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옛날 집을 나와 도를 배운 뒤로는 여유 있게 노닐며, 조용하고 한가하고 즐거워 매우 유연하였다. 내가 부왕 열두단(悅頭檀)의 집에 있을 때에는 나를 위해 여러 가지 궁전, 곧 봄 궁전 여름 궁전 겨울 궁전을 지었으니, 나를 잘 노닐게 하기 위해서였다. 궁전에서 멀지 않은 곳엔 다시 푸른 연꽃못 붉은 연꽃못 빨간 연꽃못 흰 연꽃못 등 여러 가지 꽃못을 만들고 그 못 가운데에는 푸른 연꽃 붉은 연꽃 빨간 연꽃 흰 연꽃 등 온갖 물꽃을 심어서 언제나 물이 있고 언제나 꽃이 있었으며, 사람을 시켜 지키게 해 일체 통행하지 못하게 하였으니, 나를 잘 노닐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 못 언덕에는 또 수마나(修摩那)꽃 바사(婆師)꽃 첨복(瞻蔔)꽃 수건제(修?提)꽃 마두건제(摩頭?提)꽃 아제모다(阿提牟多)꽃 파라두(波羅頭)꽃 등 온갖 육지꽃을 심었으니, 나를 잘 노닐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네 사람을 시켜 나를 목욕시키고는 목욕 후에 붉은 전단향을 내 몸에 바르고 몸에 향을 바른 후에 새 비단옷을 입혔으니, 위아래나 안팎이나 겉과 속이 다 새 것이었다. 그리고 밤낮으로 언제나 일산을 내게 씌웠으니, 나[太子]로 하여금 밤에는 이슬에 젖지 않고 낮에는 볕에 타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항상 다른 집에서는 밀기울 보리밥 콩국 새앙채를 제일가는 음식으로 삼는 것처럼 내 아버지 열두단의 집 가장 낮은 하인은 쌀밥과 기름진 반찬을 제일가는 음식으로 삼았다. 다시 다음에는 혹은 들짐승으로 최고로 맛있는 짐승들이 있었으니, 곧 제제라화타(提帝邏 ) 겁빈사라(劫賓?邏) 혜미하리니사시라미(奚米何犁泥奢施羅米)같은 들짐승으로, 가장 맛난 짐승은 언제나 나를 위한 요리가 되었었다.
내가 옛날의 아버지 열두단의 집을 생각하면, 여름 4개월 동안은 정전(正殿) 위에 올라가 있었는데 남자는 없고 오직 기생만 있어서 스스로 즐기면서 애당초 내려오지 않았다. 내가 동산을 구경하러 나가려고 할 때에는 30명의 제일 훌륭한 기병을 뽑아 의장이 앞뒤에서 시종하고 인도하게 하였으니, 하물며 그 나머지였겠느냐? 나는 이런 여의족(如意足)이 있었으니, 이것이 가장 유연한 것이었다.
나는 또 옛날을 생각하면, 농부가 밭 위에서 쉬는 것을 보고 염부(閻浮)나무 아래로 가서 결가부좌 하여 욕심을 여의고 악하고 착하지 않은 것을 여의며, 각(覺)도 있고 관(觀)도 있으며, 여의는 데서 생기는 기쁨과 즐거움이 있는 초선을 얻어 성취하여 노닐었다. 그 때 나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많이 알지 못하는 어리석은 범부는 스스로 병을 가지고 있어 병을 떠나지 못했으면서, 다른 사람의 병을 보고는 스스로 자기를 관찰하지 못한다 하여, 미워하고 천하게 여겨 사랑하지 않고 기뻐하지 않는다.'
나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 자신이 병을 가지고 있어 병을 떠나지 못했으면서, 만일 내가 남의 병을 보고 미워하고 천히 여겨 사랑하지 않고 기뻐하지 않는다면, 내게도 또한 이 병이 있기 때문에 나 또한 옳지 못하다.'
이렇게 관찰한 뒤에는 병들지 않았다고 해서 일어나는 뽐내는 마음은 곧 저절로 없어졌다.
나는 또 이렇게 생각하였다.
'많이 알지 못하는 어리석은 범부는 스스로 늙는 법이 있어 늙음을 떠나지 못했으면서, 남의 늙음을 보고 스스로 자기를 관찰하지 못한다 하여, 미워하고 천하게 여겨, 사랑하지 않고 기뻐하지 않는다.'
나는 다시 이런 생각을 했다.
'내 스스로 늙는 법이 있어 늙음을 떠나지 못했으면서, 만일 내가 남의 늙음을 보고는 미워하고 천하게 여겨, 사랑하지 않고 기뻐하지 않는다면, 내게도 또한 이 법이 있기 때문에 나 또한 옳지 못하다.'
이렇게 관찰한 뒤에는 오래 산다고 하여 일어나는 뽐내는 마음은 곧 저절로 없어졌다.
많이 알지 못하는 어리석은 범부는 병들지 않았다고 하여 뽐내고 거드름 피우며 방일하고, 욕심으로 말미암아 어리석음이 생겨 범행을 행하지 않는다. 많이 알지 못하는 어리석은 범부는 젊다고 하여 뽐내고 거드름 피우며 방일하고, 욕심으로 말미암아 어리석음이 생겨 범행을 행하지 않는다. 많이 알지 못하는 어리석은 범부는 오래 산다고 하여 뽐내고 거드름 피우며 방일하고, 욕심으로 말미암아 어리석음이 생겨 범행을 행하지 않느니라.
柔軟經 대정장 1/607 하~608 상; 한글대장경 중아함경 인터넷판, pp. 819~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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