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三분 구라단두경(究羅檀頭經) 제 四
이렇게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은 구살라(拘薩羅)국에 계시는데 큰 비구 무리 천 二백 五十인과 함께 계셨다.
인간에 유행(遊行)하시다가 구살라의 카누바제라는 바라문촌의 북쪽에 이르러 시사바(尸舍婆) 숲 속에 머무르셨다. 때에 구라단두(拘羅檀頭)라는 바라문이 카누바제 촌에 살고 있었다. 그 촌은 풍족하고 인민은 치성(熾盛)하며 동산과 욕지(浴池)와 수목은 맑고 시원하였다. 파사닉왕은 곧 이촌을 봉(封)해 구라단두 바라문에게 주어 범분(梵分)을 삼았다. 이 바라문은 七대 이래로 부모가 진정하여 남의 업신여김이나 비방을 받지 않았다. 이학의 三부를 외워 통달하였으며 온갖 경서를 다 능히 분별하고 세상 서적의 그윽한 뜻도 두루 익히지 않은 것이 없었다. 또 대인 상보는 법 길흉을 점치는 것과 제사 의례에 능통하였다. 五백의 제자를 두어 언제나 가르치고 있었다. 때에 그 바라문은 큰제사를 차리기 위하여 五백의 숫소와 五백의 암소와 五백의 숫송아지와 五백의 암송아지와 五백의 암염소와 五백의 숫염소를 잡아 제사에 쓰려고 하였다.
때에 카누바제촌의 모든 바라문, 거사들은 사문 고오타마 석종자는 집을 나와 도를 이룬 뒤 구살라 국에서 인간에 노닐으시다가 카누바제 촌의 북쪽 시사바숲에 이르러 머무르시는데 그 큰 이름은 천하에 두루 퍼졌고 여래, 지진, 등정각의 十호를 구족했으며 모든 하늘, 세상 사람, 악마 혹은 악마의 하늘, 사문, 바라문들 가운데서 스스로 증명하고 남을 위해 설법함에 그 말은 상, 중, 하가 다 참되고 바르고 의미는 구족하고 범행은 청정하다는 것을 들었다. 이러한 진인(眞人)은 마땅히 가서 뵈와야 한다. 이제 우리도 가서 뵈올까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들은 곧 서로 이끌고 카누바제촌을 나가 떼를 지어 서로 따라 부처님 계시는 곳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때에 구라단두 바라문은 높은 다락에서 멀리 여러 사람이 떼를 지어 서로 따라가는 것을 보고 시자에게 물었다.
“저 사람들은 무슨 일로 저렇게 떼를 지어 서로 따르면서 어디로 가려고 하는 것인가.”
시자는 사뢰었다.
“저는 ‘사문 고오타마 석종자가 집을 나와 도를 이룬 뒤 <구살 라>국에서 인간에 노닐으시다가 카누바제촌 북쪽의 시사바숲 속에 이르러 계시는데 큰 이름은 천하에 두루 퍼졌고, 여래, 지진, 등정각의 十호를 구족했으며 모든 하늘과 세상 사람과 악마와 혹은 악마의 하늘과 사문과 바라문들 가운데서 스스로 증명하고 남을 위해 설법함에 그 말은 상, 중, 하가 다 참되고 발라 의미는 구족하고 범행은 청정하므로 이 마을의 모든 바라문, 장자, 거사들이 모두 모여 서로 따라 사문 고오타마를 뵈오러 간다’고 들었습니다.”
때에 구라단두 바라문은 곧 시자에게 명령하였다.
“너는 빨리 가서 내 이름으로써 모든 사람에게 말하라. ‘그대들은 조금 그쳐 내가 가기를 기다려라. 우리 함께 사문 고오타마에게 가자’고.”
때에 그 시자는 명령을 받고 곧 가서 여러 사람들에게 ‘잠깐 머물러 내가 가기를 기다려서 사문 고오타마에게 함께 가자’고 하는 구라단두의 말을 전했다. 여러 사람들은 시자에게 말했다. ‘너는 빨리 돌아가서 바라문에게 아뢰라 지금이 바로 그 때다. 함께 가자.’
시자는 돌아와 바라문에게 여쭈었다.
“여러 사람들은 잠깐 멈추고 지금이 바로 그 때이니 마땅히 함께 가자고 말합니다.”
때에 바라문은 곧 다락에서 내려와 중문에 나와 섰다. 때에 다른 바라문 五백인은 중문밖에 앉아 구라단두를 도와 큰제사를 준비하다가 구라단두가 나오는 것을 보고 모두 일어나 맞으면서 물었다.
“큰 바라문이여, 어디 가려고 하십니까?”
그는 대답했다.
“내가 들으니 ‘사문 고오타마 석종자가 집을 나와 도를 이룬 뒤에 구살라국에서 인간에 노닐으시다가 카누바제촌 북쪽의 시사바숲 속에 이르러 계시는데 큰 이름은 천하에 두루 퍼졌고, 여래, 지진, 등정각의 十호를 구족했다. 모든 하늘과 세상 사람과 악마와 혹은 악마의 하늘과 사문과 바라문들 가운데서 스스로 증명하고 남을 위해 설법함에 그 말은 상, 중, 하가 다 참되고 발라 의미는 구족하고 범행은 청정하였다’한다. 이러한 참 사람은 마땅히 가서 뵈와야 한다. 모든 바라문이여, 나는 또 들었다. 고오타마는 三종의 제사와 十六종의 제사의 제구(祭具)를 아신다고. 그것은 이제 우리 대중 가운데 있는 노숙한 학자도 능히 알지 못하는 것이다. 나는 지금 큰제사를 지내려 한다. 소와 염소는 이미 준비되어 있다. 고오타마에게 나아가 三종의 제사와 十六종의 제사의 제구를 묻고자 한다. 우리는 이 제사의 법을 다 배우면 공덕은 구족하고 이름은 멀리 들릴 것이다.”
때에 五백의 바라문은 구라단두에게 아뢰었다.
“대사(大師)는 가지 마소서. 왜냐하면 저가 이리로 올 것이요 여기서 저리로 갈 것이 아닙니다. 대사는 七대로 내려오면서 부모는 진정하여 남의 업신여김이나 비방을 받는 일이 없습니다. 이 법을 성취하였으므로 저가 이리로 올 것이요 여기서 저리로 갈 것이 아닙니다.”
또 말했다.
“대사는 이학의 三부를 외워 통달했고 온갖 경서를 다 분별하며 세상의 서적의 그윽한 뜻도 두루 익히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또 대인의 상보는 법, 길흉을 점치기와 제사 의례 등에 능합니다. 이 법을 성취하였으므로 저가 이리로 올 것이요 여기서 저리로 갈 것이 아닙니다. 또 대사는 얼굴이 단정하여 범(梵)의 색상(色像)을 가졌습니다. 이 법을 성취하였으므로 저가 이리로 올 것이요 여기서 저리로 갈 것이 아닙니다. 또 대사는 계덕(戒德)이 증상(增上)하고 지혜를 성취했습니다. 이 법을 성취하였으므로 저가 이리로 올 것이요 여기서 저리로 갈 것이 아닙니다. 또 대사는 하시는 말씀이 유화하고 변재를 구족했으며 의미가 청정합니다. 이 법을 성취하였으므로 저가 이리로 올 것이요 여기서 저리로 갈 것이 아닙니다.
또 대사는 대중의 도수(導首)로서 제자가 많습니다. 이 법을 성취하였으므로 저가 이리로 올 것이요 여기서 저리로 갈 것이 아닙니다. 또 대사는 항상 五백의 바라문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 법을 성취하였으므로 저가 이리로 올 것이요 여기서 저리로 갈 것이 아닙니다. 또 대사는 四방의 학자가 모두 와서 받기를 청해 모든 기술과 제사의 법을 물으면 다 능히 갖추어 대답합니다. 이 법을 성취하였으므로 저가 이리로 올 것이요 여기서 저리로 갈 것이 아닙니다. 또 대사는 저 파사닉왕이나 병사왕의 공경과 공양을 받습니다. 이 법을 성취하였으므로 저가 이리로 올 것이요 여기서 저리로 갈 것이 아닙니다. 또 대사는 부자로서 재보가 창고에 가득 차 넘칩니다. 이 법을 성취하였으므로 저가 이리로 올 것이요 여기서 저리로 갈 것이 아닙니다. 또 대사는 지혜가 밝게 통달하고 말하는 바가 환히 트이어 겁약(怯弱)이 없습니다. 이 법을 성취하였으므로 저가 이리로 올 것이요 여기서 저리로 갈 것이 아닙니다. 대사는 이러한 十一법을 구족하였으므로 저가 이리로 올 것이요 여기서 저리로 갈 것이 아닙니다.”
때에 구라단두는 말했다.
“그렇고 그렇다. 너희들의 말과 같다. 나는 진실로 그러한 덕을 가지고 있다. 없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너희들은 다시 내가 말하는 것을 들으라. 사문 고오타마의 이른바 공덕으로 말하면 우리가 저리로 갈 것이요 저기서 이리로 올 것이 아니다. 사문 고오타마는 七대로 내려오면서 부모는 진정하여 남의 업신여김이나 비방을 받지 않는다. 그는 이 법을 성취하였으므로 우리가 저리로 갈 것이요 저기서 이리로 올 것이 아니다. 또 사문 고오타마는 얼굴이 단정하고 찰제리 종족에서 났다. 이 법을 성취하였으므로 내가 저리로 갈 것이요 저가 이리로 올 것이 아니다. 또 사문 고오타마는 존귀한 집에 태어났으면서도 집을 나와 도를 닦았다. 이 법을 이루었으므로 내가 저리로 갈 것이요 저가 이리로 올 것이 아니다. 또 사문 고오타마는 광명이 구족하고 종성(種姓)이 진정하여 집을 나와 도를 닦았다. 이 법을 이루었으므로 내가 저리로 갈 것이요 저가 이리로 올 것이 아니다. 또 사문 고오타마는 부잣집에 태어나 큰 위력이 있으면서도 집을 나와 도를 닦았다. 이 법을 이루었으므로 내가 저리로 갈 것이요 저가 이리로 올 것이 아니다.
또 사문 고오타마는 현성의 계를 갖추었고 지혜를 성취하였다. 이 법을 이루었으므로 내가 저리로 갈 것이요 저가 이리로 올 것이 아니다. 또 사문 고오타마는 말을 잘하고 부드럽고 화아(和雅)하다. 이 법을 이루었으므로 내가 저리로 갈 것이요 저가 이리로 올 것이 아니다. 또 사문 고오타마는 대중의 도사(導師)로서 제자가 많다. 이 법을 이루었으므로 내가 저리로 갈 것이요 저가 이리로 올 것이 아니다. 또 사문 고오타마는 욕애(欲愛)를 아주 없애고 경박하거나 사나움이 없으며 걱정이나 두려움은 이미 없어 털이 거꾸로 서는 일이 없고 기뻐하고 화열(火悅)하여 사람을 보면 착함을 칭찬하고 행과 과보(果報)를 잘 말하고 남의 도(道)를 비방하지 않는다. 이 법을 이루었으므로 내가 저리로 갈 것이요 저가 이리로 올 것이 아니다.
또 사문 고오타마는 항상 파사닉왕과 및 병사왕의 예경과 공양을 받는다. 이 법을 이루었으므로 내가 저리로 갈 것이요 저가 이리로 올 것이 아니다. 또 사문 고오타마는 비가라사라 바라문의 예경과 공양을 받고 또 범 바라문, 다리차 바라문, 종덕(種德) 바라문, 수가마납도야자(首伽摩納兜耶子)의 공경과 공양을 받는다. 이 법을 이루었으므로 내가 저리로 갈 것이요 저가 이리로 올 것이 아니다.
또 사문 고오타마는 모든 성문(聲聞) 제자들의 숭봉과 예경과 공양을 받고 모든 하늘과 귀신의 공경을 받으며 석종(釋種), 구리, 명녕, 발기, 말라, 스마들이 다 숭봉한다. 이 법을 이루었으므로 내가 저리로 갈 것이요 저가 이리로 올 것이 아니다. 또 사문 고오타마는 바사닉왕과 및 병사왕에게 三귀(歸), 五계(戒)를 주었다. 이 법을 이루었으므로 내가 저리로 갈 것이요 저가 이리로 올 것이 아니다. 또 사문 고오타마는 비가라사라 바라문들에게 三귀, 五계를 주었다. 이 법을 이루었으므로 내가 저리로 갈 것이요 저기서 이리로 올 것이 아니다. 또 사문 고오타마는 제자들에게 三귀, 五계를 주었고 모든 하늘과 석종과 구리들에게도 三귀, 五계를 주었다. 이 법을 이루었으므로 내가 저리로 갈 것이요 저기서 이리로 올 것이 아니다.
또 사문 고오타마는 노닐으시는 곳마다 모든 사람에게 공경과 공양을 받는다. 이 법을 이루었으므로 내가 저리로 갈 것이요 저가 이리로 올 것이 아니다. 또 사문 고오타마는 가는 곳마다의 성곽이나 촌읍에서 경동(傾動)하지 않음이 없어 공경하고 공양한다. 이 법을 이루었으므로 내가 저리로 갈 것이요 저가 이리로 올 것이 아니다. 또 사문 고오타마는 이르는 곳마다의 비인(非人)과 귀신들도 감히 건드리지 못한다. 이 법을 이루었으므로 내가 저리로 갈 것이요 저가 이리로 올 것이 아니다. 또 사문 고오타마는 가는 곳마다 그곳의 인민들은 다 광명을 보고 하늘 음악 소리를 듣는다. 이 법을 이루었으므로 내가 저리로 갈 것이요 저가 이리로 올 것이 아니다. 또 사문 고오타마는 간 곳마다 그곳을 떠나려 할 때에는 모든 사람이 알뜰히 사모하고 눈물을 흘리면서 보낸다. 이 법을 이루었으므로 내가 저리로 갈 것이요 저가 이리로 올 것이 아니다. 또 사문 고오타마는 처음으로 집을 떠날 때 그 부모와 종친(宗親)들이 울면서 그리워하고 서러워했다. 이 법을 이루었으므로 내가 저리로 갈 것이요 저가 이리로 올 것이 아니다. 또 사문 고오타마는 젊어서 집을 나와 모든 장식과 코끼리와 말과, 보배 수레와 五욕과 영락을 버리었다. 이 법을 이루었으므로 내가 저리로 갈 것이요 저가 이리로 올 것이 아니다.
또 사문 고오타마는 전륜왕의 지위를 버리고 집을 떠나 도를 닦았다. 만일 그가 집에 있었더라면 四천하에 왕이 되어 백성을 통령하고 우리도 그에게 붙치었을 것이다. 이 법을 이루었으므로 내가 저리로 갈 것이요 저가 이리로 올 것이 아니다. 또 사문 고오타마는 범법을 밝게 알아 능히 남을 위하여 설명하고 또 범천과 오가면서 서로 말을 한다. 이 법을 이루었으므로 내가 저리로 갈 것이요 저가 이리로 올 것이 아니다. 또 사문 고오타마는 三종의 제사와 十六의 제사의 기구를 밝게 안다. 그것은 우리들 노숙한 이도 모르는 것이다. 이 법을 이루었으므로 내가 저리로 갈 것이요 저가 이리로 올 것이 아니다. 또 사문 고오타마는 三十 二상을 다 구족했다. 이 법을 이루었으므로 내가 저리로 갈 것이요 저가 이리로 올 것이 아니다. 또 사문 고오타마는 지혜가 통달하여 겁약함이 없다. 이 법을 이루었으므로 내가 저리로 갈 것이요 저가 이리로 올 것이 아니다. 저 고오타마는 이 카누바제촌에 와 계신다. 나에게 높은 이요 또 귀한 손님이다. 나는 마땅히 가서 뵈오리라.”
때에 五백의 바라문은 구라단두에게 여쭈었다.
“참으로 기이하고 특별합니다. 그의 공덕이 이와 같습니까. 만일 고오타마가 모든 덕 가운데서 一만 성취하였더라도 이리로 올 것이 아닌데 하물며 이제 다 갖추었음에랴. 우리는 마땅히 서로 이끌고 가서 문안 드려야 하겠습니다.”
구라단두는 말했다.
“가고 싶은 자는 지금이 바로 그 때임을 알라.”
때에 바라문은 곧 보배 수레를 엄숙하게 타고 五백의 바라문과 및 카누바제의 모든 바라문, 장자, 거사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이어 시사바숲으로 나아갔다. 가까이 가서 수레에서 내려 걸어서 세존의 계시는 곳으로 가서 인사를 마치고 한 쪽에 앉았다.
때에 모든 바라문, 장자, 거사들 중에서 혹은 부처님께 절하고 앉는 자도 있고 혹은 문안을 드리고 앉는 자도 있으며 혹은 제 이름을 대고 앉는 자도 있고 혹은 손을 깍지끼고 부처님을 향해 앉는 자도 있으며 혹은 잠자코 앉는 자도 있어 모두 앉기를 마쳤다.
구라단두는 부처님께 여쭈었다.
“무엇을 묻잡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만일 틈이 있어 허락해 주신다면 이에 감히 묻잡겠습니다.”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마음대로 물으라.”
때에 바라문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는 고오타마가 三종의 제사와 十六종의 제사의 기구를 밝게 아신다고 들었습니다. 그것은 우리들의 노숙한 학자들도 잘 모르는 것입니다. 우리들은 이제 큰제사를 베풀고자 하여 이미 五백의 숫소와 五백의 암소며 五백의 숫송아지와 五백의 암송아지며 五백의 숫염소와 五백의 암염소를 준비하여 그것으로서 제사를 지내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일부러 와서 三종의 제사의 법과 十六종의 제사의 기구를 묻잡는 것입니다. 만일 이 제사를 성취한다면 큰 과보를 얻고 이름은 널리 들리며 하늘과 인간의 공경을 받을 것입니다.”
그 때에 세존은 구라단두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이제 자세히 듣고 자세히 들어 잘 생각하라. 마땅히 그대를 위하여 말하리라.”
바라문은 말했다.
“예, 고오타마시여, 듣기를 원하나이다.”
그 때에 부처님은 구라단두에게 말씀하셨다.
“먼 옛날 오랜 세상의 때에 머리에 물을 부어 왕위에 나아가는 종족 찰제리왕이 있었다. 그는 큰제사를 베풀고 바라문과 대신들을 모아 그들에게 말했다. ‘나는 지금 많은 재보를 구족해 있고, 五욕을 마음껏 행하나 나이는 이미 늙었다. 군사는 강성하여 겁약(怯弱)이 없고 창고는 가득 차 넘친다. 그래서 이제 큰제사를 차리고자 한다. 너희들은 제사하는 법을 말하라. 여기 무엇을 써야 하는가.’ 때에 대신들은 왕에게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왕의 말씀과 같이 나라는 부하고 군사는 강하며 창고는 가득 차 넘칩니다. 다만 모든 백성들은 많이 악심을 품고 온갖 비법을 행하고 있습니다. 만일 이 때를 당해 제사를 지낸다면 제사의 법을 이루지 못할 것입니다. 마치 도적을 시켜 도적을 쫓으면 그것은 사명을 이루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대왕이여, 이런 생각을 마십시오. 이는 내 백성이니 칠 수 있고 죽일 수 있으며 꾸짖을 수 있지 못하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마십시오. 왕을 가까이 하는 자에게는 마땅히 그 필요한 물건을 주고 모든 생업(生業)을 다스리는 자에게는 마땅히 그 재물을 주고 모든 농사를 짓는 자에게는 마땅히 그 소와 송아지와 종자를 주어 그들로 하여금 각각 스스로 경영하게 하십시오, 왕이여, 백성을 핍박하지 않으면 곧 인만은 안온하여 그 자손을 기르면서 서로 즐겁게 지낼 것입니다.”
부처님은 구라단두에게 말씀하셨다.
“때에 왕은 모든 신하의 말을 듣고 모든 친근하는 자에게는 그 의식을 주고 모든 상인들에게는 그 재보를 주고 농사를 짓는 자에게는 소와 씨앗을 주었다. 이 때에 인민들은 각각 스스로 경영하여 서로 침노하거나 괴롭히지 않고 자손을 기르면서 서로 즐겁게 지냈다. 때에 왕은 다시 모든 신하를 불러 ‘나는 나라는 부하고 군사는 강하며 창고는 가득 차 넘치고 모든 인민에게 필요한 것을 공급하여 모자람이 없게 하였다. 그래서 그들은 자손을 기르면서 서로 즐겁게 지내고 있다. 나는 이제 큰제사를 베풀고자 한다. 너희들은 제사의 법을 말하라. 모두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고 말했다. 모든 신하들은 왕에게 사뢰었다. ‘그렇고 그렇습니다. 왕의 말씀과 같이 나라는 부하고 군사는 강하며 창고는 가득 차 넘칩니다. 모든 인민에게는 필요한 것을 공급하여 모자람이 없게 하고 그들은 자손을 기르면서 서로 즐겁게 지냅니다. 왕이여, 제사를 지내고자 하거든 궁내(宮內)에 두루 말해 때를 알게 하소서.’ 때에 왕은 신하들의 말을 듣고 궁내에 들어가 ‘내 나라는 부하고 군사는 강하며 창고에는 많은 재보가 있어 가득 차 넘친다. 나는 큰제사를 베풀고자 한다’고 말했다.
때에 모든 부인들은 왕에게 사뢰었다. ‘그렇고 그렇습니다. 대왕의 말과 같이 나르는 부하고 군사는 강하며 창고는 가득 차 넘치어 많은 보배가 있습니다. 큰제사를 베풀고자 하면 지금이 바로 그 때입니다’고. 왕은 나와 모든 신하에게 알렸다. ‘내 나라는 부하고 군사는 강하며 창고는 가득 차 넘친다. 모든 인민에게는 부족함이 없게 하여 그들은 자손을 기르면서 서로 즐겁게 지낸다. 나는 이제 큰제사를 베풀고자 하여 이미 궁내에 말했다. 너희들은 내가 어떤 물건을 써야 하는지 말하라.’
모든 대신들은 왕에게 말했다. ‘그렇고 그렇습니다. 왕의 말씀과 같이 큰제사를 베풀려고 이미 궁내에 말씀했지마는 아직 태자와 왕자와 대신과 장군들에게 말하지 않았습니다. 왕은 마땅히 그들에게 알리소서.’ 때에 왕은 모든 신하의 말을 듣고 곧 태자 황자 및 모든 신하와 장군들에게 말했다. ‘내 나라는 부하고 군사는 강하며 창고는 가득 차 넘친다. 나는 큰제사를 베풀고자 한다.’ 때에 태자, 황자, 대신, 장자들은 곧 왕에게 말했다. ‘그렇고 그렇습니다. 대왕이여, 지금 나라는 부하고 군사는 강하며 창고는 가득 차 넘칩니다. 제사를 베풀고자 한다면 지금이 바로 그 때입니다.’
때에 왕은 다시 대신들에게 말했다.
‘우리 나라는 부하고 군사는 강하며 많은 재보가 있다. 나는 큰제사를 베풀고자 하여 이미 궁내와 태자, 황자 내지 장사들에게 말했다. 지금 크게 제사하고자 한다. 여기 무엇이 필요한가.’ 모든 신하는 왕에게 말했다. ‘대왕의 말씀과 같이 제사를 베풀고자 하시면 지금이 바로 그 때입니다.’ 왕은 그 말을 듣고 곧 성 동쪽에 새 집을 세웠다. 왕은 새 집에 들어가 사슴 가죽의 옷을 입고 향소기름을 몸에 바르고 또 사슴뿔을 머리에 이고 소똥을 땅에 바르고 그 위에 앉고 누웠다. 제 一부인과 바라문의 대신은 한 마리 누른 암소를 가리여 한 젖은 왕이 먹고 한 젖은 부인이 먹고 한 젖은 대신이 먹고 한 젖은 대중에게 공양했다. 그리고 나머지는 송아지에게 주었다.
때에 왕은 八법을 성취하고 대신은 四법을 성취했다. 어떤 것을 왕의 八법의 성취라고 하는가. 저 찰제리 왕은 七대로 내려오면서 부모는 진정하여 남의 업신여김이나 비방을 받지 않는다. 이것을 첫법의 성취라 한다. 그 왕은 얼굴이 단정한 찰제리 종족이다. 이것을 二법이라 한다. 그 왕은 계덕이 더 성하고 지혜를 구족했다. 이것을 三법이라 한다. 그 왕은 갖가지 기술을 익히어 코끼리, 말, 수레를 타기와, 칼, 창, 활을 쓰는 전투하는 법을 두루 모르는 것이 없다. 이것을 四법이라 한다. 그 왕은 큰 위력이 있어 모든 작은 왕을 껴 항복 받지 않음이 없다. 이것을 五법이라 한다. 그 왕은 말을 잘하고 그 말은 부드러우며 의미를 구족했다. 이것을 六법이라 한다. 그 왕은 많은 재보가 있어 창고에 가득 차 넘친다. 이것을 七법이라 한다. 그 왕은 지모(智謀)있고 용감하여 다시 겁약이 없다. 이것을 八법이라 한다. 그 찰제리 종족의 왕은 이 八법을 성취했다.
어떤 것을 대신의 四법의 성취라 하는가. 저 바라문 대신은 七대로 내려오면서 그 부모는 진정하여 남의 업신여김이나 비방을 받지 않는다. 이것을 첫법이라 한다. 다시 저 대신은 이학(異學)의 三부를 외워 통달하고 온갖 경서를 잘 분별하여 세상 서적의 그윽한 뜻도 두루 익히지 않은 것이 없다. 또 대인의 상보는 법 길흉을 점치는 것과 제사 의례에 능하다. 이것을 二법이라 한다. 다시 대신은 말을 잘하여 그 말은 부드러우며 의미를 구족했다. 이것을 三법이라 한다. 다시 대신은 지모 있고 용감하여 겁약하지 않고 모든 제사의 법을 모르는 것이 없다. 이것을 四법이라 한다. 때에 저 왕은 八법을 성취하고 바라문 대신은 四법을 성취했다. 저 왕에게는 四 원조(援助), 三 제사법, 十六의 제사의 갖춤이 있다.
때에 바라문 대신은 저 새 집에서 十六사(事)로써 왕의 뜻을 열어 왕의 의심을 없앴다. 어떤 것을 十六이라 하는가. 대신은 왕에게 사뢰었다.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지금 찰제리왕은 큰제사를 지내고자 한다. 그러나 七대로 내려오면서 그 부모가 바르지 못해 항상 남의 업신여김과 비방을 받는다’한다. 비록 이런 말이 있어도 그것은 왕을 더럽히지 못한다. 무슨 까닭인가. ‘왕은 七대로 내려오면서 그 부모가 진정하여 남의 업신여김이나 비방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혹 어떤 사람은 말한다. ‘지금 찰제리왕은 큰제사를 지내고자 한다. 그러나 얼굴이 추하고 더러워 찰제리종이 아니다’라고 한다. 비록 이런 말이 있어도 그것은 왕을 더럽히지 못한다. 무슨 까닭인가. 왕의 얼굴은 단정하여 찰제리종족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말한다. ‘이제 찰제리왕은 큰제사를 지내고자 한다. 그러나 증상(增上)의 계가 없고 지혜를 갖추지 못했다’한다. 비록 이런 말이 있어도 그것은 왕을 더럽히지 못한다. 무슨 까닭인가. 왕은 계덕을 증상하고 지혜를 구족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말한다. ‘이제 찰제리왕은 큰제사를 지내고자 한다. 그러나 모든 기술에 능하지 못해 코끼리나 말이나 수레를 탈 줄 모르고 병법을 두루 알지 못한다’고 한다. 비록 이런 말이 있어도 그것은 왕을 더럽히지 못한다. 무슨 까닭인가. 왕은 모든 기술에 능하고 전쟁(戰爭) 병법을 모르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말한다. ‘왕은 큰제사를 지내고자 한다. 그러나 큰 위력이 없어 모든 작은 왕들을 끌어 잡을 큰 위력이 없다’고 한다. 비록 이런 말이 있어도 그것은 왕을 더럽히지 못한다. 무슨 까닭인가. 왕은 큰 위력이 있어서 모든 작은 왕들을 끌어 잡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말한다. ‘왕은 큰제사를 지내고자 한다. 그러나 말을 잘하지 못하고 그 말은 추하고 억세어 의미를 구족하지 못했다’고 한다. 비록 이런 말이 있어도 그것은 왕을 더럽히지 못한다. 무슨 까닭인가. 왕은 말을 잘하고 그 말은 부드러우며 의미를 구족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말한다. ‘왕은 큰제사를 지내고자 한다. 그러나 많은 재보가 많지 않다’고 한다. 비록 이런 말이 있어도 그것은 왕을 더럽히지 못한다. 무슨 까닭인가. 왕의 창고는 차고 넘쳐 많은 재보가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말한다. ‘왕은 큰제사를 지내고자 한다. 그러나 지모가 없고 의지가 겁약하다’고 한다. 비록 이런 말이 있어도 그것은 왕을 더럽히지 못한다. 무슨 까닭인가. 왕은 지모가 있고 용감하여 겁약이 없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말한다. ‘왕은 큰제사를 지내고자 한다. 그러나 궁내(宮內)에 말하지 않았다’고 한다. 비록 이런 말이 있어도 그것은 왕을 더럽히지 못한다. 무슨 까닭인가. 왕은 제사를 지내고자 하여 먼저 궁내에 말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말한다. ‘왕은 큰제사를 지내고자 한다. 그러나 태자, 황자에게 말하지 않았다’고 한다. 비록 이 말이 있어도 그것은 왕을 더럽히지 못한다. 무슨 까닭인가. 왕은 제사를 지내고자 하여 먼저 태자, 황자에게 말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말한다. ‘왕은 큰제사를 지내고자 한다. 그러나 여러 신하에게 말하지 않았다’고 한다. 비록 이런 말이 있어도 그것은 왕을 더럽히지 못한다. 무슨 까닭인가. 왕은 큰제사를 지내고자 하여 먼저 여러 신하에게 말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말한다. ‘왕은 큰제사를 지내고자 한다. 그러나 장사들에게 말하지 않았다’고 한다. 비록 이런 말이 있어도 그것은 왕을 더럽히지 못한다. 무슨 까닭인가. 왕은 제사를 지내고자 하여 먼저 장사에게 말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말한다. ‘왕은 큰제사를 지내고자 한다. 그러나 바라문 대신은 七대로 내려오면서 부모가 바르지 않아 항상 남의 업신여김과 비방을 받는다’고. 비록 이런 말이 있으나 그것은 왕을 더럽히지 못한다. 무슨 까닭인가. 왕은 七대로 내려오면서 부모가 진정하여 남의 업신여김이나 비방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말한다. ‘왕은 큰제사를 지내고자 한다. 그러나 대신은 이학(異學) 三부를 통달하게 외우지 못하고 여러 가지 경서를 분별하지 못하고 세상 서적의 그윽한 뜻도 두루 익히지 못했으며 대인의 상 보는 법 길흉을 점치는 법 제사 의례에 능하지 못하다’고 한다. 비록 이런 말이 있어도 그것은 왕을 더럽히지 못한다. 무슨 까닭인가. 三부의 다른 경전을 외워 통달하고 온갖 경서를 능히 분별하며 세상 서적의 그윽한 뜻도 두루 익히고 또 대인의 상 보는 법 길흉을 점치는 법 제사 의례에 능하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말한다. ‘왕은 큰제사를 지내고자 한다. 그러나 대신들이 말을 잘하지 못하고 그 말은 추하고 억세어 의미를 갖추지 못했다’고 한다. 비록 이런 말이 있으나 그것은 왕을 더럽히지 못한다. 무슨 까닭인가. 왕은 말을 잘하고 그 말은 부드러우며 의미를 구족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말한다. ‘왕은 큰제사를 지내고자 한다. 그러나 대신들은 지모를 갖추지 못하고 의지가 겁약하며 제사의 법을 모른다’고 한다. 비록 이런 말이 있어도 그것은 왕을 더럽히지 못한다. 무슨 까닭인가. 왕은 지모가 있고 용감하여 겁약하지 않으며 모든 제사의 법을 두루 알기 때문이다.”
부처님은 구라단두에게 말씀하셨다.
“저 왕은 十六처(處)에 대해서 의심이 있었는데 저 대신이 十六사(事)로써 왕의 뜻을 열어 드렸다.”
때에 대신은 그 새 집에서 十사(事)의 행으로써 왕에게 가르쳐 기뻐하고 이롭게 하였다. 어떤 것을 十이라 하는가. 대신은 말했다. ‘왕이 제사를 지낼 때에는 모든 살생한 사람이나 살생하지 않는 사람이 와서 모인 자에게는 평등하게 베풀어준다. 만일 살생한 사람으로서도 오는 자가 있으면 또한 베풀어주어 그로 하여금 마땅히 알게 하고 살생하지 않는 사람으로서 오는 자가 있으면 또한 베풀어주어 그 때문에 베풀어주고 그와 같이 마음으로 보시한다. 만일 다시 도둑질, 간음, 두말, 욕설, 거짓말, 꾸밈말, 탐심, 질투, 삿된 소견을 가진 사람으로 와서 모이는 자 있으면 또한 그에게 보시하여 그로 하여금 스스로 알게 하며 만일 도둑질하지 않고 내지 바른 소견으로 오는 자 있으면 또한 보시하고 그 때문에 보시하고 그와 같이 마음으로 보시한다’고.
부처님은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저 대신은 이 十행으로써 가르쳐 보이어 기뻐하게 하고 이익 되게 한다.” 또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때에 저 찰제리는 그의 새 집에서 三의 뉘우치는 마음을 낼 때, 대신은 그 마음을 없애게 한다. 어떤 것을 三이라 하는가. 왕은 뉘우치며 말한다. ‘나는 이제 큰제사를 지낸다. 이미 큰제사를 지냈다. 장차도 큰제사를 지낼 것이다. 이제 큰제사를 지내어 많은 재보를 없앴다’고. 이 三마음을 일으켜 뉘우침을 품는다. 대신은 말한다. ‘왕은 이미 큰제사를 지냈습니다. 이미 보시했고 장차 보시할 것이요 지금 보시합니다. 이 복된 제사에 있어서 후회하는 마음을 내어서는 안됩니다.’ 이것을 왕이 새 집에 三의 뉘우치는 마음을 낸 것을 대신이 없게 해 주는 것이라 한다.”
부처님은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그 때에 찰제리의 왕 머리에 물을 붓는 종족 찰제리왕은 보름날 달이 찼을 때 그의 새 집에서 나와 그 집 앞 한데다 다 큰 불더미를 태우고 손에 기름병을 들고 불 위에 쏟으면서 <여여(與與)>라고 불렀다. 때에 그 왕의 부인은 왕이 보름날 달이 찼을 때 그의 새 집을 나와 집앞에 큰 불더미를 태우고 손에 기름병을 들고 불 위에 쏟으면서 <여여>라고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그 부인과 채녀들은 많은 재보를 가지고 왕에게 와서 ‘이 모든 여러 가지 보물을 왕의 제사에 도움이 되게 하겠습니다.’고 왕에게 사뢰었다. 바라문이여, 저 왕은 곧 부인과 채녀들에게 ‘그만 두라 그만 두라. 너희들은 이미 공양해 마쳤다. 내게는 스스로 많은 재보가 있어 제사 지내기에 족하다’고 말했다. 모든 부인과 채녀들은 가만히 생각했다. ‘우리들이 이 보물을 가지고 궁중으로 돌아가는 것은 마땅하지 않다. 만일 왕이 동방에서 큰제사를 지내거든 그 때에 써서 도움이 되게 하리라.’ 바라문이여, 그 뒤에 왕은 동방에서 큰제사를 베풀었다. 그 때에 부인과 채녀들은 곧 그 보물을 가지고 큰제사를 베푸는 데 도왔다.
때에 태자와 황자는 왕이 보름날 달이 찼을 때 새 집을 나와 집 앞에다가 큰 불더미를 태우고 손에 기름병을 잡고 불 위에 쏟으면서 여여라고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저 태자, 황자는 많은 재보를 가지고 왕의 곳에 와서 왕에게 ‘이 보물로써 왕의 큰제사를 돕겠습니다’고 사뢰었다. 왕은 말했다. ‘그만 두라 그만 두라. 너희들은 이미 공양해 마쳤다. 내게는 스스로 많은 재보가 있어 이미 제사 지내기에 족하다’고. 모든 태자와 황자들은 가만히 생각했다. ‘우리들이 이 보물을 가지고 돌아가는 것은 마땅하지 않다. 왕이 만일 남방에서 제사를 베풀거든 마땅히 이것으로서 도와 드리리라.’ 이와 같이 대신들은 보물을 가지고 와서 자원하여 왕의 서방의 제사를 도우고 장사들도 보물을 가지고 와서 자원하여 왕의 북방의 제사를 도왔다.”
부처님은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저 왕이 큰제사를 지낼 때에는 소나 염소 및 모든 중생을 죽이지 않고 오직 소와 우유, 깨 기름, 꿀, 흑밀(黑蜜), 석밀(石蜜)을 써서 제사를 지냈다. 저 찰제리왕이 큰제사를 지낼 때에는 처음도 기쁘고 중간도 기쁘고 나중도 또한 기쁘다. 이것을 제사를 성취하는 법이라 한다.”
부처님은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저 찰제리왕은 제사를 마친 뒤에는 수염과 머리를 깎고 三법의를 입고 집을 나와 도를 행해 四무량심을 닦다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 범천상에 태어났다. 때에 왕의 부인도 큰 보시를 마친 뒤에는 또한 머리를 깎고 三법의를 입고 집을 나와 도를 닦아 四범행을 행하다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서는 범천상에 태어났다. 바라문 대신도 왕에게 四방의 제사를 가르치고는 또한 큰 보시를 행한 뒤에 수염과 머리를 깎고 三법의를 입고, 집을 나와 행을 닦아 四범행을 행하고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서는 범천상에 태어났다.”
때에 부처님은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때에 왕은 三종의 제사법과 十六의 제사의 갖춤으로써 큰제사를 성취했다. 그대 뜻에는 어떠한가.”
때에 구라단두는 부처님의 말을 듣고 잠자코 대답하지 못했다. 때에 五백의 바라문은 구라단두에게 말했다.
“사문 고오타마의 말은 미묘하다. 대사는 왜 잠자코 답이 없는가.”
구라단두는 대답했다.
“사문 고오타마의 말은 미묘하다. 나도 그렇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잠자코 있는 까닭은 스스로 깊이 생각했을 뿐이다. 사문 고오타마는 이 일을 이야기하면서 남에게 들었다고 말하지 않는다. 나는 잠자코 생각했다. ‘사문 고오타마는 바로 저 찰제리왕이 아닌가. 혹은 저 바라문 대신이 아닌가.’고”
그 때에 세존은 구라단두에게 말씀하셨다.
“좋고 좋구나. 그대가 여래를 보는 것은 바로 그 마땅함을 얻었구나. 그 때의 그 찰제리왕으로서 큰제사를 지낸 자가 어찌 다른 사람이겠는가. 그대는 다른 사람이라 생각하지 말라. 내 몸이 곧 그이다. 나는 그때에 아주 크게 보시와 지혜를 다 했다.”
구라단두는 부처님께 여쭈었다.
“이 三제사와 및 十六 사구(祀具)는 큰 과보를 얻었습니다. 그런데 이것보다 더 승한 것이 있습니까.”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있다.”
또 여쭈었다.
“어떤 것이 그것입니까.”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三 제사와 및 十六 사구를 가지고 만일 능히 항상 여러 중들을 공양하여 끊이게 하지 않으면 그 공덕은 저보다 승하니라.”
또 여쭈었다.
“三 제사와 및 十六 사구로 만일 능히 항상 여러 중들을 공양하여 끊이게 하지 않으면 그 공덕이 가장 훌륭하다 하셨는데 그것보다 다시 훌륭한 것이 있습니까.”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있다.”
또 여쭈었다.
“어떤 것이 그렇습니까.”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비록 三 제사 및 十六 사구로써 여러 중들을 공양하여 끊이게 하지 않더라도 초제승(招堤僧)을 위하여 승방이나 당각(堂閣)을 세우는 것만 못하다. 이 보시가 최승(最勝)이니라.”
또 여쭈었다.
“三 제사 및 十六 사구로써 여러 중들을 공양해 끊이게 하지 않고 또 초제승을 위해 승방이나 당각을 세우는 것을 이 복이 최승이라 하셨으니 다시 그보다 승한 것이 있습니까.”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있다.”
또 여쭈었다.
“어떤 것이 그렇습니까.”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비록 三종의 제사와 十六의 사구로서 여러 중들을 공양하여 끊이지 않게 하고 또 초제승을 위하여 승방이나 당각을 세우더라도 환희심을 일으켜 입으로 스스로 ‘나는 부처님께 귀의하고 법에 귀의하고 승(僧)에 귀의한다’고 말하는 것보다 못하다. 이 복은 가장 승하다.”
또 여쭈었다.
“이와 같이 三귀(歸)는 큰 과보를 얻을 것입니다. 그러면 다시 더 승한 것이 있습니까.”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있다.”
또 여쭈었다.
“어떤 것이 그렇습니까.”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만일 환희심으로 五계(戒)를 받들어 행하여 목숨이 다 할 때까지 살생하지 않고 도둑질하지 않으며 간음하지 않고 속이지 않으며 술을 마시지 않으면 이 복이 가장 승하니라.”
또 여쭈었다.
“이 三종의 제사 내지 五계로 큰 과보를 얻을 것입니다. 다시 그 보다 더 승한 것이 있습니까.”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있다.”
또 여쭈었다.
“어떤 것이 그렇습니까.”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만일 능히 사랑하는 마음으로써 일체 중생을 생각하기를 소의 젖을 끌어 한 쪽으로 기울이는 것 같이 하면 그 복이 가장 승하니라.”
또 여쭈었다.
“이 三의 제사 내지 자심(慈心)으로 큰 과보를 얻습니까. 다시 그보다 승한 것이 있습니까.”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있다.”
또 여쭈었다.
“어떤 것이 그렇습니까.”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만일 여래, 지진, 등정각이 세상에 나타날 적에 사람들은 불법 중에서 집을 나와 도를 닦아 온갖 덕을 두루 갖추고 내지 三명(明)을 구족하여 모든 어리석음과 어두움을 멸하여 지혜의 밝음을 구족할 것이다. 무슨 까닭인가. 방일(放逸)하지 않고 한적한 것을 즐기기 때문이다. 이 복이 가장 승한 것이다.”
구라단두는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고오타마시여, 저는 제사를 위하여 모든 소와 염소를 각각 五백 마리씩 준비하였더니 이제 다 놓아주어 그들이 스스로 놀아 물이나 풀을 따라다니기에 맡겨 두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제 부처님께 귀의하고 법에 귀의하고 승에 귀의합니다. 제가 정법 중에서 우바새가 되는 것을 허락해 주소서. 지금부터 목숨이 다할 때까지 살생하지 않고 도둑질하지 않으며, 간음하지 않고 속이지 않으며 술을 마시지 않겠습니다. 오직 원하옵건대 세존과 및 모든 대중은 때맞추어 저의 청을 받아 주소서.”
그 때에 세존은 잠자코 그것을 들어 주셨다. 때에 바라문은 부처님이 잠자코 허락하시는 것을 보고 곧 일어나 부처님께 절하고 세 번 돌고 거기서 떠났다.
그는 집에 돌아가 갖가지 음식을 마련하였다. 이튿날 때가 왔다. 그 때에 세존은 가사를 입고 바루를 가지고 큰 비구 천 二백 五十인과 함께 바라문의 집으로 가서 자리에 앉으셨다. 때에 바라문은 손수 음식을 분별하여 부처님과 중들에게 공양했다. 먹기가 끝나자 바루를 거두고 손물 돌리기도 끝났다. 부처님은 바라문을 위하여 게송을 지어 말씀하셨다.
제사에서는 불이 위되고
풍송(諷誦)에서는 시(詩)가 위되며
사람 중에는 왕이 위되고
모든 흐름에는 바닷가 위되며
별 가운데는 달이 위되고
광명에서는 해가 위되네.
상, 하와 및 사방의
거기 있는 모든 생물과
하늘과 및 세간 사람 중
오직 부처님이 가장 위된다.
큰복을 얻고자 하는 사람은
마땅히 三보께 공양하여라.
그 때에 구라단두 바라문은 곧 작은 자리 한 개를 가지고 와서 부처님 앞에 앉았다. 그 때에 세존은 차례로 설법하고 가르쳐 보이어 이롭고 기쁘게 하였다. 곧 시론(施論), 계론(戒論), 생천론(生天論)이며 욕심이 큰 환(患)이 되고 상루(上漏)는 장애가 되며 출요(出要)는 제일이 된다 하시고 모든 청정한 행을 널리 펴고 나타내 보이셨다. 그 때에 세존은 그 바라문은 뜻이 부드럽고 음개(陰蓋)가 경미(輕微)하여 쉬이 조복(調伏)될 것을 보시고 모든 부처님의 공통된 법과 같이 그를 위해 고성제(苦聖諦)를 설명하시고 다시 집성제(集聖諦), 집멸성제(集滅聖諦), 출요성제(出要聖諦)를 분별해 나타내 보이셨다. 때에 구라단두 바라문은 그 자리에서 티끌을 멀리하고 때를 떠나 법눈의 깨끗함을 얻었다. 그것은 마치 정결한 흰 천이 물감을 받기 쉬운 것과 같았다. 구라단두도 또한 그와 같아 법을 보고 법을 얻고 과(果)를 거두어 정주(定住)하였다. 그래서 다른 믿음을 말미암지 않고 두려움 없음을 얻었다. 그리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는 이제 재삼 되풀이 해 불, 법, 성중(聖衆)에 귀의합니다. 원하옵건대 제가 정법 가운데서 우바새 되는 것을 허락해 주소서. 지금부터 목숨이 다할 때까지 살생하지 않고 도둑질하지 않으며 음탕하지 않고 속이지 않으며 술을 마시지 않겠습니다.”
거는 거듭 부처님께 여쭈었다.
“오직 원하옵건대 부처님은 다시 저의 七일 동안의 청을 받아 주소서.”
그 때에 세존은 잠자코 그것을 받아 주셨다. 때에 바라문은 七일 동안 손수 음식을 준비하여 부처님과 및 중들에게 공양했다. 七일이 지난 뒤 세존은 인간에 노닐으셨다. 부처님이 떠나신 지 오래지 않아 구라단두 바라문은 병을 얻어 목숨을 마쳤다. 때에 많은 비구들은 구라단두는 七일 동안 부처님께 공양하고 부처님이 떠나신 지 오래지 않아 병을 얻어 목숨을 마쳤다는 것을 듣고는 각자 생각했다. ‘저 사람은 목숨을 마친 뒤 어디 가서 태어났을까’라고. 때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로 발에 예배하고 한 쪽에 앉았다.
“저 구라단두는 이제 목숨은 마쳤습니다. 그는 어디 가서 태어났겠습니까.”
부처님은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 사람은 범행을 깨끗이 닦아 법의 법을 성취하였고 또 법에 있어서 흔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五하분결(下分結)을 끊고 거기서 현재로 반열반에 들어 이 세상에는 오지 않을 것이다.”
그 때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환희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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