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함경 주제별 정리/전법교육

재가자 전법사례 8.비로 이학에 의한 생문 범지의 귀의

다르마 러브 2013. 8. 27. 17:01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을 유행하실 적에 승림급고독원(勝林給孤獨園)에 머무셨다. 그 때 비로(卑盧)라는 이학(異學)이 이른 아침에 사위국을 출발하여 부처님 계신 곳으로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부처님께서는 그를 위해 설법하시어 마음을 내게 하고, 우러러 갈망하게 하며, 기쁨을 성취하게 하셨다. 그리고 한량없는 방편으로 그를 위해 설법하시어 마음을 내게 하고, 우러러 갈망하게 하며, 기쁨을 성취하게 하신 뒤에는 잠자코 계셨다. 비로 이학은 부처님께서 그를 위해 설법하시어 마음을 내게 하고, 우러러 갈망하게 하며, 기쁨을 성취하게 하시자,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세 번 돌고 물러갔다. 그 때 생문(生聞) 범지(梵志)는 매우 호화로운 흰 수레를 타고, 5백 제자들과 함께 이른 아침에 사위국을 나와 일 없는 한가한 곳으로 가서 제자들에게 경서를 읽히려고 하였다. 생문 범지는 멀리서 비로 이학이 오는 것을 보고 곧 물었다.

"바차(婆蹉)여, 이 이른 아침부터 어디 갔다 오는가?"

비로 이학이 대답하였다.

"범지여, 나는 세존을 뵙고, 예로써 섬기고 공양하고 오는 길이네."

생문 범지가 물었다.

"바차여, 혹 사문 구담은 비고 편안하고 고요한 곳에서 지혜를 배우고 있던가?"

"범지여, 어느 누가 세존께서 비고 편안하고 고요한 곳에서 지혜를 배우고 있는 줄을 알 수 있겠는가? 만일 누군가 세존께서 비고 편안하고 고요한 곳에서 지혜를 배우는 줄을 안다면, 그도 마땅히 세존과 같은 사람일 것이네. 범지여, 나는 그저 책을 읽어 4구(句)의 이치만 알 뿐이고, 그 4구의 이치로 인하여 나는 반드시 세존께서는, 여래(如來) 무소착(無所著) 등정각(等正覺)이시요, 세존의 설법은 훌륭하시며, 여래 제자의 거룩한 대중들은 좋은 곳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믿네.

범지여, 비유하면 훌륭한 코끼리 조련사는 일 없는 한가한 곳을 노닐다가 숲 속에서 큰 코끼리 발자국을 보면, 이 코끼리는 반드시 크므로 이런 발자국이 있는 것이라고 믿는 것과 같다네. 범지여, 나도 또한 이와 같아서 책을 읽어 4구의 이치를 알고, 이 4구의 이치로 인하여 나는 반드시 세존께서는 여래 무소착 등정각이시고, 세존의 설법은 훌륭하시며, 여래 제자의 거룩한 대중들은 좋은 곳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믿는 것일세.

어떤 것이 4구의 뜻인가? 범지여, 지혜로운 찰리(刹利)의 논사들은 많이 듣고 결정하여 세상 사람을 항복받고, 알지 못하는 것이 없어, 다양한 견해를 가진 문장을 지어 세상에 유행시킨다네. 그들은 이렇게 생각했네.

'나는 사문 구담의 처소로 가서 이러이러한 일을 물으리라. 만일 그가 능히 대답하면 나는 거듭거듭 물을 것이요, 그가 능히 대답하지 못하면 곧 항복받고 떠나버리게 할 것이다.'

그들은 세존께서 어느 마을을 유행하신다는 말을 듣고 곧 그리로 갔지만 세존을 뵙고 나자 감히 묻지도 못했으니, 하물며 어떻게 항복받았겠는가? 범지여, 나는 책을 읽어, 이러한 제1구의 이치를 얻었다네. 나는 이 이치로 인하여 반드시 세존께서는 여래 무소착 등정각이시고, 세존의 설법은 훌륭하시며, 여래 제자의 거룩한 대중들은 좋은 곳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믿는 것이네.

이와 같이 지혜로운 범지와 지혜로운 거사와 지혜로운 사문 논사들은 많이 듣고 결정하여 세상 사람을 항복받고, 알지 못하는 것이 없어 다양한 견해를 가진 문장을 지어 세상에 유행시킨다네. 그리고 그들은 이렇게 생각했네.

'나는 사문 구담의 처소로 가서 이러이러한 일을 물으리라. 만일 그가 능히 대답하면 나는 거듭거듭 물을 것이요, 그가 능히 대답하지 못하면 곧 항복받고 떠나버리게 할 것이다.'

그들은 세존께서 어느 마을을 유행하신다는 말을 듣고 곧 그리로 갔지만 세존을 뵙고 나자 감히 묻지도 못했으니, 하물며 어떻게 항복받았겠는가? 범지여, 나는 책을 읽어 이러한 제4구의 이치를 얻었다네. 나는 이 이치로 인하여 반드시 세존께서는 여래 무소착 등정각이시고, 세존의 설법은 훌륭하시며, 여래 제자의 거룩한 대중들은 좋은 곳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믿는 것이네. 범지여, 나는 책을 읽어 이 4구(句)의 이치로 인하여 반드시 세존께서는 여래 무소착 등정각이시고, 세존의 설법은 훌륭하시며, 여래 제자의 거룩한 대중들은 좋은 곳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믿는 것이네."

생문 범지가 말하였다.

"바차여, 그대는 사문 구담을 크게 공양하고, 그것을 인연하여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는가?"

비로 이학이 대답하였다.

"범지여, 그렇다네, 그렇다네. 나는 저 세존을 지극히 공양하고 또한 지극히 칭찬하며 기린다네. 그러므로 일체 세간도 또한 마땅히 공양하여야 하네."

그 때 생문 범지는 이 말을 듣고는 곧 수레에서 내려 오른 무릎을 땅에 대고, 손을 모아 승림급고독원을 향하여 두 번 세 번 예배하면서, '여래 무소착 등정각께 귀의하나이다'라고 하였다. 이렇게 세 번을 말하고는 매우 호화로운 흰 수레를 다시 타고, 승림급고독원으로 나아갔다. 그 승지(乘地)에 이르자 곧 수레에서 내려 걸어서 부처님께 나아가 문안을 드리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생문 범지는 조금 전에 비로 이학과 서로 문답한 일을 모두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께서는 그 말을 들으신 뒤에 곧 말씀하셨다.

"범지여, 비로 이학이 코끼리의 발자국 비유를 말했다지만 그것도 오히려 잘한 설명은 아니고, 또한 충분하지도 않다. 나는 이제 코끼리의 발자국 비유를 아주 잘 갖추어 그대를 위해 말하리니, 그대는 마땅히 잘 들어라.……

象跡喩經 대정장 1/656 상~656 하; 한글대장경 중아함경 인터넷판, pp. 1052~10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