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아함경(雜阿含經) 38권
1062. 선생경(善生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국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셨다. 때에 존자 선생(善生)은 수염과 머리를 처음으로 깎고, 가사를 입고 바른 믿음으로 집을 나와 도를 배웠다. 그는 부처님께 나아와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한 쪽에 물러나 앉아 있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알아야 한다. 이 착한 남자 선생은 두 가지가 단엄하다. 첫째는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바른 믿음으로 집을 나와 도를 배우는 것이다. 둘째는 모든 번뇌가 다하고 번뇌가 없어, 마음과 지혜의 해탈을 얻고, 현재에스 스스로 증득한 줄을 알아, 나의 생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서고, 할 일은 이미 마쳐 후생 몸을 받지 않을 줄을 스스로 아는 것이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지극히 고요하여 온갖 번뇌 다했거니
저 비구 장엄은 좋기도 하다.
탐욕 떠나고 모든 결박을 끊고
열반을 얻어 다시 나지 않나니
가장 마지막의 저 몸 가지고
원수 악마 무찔러 항복 받았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그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1063. 추루경(醜陋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국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셨다. 때에 어떤 비구는 바로 보기 민망할 만큼 얼굴이 추해, 여러 비구들의 업신여김을 받았는데 그는 부처님께 나아왔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네 부류 대중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비구들은 그 비구가 오는 것을 보고 모두 업신여기는 생각을 내어 서로 말하였다.
'저 어떤 비구가 오는가. 얼굴이 추해 보기 민망하구나! 반드시 남의 업신여김을 받을 것이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여러 비구들의 생각을 알으시고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저기 오는 비구가 얼굴이 추해, 보기에 민망스러워 남의 업신여김을 받으리라고 보는가."
비구들은 사뢰었다.
"예, 그러하나이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저 비구에 대해 업신여기는 생각을 내지 말라. 왜냐 하면, 저 비구는 모든 번뇌가 다하고 할 일을 마쳤으며, 온갖 무거운 짐을 버리고 모든 결박을 끊고, 바른 지혜로 마음이 잘 해탈하였기 때문이다. 너희들은 함부로 사람을 평가하지 말라. 오직 여래만이 사람을 평가할 수 있느니라."
그 비구는 부처님께 나아와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한 쪽에 물러나 앉았다. 그 때 세존께서는 다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이 비구가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한 쪽에 물러나 앉은 것을 보는가."
비구들은 사뢰었다.
"예, 보았나이다."
"너희들은 이 비구에 대해 업신여기는 생각을 내지 말라. 그리고 너희들은 함부로 사람을 평가하지 말라. 오직 여래만이 사람을 알 수 있느니라."
때에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날으는 새나 달리는 짐승
사자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 없고
오직 짐승의 왕 사자만은
그와 견주어 같은 것 없느니라.
그와 같이 저 지혜로운 사람은
몸은 비록 작으나 큰 사람이다.
다만 그 몸의 겉모양보고
업신여기는 마음을 내지 말라.
커다란 몸에 살덩이 많고
지혜 없으면 어디다 쓰리.
이 이는 훌륭하고 지혜 있거니
그는 곧 최상의 사나이니라.
탐욕 떠나고 모든 결박을 끊고
열반을 얻어 다시 나지 않나니
가장 마지막 그 몸 가지고
모든 악마 무찔러 항복 받았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그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1064. 제바경(提婆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아자그리하성 카란다 대나무 동산에 계셨다. 그 때에 데바닷타는 많은 이익을 받는 일이 있었다. 즉 바이데히[毘提希]의 아들 마가다왕 아자아타샤트루는 날마다 五백 수레에 五백 솥의 밥을 싣고 와서 데바닷타에게 공양하였다. 데바닷타도 五백명 딴 대중을 거느리고 그 공양을 받았다.
때에 많은 비구들은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바리를 가지고 라아자그리하성에 들어가 걸식하다가, 데바닷타가 그러한 많은 이익을 받는데, 내지 五백 명 딴 대중이 그 공양을 받는다는 말을 들었다. 그들은 걸식을 마치고 절에 돌아와 가사와 바리를 두고 발을 씻은 뒤, 부처님께 나아가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한 쪽에 물러앉아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바리를 가지고 라아자그리하성에 들어가 걸식하다가, 데바닷타가 그러한 많은 이익을 받는데 내지, 五백명 딴 대중이 그 공양을 받는다는 말을 들었나이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그 데바닷타가 많은 이익을 받는다고 칭찬하지 말라. 왜냐 하면, 그 데바닷타가 따로 공양을 받으면 현세에 서로 스스로 명할 것이요 후세에서도 망할 것이기 때문이다.
비유하면 파초나 갈대는 열매를 맺으면 곧 죽고 이듬해에도 죽는 것처럼, 데바닷타도 따로 공양을 받으면 현세에서도 망하고 후세에서도 망할 것이다. 또 비유하면 노새[ ]는 새끼를 배면 반드시 죽는 것처럼, 데바닷타도 그러한 온갖 공양을 받으면 현세에서도 망하고 후세에서도 망할 것이다. 저 어리석은 데바닷타는 얼마동안 그 이익을 받지마는 반드시 긴 밤 동안 이익이 없는 괴로움을 받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렇게 마음먹어야 한다. '비록 내게 이익이 있더라도 거기에 물들어 집착하지 말자'고."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열매 맺으면 파초는 죽고
갈대도 또한 열매 맺어 죽으며
노새는 새끼 베면 반드시 죽고
사람은 탐함으로 스스로 망하나니
옳지 않은 짓을 항상 행하면
어리석음을 면하지 못하리니
착한 법은 그 따라 날마다 줄어
줄기 따르고 뿌리도 상하리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그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1065. 수비구경(手比丘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국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셨다. 그 때에 슈라아바스티이국에 손비구[手比丘]라는 이가 있었다. 그는 석씨(釋氏)의 아들로서 슈라아바스티이국에서 목숨을 마쳤다.
때에 많은 비구들은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바리를 가지고 걸식하러 슈라아바스티이성에 들어가다가, 석씨 아들 손비구가 슈라아바스티이국에서 목숨을 마쳤다는 말을 들었다. 그들은 슈라아바스티이성에 들어가 걸식하기를 마치고 절에 돌아와 가사와 바리를 두고, 발을 씻은 뒤 부처님께 나아가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한 쪽에 물러앉아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바리를 가지고 슈라아바스티이성에 들어가 걸식하다가, 석씨의 아들 손비구가 슈라아바스티이국에서 목숨을 마쳤다는 말을 들었나이다. 어떠하나이까. 세존이시여, 손비구는 목숨을 마치고 어느 세계에 나서 어떤 생을 받았으며 그 후생은 어떠하겠나이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그 손비구는 착하지 않은 세 가지 법을 행하였으니, 그가 목숨을 마치면 반드시 나쁜 세계의 지옥에 날 것이다. 어떤 착하지 않은 세 가지 법인가. 이른바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다. 이 착하지 않은 세 가지 법은 마음을 결박한다. 그러므로 그 석씨 아들 손비구는 나쁜 세계의 지옥에 날 것이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은
사람의 마음을 결박하나니
안에서 생겨 스스로 해치는 것
마치 저 갈대의 열매 같거니
탐욕, 성냄, 어리석음의 마음 없으면
그것을 일러 지혜라 하네.
안에서 생겨 저를 해치지 않나니
그것을 훌륭한 사내라 하느니라.
그러므로 마땅히 탐욕 떠나고
성냄과 어리석음은 어둠 떠나라.
만일 비구로서 그 지혜 밝으면
괴로움 다해 반열반 얻으리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그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1066. 난타경(難陀經) 1
(손비구와 같이 <난타경(難陀經)에서도 그와 같이 말씀하셨다.)
1067. 난타경 2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국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셨다. 그 때에 부처님 이모(姨母)의 아들 존자 난다는 물들이고 두르려 빛을 낸 옷을 입기 좋아하고, 좋은 바리를 가지고 희락질하며 익살부리기를 좋아하였다.
그 때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께 나아와 그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한 쪽에 물러나 앉아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존자 난다는 부처님의 이모 아들로서 두드려 빛을 낸 좋은 옷 입기를 좋아하고, 좋은 바리를 가지고 희락질하며 익살부리기를 좋아하나이다."
세존께서는 어떤 비구에게 분부하셨다.
"너는 난다 비구에게 가서 말하라. '스승님께서 너에게 할 말이 있다'고 전하라."
그 비구는 세존님 분부를 받고 난다에게 가서 말하였다.
"세존께서 너에게 말씀이 계시다."
난다는 그 말을 듣고 곧 부처님께 나아가 그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한 쪽에 물러나 앉았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참으로 두르려 빛을 낸 좋은 옷 입기를 즐기고, 희락질하며 익살부리기를 좋아하는가."
난다는 사뢰었다.
"실로 그러하나이다, 세존이시여."
"너는 나의 이모 아들로서 귀한 가문에서 집을 나왔다. 그러므로 너는, 두르려 빛을 낸 좋은 옷을 입거나 좋은 바리를 가지거나 희락질하며 익살부리기를 좋아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너는 이렇게 생각하라. '나는 부처님의 이모 아들로서 귀한 가문에서 집을 나왔다. 아라냐[寂靜處]에서 살고 걸식하며 누더기를 입어야 한다. 그리고 언제나 누더기 입는 이를 칭찬하고 산이나 늪에 살면서 다섯 가지 향락을 돌아보지 말아야 한다."
난다는 부처님 분부를 들은 뒤로는 아라냐에 살고 밥을 빌며 누더기를 입었다. 그리고 항상 누더기 입는 이를 칭찬하고 산이나 늪에 살기를 즐겨하며 애욕을 돌아보지 않았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난다여, 나는 이제야 보겠구나
너는 아라냐에 살기 익히고
집집으로 다니며 밥을 빌면서
몸에는 누더기 걸치었구나
산이나 늪에서 즐거이 알고
다섯 가지 향락을 돌아보지 않는구나.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존자 난다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1068. 저사경(低沙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국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셨다. 그 때에 존자 팃사는 생각하였다. '나는 세존님 고모의 아들로서 세존님과는 형제 뻘이다. 그러므로 누구에게도 공경할 것도 없고 거리낄 것도 없으며, 두려워할 것도 없고 충고를 들을 것도 없다'고.
때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께 나아가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한 쪽에 물러앉아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존자 팃사는 스스로 생각하나이다. '나는 세존님의 고모 아들로서 세존님과 형제 뻘이 되기 때문에, 누구에게도 공경할 것도 없고 거리낄 것도 없으며, 두려워할 것도 없고 충고도 들을 것도 없다'고 하나이다."
세존께서는 어떤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팃사 비구에게 가서 말하라. '팃사여, 스승님께서 너에게 할 말이 있다'고."
그 비구는 세존님 분부를 받고 팃사 비구에게 가서 말하였다.
"세존께서 너에게 말씀이 계시다."
팃사 비구는 곧 세존께 나아가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한 쪽에 물러나 앉았다. 세존께서는 팃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참으로 '나는 세존님의 고모 아들로서 세존님과는 형제 뻘이 된다. 그러므로 누구에게도 공경할 것 없고 거리낄 것도 없으며, 두려워할 것도 없고 충고도 들을 것이 없다'고 생각하였느냐."
"실로 그러하나이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그렇게 하여서는 안된다. 너는 마땅히 '나의 세존님의 고모 아들로서 세존님과는 형제 뻘이 된다. 그러므로 누구에게나 공경하고 두려워하며 충고를 참고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착하다! 너 팃사 비구여.
성냄을 떠나는 것 착하다 한다.
성내는 마음 내지 말지니
성내면 곧 착함이 아니니라.
만일 너 성내고 교만한 마음을 떠나
부드럽고 겸손한 마음 되거든
그 다음 너 내 밑에 와서
범행 닦기를 공부하여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팃사 비구는 그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물러갔다.
1069. 비사가경(毘舍 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국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셨다. 때에 판차알리[般 利]는 공양당(供養堂)에서 많은 비구들에게 설법하였다. 그 말은 만족하고 묘한 음성으로 맑고 트이었으며, 문구와 뜻은 분명하고 바르며, 지혜를 따라 설명하였다. 그래서 듣는 사람은 의지함이 없는 그 말을 즐거이 들었고, 그는 깊은 이치를 드날려 여러 비구들로 하여금 한 마음으로 알뜰히 듣게 하였다.
그 때 세존께서는 낮 선정에 들어 사람 귀보다 뛰어난 깨끗한 하늘귀로써 설법하는 소리를 듣고, 삼매에서 일어나 그 강당으로 가시어 대중 앞에 앉아 비사아카에게 말씀하셨다.
"착하고 착하다! 너는 여러 비구들을 위해 이 강당에서 설법하였다. 말은 만족하고 내지, 깊은 이치를 드날려, 비구들로 하여금 알뜰하고 존경하며 한 마음으로 즐거이 듣게 하였다. 너는 자주자주 비구들을 위해 설법하여, 알뜰하고 존경하며 한 마음으로 즐거이 듣게 하여야 한다. 그렇게 하면 긴 밤 동안 이치로 이익하고 안락하게 머무를 수 있을 것이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만일 어디서나 설법하지 않으면
어리석고 지혜로움 분별하기 어렵네.
그 어리석음과 지혜로움은
스스로 나타날 길 바이 없나니
맑고 시원한 법 잘 연설하여야
그 연설로써 지혜가 나타나네.
법을 잘 연설하면 밝은 빛 되어
큰 신선 깃대를 빛내어 나타내고
법을 연설하는 것 신선 깃대요
그 법은 나한(羅漢)의 깃대이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존자 비사아카, 판차알리의 아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떠나갔다.
1070. 연소경(年少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국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셨다. 때에 여러 비구들은 공양당에 모여 가사를 짓고 있었다. 거기 어떤 젊은 비구는 집을 나온 지 오래지 않아 처음으로 이 법에 들어왔으나 여러 비구들의 가사 짓기를 도우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비구들은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 쪽에 물러앉아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공양당에 모여 가사를 짓고 있었사온데, 어떤 젊은 비구는 집을 나온지 오래지 않아 처음으로 이 법에 들어왔으나, 여러 비구들의 가사 짓는 일을 도우려 하지 않나이다."
그 때 세존께서는 그 비구에게 물으셨다.
"너는 참으로 여러 비구들의 가사 짓기를 도우려 하지 않았는가."
그 비구는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제 힘이 미치는 데까지 그 일을 돕겠나이다."
세존께서는 그 비구의 마음의 알으시고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그 젊은 비구를 힐난하지 말라. 왜냐 하면, 그 비구는 네 가지 선정을 얻어 현재에서 안락하게 머무르되, 억지로 힘쓰지 않고 얻었기 때문이다. 만일 그의 본 마음을 말한다면 그는 머리와 수염을 깎고 가사를 입고 집을 나와 도를 배우되, 더욱 공부에 힘써 스스로 증득한 줄을 알았다. 그래서 나의 생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서고 할 일은 이미 마쳐 후생 몸을 받지 않을 줄을 스스로 알았느니라."
그 때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아주 졸렬한 방편이거나
엷은 덕이나 적은 지혜 아니거니
바로 저 열반 향해 나아가
번뇌의 쇠사슬을 벗어났었네
이 현명한 젊은 비구는
높은 선비의 자리를 얻었나니
욕심을 떠나 마음이 해탈하고
열반에 들어 다시 나지 않으며
가장 마지막 이 몸 가지고
모든 악마 무찔러 항복 받았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그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1071. 상좌경(上座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국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셨다. 때에 상좌라는 비구는 한 곳에 혼자 있으면서 항상 혼자 있는 이를 칭찬하고 혼자 걸식하며, 걸식하고는 혼자 돌아와 혼자 앉아 참선하였다.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께 나아가 그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한 쪽에 물러앉아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존자 상좌는 혼자 있기를 즐겨하고 혼자 있는 이를 칭찬하며, 혼자서 마을에 들어가 걸식하고, 혼자 마을에서 돌아와 혼자 앉아서 참선하나이다."
그 때 세존께서는 한 비구에게 말하였다.
"너는 저 상좌 비구에게 가서 말하라. '스승님께서 너에게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고."
그 비구는 분부를 받고 상좌 비구에게 가서 말하였다.
"존자여, 스승님께서 너에게 말씀하신다."
그 상좌 비구는 명령을 받고 곧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 쪽에 물러나 앉았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진실로 혼자 고요한 곳에 있으면서 혼자 잇는 이를 칭찬하고, 혼자서 걸식하고 혼자 마을에서 돌아오고, 혼자 앉아 참선하는가."
"진실로 그러하나이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어찌하여 혼자 있으며 혼자 있는 이를 칭찬하고 혼자서 걸식하며, 혼자서 돌아와 혼자 앉아 참선하는가."
상좌 비구는 사뢰었다.
"저는 다만 혼자 고요한 곳에 있으면서 혼자 있는 이를 칭찬하고 혼자서 걸식하며, 혼자서 마을에서 돌아와 혼자 앉아 참선할 뿐이옵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혼자 사는 사람이다. 혼자 살지 않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훌륭하고 묘한 <혼자 삶>이 있다. 어떤 것이 훌륭하고 묘한 혼자 삶인가. 비구여, 이른바 과거는 말라빠지고 미래는 아주 사라지고 현재에는 탐하거나 기뻐하는 것이 없으면 그는 곧 바라문으로써, 마음은 의심하지 않고 걱정이나 뉘우침을 버리어, 모든 존재의 욕망을 떠나고 온갖 번뇌를 끊으면 그것을 <혼자 삶>이라 하나니 그보다 훌륭한 혼자 삶은 없느니라."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모든 것 두루 환히 비추고
온갖 세상을 두루 알아서
일체의 법에 집착하지 않으면
일체의 욕망을 모두 떠난 것
이리하여 즐거이 사는 사람을
혼자서 사는 이라 나는 말하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존자 상좌는 그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떠나갔다.
1072. 승가람경(僧迦藍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국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셨다. 때에 존자 상가아마지는 코오살라국 세간에 노닐다가 슈라아바스티이국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으로 왔다.
그에게는 본 아내 본이(本二)가 있었다. 그 여자는 슈라아바스티이국에 있다가 상가아마지 비구가 코오살라국 세간에 노닐다가 슈라아바스티이국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왔다는 말을 들었다. 그 여자는 영락으로 장엄한 아름다운 옷을 입고 아기를 안고 제타숲 동산으로 와서 상가아마지 비구 방 앞에 이르렀다.
때에 상가아마지 비구는 방에서 나와 한데서 거닐고 있었다. 본이는 그 앞에 와서 이렇게 말하였다.
"이 아기는 아직 어린데 당신은 버리고 집을 떠났습니다. 누가 이 아기를 기르겠습니까."
상가아마지 비구는 더불어 말하지 않았다. 그렇게 두 번 세 번 말하였으나 상가아마지 비구는 여전히 대답하지 않았다. 때에 본이는 말하였다.
"나는 두 번 세 번 말하였으나 대답도 하지 않고 돌아다보지도 않으니, 나는 지금 이 아기를 여기 두리라."하고, 거니는 길 앞에 두고 떠나면서 다시 말하였다.
"사문이여, 이것은 당신 아들입니다. 당신이 기르시오. 나는 버리고 갑니다."
존자 상가아마지 비구는 여전히 그 아기를 돌아보지도 않았다. 본이는 다시 말하였다.
"이 사문은 지금 아기를 전연 돌아보지도 않는다. 이이는 반드시 선인(仙人)의 얻기 어려운 것을 얻었겠구나. 장하십니다! 사문이시여, 반드시 해탈을 얻으리라."
그래서 애정과 소원을 이루지 못한 채 아기를 안고 돌아갔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낮 선정에 들어 사람 귀에서 뛰어난 하늘귀로서 존자 상가아마지와 본이의 하던 말을 듣고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와도 기뻐하지 않고
가도 슬퍼하지 않고
세상 인정 벗어나
집착하지 않거니
나는 말한다, 그 비구는
그야말로 진실한 바라문이다.
와도 기뻐하지 않고
가도 슬퍼하지 않고
물들지 않고 근심도 없어
두 마음 함께 고요하거니
나는 말한다, 그 비구는
그야말로 진실한 바라문이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존자 상가아마지는 그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떠났다.
1073. 아난경(阿難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국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셨다. 그 때에 존자 아아난다는 혼자 고요한 곳에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세 가지 향기는 바람을 따라서 피우지마는 바람을 거슬러서는 피우지 못한다. 그 셋이란, 곧 뿌리 향기, 줄기 향기, 꽃향기이다. 그런데 혹 어떤 향기로서, 바람을 따라서도 피우고, 바람을 거슬러서도 피우며, 또 바람을 따라서나 거슬러서나 언제나 피우는 것이 있는가'고. 이렇게 생각한 뒤 저녁 때 선정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나아가 그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한 쪽에 물러앉아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혼자 고요한 곳에서 이렇게 생각하였나이다. '세 가지 향기는 바람을 따라서는 피우지마는 바람을 거슬러서는 피우지 못한다. 그 셋이란 곧 뿌리 향기, 줄기 향기, 꽃향기다. 그런데 혹 어떤 향기로서, 바람을 따라서도 피우고, 바람을 거슬러서도 피우며, 또 바람을 따라서나 거슬러서나 언제나 피우는 것이 있는가'고."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렇고 그렇다! 세 가지 향기 즉 뿌리 향기, 줄기 향기, 꽃향기는 바람을 따라서는 피우지 못한다. 그러나 아아난다여, 어떤 향기는 바람을 따라서도 피우고, 바람을 거슬러서도 피우며, 바람을 따라서나 거슬러서나 언제나 피운다. 아아난다여, 바람을 따라서도 피우고, 바람을 거슬러서도 피우며, 바람을 따라서나 거슬러서나 피우는 향기는 무엇인가.
아아난다여, 어떤 착한 남자나 착한 여자나 도시나 촌에 있으면서, 진실한 법을 성취하여 목숨을 마치도록 살생하지 않고 도둑질하지 않으며, 음행을 행하지 않고 거짓말하지 않으며 술을 마시지 않으면 그런 착한 남자나 착한 여자는 八방과 상하에서 착한 사람이라 높이고 칭찬하기를 '어느 곳 어느 촌의 착한 남자와 착한 여자는 가지는 계율이 청정하고, 진실한 법을 성취하여 목숨을 마치도록 살생하지 않고 내지,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말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아아난다여, 이것을 어떤 향은 바람을 따라서도 피우고, 바람을 거슬러서도 피우며, 바람을 따라서나 거슬러서나 언제나 피우는 것이라 하느니라."
그 때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뿌리나 줄기나 그리고 꽃향기는
바람을 거슬러 피우는 것 아니다.
오직 착한 남자나 착한 여자가
가지는 계율의 청정한 향기만이
거스르거나 따르거나 모든 곳에 차
두루 피워 풍기지 않는 곳 없다.
타가라, 찬다나
우팔라, 말리카
그런 여러 향기에도 견주어 보면
계율의 그 향기 제일이니라.
찬다나 따위의 여러 향기는
피우는 그 범위 적은 부분이지만
오직 계율의 덕의 그 향기만은
흘러 퍼져 하늘까지 오르느니라.
그런 깨끗한 계율의 그 향기는
함부로 놀지 않고 고요히 생각하며
바른 지혜로 평등히 해탈하여
악마의 길[道]은 들어올 수 없느니라.
그것을 안온한 길이라 하고
그 길은 곧 맑고 깨끗하나니
미묘한 선정으로 바로 향하여
모든 악마 결박을 끊어 버린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존자 아아난다는 그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물러갔다.
1074. 영발경(榮髮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마가다국 세간에 노닐으시면서 一천 비구를 거느리셨으니 그들은 다 옛날 머리 꼬은 외도로서 집을 나와 아라한이 되었다. 그래서 모든 번뇌가 이미 다하고, 할 일을 다 마쳤으며, 온갖 무거운 짐을 버리고 자기 이익을 완전히 얻었으며, 어떤 존재의 결박도 다해 바른 지혜로 잘 해탈한 이들로서, 선건립(善建立)이라는 차이탸[支提]가 있는 지팡이숲[杖林]속에 이르러 머무르셨다.
마가다왕 빔비사아라는 세존께서 마가다국 세간에 노닐으시다가 선건립 차이탸가 있는 지팡이숲 속에 계시다는 말을 들었다. 그는 여러 작은 왕과 뭇 신하들에게 둘러싸이었고, 수레 만 二천과 말 八천과 걸어 따르는 수없는 무리들과 마가다의 바라문, 장자들이 다 그 뒤를 따랐다. 왕은 라아자그리하성을 나와 세존에게 나아가 공경하려 하였다. 길 어귀에 이르러서는 수레에서 내려 절어서 안 문에 와서는 다섯 가지 장식 즉, 관을 벗고, 일산과 부채와 칼을 버리고, 가죽신을 벗었다. 부처님 앞에 와서는 옷을 바루고 오른 어깨를 드러내어 부처님께 예배한 뒤에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 제 성명을 일컬으면서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나는 마가다왕 빔비사아라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렇소, 대왕이여, 당신은 빔비사아라요. 이 자리에 앉아 편할 대로 하시오."
때에 왕은 부처님 발에 거듭 예배하고 한 쪽에 물러앉았다. 여러 왕과 대신과 바라문 거사들도 다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 쪽에 차례로 앉았다. 그런데 마침 우루벨라아카아샤파도 그 자리에 있었다.
그 때에 마가다의 바라문, 장자들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저 큰 사문이 우루벨라아카아샤파에게서 범행을 닦는가. 우루벨라아카아샤파가 저 큰 사문에게서 범행을 닦는가'고. 그 때에 세존께서는 마가다의 바라문, 장자들의 생각을 알으시고 곧 게송으로 물으셨다.
우리 법에서 어떤 이익 보았기에
네가 일찍부터 받들어 오던
불을 섬기는 일 따위 버리었는가.
불 섬기던 일 버린 까닭을
지금 여기서 말할지니라.
우루벨라아카아샤파는 게송으로 사뢰었다.
돈이고 재물이고 그런 재미와
여자 따위 다섯 가지 향락 결과로
미래의 몸 받는 것 관찰할 때에
그것들 다 큰 더러움이라
그러므로 일찍부터 받들어 오던
불을 섬기는 것 버렸느니라.
그 때에 세존께서는 다시 게송으로 물으셨다.
네가 이 세상의 돈과 재물과
다섯 가지 향락에 집착하지 않는다면
다시 왜 하늘사람 버리었는가.
카아샤파여 그 이유를 말하거라.
카아샤파는 다시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도(道)를 봄으로 남은 이 몸 떠나고
아주 사라져 남은 자취 없으면
거기는 다시 세계 다른 길 없네.
그러므로 일찍부터 받들어 오던
불을 섬기는 일들 다 버리었네.
큰 모임을 고루고루 가지어
물이나 불을 받들어 섬기어도
끝내는 어리석어 거기에 빠질 것을.
뜻 세우고 해탈 길 구하였으나
저 장님처럼 지혜의 눈이 없어
나고 늙기와 병과 죽음 향할 뿐
나고 죽는 길 아주 뛰어날
그 바른 길은 보지 못하였거니
이제 비로소 세존님 말미암아
함[爲]없는 길을 볼 수 있나니
큰 용(龍)님의 말하신 그 힘으로
저 언덕으로 건너게 되었구나.
무니는 온 세상 구제하시고
한량없는 중생들 편케 하시네.
이제야 비로소 깨달았노니
고오타마 참으로 뛰어나신 이.
부처님께서는 다시 게송으로 카아샤파를 찬탄하셨다.
착하다! 너 카아샤파여.
이전에도 나쁜 생각 아니었거니
차츰차츰 분별하고 구해 온 끝에
드디어 훌륭한 데 이르렀구나.
"카아샤파여, 너는 지금 너희 무리들의 마음을 위안시켜야 한다."
때에 우루벨라아카아샤파는 곧 선정에 들어 신통력으로 동방을 향해 허공에 올라, 다니고 서고 앉고 눕기의 네 가지 신통을 나타내었다. 그리고는 불 삼매에 들어 온 몸이 파랑, 노랑, 빨강, 하양과 파려빛, 분홍빛으로 불붙었다. 그리고는 몸 위에서 물을 내어 그것을 껐다가 몸 밑에서 불을 내어서는 그 몸을 도로 태우고, 다시 몸 위에서 물을 내어 그 몸에 쏟았다. 혹은 몸 위에서 불을 내어 그 몸을 태우다가는 몸 밑에서 물을 내어 그 몸에 쏟기도 하였다. 이렇게 갖가지 신통을 나타낸 뒤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은 곧 내 스승이시요, 나는 그 제자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나는 네 스승이요, 너는 내 제자다. 네 편할 대로 다시 자리에 앉아라."
우루벨라아카아샤파는 본 자리로 돌아왔다. 그 때에 마가다의 바라문 장자들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우루벨라아카아샤파가 저 큰 사문에게서 범행을 닦는 것이 확실한가'고.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마가다왕 빔비이사아라와 여러 바라문, 장자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떠나갔다.
1075. 타표경(陀驃經) 1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아자그리하성 카란다 대나무 동산에 계셨다. 때에 다바말라푸르타[陀驃摩羅子]는 이전부터 라아자그리하성에 살면서 중들의 공양을 맡아 음식과 자리를 차례로 배급하고 차례로 어기지 않았다. 때에 자지(慈地) 비구는 세 번이나 차례를 어겨 나쁜 음식을 받아 괴로이 먹으면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고약해라! 몹시 언짢구나! 저 다바말라푸트라는 중생이기 때문에 나쁜 음식으로 밥 먹을 때에 나를 몹시 괴롭히는 것이다. 나는 어떻게 저에게 욕을 보일까'고. 때에 자지 비구에게는 그 누이로서 메티야라는 비구니가 있었다. 그 여자는 라아자그리하성 왕원(王園)의 비구니들과 같이 있었다. 메티야 비구니는 자지 비구에게로 가서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 쪽에 서 있었다. 그러나 자지 비구는 돌아보지도 않고 말도 하지 않았다. 메티야 비구니는 자지 비구에게 말하였다.
"아아차아르야[阿梨]여, 왜 돌아보지도 않고 말도 하지 않습니까."
자지 비구는 말하였다.
"다바말라푸트라는 가끔 기쁜 음식으로 밥 먹을 때에 나를 몹시 괴롭히는데 너까지 나를 버리는구나."
"어떻게 하여야 하리까."
자지 비구는 말하였다.
"너는 세존께 가서 사뢰어라. '세존이시여, 다바말라푸트라 비구는 법답지 않기로는 둘도 없나이다. 저와 같이 범행이 아닌 파아라아지카아[波羅夷]죄를 범하였나이다'고. 나도 '세존이시여, 내 누이의 말과 같나이다'하고 증언하리라."
"아아차아로야여, 내가 어떻게 그 범행을 가진 비구를 파아라아지카아죄로 모함하겠습니까."
"만일 네가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는 너와 끝으리니, 다시는 오가거나 말하거나 서로 만나지 말라."
때에 비구니는 잠깐동안 잠자코 생각하다가 이렇게 말하였다.
"아아차아로야여, 기어이 내가 그렇게 하기를 바라는 것입니까."
"너는 잠깐 기다려라. 내가 앞서 세존께 가리니 너는 뒤에 따라 오라."
때에 자지 비구는 곧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 쪽에 물러나 서 있었다. 메티야 비구니도 그 뒤를 따라 와서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한 쪽에 물러서서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어쩌면 그렇게도 둘도 없는 나쁜 짓이 있나이까. 다바말라푸트라는 제게 와서 범행이 아닌 파아라아지카아죄를 범했나이다."
자지 비구도 다시 부처님께 사뢰었다.
"이 누이 말과 같나이다. 저도 그 전부터 알고 있나이다."
그 때에 다바말라푸트라 비구는 바로 그 대중 가운데 있었다. 부처님께서는 다바말라푸트라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 말을 들었는가."
다바말라푸트라는 사뢰었다.
"들었나이다, 세존이시여."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세존께서 아시는 바와 같나이다. <잘 간 이>께서 아시는 바와 같나이다."
"너는 '세존께서 아시는 바와 같습니다'고 말하지마는 그것은 때에 맞지 않는 말이다. 네가 지금 기억하거든 기억한다고 말하고, 기억하지 못하면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하라."
"저는 기억하지 못하나이다."
그 때에 존자 라아훌라는 부처님 뒤에 서서 부처님께 부채질하다가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비구니는 '존자 다바말라푸트라는 저와 함께 범행을 범하였으니 둘도 없이 나쁘다'고 말하였삽고, 또 자지 비구도 '그러하나이다. 세존이시여, 나도 그 전부터 알고 있나이다.'고 말하였나이다."
부처님께서는 라아훌라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이제 너에게 물으리니 마음대로 대답하라. 만일 메티야 비구니가 내게 와서 '세존이시여, 둘도 없이 나쁘나이다. 라아훌라는 저와 함께 범행이 아닌 파아라아지카아죄를 지었나이다'하고, 자지 비구도 내게 '그러하나이다. 세존이시여, 누이 말과 같나이다. 나도 그 전부터 알고 있나이다'고 말한다면 너는 어떻게 할 것인가."
라아훌라는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그것을 기억하면 기억한다고 말하고, 기억하지 못하면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하겠나이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어리석은 사람아, 너도 그렇게 말할 수 있는데, 저 다바말라푸트라 비구는 청정하다. 그런데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없겠느냐."
그 때에 세존께서는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다바말라푸트라 비구를 기억해 두어야 한다. 메티야 비구니는 제말로 말할 것이다. 그리고 자지 비구는 잘 꾸짖고 충고하고 훈계해 물어보라. '너는 어떻게 어디서 보았으며, 무슨 일로 가 보았느냐'고."
세존께서는 이렇게 분부하시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들어가 좌선하였다.
그 때에 비구들은 다바말라푸트라 비구를 기억하고, 메티야 비구니에게는 제말로 말하게 하고, 자지 비구에게는 잘 꾸짖고 충고하고 훈계하여 물었다.
"너는 어떻게 어디서 보았으며, 무슨 일로 가 보았느냐."
이렇게 물었을 때, 그는 말하였다.
"저 다바말라푸트라는 범행을 범하지 않았고 파아라아지카아죄도 짓지 않았다. 그러나 다바말라푸트라 비구는 세 번이나 나쁜 음식으로 나를 놀라게 하고, 밥 먹을 때에 나를 몹시 괴롭혔다. 나는 그를 애욕에 빠지고 성내고 어리석고 두려워하게 하기 위해 그런 말을 꾸민 것이다. 그는 청정하여 죄가 없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저녁 선정에서 깨어나 대중 앞에 자리를 펴고 앉으셨다. 비구들은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저 다바말라푸트라 비구를 잘 기억해 두었나이다. 메티야 비구니는 제말로 말하게 하고, 자지 비구에게는 잘 꾸짖고 충고하였나이다. 내지, 그는 말하였나이다. '다바말라푸트라 비구는 청정하여 죄가 없다'고."
그 때에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얼마나 어리석은가. 음식 때문에 일부러 거짓말을 하였구나."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만일 한 가지 법을 버리어
알면서 일부러 거짓말하여
뒷세상 일을 생각하지 않으면
어떤 나쁜 짓이라고 못할 것 없으리라.
차라리 불타는 숯불과 같은
뜨거운 쇠탄자 먹을지언정
정해 놓은 그 계율 어김으로써
중이 주는 음식을 먹지 말거니.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그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1076. 타표경 2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아자그리하성 카란다 대나무 동산에 계셨다. 그 때에 존자 다바말라푸르라는 부처님께 나아와 그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한쪽에 물러앉아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부처님 앞에서 열반에 들고자 하나이다."
세존께서 잠자코 계시자 그렇게 세번 사뢰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그것은 함이 있는 모든 현상의 법이니 하려면 하라."
그 때에 존자 다바말라푸트라는 곧 부처님 앞에서 삼매에 들어 그 삼매대로 동방을 향해 허공에 올라, 다니고 서며 앉고 눕는 네 가지 의의를 나타내었다. 다시 불 삼매에 들어 몸 밑에서 불을 내어, 온 몸의 불꽃이 파랑, 노랑, 빨강, 하양과 파려빛, 분홍빛으로 사방에 퍼졌다. 몸 밑에서 불을 내어 그 몸을 태우다가 다시 몸 위에서 물을 내어 그 몸에 쏟았다. 혹은 몸 위에서 불을 내어 밑으로 그 몸을 태우다가 몸 밑에서 불을 내어 위로 그 몸에 쏟았다.
이렇게 시방(十方)으로 돌면서 갑자기 변화를 나타낸 뒤에는 몸 안에서 불을 내어 공중에서 그 몸을 태워 남음이 없는 열반을 취하는데 완전히 사라져 티끌조차 남지 않았다. 그것은 마치 허공에 등불을 켤 때 기름과 심지가 한꺼번에 다하는 것처럼, 다바말라푸트라가 공중에서 열반하여 몸과 마음이 한꺼번에 사라지는 것도 그와 같았다.
그 때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비유하면 저 쇠탄자 태울 때에
그 불꽃 빨갛게 왕성히 타다가
뜨거운 세력 점점 식어 사라지면
그 간 곳 어딘지 알 수 없는 것처럼
그와 같이 완전히 따로 해탈해
온갖 번뇌의 진흙탕을 건너고
모든 흐름을 아주 끊어 없애면
그가 돌아간 곳 알지 못하고
움직이지 않는 도(道)를 완전히 얻어
남음 없는 열반으로 들어가리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그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1077. 적경(賊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앙구다라(央瞿多羅)국 세간에 노닐으시면서 타바사리가(陀婆 梨迦)숲속을 지나시다가, 소치는 이와 염소 치는 이와 나무하는 이와 그 밖의 여러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은 세존께서 길을 가시는 것을 보고 세존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길로 가시지 마소서. 이 앞에는 앙굴리마알라[央瞿利摩羅]라는 도적이 있어 흔히 사람들을 놀라게 하나이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나는 두려워하지 않느니라."
이렇게 말씀하시고 그 길로 가셨다. 그들은 두 번 세 번 말씀하였으나 세존께서는 그대로 가시다가, 멀리서 앙굴리마알라가 칼과 방패를 들고 달려오는 것을 보셨다. 세존께서는 신통력으로 천천히 걷는 몸을 나타내어 앙굴리마알라가 빨리 달려도 따르지 못하게 하였다. 그는 달리다 달리다 그만 지쳐 멀리서 세존께 말하였다.
"멈춰라. 멈춰라. 가지 말라."
세존께서는 나란히 걸으시면서 말씀하셨다.
"나는 언제나 멈춰 있는데 네가 멈추지 않을 뿐이니라."
그 때 앙굴리마알라는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사문은 그대로 빨리 달리며
나는 언제나 멈췄다고 말하고
나는 지쳐서 멈춰 있는데
네가 멈추지 않는다고 말하네.
사문이여, 어째서 나는 멈추었는데
네가 멈추지 않는다고 말하는가.
그 때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앙굴리마알라여
나는 언제나 멈췄다는 것
저 일체의 중생에 대해
칼질이나 막대기질 쉬었지마는
너는 중생에게 두려움 주어
나쁜 업을 그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나는 일체의 벌레에 대해서도
칼질이나 막대기질 쉬었지마는
너는 저 모든 벌레에 대해
언제나 핍박하고 두렵게 하며
언제나 흉악한 그 업을 지으면서
끝끝내 그치어 쉴 때 없구나.
나는 일체의 신(神)에 대해서
칼질이나 막대기질 쉬었지마는
너는 저 모든 신에 대해서
언제나 괴롭히고 못 견디게 하여
언제나 그 검은 나쁜 업을 지으면서
지금에도 오히려 쉬지 않는구나.
나는 언제나 <쉬는 법>에 머물러
일체로 방탕하게 놀지 않지만
너는 네 가지 진리를 못 보았다.
그러므로 방일을 쉬지 못한다.
알굴리마알라는 게송으로 여쭈었다.
오랜만에 여기 무니를 보았기에
길을 따라 그 뒤를 쫓아 왔더니
이제 그 참되고 묘한 말 들었나니
오랜 동안 나쁜 업 버려야 하리.
그 도적은 이렇게 말하고는
들었던 칼과 창을 던져 버리고
세존 발아래 엎드려 빌었나니
원컨대 집 떠나기 허락하소서.
부처님은 자비스런 마음 가지고
큰 신선은 그를 매우 가엾이 여겨
곧 그 비구에게 말씀하시다
잘 왔다. 집을 나와 구족계를 받으라고.
그 때에 앙굴리마알라는 중이 되어 혼자 고요한 곳에서 알뜰히 생각하였다. '착한 남자가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바른 믿음으로 집을 나와 도를 배우고 범행을 힘써 닦는 까닭은, 현재에서 스스로 증득한 줄을 알아 나의 생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서고, 할 일은 이미 마쳐 후생 몸을 받지 않을 줄을 스스로 아는 데 있다'고. 때에 그는 아라한을 얻어 해탈의 즐거움을 깨닫고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본래는 <해치지 않기> 이름을 받았는데
중간에 많은 중생 해치었도다.
이제 <진리 보기>란 이름을 얻어
살생하기 영원히 여의었도다.
몸으로 살생을 행하지 않고
입과 뜻에 있어서도 그러하거니
진실로 살생하지 않는다는 것
중생을 핍박하지 않는 것이네.
언제나 핏빛에 손을 씻으며
앙굴리마알라라 불리우면서
험한 물결에 떠돌아다니다가
세 보배에 의지해 쉬게 되었네.
세 가지 보배에 의지하고는
집을 나와 중이 되어 구족계 받고
세 가지 환함[明]을 성취했나니
부처 가르치신 일 이미 마쳤네.
소를 길들이려면 채찍을 쓰고
코끼리 다루려면 쇠갈퀴 쓰지마는
하늘이나 사람을 길들이려면
칼이나 막대기는 쓰지 않나니
칼을 갈 때는 숫돌을 쓰고
화살을 바루려면 불에 구우며
재목을 다룰 때는 도끼를 쓰고
자기를 다룰 때는 지혜로 하네.
사람 앞에서 방탕하게 놀다가도
이내 스스로 마음 거둬 잡으면
그는 곧 세간을 밝게 비추기
마치 구름 걷히고 달 나온 것 같으리.
사람 앞에서 방탕하게 놀다가도
이내 스스로 마음 거둬 잡으면
세상 은혜와 애정의 흐름에서
바른 생각으로 능히 머릴 뛰어나리.
나이 젊을 때 집을 떠나와
부처의 가르치심 힘써 닦으면
그는 곧 세상을 밝게 비추기
마치 구름 걷히어 달 나온 것 같으리.
나이 젊어서 집을 떠나와
부처의 가르치심 힘써 닦으면
세상 은혜와 애정의 흐름에서
바른 생각으로 능히 멀리 뛰어나리.
만일 그 온갖 나쁜 업 건너
바르게 그것을 잘 사라져 지우면
그는 곧 세간을 밝게 비추기
마치 구름 걷히어 달 나온 것 같으리.
사람 앞에서 나쁜 업 짓다가도
바르게 그것을 잘 사라져 지우면
세상 은혜와 애정의 흐름에서
바른 생각으로 능히 멀리 뛰어나리.
나는 이미 그 나쁜 업 지었거니
반드시 저 나쁜 세계 향하여
거기서 나쁜 업의 갚음을 받아
묵은 빚으로 당할 것을 당하리.
만일 나를 미워하고 원망하는 이
이런 바른 법 그들이 듣는다면
맑고 깨끗한 법눈을 얻어
내게 대하여 참는 행 닦아
다시는 다투는 일 일으키지 않으리.
부처님의 은혜로운 힘을 힘입어
나를 원망하여도 참는 행 닦고
또한 따라 이 바른 법 듣고
듣고는 그 따라 수행하리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앙굴리마알라는 그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1078. 산도타경(散倒 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아자그리하성 카란다 대나무 동산에 계셨다. 때에 어떤 비구 <산도타>는 먼동이 틀 때에 타포오다 강가에 나와 옷을 벗어 언덕에 두고 물에 들어가 목욕하였다. 목욕하고는 언덕에 올라와 한 가지 옷을 입고 몸이 마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때에 어떤 하늘 사내는 몸의 광명을 놓아 타포오다 강가를 두루 비추면서 그 비구에게 말하였다.
"너는 젊어서 집을 나와 얼굴은 곱고 희며, 머리를 검어 아직 한창 청춘이다. 마땅히 다섯 가지 욕망을 친하여 영락과 향과 화관으로 장엄하고, 다섯 가지 향락으로 스스로 즐겨야 할 것이다. 그런데 친족을 버리고 세속을 등지고 슬피 울면서 이별하였다. 그리고 머리와 수염을 깎고 가사를 입고 바른 믿음으로 집을 나와 집이 없이 도를 배운다. 어찌하여 현재의 즐거움을 버리고 때아닌 이익을 구하는가."
비구는 대답하였다.
"나는 현재의 즐거움을 버리고 때아닌 즐거움을 구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지금 그야말로 때아닌 즐거움을 버리고 현재의 즐거움을 얻는 것이다."
"어떻게 때아닌 즐거움을 버리고 현재의 즐거움을 얻는가."
"세존님의 말씀대로 한다면 때아닌 욕망은 맛은 적고 괴로움은 많으며, 이익은 적고 어려움은 많다. 나는 지금 현재에서 이미 번뇌를 떠나, 시기를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통달하여 현재를 관찰하는 인연으로서 스스로 깨달아 알았다. 이와 같이 하늘 사내여, 이것을 '때아닌 즐거움을 버리고 현재의 즐거움을 얻었다'는 것이라 하느니라."
"어떤 것이 여래께서 말씀하신 '때아닌 욕망은 즐거움은 적고 괴로움은 많다'는 것이며, 어떤 것이 '여래께서 말씀하신 현재의 즐거움으로 내지, 스스로 깨달아 안다'는 것인가."
"나는 젊어서 집을 나왔기 때문에 여래께서 말씀하신 바른 법과 계율을 자세히 말할 수 없다. 세존께서는 가까운 카란다 대나무 동산에 계신다. 너는 여래에게 가서 의심되는 바를 물어 여래께서 말씀하신 그대로 기억해 받들어 가져야 한다."
"비구여, 여래가 계신 곳에는 힘이 센 여러 하늘들이 둘러싸고 있어, 내가 앞서 가서는 물을 것이 없어 그냥 갈 수가 없다. 비구여, 만일 네가 나를 위해 먼저 세존께 사뢸 수 있으면 나는 그 뒤를 따라 가리라."
"너를 위해 가리라."
"그리하라. 존자여, 나는 뒤를 따라 가리라."
때에 그 비구는 부처님께 나아가 그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한 쪽에 물러앉아, 하늘 사내와 주고받은 문답을 부처님께 자세히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그 하늘 사내의 말이 진실하다면 얼마 안되어 곧 올 것이요, 진실하지 않다면 오지 않을 것이옵니다."
때에 그 하늘 사내는 멀리서 말하였다.
"나 여기 있다. 나 여기 있다."
그 때에 부처님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중생은 사랑하는 생각을 따라
사랑하는 생각에 매달리나니
사랑을 참다이 알지 못하므로
곧 죽음을 마련하게 되느니라.
부처님께서는 하늘 사내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이 게송을 이해하거든 곧 물어보라."
하늘 사내는 사뢰었다.
"알지 못하겠나이다. 세존이시여, 알지 못하겠나이다. 잘간 이시여."
부처님께서는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만일 사랑하는 것 참다이 알면
거기에 사랑은 생기지 않으리라.
그것 이것 아무 것도 없거니
아무도 거기에 할 말이 없느니라.
부처님께서는 그 하늘 사내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이 뜻을 알겠거든 곧 물어보라."
하늘 사내는 여쭈었다.
"이해하지 못하겠나이다. 세존이시여, 이해하지 못하겠나이다. 잘간 이시여."
부처님께서는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같고 낫고 못한 것 거기서 보면
거기서도 곧 다툼이 생기나니
세 가지 일에 흔들리지 않으면
아래와 중간과 위가 없느니라.
부처님께서는 그 하늘 사내에게 말씀하셨다.
"이 뜻을 이해하겠거든 곧 물어보라."
하늘 사내는 부처님께 여쭈었다.
"알지 못하겠나이다. 세존이시여, 알지 못하겠나이다. 잘간 이시여."
부처님께서는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탐하는 마음과 형상을 끊고
교만을 버리어 매임이 없고
고요히 사라져 성냄을 그치고
결박을 끊고 바람을 버리면
이 세상 인간이나 또 하늘이나
거기서 이승 저승 보지 않나니
부처님께서는 그 하늘 사내에게 말씀하셨다.
"이 이치를 알겠거든 여기서 물어보라."
하늘 사내는 사뢰었다.
"이제 알았나이다. 세존이시여, 이제 알았나이다. 잘간 이시여."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그 하늘 사내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이내 사라져 나타나지 않았다.
1079. 유경(喩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아자그리하성 카란다 대나무 동산에 계셨다. 때에 어떤 비구 새벽에 타포오다 강가에 나가 옷을 언덕에 두고 물에 들어가 목욕하였다. 목욕한 뒤에 언덕에 도로 올라와 한 가지 옷을 입고 몸이 마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때에 어떤 하늘 사내는 몸의 광명을 놓아 타포오다 강가를 두루 비추면서 그 비구에게 물었다.
"비구여, 비구여, 이것은 무덤이다. 밤이면 연기를 일으키고 낮에는 불이 탄다. 저 바라문은 이것을 보고 말하였다. '칼을 가지고 이 무덤을 무너뜨려 파헤치는 이는 지혜로운 사람이다'고. 또 큰 거북을 보았다. 저 바라문은 이것을 보고 말하였다. '칼을 가지고 이 큰 거북을 파헤쳐 없애는 이는 지혜로운 사람이다'고. 또 털 침구를 보았다. 바라문은 이것을 보고 말하였다. '칼을 가지고 이 털 침구를 파헤쳐 없애는 이는 지혜로운 사람이다'고.
또 살 조각을 보았다. 저 바라문은 이것을 보고 말하였다. '칼을 가지고 이 살 조각을 파헤쳐 없애는 이는 지혜로운 사람이다'. 또 도살장을 보았다. 바라문은 이것을 보고 말하였다. '칼을 가지고 이 도살장을 무너뜨려 파헤치는 이는 지혜로운 사람이다'고. 또 독벌레를 보았다. 저 바라문은 이것을 보고 말하였다. '칼을 가지고 이 독벌레를 파헤쳐 없애는 이는 지혜로운 사람이다'고.
또 두 길을 보았다. 저 바라문은 이것을 보고 말하였다. '칼을 가지고 이 두 길을 파헤쳐 없애는 이는 지혜로운 사람이다'고. 또 사립문을 보았다. 바라문은 이것을 보고 말하였다. '칼을 가지고 사립문을 파헤쳐 없애는 이는 지혜로운 사람이다'고. 또 큰 용을 보았다. 바라문은 이것을 보고 말하였다. '그쳐라. 큰 용은 없애지 말라. 공경하여야 한다'고.
비구여, 너는 이 말을 가지고 세존에게 가서 물어라. 만일 세존께서 말씀하시거든 너는 그대로 받들어 가져야 한다. 왜냐 하면 여래를 제하고는 세간의 모든 하늘이나 악마, 범, 사문, 바라문으로서 이 말을 즐겨하는 이를 보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만일 제자로서 내게서 들으면 그 다음에야 비로소 말할 수 있으리라."
그 때에 그 비구는 하늘 사내에게서 이 말을 듣고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 쪽에 물러앉아 그 하늘 사내가 물은 말을 자세히 여쭈었다.
"무덤이란 무엇이며, 밤이면 연기를 일으킨다는 것은 무엇이며, 낮에는 불이 탄다는 것은 무슨 뜻이옵니까. 바라문, 파헤침, 지혜로운 이, 칼, 큰 거북, 털 침구, 살 조각, 도살장, 독벌레, 두 길, 사립문, 큰 용이란 무슨 뜻이옵니까."
부처님께서는 그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무덤이란 이른바 중생 몸의 네 가지 요소의 형상으로서 부모가 남긴 몸이니, 음식을 먹이고 옷을 입히여 목욕시키고 어루만지며 또 꾸미어 기르는 것으로서, 그것은 다 변하고 헐벗어지고 닳아 없어지는 물건이다. 밤이면 연기를 일으킨다는 것은 이른바, 사람이 밤에 일어나 깨닫고 관찰하는 것이다. 낮의 불이란 그 시키는 대로 행하는 몸과 입과 뜻의 업이니라.
바라문이란 즉 여래, 다 옳게 깨달은 이다. 파헤침이라 방편으로 꾸준히 노력하는 것이다. 지혜로운 이란 많이 들은 성인의 제자다. 칼이란 지혜의 칼이다. 큰 거북이란 다섯 가지 덮개다. 털 침구란 성내고 원망하는 것이다. 살 조각이란 아끼고 미워하는 것이다. 도살장이란 다섯 가지 욕망의 향락이다. 독벌레란 무명이다. 두 길이란 의심과 미혹이다. 사립문이란 교만이다. 큰 용이란 번뇌를 끊은 아라한이니라.
이와 같이 비구여, 내가 성문들을 위해 하여야 할 일은 안타까이 여기고 가엾게 생각하여 진리로써 안위시키는 것이다. 너에게 대해서는 이미 다해 마쳤다. 너희들도 하여야 할 일을 해야 한다. 즉 한데서나 숲속이나 빈집이나 늪이나 굴속에서 풀이나 나뭇잎을 깔고 앉아 고요히 생각하여 방탕한 마음을 일으키지 말고 뉘우침이 없게 하여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내 가르침을 그대로 따르는 것이니라."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이 몸을 일러 무덤이라 말하고
깨닫고 관찰함은 밤 연기이며
불이 타는 것 낮의 업이요
바라문이란 부처이니라.
꾸준히 노력함은 파헤침이요
슬기로움은 지혜 밝은 이로서
지혜의 날카로운 칼을 가지고
번뇌 떠나 훌륭히 나아가는 이
다섯 가지 덮개는 큰 거북이요
성냄과 원한은 털 침구니라.
아낌과 미워함은 살 조각이요
다섯 가지 욕망은 도살장이다.
무명을 독한 벌레라 하고
의심과 미혹은 두 가지 길
사립문은 교만을 나타냄이요
번뇌 다한 아라한은 큰 용이니
모든 분께 완전히 분별했거니
그러므로 나는 여기 설명하였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그 비구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1080. 참괴경(慙愧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바아라아나시이국 신선이 살던 곳 사슴동산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는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바리를 가지고 바아라아나시이성에 들어가 걸식하고 계셨다.
때에 어떤 비구는 마음을 한 곳에 두지 못함으로서 마음이 미혹하고 어지러워 모든 감관을 휘잡지 못하였다. 그는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바리를 가지고 바아라아나시이성에 들어가 걸식하다가, 멀리서 세존님을 뵈옵고는 모든 감관을 휘잡고 단정히 보면서 걸어갔다. 세존께서는 그 비구가 모든 감관을 휘잡고 단정히 보면서 걸어가는 것을 보시고 성으로 들어가셨다. 걸식을 마치고 절에 돌아와 가사와 바리를 두고 발을 씻은 뒤에 방에 들어가 좌선하셨다.
저녁 때 선정에서 일어나 중들에게로 가시어 자리를 펴고 대중 앞에 앉아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내 오늘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바리를 가지고 바아라아나시이성에 들어가 걸식하다가, 어떤 비구가 마음을 한 곳에 두지 않음으로서 미혹하고 어지러워 모든 감관이 흐트러졌음을 보았다. 그도 가사를 입고 바리를 가지고 성에 들어가 걸식하다가 멀리서 나를 보자 곧 몸을 단속하였다. 그는 누군가."
때에 한 비구가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바루고 부처님 앞에 나아가 오른 어깨를 드러내고 합장한 뒤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이른 아침에 성에 들어가 걸식할 때에 마음이 미혹하고 어지러워 모든 감관을 휘잡지 못하다가, 멀리서 세존님을 뵈옵고 곧 마음을 거두고 모든 감관을 휘잡았나이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착하고 착하다! 너는 나를 보고는 스스로 마음을 거두고 모든 감관을 휘잡을 수 있겠구나. 비구여, 그것은 법이니 그렇게 하여야 한다. 비구를 보더라도 스스로 단속하여야 하고, 또 비구니, 우파아사카, 우파아시카를 보더라도 그렇게 모든 감관을 휘잡으면, 긴 밤 동안 이치로써 이익 되고 안온과 즐거움을 얻을 것이다."
그 때 대중 가운데서 어떤 다른 비구가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그 마음이 헤매고 어지러워
오로지 한 생각을 잡지 못하고
이른 아침에 가사, 바리를 가지고
성안에 들어가 걸식하였네.
도중에서 저 큰 스승님의
위엄과 덕망 갖춘 모습 뵈옵고
기뻐하는 마음에도 부끄럼 있어
곧 모든 그 감관 거두어 가졌구나.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