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다른 어떤 비구가 구살라국 인간 세상에 있는 어떤 숲 속에 머물고 있었다.
그 비구는 눈병을 앓고 있었는데 스승에게서 발담마(鉢曇摩)꽃의 향기를 맡으라는 가르침을 받았다.
그 때 그 비구는 스승의 가르침을 받고 나서 발담마꽃이 핀 못 가로 가 못 언덕에서 바람이 불어오는 쪽을 향하고 앉아 꽃향기를 맡고 있었다.
그 때 그 못을 맡고 있던 천신(天神)이 비구에게 말하였다.
"왜 꽃을 훔치는가? 너는 곧 향기를 훔치는 도적이다."
그 때 비구가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꺾지도 않았고 빼앗지도 않았으며
그저 멀리서 꽃향기만 맡았을 뿐인데
나를 향기 훔치는 도적이라고
너는 지금 어찌해서 그런 말을 하는가?
그 때 천신이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구하지도 않고 버리지도 않는 것
세상에서는 도적이라고 부른다.
너는 지금 사람이 주지 않는데
스스로 한결같이 갖기만 하네.
이야말로 진실로 이 세상에서
향기 훔치는 도적이라 하리라.
그 때 어떤 장정이 연뿌리를 캐어 한 짐 잔뜩 무겁게 짊어지고 갔다. 그 때 비구는 그 천신을 위해 게송으로 말하였다.
지금 저 장정 같은 이는
저렇게 분다리(分陀利)꽃을 꺾고
뿌리를 캐어 무겁게 지고 갔으니
그는 곧 간사하고 교활한 사람이다.
너는 어째서 저것은 막지 않고
나더러 향기를 훔친 도적이라고 하는가?
그 때 그 천신이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미치고 어지럽고 간교한 사람은
마치 유모의 검은 옷과 같거늘
구태여 그에게 말해서 무엇하리
마땅히 너에게나 해당되는 말이니라.
그의 가사(袈裟) 더러움이 잘 나타나지 않고
검은 옷은 먹물을 칠해도 더러워지지 않네.
간사하고 교활하며 흉악한 사람에 대해서는
세상 사람들은 그와 더불어 말하지 않네.
파리 다리로도 흰 비단은 더럽혀지니
밝은 이에겐 적은 허물도 나타나는 법
마치 먹으로 흰 구슬에 점을 찍듯이
아무리 작아도 모두 다 드러나네.
항상 그를 좇아 깨끗하기 구하고
결박 없애고 번뇌를 여읜 이에겐
비록 털끝 만한 나쁜 일이라 해도
사람들은 그것을 태산처럼 크게 보네.
그 때 그 비구가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그 말이여
이치 있는 말로써 나를 편안케 하네.
너는 부디 언제나 나를 위하여
자주자주 그런 게송을 말해다오.
그 때 그 천신이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나는 네가 산 하인도 아니요
또한 남이 너에게 준 자도 아니거늘
무엇 때문에 항상 너를 따를 것이며
자주자주 너에게 말해야 하리.
너는 이제 스스로 여러 가지의
이익 되는 일을 알아야 한다.
그 때 그 천자가 이 게송을 말하자, 그 비구는 이 말을 듣고 기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갔다. 그는 혼자 고요한 곳에서 정신을 집중하여 사색한 끝에 온갖 번뇌를 끊고 아라한이 되었다.
花經 대정장 2/369 상~369 중; 한글대장경 잡아함경 인터넷판, pp. 2116~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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