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함경 주제별 정리/부처님의 생애

전생 이야기 - 정광여래가 머리카락을 밟도록 하는 전생담

다르마 러브 2013. 8. 27. 08:34

그 때에 세존께서는 다르마루치가 오는 것을 보시고 말씀하셨다.

“착하다 다르마루치야. 참으로 오랜만이구나.”

다르마루치는 사뢰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오랜만이옵니다.”

그 때에 여러 상좌와 비구들은 제각기 생각하였다.

‘이 다르마루치는 항상 세존 곁에 있었는데, 이제 세존께서는 착하다 다르마루치여. 오랜만이구나 라고 말씀하신다.’

세존께서는 비구들 마음속의 생각을 알으시고 그 의심을 풀어 주기 위해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다르마루치가 오랜만에 왔기 때문에 내가 그렇게 말한 것이 아니다. 나는 이제 그 까닭을 말하리라. 과거 무수한 겁 이전에, 정광여래(錠光如來), 아라한, 다 옳게 깨달은 이, 지혜와 행을 갖춘 이, 잘간 이, 세상 아는 이, 위없는 선비, 도법으로 제어하는 이, 천상과 인간의 스승, 부처 세존이라 부르는 이가 세상에 나타나셨다. 그는 발마(鉢摩)라는 큰 나라를 다스리면서 十四만 八천의 큰 비구들과 함께 계셨고, 또 네 가지 무리도 헤아릴 수 없었다. 그래서 국왕, 대신, 관리, 백성들은 모두 와서 공양드리고 또 필요한 물건을 대 주었다.

그 때에 야냐달[那若達]이라는 범지(梵志)가 있었다. 그는 설산(雪山) 곁에 머무르면서 모든 비참(秘讖)과 천문, 지리를 널리 보았고 문장과 글씨도 밝게 알았으며, 한 글귀의 五백 자를 외웠고 어른다운 모습도 점쳐 알았으며, 해와 달과 별을 섬기면서 밤낮으로 五백 제자 가르치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 야냐달 범지에게 운뢰(雲雷)라는 제자가 있었다. 그는 용모가 단정하기 세상에 드물었고 털은 애청 빛이었으며 총명하고 널리 보아 모르는 것이 없었다. 그래서 언제나 야냐달의 사랑을 받아, 잠깐도 그 곁을 떠나지 않으면서 그 스승의 주술(呪術)을 모두 배웠다.

그 때에 운뢰 범지는 생각하였다. ‘나는 이제 배울 것은 다 배웠다’고. 다시 생각하기를 ‘나는 책에 있는 여러 범지들의 행과 기술보다 낫다. 나는 스승의 은혜를 갚아야 하겠다’고. 또 생각하기를 ‘나는 지금 배울 만한 것을 다 알았으므로 스승의 은혜를 갚아야 하겠지만 집이 가난하여 스승님께 공양할 만한 것이 아무 것도 없다. 나는 저 세상으로 나가 필요한 것을 구해 오리라’고 생각했다.

그 때에 운뢰 범지는 그 스승에게 나아가 아뢰었다.

‘범지로서 배울 만한 기술은 이제 다 배웠습니다. 또 책에 실린 여러 학술보다 나아졌습니다. 이제는 스승님의 은혜를 갚아야 하겠사오나, 집이 가난하여 공양할 만한 금, 음, 보물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이제 세상에 나가 재물을 구해 스승님께 공양하려 하나이다.’

야냐달 범지는 생각하였다.

‘이 운뢰 범지는 내 사랑을 받아 잠깐도 내 마음에서 떠나지 않는다. 비록 내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떠날 수 없거늘, 하물며 이제 나를 버리고 떠남이겠는가. 나는 지금 무슨 방법을 써야 저를 붙들 수 있을까.’

야냐달 범지는 운뢰에게 말하였다.

‘범지여, 너는 아직도 범지로서 배워야 할 것이 있다. 너는 아직 완전히 모른다.’

운뢰는 앞으로 나아가 아뢰었다.

‘원컨대 가르쳐 주소서. 제가 아직 모르는 것이 무엇이옵니까.’

그 때에 야냐달 범지는 <五백 자 송(誦)>을 생각해 지어 가지고 운뢰에게 말하였다.

‘여기 이런 글이 있다. 이름을 <五백 자 송>이라 한다. 너는 이것을 공부하라.’

운뢰는 말하였다.

‘원컨대 스승께서 가르쳐 주시면, 저는 외울 수 있나이다.’

비구들이여 알라. 그 때에 야냐달 범지가 그 <五백 자 송>을 가르친 지 며칠이 되지 않아 그는 그것을 다 외웠다. 그 때에 야냐달 범지는 五백 제자들에게 말하기를

‘이 운뢰 범지는 모든 기술을 다 갖추어 통하지 않은 것이 없다.’ 하고 곧 이름을 지어 초술(超術)이라 하였다. 그 초술 범지는 매우 재주가 있어 천문, 지리를 두루 보았고 글씨와 문장도 모두 알았다. 초술 범지는 며칠 뒤에 다시 그 스승에게 아뢰었다.

‘범지로서 배울 기술은 이제 모두 알았습니다. 그리고 책에 실린 모든 학술보다 나아졌습니다. 이제는 스승님 은혜를 갚아야 하겠사온데, 워낙 집이 가난하여 스승님께 공양할 만한 금, 은 보물이 없습니다. 이제는 세상에 나가 재물을 구해 스승님께 공양하려 합니다. 원컨대 허락하소서.’

야냐달 범지는 말하였다.

‘너는 좋을 대로하라.’

초술 범지는 앞으로 나아가 그 스승 발에 예배하고 곧 물러나 떠났다.

그 때에 발마국 성에서 멀지 않은 곳에 八만 四천 범지들이 한 곳에 모여 큰제사를 지내고 또 글을 강론하려 하였다. 첫째가는 상좌(上座)는 외도의 글을 외워 밝게 통하지 않은 것이 없고 천문, 지리와 별과 괴변을 모두 환히 알았다. 그리고 그 회를 마치고 흩어질 때에는 五백 냥 금과 금지팡이 하나, 금물통 하나, 소 천 마리를 스승에게 바치고 또 그 첫째가는 상좌에게 주기로 하였다.

그 때에 초술 범지는 ‘발마국에서 멀지 않은 곳에 八만 四천 범지들이 한 곳에 모여 기술을 시험해, 一등한 사람에게는 五백 냥 금과 금지팡이 하나, 금물통 하나, 소 천 마리를 준다’는 말을 들었다. 그는 생각하였다. ‘나는 왜 집집으로 구걸하고 다니는가. 차라리 저 대중에게 가서 기술을 겨뤄 보는 것이 낫다’고. 초술 범지는 곧 그들의 초소로 갔다.

그 때에 많은 범지들은 멀리서 초술 범지를 보고 외쳤다. ‘장합니다. 제사 주인[祠主]이여, 이제 큰 이익을 얻게 되어 범천을 몸소 내려오게 하였습니다.’

八만 四천 범지들은 모두 일어나 맞이하면서 똑 같은 소리로 이렇게 말하였다.

‘잘 오십시오, 큰 범신천(梵神天)이여.’

때에 초술 범지는 생각하였다. ‘이 범지들은 나를 범천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나는 범천이 아니다’고. 초술 범지는 여러 범지들에게 말하였다.

‘여러분 그만 두시오. 나를 범천이라고 부르지 마시오. 당신들은 듣지 못하였는가. 설산 북쪽에 큰 범지 스승이 있는데 이름을 야냐달이라 하오. 그는 천문과 지리를 모두 환히 통달하였오.’

여러 범지들은 말하였다.

‘우리는 들었습니다. 그러나 보지는 못했습니다.’

초술 범지는 말하였다.

‘나는 그의 제자로서 이름을 초술이라 하오.’

그 때에 초술 범지는 그들 중의 으뜸가는 상좌에게 말하였다.

‘만일 아는 기술이 있으면 내게 말해 보시오.’

그들 중의 으뜸가는 상좌는 곧 초술 범지에게 세 갈무리[三藏]의 기술을 외워 조금도 빠뜨리거나 잘못이 없었다. 초술 범지는 다시 그에게 말하였다.

‘한 글귀 <五백 자 송>내게 외워 보라.’

그 때에 그 상좌는 말하였다.

‘나는 그것을 모릅니다. 어떤 것이 한 글귀 <五백 자 송>입니까.’

초술 범지는 말하였다.

‘여러분은 잠자코 내가 말하는 한 글귀 <五백자 송>의 어른다운 모습을 들으시오.’

비구들이여, 그 때에 초술 범지는 곧 세 갈무리의 기술과 한 글귀 <五백 자 송>의 어른다운 모습을 외웠다. 그 때에 八만 四천 범지들은 처음 보는 일이라고 찬탄하였다.

‘참으로 놀랍고 놀라운 일입니다. 우리는 한 글귀 <五백 자 송>의 어른다운 모습을 전연 들은 일이 없습니다. 이제 존자는 우두머리의 으뜸가는 상좌가 되어야 합니다.’

그 때에 초술 범지는 그 상좌 자리를 옮기고 자기가 첫째 우두머리 자리에 앉았다. 그들 중의 상좌는 매우 성을 내어 이렇게 원을 세웠다. ‘이제 이 사람은 내가 앉은 자리를 밀어내고 제가 그 자리에 앉았다. 내기 지금 외우는 경전과 가지는 계율과 고행이, 만일 장차 복이 있을 것이라면, 그것을 다 가지고 이렇게 서원하겠다. 이 사람은 어디서 나서 어떤 일을 하려고 할 때에는 나는 언제나 그 공을 부숴 버리리라’고.

그 때에 그 모임의 시주는 곧 五백 냥의 금과 금지팡이 하나, 금물통 하나, 소 천 마리와 미녀 한 사람을 내어 이 초술 상좌에게 주고 축원하게 하였다.

그 때에 이 초술 상좌는 시주에게 말하였다.

‘나는 이제 이 五백 냥 금과 금지팡이와 금물통을 받아 스승님께 공양하겠오. 그리고 이 여자와 소 천마리를 주인에게 도로 돌리오. 왜 그런가 하면, 나는 탐욕을 익히지 않고 또한 재물을 쌓아 두지 않기 때문이오.’

이 때에 초술 범지는 그 금지팡이와 금물통을 받아 가지고 발마국으로 갔다. 그 왕의 이름은 광명(光明)이었다. 때에 그 국왕은 정광여래와 비구들을 청해 의복과 음식을 공양하려 하였다. 그 국왕은 성안에 영을 내렸다.

‘백성들로서 향과 꽃을 가졌더라도 그것을 팔지 말라. 만일 파는 일이 있으면 중한 벌을 주리라. 나는 그것을 사서 다른 데 팔지 않을 것이다.’

다시 백성들에게 명령하여 길을 깨끗이 쓸어 자갈이나 더러운 물건을 치우고, 비단 기를 달고 향즙을 땅에 바르고 광대 풍류를 놀리는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었다. 그 범지는 이것을 보고 길가는 사람에게 물었다.

‘오늘이 무슨 날이기에 이처럼 길을 깨끗이 쓸어 더러운 물건을 치우고 비단 기를 다는 등 이루 말할 수 없으니 국왕이나 태자의 결혼이라도 있습니까.’

그 길가는 사람은 말하였다.

‘범지는 모릅니다. 발마국왕은 지금 정광여래, 아라한, 다 옳게 깨달은 이를 청해 의복과 음식을 공양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길을 닦고 비단 기를 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범지 비기(秘記)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여래가 이 세상에 나타나는 것을 만나기는 매우 어렵다. 오랜만에 나타나는 일이라 참으로 만날 수 없다. 마치 우둠바라꽃이 오랜만에 피는 것처럼, 여래가 세상에 나타나는 것을 만나기는 참으로 어렵다’고 하였고 또 범지 책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두 사람이 세상에 나타나는 것을 만나기는 참으로 어렵다. 그 두 사람이란 여래와 전륜성왕이다. 이 두 사람이 나타나는 것을 만나기는 참으로 어렵다’고 하였습니다.’

초술 범지는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빨리 부처님 은혜를 갚아야 하겠다. 우선 이 五백 냥 금을 정광 여래께 바치리라’고. 다시 생각하였다. ‘책에는 여래는 금이나 은이나 보물은 받지 않는다고 적혀 있다. 나는 이 五백 냥 금으로 향과 꽃을 사서 여래 위에 흩으리라’고. 그는 곧 성안으로 들어가 향과 꽃을 사려하였다. 그 때에 성안의 길가는 사람은 말하였다.

‘범지는 모릅니까. 지금 국왕은 영을 내려, 향이나 꽃을 파는 사람은 중한 벌을 준다고 하였습니다.’

초술 범지는 생각하였다. ‘나는 박복하여 꽃을 구해도 얻을 수 없구나. 어찌하면 좋을까’고. 도로 성을 나와 문밖에 서 있었다.

그 때에 어떤 바라문의 딸이 있었다. 이름을 선미(善味)라 하였다. 그는 물병을 가지고 물을 길러 나오는데, 손에 다섯 송이 꽃을 들고 있었다. 범지는 그것을 보고 그 여자에게 말하였다.

‘누이님, 나는 지금 꽃이 필요합니다. 바라건대 누이님은 내게 그 꽃을 파시오.’

그 여자는 말하였다.

‘내가 언제 당신 누이가 되었습니까. 우리 부모를 알기라도 하십니까.’

초술 범지는 다시 생각하였다. ‘이 여자는 성질과 행실이 너그럽고 장난을 좋아한다’고. 다시 그에게 말하였다.

‘숙녀여, 나는 값을 줄 것이니 부디 그 꽃을 파시오.’

그 여자는 말하였다.

‘꽃을 팔지 못한다는 대왕의 엄명을 듣지 못했습니까.’

범지는 말하였다.

‘숙녀여, 그것은 어려울 것 없습니다. 대왕인들 그대를 어찌하겠습니까. 나는 지금 곧 그 다섯 송이 꽃이 필요합니다. 내가 그 꽃을 얻으면 그대는 귀한 값을 받을 것입니다.’

‘당신은 그리 급히 꽃을 구해 무엇하시렵니까.’

‘나는 좋은 땅을 보았기에 그 꽃을 심으려 합니다.’

‘이 꽃은 뿌리가 없어 끝내 살지 못할 것입니다. 어떻게 심겠다고 말하십니까.’

‘내가 오늘 본 좋은 밭은 죽은 재를 심어도 살 것인데 하물며 그 꽃이겠습니까.’

‘어떤 좋은 밭이기에 죽은 재를 심어도 산다고 하십니까.’

범지는 대답하였다.

‘숙녀여, 정광 여래, 아라한, 다 옳게 깨달은 이께서 이 세상에 나오셨습니다.’

‘정광여래는 어떤 사람입니까.’

‘정광 여래는 덕과 계행이 있고 온갖 공덕을 성취하신 분입니다.’

‘만일 그런 공덕이 있는 분이라면 그에게 어떤 복을 구하려 합니까.’

‘나는 후생에 저 정광 여래, 아라한, 다 옳게 깨달은 이처럼 되고, 계행과 공덕도 그렇게 되기를 원합니다.’

그 여자는 말하였다.

‘만일 나와 세세(世世)로 부부가 되기를 허락한다면 나는 곧 이 꽃을 당신에게 드릴 것입니다.’

범지는 말하였다.

‘나는 지금 이 몸으로 당신의 아내가 되려고 하지 않습니다. 후생에 가서 당신의 아내가 되게 하십시오.’

‘보살이 닦는 행은 애욕을 없애는 데 있습니다. 만일 그대가 내 아내가 된다면 반드시 내 마음을 부수고 말 것입니다.’

‘나는 결코 당신의 보시할 뜻을 부수지 않겠습니다. 비록 내 몸을 가지고 남에게 주더라도 나는 끝내 보시할 마음을 부수지 않을 것입니다.’

그 때에 범지는 곧 五백 냥 돈으로 그 다섯 송이 꽃을 사고 그 여자와 서원을 세우고는 제각기 헤어져 갔다.

이 때에 정광 여래, 아라한, 다 옳게 깨달은 이는 비구중에게 앞뒤로 둘러싸이어 발마국으로 들어갔다. 때에 초술 범지는 멀리서 정광 여래를 보았다. 얼굴은 단정하여 보는 이는 모두 기뻐하였고 모든 감관은 고요하며, 걸음은 어지럽지 않고 서른 두 가지 거룩한 모양과 八十가지 특별한 모습을 갖추었다.

그것은 마치 맑은 물이 흐림이 없고 광명이 두루 비쳐 걸림이 없는 것 같고, 또 보배 산이 여러 산 위에 빼어난 것 같았다. 그는 부처님을 보고 환희심을 내어, 그 다섯 송이 꽃을 가지고 정광 여래에게로 나아가 한쪽에 서서 사뢰었다.

‘원컨대 이것을 받아 주소서. 만일 세존께서 수기[決]를 주시지 않으신다면 저는 여기서 목숨을 끊겠나이다. 살기를 원하지 않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범지야, 이 다섯 송이 꽃을 위없는 다 옳게 깨달은 이에게 주는 것은 옳지 않다.’

범지는 사뢰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를 위해 보살이 행할 법을 말씀해 주소서.’

정광여래는 말하였다.

‘보살이 행할 법은 애욕을 없애는 것이니라.’

그 때에 범지는 곧 다음 게송으로 말하였다.

황송하게도 아버지 어머니를

다른 사람에게 줄 수는 없고

모든 부처님은 참 사람의 어른이라

또한 황송하게 남에게 줄 수 없다.

해와 달은 세상에 돌아다니는 것

그 두 가지도 보시할 수 없지만

그 이외에는 다 보시해야 하나니

한 번 마음먹으면 어려울 것이 없네.

정광 여래도 다음 게송으로 범지에게 답하였다.

네가 말한 바 그런 보시는

여래가 말한 보시 아니다.

억 겁 동안의 괴로움을 참으며

머리와 몸뚱이와 귀와 또 눈과

처자와 나라와 또 재물과

수레와 말과 종들을 보시하라.

만일 그런 것을 보시할 수 있다면

나는 곧 너에게 수기[決]를 주리라.

그 때에 범지[摩納=청년]는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마치 불처럼 타는 큰산을

억 겁 동안 머리에 이고도 참으면서

도를 향하는 마음 꺾이지 않으리니

원컨대 지금 곧 수기를 주소서.

정광 여래는 잠자코 말이 없었다. 때에 그 범지는 손에 다섯 송이 꽃을 들고 오른 무릎을 땅에 대고 정광 여래에게 흩으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이 복으로 말미암아 오는 세상에 정광 여래, 아라한, 다 옳게 깨달은 이와 같이 되어 다름이 없게 하소서’하고 곧 머리를 풀어 진흙길 위에 깔고는 여쭈었다.

‘만일 여래께서 저에게 수기를 주시려거든 제 머리털을 밟고 지나가소서.’

비구들이여, 그 때에 정광 여래는 범지의 마음속의 생각을 알으시고 곧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오는 세상에 석가모니 부처, 여래, 아라한, 다 옳게 깨달은 이가 될 것이다.’

그 때에 초술 범지에게는 다르마루치라는 함께 공부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여래 곁에 있다고 정광 여래께서 수기를 주고, 또 발로 머리털을 밟는 것을 보고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까까머리 사문은 어떻게 차마 발로 이 청정한 범지의 머리털을 밟는가. 저것은 사람의 행동이 아니다’고 하였느니라.”

부처님께서는 이어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 때에 야냐달 범지가 어찌 다른 사람이겠느냐. 그렇게 알지 말라. 왜냐 하면, 그 때에 야냐달은 바로 지금의 백정왕(白淨王)이다. 그 때의 八만 四천 범지의 상좌는 바로 지금의 데바닷타요, 그 때의 초술 범지는 바로 지금의 나며, 그 때에 범지의 딸로서 꽃을 판 여자는 바로 지금의 고피카아요, 그 때의 제사 주인은 바로 지금의 집장(執杖) 범지며, 그 때의 다르마루치로서 입으로 짓는 행이 좋지 않은 소리를 낸 이는 바로 지금의 다르마루치이니라.

그리고 다르마루치는 수 없는 겁 동안 늘 축생이 되었다가 최후로 몸을 받아 큰 바다의 고기가 되어 몸길이가 七백 요오자나였다. 그는 거기서 목숨을 마치고 이 세상에 태어나서는 착한 벗과 함께 일하고 항상 착한 벗을 가까이 친하면서, 여러 가지 착한 법을 익히고 모든 감관은 밝고 날카로웠다. 그런 이유로 나는 ‘그 동안 오랜만이다’고 말하였고, 다르마루치도 또한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그 동안 참으로 오랜만이옵니다’라고 스스로 말한 것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항상 몸과 입과 뜻의 행을 잘 닦아 익혀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대정장 2/597 중~599 하 ;『한글 증일아함경』1, pp. 197~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