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마갈타 사람들은 이러한 일을 보자, '사문 구담이 울비라가섭에게서 범행을 배우는 것이 아니다. 울비라가섭이 사문 구담으로부터 범행을 배우는 것이다'라고 생각하였다. 세존께서는 모든 마갈타 사람들의 생각을 아시고 곧 마갈타왕 세니빈비사라를 위하여 설법하시어 간절히 우러르는 마음을 내게 하고 기쁨을 성취하게 하셨다. 한량없는 방편으로써 그들을 위하여 설법하시어 간절히 우러르는 마음을 내게 하시고, 기쁨을 성취하게 하신 뒤에 모든 부처님의 법에서와 같이 먼저 단정법(端正法)을 말씀하시니, 듣는 사람들마다 다 기뻐하였다. 곧 보시를 말씀하시고, 계를 말씀하시고, 천상에 나는 법을 말씀하셨다. 탐욕은 재앙이 되는 것이며, 나고 죽는 것을 더러움이라고 훼자(毁咨)하시고, 욕심이 없는 것을 묘도품(妙道品)의 백정(白淨)이라고 칭송하셨다. 세존께서 그 대왕을 위하여 이렇게 설법하셨다. 부처님께서 이미 그의 기뻐하는 마음, 두루 갖춘 마음, 부드럽고 연한 마음, 참고 견디는 마음, 위로 오르는 마음, 한결같이 향하는 마음, 의심이 없는 마음, 덮임이 없는 마음이 있고, 재능이 있고 힘이 있어 바른 법을 감당해 받을 만한 사람임을 아시고, 이른바 모든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바른 진리인 고(苦) 집(集) 멸 (滅) 도(道)의 진리를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색은 났다가 없어집니다. 그대는 마땅히 색은 났다가 없어지는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대왕이여, 각 상 행 식도 났다가 없어집니다. 그대는 마땅히 각 상 행 식도 났다가 없어지는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대왕이여, 비유하면 마치 큰비가 내릴 때 물 위의 거품이 생겼다가 없어지는 것과 같습니다. 대왕이여, 색이 났다가 없어지는 것도 또한 그와 같습니다. 그대는 마땅히 색은 났다가 없어지는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대왕이여, 각 상 행 식도 났다가 없어집니다. 그대는 마땅히 각 상 행 식도 났다가 없어지는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대왕이여, 만일 족성자가 색은 났다가 없어지는 것임을 안다면, 다시 미래에 색으로 나지 않아야 한다는 이치를 알 것입니다. 대왕이여, 만일 족성자가 각 상 행 식이 났다가 없어지는 줄을 안다면, 다시 미래에 각 상 행 식으로 나지 않아야 한다는 이치를 알 것입니다. 대왕이여, 만일 족성자가 색의 진실된 그대로를 안다면, 곧 색에 집착하지 않고 색을 꾀하지 않을 것이며, 색에 물들지 않고 색에 머무르지 않을 것이며, 색이 곧 나라고 좋아하지 않을 것입니다. 대왕이여, 만일 족성자가 각 상 행 식에 대하여 진실된 그대로를 안다면, 곧 각 상 행 식에 집착하지 않고 그것을 헤아리지 않을 것이며, 그것에 물들지 않고 그것에 머물지 않을 것이며, 색이 곧 나라고 좋아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대왕이여, 만일 족성자가 색에 집착하지 않고 색을 헤아리지 않으며, 색에 물들지 않고 색에 머물지 않으며, 색이 곧 나라고 좋아하지 않는다면, 다시는 미래의 색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입니다. 대왕이여, 만일 족성자가 각 상 행 식에 집착하지 않고 그것을 헤아리지 않으며, 그것에 물들지 않고 그것에 머물지 않으며, 그것들이 곧 나라고 좋아하지 않는다면, 다시는 미래 세상에서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입니다. 대왕이여, 이러한 족성자들이 한량없고 헤아릴 수 없고, 한계가 없으며, 식적(息寂)을 얻어, 만일 이 5음(陰)을 완전히 버린다면 다시는 음(陰)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입니다."
그 때 모든 마갈타 사람들은 '만일 색이 무상(無常)한 것이고 각 상 행 식도 다 무상한 것이라면, 누가 활동하고 누가 고락을 받을 것인가' 하고 생각하였다. 세존께서는 곧 마갈타 사람들의 마음 속을 아시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어리석은 범부는 들은 것이 없어 나를 나라고 인식하므로 나에 대하여 집착한다. 그러나 필경 나라는 것도 없고 내 것이라는 것도 없나니, 나라는 마음도 비우고 내 것이라는 마음도 비워야 한다. 법이 생기면 생기는 것이고, 법이 멸하면 멸하게 되니, 다 인연 때문에 모여 괴로움이 생기는 것이다. 만일 인연이 없으면 모든 괴로움은 곧 멸하고 말 것이다. 중생은 인연이 모여 서로 이어지면서 곧 모든 법을 내나니[生], 여래는 중생이 서로 이어가면서 나는[生] 것을 보고 곧 '남[生]이 있으면 죽음이 있다'고 그렇게 말하셨다. 나는 사람의 눈보다 뛰어난 청정한 천안(天眼)으로써 이 중생이 나는 때와 죽는 때, 좋은 빛깔과 나쁜 빛깔, 혹은 묘하고 묘하지 않음, 좋은 곳과 나쁜 곳으로 왕래하는 것을 보고 '이것들이 스스로 중생들이 지은 업을 따르는 것이다'라는 그 진실 그대로를 알았다. '만일 이 중생이 몸으로 짓는 악행과 입과 뜻으로 짓는 악행을 성취하여 성인을 비방하거나, 삿된 소견으로써 삿된 소견의 업을 성취하면, 그는 이런 인연 때문에 그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반드시 나쁜 곳으로 가게 되나니, 저 지옥 같은 곳에 가서 태어날 것이다. 만일 이 중생이 몸으로 짓는 선행과 입과 뜻으로 짓는 선행을 성취하여 성인을 비방하지 않고 바른 소견으로써 바른 소견의 업을 성취하면, 그는 이런 인연 때문에 그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반드시 좋은 곳으로 가게 되나니, 곧 천상 같은 곳에 오르게 될 것이다'라는 것을 안다. 나는 그가 이렇게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들에게 말하지 않는다. 그것은 곧 '내가 능히 깨닫고 능히 말하고 어떤 일을 시켜서 하게 하고 일을 일으켰기 때문에 곧 여기 저기서 선악의 과보를 받는다'고 하면, 그 중에는 혹 '이것은 맞지 않는다. 여기에는 머무를 수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 행은 법과 같아서 이것으로 인하여 저것이 생긴다. 만일 이 인(因)이 없으면 곧 저것이 생기지 않고, 이것으로 인하여 저것이 있게 된다. 만일 이것이 멸하면 저것도 곧 멸한다. 그래서 무명을 인연하여 행이 있고 내지 생을 인연하여 노 사가 있는 것이다. 만일 무명이 멸하면 행이 곧 멸하고 내지 생이 멸하면 곧 노 사도 멸한다고 말한 것이다.
대왕이여, 당신의 생각은 어떠합니까? 색은 유상한 것입니까, 무상한 것입니까?"
"무상한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또 물으셨다.
"만일 무상한 것이라면 그것은 괴로운 것입니까, 괴롭지 않은 것입니까?"
"괴로운 것이요 변역하는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또 물으셨다.
"만일 무상한 것이요 괴로운 것이며 변역하는 것이라면 많이 들어 아는 거룩한 제자로서 '이것은 나이다, 이것은 내 것이다, 나는 저의 것이다' 라는 말을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까?"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대왕이여, 당신의 생각은 어떠합니까? 각 상 행 식은 유상한 것입니까, 무상한 것입니까?"
"무상한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또 물으셨다.
"만일 무상한 것이라면 그것은 괴로운 것입니까, 괴롭지 않은 것입니까?"
"괴로운 것이요 변역하는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무상한 것이요 괴로운 것이며 변역하는 것이라면, 많이 들어 아는 거룩한 제자로서 '이것은 나이다, 이것은 내 것이다, 나는 저의 것이다'라는 말을 받아들일 수가 있겠습니까?"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대왕이여, 그러므로 당신은 마땅히 '만일 색이 과거나 미래나 현재에 있어서나, 혹은 안이거나 밖이거나, 혹은 거칠거나 가늘거나, 혹은 좋거나 밉거나, 혹 가깝거나 멀거나 간에 저 일체는 나도 아니요 내 것도 아니며 나는 저의 것도 아니다'라고 그렇게 배워야 합니다. 마땅히 지혜로 관찰하여 그 진실 그대로를 알아야 합니다. 대왕이여, '만일 각 상 행 식도 과거나 미래나 현재에 있어서나, 혹은 안이거나 밖이거나, 혹은 거칠거나 가늘거나, 혹 좋거나 밉거나, 혹 가깝거나 멀거나 간에 저 일체는 나도 아니요, 내 것도 아니며, 나는 저의 것도 아니다'라고 마땅히 지혜로 관찰하여 그 진실 그대로를 알아야 할 것입니다.
대왕이여, 만일 많이 들어 아는 거룩한 제자가 이렇게 관찰한다면, 그는 곧 색을 싫어하고, 각 상 행 식을 싫어하며, 싫어한 뒤에는 욕심이 없어질 것이요, 욕심이 없어진 뒤에는 해탈을 얻을 것이며, 해탈한 뒤에는 해탈을 알아, 생이 이미 다하고 범행이 이미 확립되고 할 일을 이미 마쳐, 다시는 다음 세상의 생명을 받지 않는다는 참뜻을 알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이 법을 말씀하셨을 때, 마갈타왕 세니빈비사라는 티끌을 멀리하고 때[垢]를 여의어 모든 법의 법안(法眼)이 생겼고, 또 8만의 천인과 마갈타 사람 1만 2천도 티끌을 멀리하고 때를 여의어 모든 법의 법안이 생겼다. 이에 마갈타왕 세니빈비사라는 법을 보고 법을 얻어 백정(白淨)의 법을 깨달았고, 의심을 끊고 의혹을 벗어나 더 이상 높이 존경해야 할 다른 이가 없어 그 누구도 따르지 않았으며, 망설임이 없이 이미 과증(果證)에 머물러 세존의 법에 대하여 두려움이 없게 되었다.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제 이 몸을 부처님과 법과 비구 스님에게 귀의하나이다. 원하옵건대 세존께서는 저를 받아 들여 우바새가 되는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 저는 오늘부터 이 몸이 다할 때까지 스스로 귀의하여 목숨이 다하는 그날까지 그렇게 하겠습니다."
頻鞞娑邏王迎佛經 대정장 1/498 상~499 상; 한글대장경 중아함경 인터넷판, pp. 344~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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