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함경 주제별 정리/교단

당당한 수행자의 삶 (3) 혼자서 누구누구를 의지하리라 하고 출가하는 경우도 있음.

다르마 러브 2013. 8. 29. 15:50

그 때 세존께서 어느 질그릇 만드는 집에 가셔서 말씀하셨다.

"도사(陶師)1)여, 내가 저 질그릇 굽는 방에서 하룻밤 묵고 싶은데 들어주겠는가?"

질그릇 굽는 기술자가 대답하였다.

"저에겐 아무 지장이 없습니다. 그런데, 어떤 비구가 먼저 그 방에 묵고 있습니다. 만일 그가 허락한다면 마음대로 하십시오."

그 때 존자 불가라사리(弗迦邏娑利)2)가 이미 그 질그릇 굽는 방에 먼저 묵고 있었다. 이에 세존께서는 도사(陶師)의 집에서 나와 그 질그릇 굽는 방으로 가서, 존자 불가라사리에게 말씀하셨다.

"비구여, 나는 이 질그릇 굽는 방에서 하룻밤을 묵고자 하는데 그대는 허락해 주겠는가?"

존자 불가라사리가 대답하였다.

"그대여, 나에겐 아무 지장이 없습니다. 이 질그릇 굽는 방에는 풀자리가 이미 깔려져 있습니다. 그대가 묵고자 하거든 마음대로 하십시오."

그 때 세존께서는 그 질그릇 굽는 방에서 밖으로 나와 발을 씻으시고, 도로 안으로 들어가 풀 자리 위에 니사단(尼師檀)을 펴고는 가부좌를 하고 앉아 밤이 새도록 조용히 선정에 드셨다. 존자 불가라사리도 또한 밤이 새도록 조용히 선정에 들었다. 그 때 세존께서는 이렇게 생각하셨다.

'이 비구는 선정에 머물러 있다. 참으로 기특하다. 나는 이제 저 비구에게 (너의 스승은 누구며, 너는 누구를 의지하여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누구에게 법을 받았는가)고 물어 보리라.'

세존께서는 이렇게 생각하시고 곧 물으셨다.

"비구여, 너의 스승은 누구인가? 너는 누구를 의지하여 출가하여 도를 배우며 누구에게 법을 받았는가?"

존자 불가라사리가 대답하였다.

"현자여, 사문 구담(瞿曇)이라는 석가 종족의 아들이 있습니다. 그분은 석가 종족을 버리고,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워 위없는 정진각(正盡覺)을 얻었습니다. 그 분이 제 스승입니다. 나는 그 분을 의지하여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법을 받았습니다."

세존께서는 다시 물으셨다.

"비구여, 스승을 뵌 일이 있는가?"

"뵙지 못했습니다."

"만일 스승을 뵌다면 알아보겠는가?"

존자 불가라사리가 대답하였다.

"알아보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현자여, 나는 그 분이 세존 여래 무소착 등정각 명행성위(明行成爲) 선서 세간해 무상사 도법어(道法御) 천인사 불중우(佛衆祐)라고 호칭되고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 분이 내 스승입니다. 나는 그 분을 의지하여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법을 받았습니다."

그 때 세존께서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셨다.

'이 족성자는 나를 의지해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법을 받았다. 내가 지금 어찌 그를 위해 설법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세존께서는 이렇게 생각하시고 존자 불가라사리에게 말씀하셨다.

"비구여, 내가 너를 위해 설법해 주리라. 이 법은 처음도 좋고 중간도 좋으며 마지막도 또한 좋다. 뜻도 있고 문체도 있으며, 청정함을 구족하였고 범행(梵行)을 나타낸다. 이른바 육계(六界)를 분별하는 것이니, 너는 마땅히 자세히 듣고 잘 기억하라."

존자 불가라사리가 대답하였다.

"예."

부처님께서는 그에게 말씀하셨다.

"비구여, 사람에게는 6계취(界聚) 6촉처(觸處) 18의행(意行) 4주처(住處)가 있다. 만일 거기에 머물러 있으면 근심스럽고 슬픈 일을 듣지 않을 것이요, 근심스럽고 슬픈 일을 듣지 않은 뒤에 마음은 곧 미워하지도 않고 근심하지도 않을 것이며, 수고롭지도 않고 또한 두려워하지도 않을 것이다. 이와 같은 가르침이 있으면 지혜에 게으르지 않게 되고, 참된 진리를 지켜 보호하게 되며, 은혜로운 보시를 기르게 되느니라. 비구여, 마땅히 이 최상을 배우고, 지극히 고요함을 배워, 6계를 분별하여야 한다.……"

 

分別六界經 대정장 1/690 상~중; 한글대장경 중아함경 인터넷판, pp. 1202~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