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 숲<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지옥 중생으로 그 죄의 갚음을 받는 한정은 一겁이다. 그러나 중간에 일찍 죽는 이가 있다. 축생도 그 죄의 갚음을 받는 한정은 一겁이다. 그러나 중간에 일찍 죽는 것이 있다. 아귀도 그 갚음을 받는 한정은 一겁이다. 그러나 중간에 일찍 죽는 것이 있다.
비구들이여, 알라. 북구로주 사람의 수명은 천 세로서 중간에 일찍 죽는 이가 없다. 왜 그러냐 하면, 그 땅 사람들은 매인 데가 없어서 비록 목숨을 마치더라고 천상의 좋은 곳에 나 타락하는 이가 없기 때문이다.
동승신주 사람들은 수명이 五백 세로서 중간에 일찍 죽는 이가 있고, 서우화주 사람들은 수명이 二백 五十세로서 중간에 일찍 죽는 사람이 있고, 남섬부주 사람들은 수명이 백 세로서 중간에 일찍 죽는 사람이 많으니라.
비록 사람의 수명이 백 세까지 살더라도 그 사람들은 백 세 동안에 그 행이 같지 않고 그 성질도 각기 다르다. 즉 처음 十 세 때에는 아직 어려서 지각이 없고 二十 때에는 다소 지각이 있으나 아직도 완전하지 못하며 三十 때에는 의욕이 왕성하여 색에 탐착하고 四十 때에는 온갖 기술이 많아 하는 일이 끝이 없으며 五十 때에는 도리를 분명히 알아 익힌 것을 잊지 않느니라.
六十 때에는 재물에 집착하고 마음에 결단이 없으며 七十 때에는 게으르고 잠자기를 좋아하며 몸과 성질이 느리고 八十 때에는 젊은 마음이 없고 또 꾸밈이 없으며 九十 때에는 병이 많고 피부가 쭈그러져 얼굴에 주름살이 지며 백 세 때에는 모든 감관이 쇠하고 뼈마디가 드러나며 잊음이 많고 정신이 혼미 하느니라.
비구들이여, 알라. 만일 사람이 백 세를 살면 그만한 어려움을 겪어야 하고 또 三백 번의 겨울, 여름, 봄, 가을을 지내야 한다. 그러나 그 수명을 계산해 보면 하잘 것 없느니라.
만일 사람이 백 세를 살면 三만 六천 끼니를 먹는다. 그러나 그 동안에는 먹지 않는 때가 있다. 즉 화가 나서 먹지 않고 주지 않아서 먹지 않으며 병이 나서 먹지 않는다. 그의 먹고 먹지 않는 것을 계산할 때에는 또 어머니 젖을 먹는 때가 있다. 대충 요약해 말해서 三만 六천 끼니니라.
비구들이여, 사람이 만일 백 세를 산다면 그것은 한정된 햇수로서 그 음식 먹는 사정이 대개 이와 같느니라.
비구들이여, 알라. 이 남섬부주 사람들도 그 수명이 매우 길어 한량없는 수명과 같은 때가 있었다. 즉 헤아릴 수 없는 오랜 과거 세상에 '온갖 병 고치는 이[療衆病]'라는 왕이 있었다. 그는 수명이 매우 길어 얼굴이 단정하며 한량없는 쾌락을 누렸다. 그 때에는 앓거나 늙거나 죽는 재앙이 없었다.
때에 어떤 부부는 아들을 낳았다. 그 아들은 이내 죽었다. 그 부모는 아들을 안아 일으켜 앉히고 밥을 가져다주었다. 그러나 그 아들은 일어나 앉지도 않고 밥을 먹지도 않았다. 왜냐하면 죽었기 때문이다.
때에 그 부모는 생각하였다. '내 아들은 지금 무슨 화가 났기에 음식도 먹으려 하지 않고 말도 하지 않는가.' 그들은 아직 <죽음>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한 것이다. 그들은 또 생각하였다. '우리 아들은 이레가 지났어도 먹지 않는다. 무엇 때문에 잠자고 있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이 사정을 저 왕에게 가서 알려야 하겠다.'
때에 그 부모들은 왕에게 가서 그 사정을 자세히 아뢰었다.
때에 왕은 생각하였다. '이제 <죽음>의 메아리가 들리는구나.'
왕은 말하였다.
'너희들은 그 아이를 내게로 데려 오라.'
그 때에 그 부모는 곧 아기를 안고 왕에게 갔다. 왕은 아기를 보고는 부모에게 말하였다.
'이 아이는 벌써 죽었다.'
부모는 아뢰었다.
'<죽음>이란 어떤 것입니까.'
왕은 말하였다.
'이 아이는 다시는 일어나 다니거나 말하거나 대답하거나 음식을 먹거나 장난하거나 하지 않을 것이다. 몸은 꼿꼿하여 움직이지 않을 것이니 그것을 <죽음>이라 하느니라.'
부모는 아뢰었다.
'이 아이는 오래지 않아 몸이 퉁퉁 부었다가 곧 문드러지고 나쁜 냄새가 나면서 다시는 쓸데없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 부모는 왕의 말을 믿지 않고 죽은 아이를 다시 안고 집으로 돌아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몸은 모두 문드러지고 나쁜 냄새가 났다.
때에 그 부모는 비로소 왕의 말을 믿고 말하였다.
'이 아이는 오래지 않아 몸이 부어 터져 모두 허물어지고 말겠구나.'
그 부모는 다시 그 부은 아이를 안고 왕에게 가서 아뢰었다.
'대왕이여, 이제 이 아이를 공물(貢物)로 바치나이다.'
그러나 그 부모는 울지도 않았다. 왜 그러냐 하면 아직 죽음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 때에 그 왕은 그 아이 가죽을 벗겨 큰북을 만들었다. 그리고 명령하여 일곱 층 다락을 지어 그 북을 그 위에 달고 곧 한 사람에게 명령하였다.
'너는 알라, 이 북을 잘 지키면서 백년 에 한 번씩 치기를 어기지 말라.'
그는 왕의 명령을 따라 백 년만에 한 번 쳤다.
때에 사람들은 그 북 소리를 듣고 '일찍 못 듣던 소리다.'
하고 이상해 하면서 사람들끼리 말하였다.
'이 무슨 소리인가. 무슨 소리기에 여기까지 들리는가.'
왕은 말하였다.
'저것은 죽은 사람 가죽 소리니라.'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모두 '이상하다. 저런 소리를 듣겠구나.'고 하였다.
너희 비구들이여, 그 때의 왕이 어찌 다른 사람이겠느냐. 그렇게 생각하지 말라. 왜 그러냐 하면 그 때의 왕은 바로 나였었기 때문이니라.
이것으로도 알 수 있지마는 옛날 남섬부주 사람들의 수명은 매우 길고 지금의 남섬부주 사람들 수명은 매우 짧고 죽는 이도 한이 없다. 왜 그러냐 하면 사람들이 많이 살해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수명이 매우 짧고 얼굴은 화색을 잃으며 이런 변괴가 있는 것이니라.
비구들이여, 알라. 이 남섬부주의 五十년은 저 四천 왕의 하루 낮 하룻밤이다. 그들의 날 수 계산은 三十일이 한 달이요 열 두 달이 一년이다. 그들의 수명은 五백 세로서 혹 중간에 일찍 죽는 이가 있느니라.
인간 수명의 十八억 세는 환활(還活) 지옥의 하루 낮 하룻밤이다. 그들의 날 수 계산도 三十일이 한 달이요 열 두 달이 一년이다. 그들의 수명은 천 세로서 중간에 일찍 죽는 이가 있지마는 인간의 수명으로 계산하면 三十六억 세이니라.
인간의 백 세는 三十三천의 하루 낮 하룻밤이다. 그들의 날과 달과 햇수로 계산하여 그 수명은 천 세로서 중간에 혹 일찍 죽는 이가 있느니라.
인간의 수명의 三十六억 세는 아비 지옥의 하루 낮 하룻밤이다. 그들의 날 수 계산도 三十일이 한 달이요 열 두 달이 一년이다. 그들의 수명은 二만 세로서 인간의 한코티의 수명이니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그 수명을 계산하면 무상천을 제외하고는 자꾸 곱으로 더해 간다. 무상천의 수명은 八만 四천 겁으로서 정거천을 제하고는 이 세상에 오지 않느니라.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방일하지 말고 현재의 몸으로써 번뇌를 없애도록 하라. 비구들이여, 이와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대정장 2/784 하~785 하 ;『한글 증일아함경』2, pp. 348~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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