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함경 주제별 정리/교단

통제와 화합의 승가공동체 (5) 세 존자가 서로 물과 젖처럼 합하여 하나로 사는 모습

다르마 러브 2013. 8. 29. 15:19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나마제(那摩提)수(瘦)를 유행하실 적에 건기정사(?祁精舍)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는 밤이 지나고 이른 아침이 되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나마제로 가서 걸식하셨고, 걸식을 마치고 오후가 되어 우각사라 동산으로 가셨다. 그 때 우각사라 동산에는 존자 아나율타(阿那律陀)와 존자 난제(難提)와 존자 금비라(金毘羅) 등 세 족성의 아들이 함께 있었다.

그 존자들의 소행은 이러하였다. 걸식하고 먼저 돌아온 자는 자리를 펴고 물을 길으며, 발 씻는 그릇을 내어놓고, 씻은 발을 올려놓는 등상[橙] 발 닦는 수건 물병 대야를 준비해 놓는다. 빌어온 밥을 다 먹을 수 있는 사람은 다 먹고, 남으면 그릇에 덮어둔다. 먹은 뒤에는 발우를 거두고 손과 발을 씻고, 니사단10)을 어깨에 메고, 방에 들어가 고요히 앉는다. 혹 걸식하고 뒤에 돌아온 자는 빌어 온 밥을 다 먹을 수 있는 사람은 다 먹고, 모자라면 앞사람이 남겨둔 밥을 가져다 먹는다. 그래도 남으면 깨끗한 땅이나 벌레가 없는 물에다 쏟는다. 그는 먹은 밥그릇을 깨끗이 씻어 닦은 뒤에는 한쪽에 치워 두고 자리를 걷고, 씻은 발을 얹는 등상을 치우고, 발 닦는 수건을 거두고, 발 씻는 그릇 물병 대야를 챙기고, 물을 뿌려 식당을 쓸고, 변소를 소제한 뒤에 가사와 발우를 챙겨 두고, 손과 발을 씻고, 니사단을 어깨에 메고, 방에 들어가 편안히 앉는다. 그 존자들은 해질 무렵이 되어 혹 편안한 자리에서 먼저 일어난 자는 물병이나 대야가 비어 물이 없는 것을 보면 곧 가지고 가서 물을 긷고, 그 물그릇이 힘에 겹지 않으면 그대로 가지고 와서 한쪽에 둔다. 만일 그 물 그릇이 힘에 겨우면 곧 손으로 한 비구를 불러 둘이서 들고 와서 한쪽에 두되 서로 말하지도 않고 서로 묻지도 않는다. 그 존자들은 닷새만에 한 번 모여 서로 법을 말하거나 혹은 성스러운 침묵을 지킨다.

그 때 동산지기는 멀리서 세존께서 오시는 것을 보고 꾸짖어 막으면서 말하였다.

"사문, 사문, 이 동산에 들어오지 마시오. 왜냐 하면 지금 이 동산에는 존자 아나율타 존자 난제 존자 금비라 등 세 족성의 아들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만일 당신을 보면 아마 싫어 할 것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동산지기여, 그들이 만일 나를 보면 틀림없이 좋아하면 했지 싫어하지 않을 것이다."

이 때 존자 아나율타가 멀리서 세존께서 오시는 것을 보고 곧 동산지기를 꾸짖었다.

"동산지기여, 세존을 나무라지 말라. 그대 동산지기여, 선서(善逝)를 나무라지 말라. 우리 세존께서 오신다. 우리 선서께서 오신다."

존자 아나율타는 나아가 세존을 맞아 그 가사와 발우를 받들었고, 존자 난제는 부처님을 위하여 평상을 폈으며, 존자 금비라는 부처님을 위하여 물을 가지고 왔다. 그 때 세존께서 손과 발을 씻으시고 그 존자가 펴놓은 자리에 앉으셔서 곧 물으셨다.

"아나율타여, 너는 항상 안온하고 부족한 것은 없느냐?"

존자 아나율타가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늘 안온하며 부족한 것도 없습니다."

세존께서는 다시 물으셨다.

"아나율타여, 어떻게 안온하고 부족한 것은 없는가?"

존자 아나율타는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곧 내게는 좋은 이익이 있고 큰 공덕이 있다. 말하자면 나는 이미 이러한 범행자들과 함께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항상 저 범행자들을 향해 자비스러운 몸의 업을 행하되 남이 보거나 보지 않거나 한결같아서 다름이 없으며, 자비스러운 입의 업과 자비스러운 뜻의 업을 행하되 남이 보거나 보지 않거나 한결같아서 다름이 없이 그렇게 합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또 '나는 이제 내 마음을 버리고 저 현자들의 마음을 따르자'는 생각이 들면 곧 제 마음을 버리고 저 현자들의 마음을 따랐고, 아직 한번도 언짢아하는 마음이 없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와 같이 항상 안온하고 부족한 것도 없습니다."

세존께서 존자 난제에게 물으셨고, 존자 난제의 대답도 또한 그와 같았다. 세존께서는 다시 존자 금비라에게 물으셨다.

"너는 늘 안온하고 부족한 것은 없느냐?"

존자 금비라가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늘 안온하며 부족한 것도 없습니다."

"어떻게 안온하고 부족한 것이 없는가?"

존자 금비라가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내게는 좋은 이익이 있고 큰 공덕이 있다. 말하자면 나는 이러한 범행자들과 함께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항상 저 범행자들을 향해 자비스러운 몸의 업을 행하되 남이 보거나 보지 않거나 한결같아서 다름이 없으며, 자비스러운 입의 업과 자비스러운 뜻의 업을 행하되 남이 보거나 보지 않거나 한결같아서 다름이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또 '나는 이제 내 마음을 버리고 저 현자들의 마음을 따르자'는 생각이 들면 저는 곧 제 마음을 버리고 저 현자들의 마음을 따랐고, 저는 아직 한 번도 언짢아하는 마음이 없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와 같이 항상 안온하고 부족한 것도 없습니다."

세존께서 찬탄하시며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아나율타여, 그와 같이 너희들은 언제나 서로 화합하고 안온하여 다툼이 없으며, 마음을 하나로 하고 스승을 하나로 하며, 물과 젖처럼 하나로 합하였구나. 그러면 혹 사람보다 뛰어난 어떤 법을 얻어 차등을 두고 안락하게 지내는 것인가?"

존자 아나율타가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그렇습니다. 저희들은 항상 서로 화합하고 안온하여 다툼이 없으며, 마음을 하나로 하고 스승을 하나로 하며, 물과 젖처럼 하나로 화합하여, 사람보다 뛰어난 법을 얻어 차등을 두고 안락하게 지냅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욕심을 여의었고, 착하지 않은 악법을 여의었으며, 나아가 제 4 선을 얻어 성취하여 노닙니다. 세존이시여, 이와 같이 저희들은 항상 서로 화합하고 안온하여 다툼이 없으며, 마음을 하나로 하고 스승을 하나로 하며, 물과 젖처럼 하나로 화합하며, 사람보다 뛰어난 법을 얻어 차등을 두고 안락하게 지냅니다."

세존께서 찬탄하시며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아나율타여, 그렇게 머무는 것을 버리고 그것을 더 지나, 혹 다시 다른 것이 있어서 사람보다 뛰어난 법을 얻어 차등을 두고 안락하게 지내는가?"

"세존이시여, 그렇게 머무는 것을 버리고 그것을 더 지나, 다시 다른 것이 있어서 사람보다 뛰어난 법을 얻어 차등을 두고 안락하게 지냅니다. 세존이시여, 제 마음은 자애로움[慈]과 함께하여 1방(方)을 두루 채우고 성취하여 노닐며, 이와 같이 2 3 4방과 4유 상 하 일체에 두루합니다. 마음은 자애로움과 함께하여 번민도 없고 원망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이, 지극히 넓고 매우 크며 한량없는 선행을 닦아 일체 세간을 두루 채우고 성취하여 노닙니다. 이와 같이 불쌍히 여김[悲]과 기뻐함[喜]도 또한 그러하며, 마음은 평정함[捨]과 함께하여 번민도 없고 원망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이, 지극히 넓고 매우 크며 한량없는 선행을 닦아 일체 세간을 두루 채우고 성취하여 노닙니다. 세존이시여, 이것이 그렇게 머무는 것을 버리고 그것을 더 지나는 것이니, 이른바 다른 것이 있어서 사람보다 뛰어난 법을 얻어 차등을 두고 안락하게 지낸다는 것입니다."

세존께서 찬탄하시며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아나율타여, 그렇게 머무는 것을 버리고 그것을 더 지나, 혹 다시 다른 어떤 것이 있어서 사람보다 뛰어난 법을 얻어 차등을 두고 안락하게 지내는가?"

"세존이시여, 그렇게 머무는 것을 버리고 그것을 더 지나, 다시 다른 것이 있어서 사람보다 뛰어난 법을 얻어 차등을 두고 안락하게 지냅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색(色)에 대한 모든 생각을 넘어서고, 나아가 비유상비무상처(非有想非無想處)를 얻어 성취하여 노닙니다. 세존이시여, 이것이 그렇게 머무는 것을 버리고 그것을 더 지나는 것이니, 이른바 다시 다른 것이 있어서 사람보다 뛰어난 법을 얻어 차등을 두고 안락하게 지낸다는 것입니다."

세존께서 찬탄하며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아나율타여, 그렇게 머무는 것을 버리고 그것을 더 지나, 혹 다시 다른 어떤 것이 있어서 사람보다 뛰어난 법을 얻어 차등을 두고 안락하게 지내는가?"

존자 아나율타가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그렇게 머무는 것을 버리고 그것을 더 지나, 다른 것이 있어서 사람보다 뛰어난 법을 얻어 차등을 두고 안락하게 지냅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여의족(如意足) 천이지(天耳智) 타심지(他心智) 숙명지(宿命智) 생사지(生死智)를 얻었고, 모든 번뇌가 이미 다하여 번뇌가 없게 되었으며, 마음이 해탈하고 지혜가 해탈하며 현재에 있어서 스스로 알고, 스스로 깨닫고, 스스로 증험하여 성취하여 노닙니다. 그래서 생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은 이미 마쳐, 다시는 후세의 생명을 받지 않는다고 사실 그대로 압니다. 세존이시여, 이것이 그렇게 머무는 것을 버리고 그것을 더 지나는 것이니, 이른바 다시 다른 것이 있어서 사람보다 뛰어난 법을 얻어 차등을 두고 안락하게 지낸다는 것입니다."

세존께서는 찬탄하며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아나율타여, 그렇게 머무는 것을 버리고 그것을 더 지나, 혹 다시 다른 어떤 것이 있어서 사람보다 뛰어난 법을 얻어 차등을 두고 안락하게 지내는가?"

존자 아나율타가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그렇게 머무는 것을 버리고 그것을 더 지나서는 다시 사람보다 뛰어난 법을 얻어 차등을 두고 안락하게 지내게 하는 다른 것이 없습니다."

이에 세존께서는 곧 이렇게 생각하셨다.

'이 큰 종족의 아들들이 노니는 곳은 안온하고 쾌락하다. 나는 이제 저들을 위하여 설법하리라.'

세존께서는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곧 존자 아나율타 존자 난제 존자 금비라를 위해 설법하여 마음을 내게 하고, 못내 우러르게 하며, 성취하게 하고, 기뻐하게 하셨다. 한량없는 방편으로써 그들에게 설법하여 마음을 내게 하고, 못내 우러르게 하며, 성취하게 하고, 기뻐하게 하신 뒤에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셨다.

이에 존자 아나율타 존자 난제 존자 금비라는 세존이 가시는 곳까지 전송해 드리고 곧 자기들 처소로 돌아왔다. 존자 난제와 존자 금비라는 존자 아나율타를 찬탄하며 말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합니다. 존자 아나율타여, 저희는 존자 아나율타께서, 저희들에게 그처럼 큰 여의족이 있고 큰 위덕이 있으며, 큰 복이 있고 큰 위신이 있다는 뜻으로 말하는 것을 이전에는 들어보지 못하였습니다. 그런데, 존자 아나율타께서는 세존께 저희들을 너무도 칭찬하였습니다."

존자 아나율타도 존자 난제와 금비라를 찬탄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합니다. 존자들이여, 나도 또한 일찍 존자들에게 이렇게 큰 여의족이 있고 큰 위덕이 있으며, 큰 복이 있고, 큰 위신이 있다는 말을 다른 이들에게서 듣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오래 전부터 마음으로 존자들의 마음을 알았고, 또 존자들에게 그렇게 큰 여의족이 있고, 큰 위덕이 있으며, 큰 복이 있고 큰 위신이 있는 줄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세존에게 그러그러한 말을 한 것입니다."

 

牛角娑羅林經하 대정장 1/729 하~730 하; 한글대장경 중아함경 인터넷판, pp. 1386~13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