여, 너는 추우다판타카 비구에게 참회하고 네 자신이 그것을 청하라. 왜 그러냐 하면 지혜 없는 사람이 지혜로운 사람을 분별하려 하면 그것은 될 수 없는 일이지마는 지혜로운 사람이 지혜 있는 사람을 분별하려 한다면 그것은 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니라."

때에 만호 왕자는 곧 추우다판타카 비구를 향해 예배하고 자기 성명을 일컬으면서 용서를 구하였다.

"큰 신통을 가진 비구님, 저는 교만한 마음을 내었습니다. 지금부터는 감히 범하지 않겠습니다. 원컨대 내 참회를 받아 주십시오. 다시는 감히 범하지 않겠습니다."

추우다판타카 비구는 말하였다.

"너의 허물을 용서한다. 뒤로는 다시 범하지 말라. 그리고 성현을 비방하지 말라. 왕자여, 알아야 한다. 어떤 중생이라도 성인을 비방하면 반드시 세 가지 나쁜 갈래에 떨어져 지옥에 날 것이다. 왕자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세존께서는 만호 왕자를 위해 매우 묘한 법을 말씀하시어 그를 격려하고 기쁘게 하시고, 그 자리에서 다음 게송을 외우셨다.

 

제사에는 불이 으뜸이 되고,

경서에는 게송이 제일이니라

사람에는 임금이 제일 높고

뭇 흐름에는 바다가 우두머리다.

 

별 가운데서는 달이 첫째요

광명에는 해가 제일이니라

 

상, 하와 또 四방의

형상이 있는 모든 것이나

천상이나 또 인간 중에서

저 부처가 가장 높나니

 

만일 그 복을 구하려 하거든

위없이 깨달은 이 공양하여라.

 

세존께서는 이 게송을 마치시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그 때에 만호왕자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十.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 숲<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 때에 아아난다는 세존께 사뢰었다.

"이른바 선지식이란 곧 절반의 범행인이옵니다. 그 까닭은 그가 좋은 길로 인도해 하염없는 곳에 이르게 하는 까닭입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런 말 마라. '선지식은 곧 절반의 범행인이라.'고. 왜 그러냐 하면 대개 선지식은 곧 완전한 범행인으로서 그와 함께 종사하면 좋은 길을 인도해 보여주기 때문이다.

나도 선지식으로 말미암아 위없고 참되고 바르고 다 옳은 깨달음을 이루었고, 그 도의 결과를 이룸으로써 중생을 제도한 것이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다. 그래서 모두 생, 노, 병, 사를 면하게 된 것이다. 이 사실로 보아서도 선지식은 완전한 범행인임을 알 수 있느니라.

다시 아아난다야, 만일 선남자, 선여인으로서 선지식과 함께 종사하면 믿음의 뿌리가 더욱 더하고 들음, 보시, 지혜의 덕이 모두 갖추어진다.

마치 달이 차려고 할 때에는 그 광명이 보통 때보다 차츰 더하는 것처럼 만일 선남자, 선여인으로서 선지식과 친근하면 믿음, 들음, 생각, 보시, 지혜가 모두 더해진다. 이 사실로 보아서도 선지식이란 곧 완전한 범행인인 줄을 알 수 있느니라.

만일 내가 옛날 선지식과 함께 종사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마침내 등광 부처님의 기별을 얻지 못하였을 것이다. 나는 선지식과 종사하였기 때문에 등광 부처님의 기별을 얻게 되었다. 이 사실로 보아도 선지식이란 바로 완전한 범행인인 줄을 알 수 있느니라.

아아난다야, 만일 이 세상에 선지식이 없었더라면 곧 높고 낮은 차례, 즉 부모, 스승, 형제, 종친의 구별이 없어져 돼지나 개와 같은 무리가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온갖 나쁜 인연을 지어 지옥으로 가는 죄의 종자를 심었을 것이다. 그러나 선지식이 있기 때문에 곧 부모, 스승, 형제, 종친의 구별이 있게 되었느니라."

이 때에 세존께서는 곧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선지식이란 나쁜 사람 아니다

그의 법은 물질을 위함 아니다

그는 나를 좋은 길로 인도하나니

그 친구 말이 가장 높은 말이다.

 

"그러므로 아아난다야, 다시는 '선지식이란 곧 절반의 범행인이라.'고 말하지 말라."

그 때에 아아난다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十一.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아자그리하의 그리드라쿠우타산에서 五백의 큰 비구들과 함께 계셨다.

그 때에 석제환인은 三十三천에서 떠나 부처님께 나아 와 머리를 조아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서서 세존께 사뢰었다.

"하늘과 사람에게는 어떤 생각이 있고 그 마음은 무엇을 구하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세상 사람은 흐르는 물과 같아서 그 성질이 같지 않고 향하는 곳이 각기 다르며 생각도 하나가 아니다.

천제(天帝)여, 알라. 나도 옛날 무수한 아상카 겁 전에 이렇게 생각하였다. '하늘과 사람들의 마음은 어디로 향하며 그 소원들은 무엇인가.' 그러나 그 겁에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 사람도 그 마음이 꼭 같은 이를 보지 못하였다.

석제환인이여, 알라. 이 세상 중생들은 뒤바뀐 생각, 즉, 덧없는 것을 항상하다고 헤아리는 생각, 즐겁지 않은 것을 즐겁다고 헤아리는 생각, <나>가 없는데 <나>가 있다는 생각, 깨끗하지 않은데 깨끗하다는 생각, 바른 길에 삿된 길이 있다는 생각, 악한 짓에 복이 있다는 생각을 일으킨다. 이 사실로 보아서도 중생들은 그 능력을 헤아릴 수 없고 그 성행(性行)이 각기 다른 것을 알 수 있느니라.

만일 중생들이 모두 꼭 같은 한 생각이요, 여러 가지 생각이 없다면 중생들이 사는 아홉 곳은 알 수도 없고 또 분별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중생들이 사는 아홉 곳은 그 정신이 머무르는 곳이지마는 그것을 밝히기 어려울 것이다.

또 여덟 가지 큰 지옥이 있는 것도 알 수 없고 축생들이 가는 곳도 분별하기 어려울 것이다. 지옥의 고통도 분별할 수 없고 호귀한 네 가지 성(姓)이 있는 것도 알 수 없을 것이다. 아수라가 나아가는 길도 알 수 없을 것이요, 또 三十三천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만일 그 마음이 모두 꼭 같았다면 그것은 광음천과 같을 것이다.

중생들은 여러 가지요, 그 생각도 여러 가지이기 때문에 중생들이 사는 아홉 곳과 그 정신이 머무르는 곳이 있는 줄을 알 수 있고 여덟 가지 큰 지옥과 세 갈래 나쁜 길이 있는 줄을 알 수 있으며 三十三천에 있어서도 그와 같다. 이 사실로 보아서도 중생들은 그 성질이 같지 않고 그 행이 각기 다른 것을 알 수 있느니라."

그 때에 석제환인은 세존께 사뢰었다.

"여래님의 말씀은 참으로 기이하고 바르나이다. 중생들의 성질과 행은 같지 않고 그 생각은 각기 다르나이다. 중생들의 소행이 같지 않기 때문에 파랑, 노랑, 하양, 까망과 길이와 이의 고르지 않음이 있게 되었나이다.

세존이시여, 하늘 일이 너무 많아 이만 천상으로 돌아가려 하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때를 알아하라."

석제환인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발아래 예배하고 이내 물러갔다.

그 때에 석제환인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아홉 곳과 보시와 공작

결박과 법의 근본

병과 공양과 판타카와

범행인과 여러 가지 생각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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