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경전/증일아함경

증일아함경 제38권

다르마 러브 2012. 7. 17. 10:59

 

증일아함경 제 三十八권

 

제 四十三 마혈천자문팔정품(馬血天子問八政品)

 

一.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마혈(馬血) 천자는 조용할 때에 세존님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서서 사뢰었다.

"저는 아까 이렇게 생각하였나이다. '땅에서 걸어 이 세계 끝에까지 갈 수 있는가.' 나는 지금 세존님께 여쭙나이다. 걸어서 이 세계 끝에까지 갈 수 있나이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무슨 뜻으로 그렇게 묻는가."

천자가 사뢰었다.

"저는 옛날 어느 때 바가범천에 갔었나이다. 그 때에 그 범천은 나를 보고 '잘 오셨소. 마혈 천자여, 여기는 하염없는 경계로서 생, 노, 병, 사가 없고, 끝도 처음도 없으며, 근심, 걱정, 고통, 번민이 없다.'고 말하였나이다. 나는 그 때에 생각하였나이다. '이것은 열반 길인가. 왜 그러냐 하면 열반에는 생, 노, 병, 사와 근심, 걱정, 고통, 번민이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세계 끝인가. 만일 세계 끝이라면 걸어서 세계 끝에 갈 수 있는 것이로다.'라고."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어떠한 신통을 가졌는가."

천자가 사뢰었다.

"마치 활을 잘 쏘는 역사의 화살이 걸림이 없이 날아가는 것처럼 제 신통도 그와 같이 걸림이 없나이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이제 너에게 물으리니 마음대로 대답하라.

마치 활을 쏘는 네 사람이 각각 사방을 향해 활을 쏠 때 어떤 사람이 와서 그 사방 화살을 땅에 떨어지기 전에 거두어 잡으려 한다면 어떤가. 천자야, 그 화살을 땅에 떨어지지 못하게 하는 그 사람을 매우 빠르다고 생각하는가.

천자야, 알라. 저 위의 해와 달 앞에 첩보(捷步) 천자가 있다. 그는 가고 오며 나아가고 그침이 저 사람보다 빠르다. 그런데 해와 달의 궁전은 그보다 더 빠르며 저 천자와 해와 달의 빠름을 합쳐도 三十三천의 빠름보다 못하고 三十三천의 빠름은 야아마천의 빠름보다 못하다. 이와 같이 모든 하늘이 가진 신통은 서로 따르지 못하느니라.

비록 네가 지금 가진 신통한 힘이 저 하늘들과 같아서 한 겁에서 또 한 겁, 내지 백 겁 동안 가더라도 세계의 끝까지는 갈 수 없을 것이다. 왜 그러냐 하면 이 세계의 경계는 헤아릴 수 없기 때문이니라.

천자야, 알라. 나는 먼 옛날 일찍 선인(仙人)이 되어 네 이름과 같이 이름을 마혈이라 하였다. 나는 애욕이 이미 다하여 허공을 날아다니되 아무 걸림이 없었다.

그 때의 내 신통은 남과 달라 손가락을 퉁기는 사이에 그 사방 화살이 땅에 떨어지기 전에 거두어 잡을 수가 있었다. 때에 나는 그런 신통을 가지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이 신통으로 세계의 끝까지 갈 수 있을까.고' 그래서 세계를 걸어 가 보았지마는 그 끝에까지 갈 수 없었다.

그러다가 목숨을 마친 뒤에 덕과 업을 부지런히 닦아 부처를 이루고 나무 밑에 단정히 앉아 옛날에 지난 일을 생각하였다. 그 때에 나는 선인으로서 그런 신덕으로서도 세계의 끝에까지 갈 수 없었는데 또 무슨 신통으로 그 끝에까지 갈 수 있겠는가.

때에 나는 다시 생각하였다. '반드시 성현의 여덟 가지 길을 가야 생, 사의 끝에까지 갈 수 있다.'고. 성현의 여덟 가지 길이란 무엇인가. 이른바 바른 소견, 바른 다스림, 바른 말, 바른 업, 바른 생활, 바른 방편, 바른 생각, 바른 삼매니라.

천자야, 알라. 성현의 여덟 가지 길은 세계의 끝에까지 갈 수 있다. 세계의 끝에까지 간 모래알 같은 과거의 부처들도 다 이 성현의 여덟 가지 길로 말미암아 세계의 끝까지 알았고 만일 미래 세상에 여러 부처 세존이 나타난다면 그들도 이 성현의 길로 말미암아 세계의 끝까지 다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곧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세계의 끝까지 가 보려 하여

아무리 걸어도 다할 수 없네

이 땅덩이 헤아릴 수 없나니

그것은 신통으로 미칠 수 없네.

 

범부들은 부질없이 마음을 내어

그 중에서 곧 미혹을 일으키고

참되고 바른 법을 알지 못하여

다섯 가지 길에서 굴러다니네.

 

성현들의 저 여덟 가지 길

그것은 건너가는 배가 되나니

모든 부처님 그 길을 닦아

이 세계의 끝을 알았느니라.

 

장차 오는 세상에 나타날 부처

저 미륵과 같은 그 부처들도

또한 이 여덟 가지 길을 행하여

이 세계의 끝에까지 가리라.

 

그러므로 지혜로운 사람으로서

성현의 여덟 가지 이 길을 닦아

밤이나 낮이나 익혀 행하면

곧 저 하염없는 곳에 이르리.

 

때에 마혈 천자는 여래께서 말씀하시는 성현의 여덟 가지 길을 듣고, 그 자리에서 온갖 번뇌가 다해 법눈이 깨끗하게 되었다. 그는 곧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세 번 돌고 물러갔다.

그 때에 천자는 그 날로 갖가지 아름다운 하늘 꽃을 여래 위에 흩으면서 다음 게송으로 말하였다.

 

오랫동안 생, 사에 굴러다니며

이 세계를 건너려 하여

이 성현의 여덟 가지 길은

알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했네.

 

이제 나는 이 진리를 보고

또 여덟 가지 길을 들음으로써

끝의 끝까지 이르게 되었나니

여기는 모든 부처 가신 곳이네.

 

세존께서는 그 천자의 말을 <옳다> 하셨다. 천자는 세존께서 <옳다> 하심을 보고 곧 세존님 발에 예배하고 물러갔다.

그 때에 천자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二.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이제 여덟 가지 재법(齋法)을 설명하리니 너희들은 잘 명심하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라."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있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여덟 가지 재법이란 무엇인가. 첫째는 생물을 죽이지 않는 것이요, 둘째는 주지 않는 것은 가지지 않는 것이며, 셋째는 음탕하지 않는 것이요, 넷째는 거짓말하지 않는 것이며, 다섯째는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요, 여섯째는 때를 지나서는 먹지 않는 것이며, 일곱째는 높고 넓은 평상에 앉지 않는 것이요, 여덟째는 풍류를 멀리 떠나고 향이나 꽃으로 몸을 구미지 않는 것이니, 비구들이여, 이것이 여덟 가지 재법이니라."

때에 우파알리는 사뢰었다.

"어떻게 여덟 가지 재법을 수행해야 하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우파알리야, 선남자, 선여인으로서 八일, 十四일, 十五에 사문 혹은 장로 비구에게 가서 제 이름을 일컫고 아침에서 저녁까지 아라한처럼 마음을 가져 흔들이지 않으며, 칼이나 몽둥이로 중생을 때리지 않고 일체를 두루 사랑해 '나는 지금 재법을 받들어 조금도 범하지 않을 것이다. 즉 생물을 죽일 마음을 내지 않을 것이며, 저 참다운 사람들의 가르침을 익혀 도둑질하지 않고 음탕하지 않으며 거짓말하지 않고 술을 마시지 않으며 때를 지나서는 먹지 않고 높고 넓은 평상에 앉지 않으며 풍류를 잡히거나 향이나 꽃으로 몸을 꾸미지 않으리라.' 만일 지혜 있는 이라면 이렇게 말해야 한다. 가령 지혜가 없는 이라면 그들에게 이렇게 가르쳐 그 비구들로 하여금 낱낱이 받들어 빠뜨림이 없게 하고 또 깊은 관심을 가지고 그들로 하여금 서원을 세우게 하여야 하느니라."

우파알리는 사뢰었다.

"어떻게 서원을 세워야 하나이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가 서원을 세울 때에는 '나는 이 여덟 가지 재법으로 말미암아 지옥, 아귀, 축생에 떨어지지 않고 여덟 가지 어려운 곳이나 변두리나 흉한 곳에 나지 않으며 나쁜 벗과 사귀지 않고 알뜰히 부모를 섬기며 삿된 소견을 친하지 않고 중국에 나서 선한 법을 들으며, 그것을 분별하고 생각하여 법과 법이 성취하여지이다.

이 재법의 공덕으로 말미암아 일체 중생의 선법을 거두어 가지고 그들에게 베풀어주어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는 성취하게 하여지이다. 이 서원의 복으로 말미암아 三승(乘)을 성취하여 중간에서 물러나지 않게 하여지이다. 다시 이 여덟 가지 재법으로 말미암아 부처의 도, 벽지불의 도, 아라한의 도를 배우고 모든 세계에서 바른 법을 배우는 이도 이 업을 익히며, 장래에 미륵 부처님이 세상에 나올 때에 그 여래, 아라한, 다 옳게 깨달은 이의 법회를 만나 곧 제도되게 하여지이다.'하여야 하느니라.

미륵 부처님이 세상에 나올 때에는 성문의 세 번 법회가 있다. 첫 번째 법회 때에는 九十六억 비구들이요 두 번째 법회 때에는 九十四억 비구들이며 세 번째 법회 때에는 九十二억 비구들이 모이는데 그들은 다 아라한으로서 모든 번뇌가 없어졌으며, 또 그 나라의 왕과 그 나라의 스승들이 이렇게 가르쳐 주시되 빠뜨림이 없게 함을 만나느니라."

우파알라는 사뢰었다.

"선남자, 선여인으로서 여덟 가지 재법을 가지더라도 거기서 서원을 세우지 않으면 어떻게 큰 공덕을 얻을 수 있겠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비록 복을 얻기는 하나 그 복은 말할 것이 못 된다. 왜 그러냐 하면 나는 이제 그 까닭을 설명하리라.

과거 세상에 보악(寶岳)이라는 왕이 있었다. 그는 법으로 다스려 아첨하거나 굽음이 없이 이 남섬부주 경계를 통솔하고 있었다. 또 그 때에 부처님이 있어 이름을 보장(寶藏) 여래, 아라한, 다 옳게 깨달은 이, 지혜와 행을 갖춘 이, 잘 간 이, 세상 아는 이, 위없는 선비, 도법으로 어거하는 이, 천상과 인간의 스승, 부처, 중우(衆祐)라 부르는 이가 세상에 나오셨었다.

그 왕에게 무니라는 딸이 있었다. 그는 얼굴이 뛰어나고 낯빛은 복숭아 꽃빛 같았으니 그것은 전생에 여러 부처님을 공양한 까닭이었다.

그 부처님에게도 세 번의 법회가 있었다. 그 성문들은 첫 번째의 법회 때에는 一억 六만 八천이었고 두 번째 법회 때에는 一억 六만이었으며 세 번째 법회 때에는 一억 三만 무리들이었다. 그들은 모두 아라한으로서 아무 번뇌도 없었다.

그 때에 그 부처님은 제자들을 위해 이렇게 설법하셨다.

'비구들이여, 항상 좌선(坐禪)하기를 생각해 게으르지 말고 또 방편을 구해 경전과 계율을 외워 익히라.' 그 부처님의 사자 만원(滿願)은 많이 듣기로 제일이었으니 마치 오늘의 내 아아난다 비구의 많이 듣기로 제일인 것 같았다.

때에 그 만원 비구는 보장 부처님께 사뢰었다.

'여러 비구들은 모든 감관이 우둔하고 선정을 힘쓰지 않으며 또 경전을 외워 익히지도 않나이다. 세존이시여, 지금 저들을 어떤 법안에 두어 편안하게 하려 하시나이까.'

보장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만일 비구들로서 모든 감관이 우둔하고 선정을 닦을 수 없는 이는 세 가지 상인(上人)의 법을 닦아야 한다. 세 가지란 이른바 좌선과 송경과 대중의 일을 돕는 것이다.'

그 부처님은 이와 같이 제자들을 위해 이러한 미묘한 법을 말씀하셨느니라.

그 때에 어떤 장로 비구는 선정을 수행할 수 없었다. 그는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나이 늙어 선정을 수행할 수 없다. 서원을 세워 돕는 법을 행하리라.' 그는 곧 야마성(野馬城) 안에 들어가 등불 기름을 구해 날마다 보장 여래님께 공양하여 등불이 끊어지지 않게 하였다.

이 때에 왕녀 무니는 그 장로 비구가 거리로 다니면서 구걸하는 것을 보고 물었다.

'비구님, 지금 무엇을 구하십니까.'

비구는 대답하였다.

'성녀(聖女)님, 아시오. 나는 나이 늙어 선정을 닦을 수 없소. 그래서 기름을 구해 부처님께 공양하여 거룩한 광명을 이어가려 하는 것이오.'

그 여자는 부처라는 이름을 듣고 못내 기뻐해 어쩔 줄을 모르면서 장로 비구에게 사뢰었다.

'비구님, 당신은 지금부터 다른 데서 구하지 마시오. 기름과 등불을 내가 모두 대어 드리겠습니다.'

때에 그 장로 비구는 그 여자의 보시를 받아 날마다 기름을 가지고 보장 여래께 공양하고 그 공덕과 복업을 가지고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에 보시하면서 마음으로 연설하였다. '나는 나이 늙고 또 성질이 둔하여 지혜로 선정을 행할 수 없다. 그러므로 지금 이 공덕으로 말미암아 나는 곳마다 나쁜 세계에 떨어지지 않고 장래 세상에서 성인을 만나기는 지금의 보장 여래님과 다름이 없고 또 성중을 만나기도 지금의 성중과 다름이 없으며 또 그 설법도 지금과 다름이 없어지이다.'

그 때에 보장 여래는 그 비구의 마음속의 생각을 알으시고 곧 웃으시며 입에서 五색 광명을 내시면서 말씀하셨다.

'비구야, 너는 장차 무수한 아상카 겁을 지낸 뒤에는 반드시 부처가 되어 이름을 등광(燈光) 여래, 아라한, 다 옳게 깨달은 이라 부를 것이다.'

장로 비구는 못내 기뻐해 어쩔 줄을 몰랐다. 그래서 몸과 마음이 견고하여 뜻이 물러나지 않고 얼굴빛은 뛰어나 보통 때와 같지 않았다.

때에 무니 여자는 그 비구의 얼굴빛이 보통 때와 다른 것을 보고 곧 나아가 물었다.

'비구님, 오늘 그 얼굴빛은 뛰어나게 묘하여 보통 때와 같지 않습니다. 어떤 뜻을 얻은 까닭입니까.'

비구는 대답하였다.

'왕녀님, 아시오. 아까 여래님께서 단 이슬을 부어 주셨소.'

'어떻게 여래님께서 단 이슬을 부어 주셨습니까.'

'나는 보장 여래님의 기별을 받았소. 즉 장래 수없는 아상카 겁을 지낸 뒤에 반드시 부처가 되어 등광 여래, 아라한, 다 옳게 깨달은 이라 부를 것이다. 그래서 몸과 마음이 견고하여 뜻이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왕녀여, 이와 같이 나는 그 여래님의 기별을 받았소.'

'그 부처님께서는 혹 내게도 기별을 주시겠습니까.'

'그대에게 기별을 주실는지 그것은 나도 모르겠소.'

때에 왕녀는 비구의 말을 듣고 곧 보배깃 수레를 타고 보장 여래에게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사뢰었다.

'나는 지금 단월 시주로서 필요한 기름을 항상 대어 드렸나이다. 그러하온데 지금 세존께서는 저 비구에게만 기별을 주시고 제게는 기별을 주시지 않나이다.'

보장 여래는 말씀하셨다.

'마음을 내어 구하고 원하면 그 복이 한량이 없거늘 하물며 재물로 보시함이겠느냐.'

'만일 여래께서 저에게 기별을 주시지 않으시면 저는 스스로 목숨을 끊겠나이다.'

보장 여래는 말씀하셨다.

'대개 여자의 몸으로는 전륜성왕이 되려 하여도 되지 못하고 제석이 되려 하여도 되지 못하며 범천왕이 되려 하여도 되지 못하고 마왕이 되려 하여도 되지 못하며 여래가 되려 하여도 되지 못하느니라.'

'저는 결단코 위없는 도를 이루지 못하겠나이까.'

'될 수 있다. 무니야,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를 이룰 수 있다. 그런데 왕녀야, 알라. 수 없는 아상카 겁 뒤에 부처님이 세상에 나올 것이니 그는 너의 선지식이다. 그 부처는 너에게 기별을 주실 것이다.'

왕녀는 사뢰었다.

'보시를 받는 이는 청정한데 주는 이는 탁하나이까.'

보장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내가 지금 말한 것은 마음이 청정하고 발원이 견고함을 말한 것이다.'

때에 왕녀는 말을 마치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부처님을 세 번 돌고 물러갔느니라.

우파알리야, 알아야 한다. 수없는 아상카 겁 뒤에 등광 부처님이 세상에 나와 큰 파두마국을 다스리면서 큰 비구들 十六만 八천 무리들과 함께 계시면서 국왕과 인민들이 모두 와서 받들어 섬길 것이다.

그 때에 그 나라에는 제파연나라는 왕이 있어 법으로 다스리면서 이 남섬부주를 통솔할 것이다. 그 왕은 부처와 비구 중을 청해 음식으로 공양할 것이다. 이 때에 등광 여래는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바리를 가지고 비구들을 데리고 성으로 들어가실 것이다.

그 때에 미륵이라는 범지의 아들이 있어 얼굴은 단정하여 무리에서 뛰어나고 모습은 범천 같으며, 모든 경전에 통해 두루 익숙하지 않은 것이 없고 온갖 글과 주술을 모두 밝게 알며 천문, 지리도 두루 통달하리라.

그는 멀리서 오시는 등광 여래의 얼굴은 뛰어나 세상에서 기이하고 모든 감관은 고요하며 서른 두 가지 거룩한 모습과 八十가지 특별한 모양으로 그 몸을 장엄하신 것을 보고 곧 기쁜 뜻과 착한 마음이 생긴다. 책에 적힌 것을 보면 여래님의 나타나심은 매우 만나기 어렵다. 모처럼 나오시기는 마치 우트팔라 꽃이 모처럼 나오는 것과 같다고 한다. 나는 지금 가서 시험해 보리라고.

이 때에 범지는 손에 다섯 송이 꽃을 들고 세존께 나아가다가 다시 생각한다. '서른 두 가지 거룩한 모습을 가진 이는 부처를 이루었다고 한다.' 그는 곧 다섯 송이 꽃을 여래 위에 흩고 또 서른 두 가지 거룩한 모습을 찾았으나 다만 서른 가지 거룩한 모습만 보이고 두 가지 거룩한 모습은 보지 못한다. 그는 곧 의심을 내어 '지금 세존님을 뵈오매 넓고 긴 혀와 말처럼 감춘 것[陰馬]은 보이지 않는다.'하고 곧 다음 게송으로 말할 것이다.

 

서른 두 가지

대인 모습이 있다고 들었는데

이제 두 가지 모습 안 보이거니

저것은 상호(相好)를 갖춘 것인가.

 

과연 정결하여 음(陰)하지 않은

그 음마 감춤을 가지고 있는가

과연 귀를 핥고 얼굴을 덮는

넓고 긴 혀를 가지고 있는가.

 

나를 위하여 그 모습 나타내어

이 의심 결박을 끊어주시라

그 음마(陰馬)의 모습과 혀의 모습을

원컨대 나는 그것 보고 싶구나.

 

이 때에 등광 부처님은 곧 삼매에 들어 그 범지로 하여금 이 두 가지 모습을 보게 하시고 다시 넓고 긴 혀를 내어 양쪽 귀를 핥고 큰 광명을 놓았다가 도로 정수리로 들일 것이다. 그 범지는 여래가 서른 두 가지 모습을 완전히 갖추신 것을 보고 못내 기뻐해 어쩔 줄을 모르면서 이렇게 말할 것이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잘 관찰하소서. 나는 지금 이 다섯 송이 꽃을 여래님께 올리나이다. 또 이 몸을 여래님께 공양하겠나이다.'

이렇게 서원을 세울 때에 그 다섯 송이 꽃은 공중에서 보대(寶臺)로 화하여 매우 뛰어나고 묘하며 네 기둥에 네 문이 있을 것이다. 그는 이 교로대(交露臺)를 보고 못내 기뻐해 어쩔 줄을 모르면서 이렇게 서원을 세울 것이다.

'내가 장래에 부처가 되면 등광 부처님처럼 되고 그를 따르는 제자들도 그와 같아지이다.'

이 때에 등광 여래는 그 범지의 마음속의 생각을 알고 곧 웃으실 것이다. 모든 부처 세존의 한결같은 법으로는 만일 기별을 줄 때에 세존께서 웃으시면 입에서 광명을 내어 三천 대천 세계를 두루 비추는 것이다. 그 때의 그 광명도 三천 대천 세계를 두루 비추어 해와 달이 광명이 없을 것이요 그 광명은 도로 정수리로 들어갈 것이다.

만일 여래에게 기별을 줄 때에는 광명은 정수리로 들어가고 벽지불에게 기별을 줄 때에는 광명은 입에서 나와 귀로 들어가며 성문에게 기별을 줄 때에는 광명은 어깨 위로 들어가고 천상에 날 이에게 기별을 줄 때에는 광명은 팔 속으로 들어가며 인간에 날 이에게 기별할 때에는 광명은 두 옆구리로 들어가고 아귀로 날 이에게 기별할 때에는 광명은 겨드랑으로 들어가며 축생으로 날 이에게 기별하면 광명은 무릎으로 들어가고 지옥에 날 이에게 기별할 때에는 광명은 다리 밑으로 들어가는 것이니,

그 때에 범지는 그 광명이 정수리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못내 기뻐해 어쩔 줄을 모르면서 곧 머리를 풀어 땅에 펴고 말할 것이다.

'만일 여래께서 저에게 기별을 주지 않으시면 저는 곧 여기서 스스로 목숨을 끊어 모든 감관을 그대로 두지 않겠나이다.'

등광 부처님은 그 범지의 마음속의 생각을 알고 곧 말씀하실 것이다.

'너는 빨리 일어나라. 너는 장래 세상에 부처가 되어 이름을 석가모니, 여래, 아라한, 다 옳게 깨달은 이라 할 것이다.'

그 때에 마아나바카는 부처님이 주시는 기별을 받고 마음이 못내 기뻐 어쩔 줄을 모를 것이다. 그는 곧 거기서 변현(遍現) 삼매를 얻어 허공에 솟아올라 땅에서 일곱 길쯤 떨어져 등광 여래를 향해 합장할 것이다.

우파알리야, 너는 달리 생각하지 말라. 그 때의 보장 여래와 그 때의 장로 비구는 다른 사람이 아니다. 그 때의 등광 여래가 바로 그 사람이요 그 때의 왕녀 무니는 지금의 내가 바로 그이다. 때에 보장 여래는 내 이름을 지어 석가모니라고 불렀느니라.

나는 이제 이런 인연으로 이 여덟 가지 재법을 말하는 것이다. 마땅히 서원을 세워야 한다. 원해서 이루지 못할 것이 없다. 왜 그러냐 하면 그 여자가 그런 서원을 세웠기 때문에 그 겁에서 그 소원을 성취한 것이요 만일 그 장로 비구가 서원을 세우지 않았더라면 불도를 이루지 못하였을 것이다. 서원의 복은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것이니 단 이슬 열반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우파알리야,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우파알리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三.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마가다국에 계시면서 五백의 큰 비구들과 함께 강가로 가셨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강 가운데 큰 재목이 물에 떠내려가는 것을 보시고 곧 물 가 나무 밑에 앉아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물에 떠내려가는 저 나무를 보느냐."

비구들은 사뢰었다.

"예, 보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만일 저 나무가 이쪽 언덕에도 대이지 않고 저쪽 언덕에도 대이지 않으며 중간에서 가라앉지도 않고 또 언덕 위에 올라오지도 않으며 사람에게 붙잡히지도 않고 사람 아닌 것에도 붙잡히지 않으며 물을 따라 돌아오지도 않고 또 썩지도 않으면 저것은 점점 바다에 이를 것이다.

왜 그러냐 하면 바다는 모든 강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너희 비구들도 그와 같아서 만일 이쪽 언덕에도 대이지 않고 저쪽 언덕에도 대이지 않으며 중간에서 가라앉지도 않고 언덕 위에 올라오지도 않으며 사람이나 사람 아닌 것에도 붙잡히지 않고 물을 따라 돌아오지도 않으며 또 썩지도 않으면 그는 점점 열반에 이를 것이다. 왜 그러냐 하면 열반이란 바른 소견, 바른 다스림, 바른 말, 바른 업, 바른 생활, 바른 방편, 바른 생각, 바른 선정으로서 이것은 열반의 근본이기 때문이니라."

그 때에 난다라는 소치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지팡이를 의지해 섰다가 멀리서 이 말씀을 듣고 세존께 나아가 서서 사뢰었다.

"저도 지금부터 이쪽 언덕에도 대이지 않고 저쪽 언덕에도 대이지 않으며 중간에서 가라앉지도 않고 언덕 위에 올라오지도 않으며 사람에게 붙잡히지 않고 사람 아닌 것에도 붙잡히지 않으며 물을 따라 돌아오지도 않고 또 썩지도 않으면 차츰 열반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를 도 안에 있기를 허락하시어 사문이 되게 하소서."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소를 주인에게 돌려 준 뒤에라야 사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난다는 사뢰었다.

"이 소는 송아지를 생각하기 때문에 스스로 집에 돌아갈 것입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도 안에 있기를 허락하여 주소서."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 소는 제 집으로 돌아가겠지마는 네가 가서 그것을 돌려주어야 하느니라."

때에 난다는 그 분부를 받고 곧 가서 소를 돌려주고 부처님께 돌아 와 사뢰었다.

"이제 소는 돌려주었나이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제가 사문이 되는 것을 허락하소서."

여래께서는 곧 그의 사문이 되는 것을 허락하시고, 구족계를 주셨다.

어떤 딴 비구가 세존께 사뢰었다.

"어떤 것을 <이쪽 언덕>이라 하옵고 어떤 것을 <저쪽 언덕>이라 하오며 어떤 것을 중간에서 가라앉고 언덕 위에 있으며 사람에게도 붙잡히지 않고 사람 아닌 것에도 붙잡히지 않으며 물을 따라 돌아오고 또 썩지도 않는 것이라 하나이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이쪽 언덕이란 몸이요 저쪽 언덕이란 몸이 없어진 것이다. 중간에서 가라앉음이란 욕망과 애착이요, 언덕 위에 있음이란 다섯 가지 욕심이다. 사람에게 붙잡힘이란 어떤 선남자가 '이 공덕과 복으로 말미암아 국왕이나 혹은 대신이 되어지이다.'고 서원을 세우는 것이다. 사람 아닌 것에 붙잡힘이란 어떤 비구가 이 공덕으로 말미암아 四천왕의 세계에 나기를 서원하여 범행을 닦아 그 공덕으로써 모든 하늘 세계에 나는 것이다. 물을 따라 돌아옴이란 삿된 의심이요 썩음이란 삿된 소견, 삿된 다스림, 삿된 말, 삿된 업, 삿된 생활, 삿된 방편, 삿된 생각, 삿된 선정이니라. 지금 난다 비구도 한적한 곳에 있으면서 스스로가 애써 수행하나니, 그러므로 선남자로서 수염과 머리를 깎고 집을 떠나 도를 배우는 이가 위없는 범행을 닦으면 생, 사가 이미 끝나고 범행이 이미 서고 할 일을 이미 마쳐 다시는 후생 몸을 받지 않고 그 자리에서 곧 아라한이 되느니라."

그 때에 난다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四.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아자그리하 성의 칼란다카 대 숲 동산에서 五백의 큰 비구들과 함께 계셨다.

그 때에 데바닷타는 이미 신통을 잃고 있었지마는 아자아타사트루 태자는 날마다 五백 가마의 밥을 보내어 그를 공양하였다.

이 때에 많은 비구들은 데바닷타가 이미 신통을 잃었으면서 아자아타사트루 태자의 공양을 받는다는 말을 들었다. 그들은 모두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사뢰었다.

"데바닷타는 매우 큰 위력이 있어 지금 아자아타사트루 왕이 날마다 보내는 五백 가마 밥의 공양을 받고 있나이다."

세존께서는 이 말을 듣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데바닷타 비구의 이양(利養)을 탐하는 생각을 내지 말라. 그 미련한 사람은 그 이양으로 말미암아 스스로 멸망할 것이다. 왜 그러냐 하면 비구들이여, 데바닷타는 집을 나온 사람으로서 그 소원을 이루지 못하였기 때문이니라.

비구들이여, 알아야 한다. 그것은 마치 어떤 사람이 그 마을을 나가 날랜 도끼를 들고 큰 나무로 갈 때에 원래 바란 것은 큰 나무였는데, 그 나무에 가서는 다만 가지와 잎사귀를 가지고 돌아오는 것과 같다. 지금 저 비구도 그와 같아서 이양을 탐하고 집착한다. 그는 그 이양으로 말미암아 남을 향해 스스로 자랑하고 남을 비방하면서 비구로서 마땅히 행해야 할 그 소원을 이루지 못한다. 그는 그 이양으로 말미암아 방편을 구해 용맹스런 마음을 일으키지 않는다. 그것은 저 사람이 보배를 구하다가 얻지 못하고 지혜로운 이의 버림을 받는 것과 같으니라.

혹 어떤 비구는 이양을 얻더라도 스스로 자랑하지 않고 또 남을 비방하지 않다가도 때로는 남을 행해 '나는 계율을 가지는 사람이요 저이는 계율을 범하는 사람이다.'고 스스로 일컬으면 그것은 비구가 원하는 바의 그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것이다. 마치 어떤 사람이 뿌리는 버리고 가지만 가지고 집에 돌아갔을 때 지혜로운 사람은 그것을 보고 '이 사람은 가지를 가지고 돌아왔지마는 그 뿌리는 모른다.'고 하는 것처럼 지금의 비구들도 그와 같아서 이양을 얻고 계율을 받들어 가지며 범행을 닦고 삼매를 닦기를 좋아하더라도 그는 그 삼매를 닦는 마음으로써 남을 향해 스스로 칭찬하기를 '나는 지금 선정을 얻었는데 다른 사람은 선정이 없다.'고 한다면 그는 비구로서 행하여야 할 법에 있어서 그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것이다.

마치 어떤 사람이 그 열매를 구해 큰 나무에 가서 그 열매를 바라면서 가지와 잎사귀를 버리고 그 뿌리를 가지고 돌아갔을 때에 지혜로운 사람은 그것을 보고 '이 사람은 그 뿌리를 안다.'고 말하는 것과 같이 이제 그 비구도 그와 같아서 이양을 불러오고 계율을 받들어 가지면서도 스스로 칭찬하지 않고 남을 비방하지 않으며 삼매를 닦는 것도 그렇게 하여 차츰 지혜를 행한다. 대개 지혜란 이 법 중에서 가장 제일이 된다. 그러나 저 데바닷타 비구는 이 법안에서 지혜의 삼매를 얻지 못했고 또 계율도 갖추지 못하였느니라."

어떤 비구는 세존께 사뢰었다.

"어찌하여 저 데바닷타를 계율의 법을 모른다 하나이까. 그는 신덕(神德)이 있고 온갖 행을 성취하였나이다. 이런 지혜가 있사온데 어찌하여 계율의 법을 모른다 하나이까. 지혜가 있으면 삼매가 있고 삼매가 있으면 계율이 있나이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계율이란 법은 세속의 예사로운 법이요 삼매의 성취도 세속의 예사로운 법이며 신통으로 날아다니는 것도 세속의 예사로운 법이다. 그러나 지혜의 성취는 가장 뛰어난 진리이니라."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곧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선정으로 말미암아 신통을 얻어

위로 위로 나아가도 끝에까지 못 가네

하염없는 살피를 얻지 못하면

다섯 욕심 속에 도리어 떨어진다.

 

저 지혜가 가장 으뜸 되나니

거기에는 근심도 걱정도 없고

끝에는 평등한 소견을 얻어

나고 죽는 이 몸을 끊어 버린다.

 

비구들이여, 알라. 이런 이유로 데바닷타는 계율의 법을 알지 못하고 지혜와 삼매의 행도 알지 못한다 하노라. 너희 비구들은 저 데바닷타처럼 이양에 탐착하지 말라. 대개 이양이란 사람을 나쁜 곳에 떨어뜨려 좋은 곳으로 가지 못하게 하느니라.

만일 이양에 탐착하면 곧 삿된 소견을 익혀 바른 소견에서 떠나고 삿된 다스림을 익혀 바른 다스림에서 떠나며 삿된 말을 익혀 바른 말에서 떠나고 삿된 업을 익혀 바른 업에서 떠나며 삿된 생활을 익혀 바른 생활에서 떠나며 삿된 방편을 익혀 바른 방편에서 떠나며 삿된 생각을 익혀 바른 생각에서 떠나고 삿된 선정을 익혀 바른 선정에서 떠나게 되느니라.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만일 이양을 얻으려는 마음이 일어나거든 그것을 억눌러 일어나지 못하게 하고 이양을 얻으려는 마음이 이미 일어났거든 방편을 구해 그것을 없애도록 하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이 미묘한 법을 연설하실 때 六十여 비구는 법복을 버리고 속인[內衣]의 행으로 돌아갔으며, 또 六十여 비구는 번뇌가 다하고 뜻이 풀려 온갖 티끌과 때가 없어지고 법눈이 깨끗하게 되었다.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지금 뗏목 비유를 말하려니 너희들은 잘 생각하고 명심하라."

"그리하겠나이다, 세존이시여."

비구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있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뗏목 비유란 무엇인가. 너희들이 혹 길을 가다가 도적에게 사로잡히더라고 마음을 바로 가져 미워하는 생각을 내지 말고, 보호하는 마음을 일으켜 일체 곳에 두루 채워 한량이 없고, 헤아릴 수 없게 하라.

땅과 같은 마음을 가져야 한다. 땅은 깨끗한 것도 받고 더러운 것도 받아 똥, 오줌 같은 더러운 것을 모두 다 받는다. 그러나 땅은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마음을 내지 않고 '이것은 좋고 이것은 더럽다.'고 말하지 않는 것처럼 너희들의 소행도 그와 같아서 도적에게 사로잡히더라도 나쁜 생각을 내거나 좋아하고 싫어하는 마음을 내지 말라.

저 땅, 물, 불, 바람과 같이 나쁜 것도 받고 좋은 것도 받더라도 조금도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마음을 내지 말고, 사랑하는 마음, 가엾이 여기는 마음, 기쁘게 하는 마음, 보호하는 마음을 일으켜 일체 중생을 대하여야 한다. 왜 그러냐 하면 선한 법도 버려야 하겠거늘 하물며 악한 법을 익혀야 하겠는가.

어떤 사람이 무섭고 어려운 곳을 당해 그 어려운 곳을 지나 안온한 곳에 이르려고 하여, 마음대로 돌아 다니면서 그 편안한 곳을 구할 때에 그는 매우 깊고 넓은 큰 강을 당했으나 저쪽 언덕으로 건너갈 수 있는 다리나 배가 없었다. 그리고 그가 서있는 곳은 매우 두렵고 어려운데 저쪽 언덕은 무사 태평하였다.

그 때에 그 사람은 어떤 방법을 생각하였다. '이 강물은 매우 깊고 넓다. 이제 나무와 풀잎을 주워 모아 뗏목을 만들어 건너가자. 이 뗏목을 의지하면 이쪽 언덕에서 저쪽 언덕으로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는 곧 나무와 풀잎을 모아 뗏목을 만들어 이쪽 언덕에서 저쪽 언덕으로 건너갔다. 그는 저쪽 언덕에 이르러 다시 생각하였다. '이 뗏목은 내게 많은 이익을 주었다. 이 뗏목으로 말미암아 액난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두려운 곳에서 편안한 곳에 이르게 되었다. 나는 이제 이 뗏목을 버리지 않고 가지고 다니면서 쓰리라.'

어떠냐 비구들이여, 그 사람은 과연 어디로 그것을 가지고 다니면서 쓸 수 있겠느냐."

비구들은 사뢰었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그 사람의 소원은 이미 이루어졌는데 그 뗏목을 다시 어디 쓰겠나이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선한 법도 버려야 하겠거늘 하물며 나쁜 법이겠는가."

그 때에 어떤 비구는 사뢰었다.

"어찌하여 '법을 버려야 하겠거늘 하물며 나쁜 법이겠느냐.'고 하시나이까. 저희들은 법으로 말미암아 도를 배우지 않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교만을 의지하여 교만, 만만(慢慢), 증상만(增上慢), 자만(自慢), 사견만(邪見慢), 만중만(慢中慢)을 없앤다. 즉 교만이 없음으로써 만만을 없애고 무만(無慢), 정만(正慢)을 없애며 사만과 증상만을 없애어 네 가지 만을 모두 없애느니라.

나는 옛날 아직 불도를 성취하기 전에 나무 밑에 앉아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욕심 세계 가운데 누가 가장 세력이 있고 귀한가. 나는 그것을 항복 받으리라. 그렇게 하면 욕심 세계 안의 하늘과 사람들은 모두 항복할 것이다.'고 생각하였다.

때에 나는 다시 생각하였다. '악마 파아피야스가 있다고 들었다. 나는 저와 싸우리라.' 그 파아피야스를 항복 받음으로써 모든 교만하고 호저한 하늘들은 모두 항복하였었다.

비구들이여, 나는 그 때에 그 자리에서 웃었다. 그래서 그 악마 파아피야스의 경계를 모두 진동시켰더니 허공에서 게송을 읊는 소리를 들었다."

 

참되고 깨끗한 왕의 법을 버리고

집을 떠나 와 단 이슬 배웠거니

만일 넓은 원을 잘 바로 세우면

세 갈래 나쁜 세계 모두 비우지.

 

나는 지금 모든 내 군사를 모아

저 사문 얼굴 보나니

만일 내 계책을 쓰지 않으면

다리를 잡아 바다 밖에 던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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