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셨다. 그 때에 프라세나짓 왕은 여러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그대들은 빨리 우보(羽寶)로 만든 수레를 준비하라. 나는 세존께 나아가 예배하고 문안드리리라.”
좌우 신하들은 왕의 명령을 받고 곧 우보로 만든 수레를 준비하고 왕에게 사뢰었다.
“수레는 준비되었습니다. 떠나실 때가 되었습니다.”
때에 프라세나짓 왕은 곧 우보의 수레를 타고 가는데, 보병과 기병 수천 명은 앞뒤로 둘러쌌다. 그들은 슈라아바스티이를 나가 제타숲 절에 이르러 세존께 나아갔다. 여러 왕들의 떳떳한 법과 같이 다섯 가지 장식 즉 일산, 하늘 갓, 칼, 신, 그리고 금으로 만든 총채를 한쪽으로 치운 뒤에, 머리를 조아려 세존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그를 위해 깊은 법을 설명하여 그를 기쁘고 즐겁게 하셨다. 프라세나짓 왕은 그 설법을 듣고 세존께 사뢰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三개월 동안 저의 청을 받아 주시고, 비구 중도 다른 곳에 있지 말게 하소서.”
세존께서는 잠자코 그 청을 받아 주셨다. 왕은 세존께서 잠자코 그 청을 받으신 줄을 알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떠났다. 그는 슈라아바스티이로 돌아가 여러 신하들에게 명령하였다.
“나는 부처님과 비구 중들에게 三개월 동안 공양하고, 또 의복, 음식, 평상, 침구, 의약 등 필요한 물건을 제공하려 한다. 너희들도 기뻐하는 마음을 내어야 한다.”
신하들은 대답하였다.
“그리하겠나이다.”
왕은 궁전 문 밖에 아주 훌륭한 큰 강당을 짓고 비단 기와 일산을 달고 풍류를 울리는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었다. 또 온갖 목욕 못을 만들고 온갖 기름 등불을 준비하고 백 가지 맛있는 갖가지 음식을 장만하였다. 왕은 사람을 보내어 세존께 사뢰었다.
“때가 되었나이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제 집으로 오소서.”
때에 세존께서는 때가 된 것을 알고 가사를 입고 바루를 가지고 비구들에게 앞뒤로 둘러 싸여, 슈라아바스티이로 들어가 그 강당에 이르러 자리에 앉으셨다. 비구들도 각각 차례를 따라 앉았다. 왕은 많은 궁녀를 거느리고 나와 손수 음식을 돌리고 필요한 물건을 날랐다. 그래서 三개월 동안 모자라는 것이 없이 의복, 음식, 평상, 침구, 의약 등을 이바지하였다.
세존께서는 공양을 마치시자 왕은 갖가지 꽃을 세존과 비구 중들 위에 뿌리고 다시 조그만 평상을 가져다 놓고 세존 앞에 앉아 사뢰었다.
“저는 전에 부처님에게 이런 인연의 말씀을 들었나이다. 즉 ‘축생들에게 음식을 주는 이는 그 백 갑절의 복을 받고 계율을 범한 이에게 음식을 주는 이는 그 천 갑절의 복을 받으며 계율을 가지는 이에게 음식을 주는 이는 그 만 갑절의 복을 받고 탐욕을 끊은 선인(仙人)에게 음식을 주는 이는 그 억 갑절의 복을 받으며, 수다원으로 향하는 이에게 음식을 주는 이도 헤아릴 수 없는 복을 받는데 하물며 수다원을 성취한 이겠는가. 더구나 사다함으로 향하여 사다함의 도를 얻은 이나, 아나함으로 향하여 아나함의 도를 얻은 이나, 아라한으로 향하여 아라한의 도를 얻은 이나, 벽지불로 향하여 벽지불이 된 이나, 여래, 아라한, 다 옳은 깨달음으로 향하여 부처가 된 이겠으며, 또 비구 중에게 보시하는 공덕의 복은 헤아릴 수 없다’고. 저는 이제 지을 공덕은 오늘 다 마쳤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그런 말 마시오. 복을 짓는 데는 만족이라는 것이 없는데, 어찌하여 ‘지어야 할 일을 오늘 다 마쳤다’고 말하시오. 왜 그러냐 하면 나고 죽음은 길고 멀어 헤아릴 수 없기 때문이오.
(중략)
나는 그 때의 그런 공덕으로 말미암아 스스로 나고 죽는 속에 있기를 구해 이런 복을 받으면서 해탈하기를 구하지 않는 것이오. 대왕은 아시오. ‘그 때에 가졌던 복덕이 아직도 남아 있는가’고. 그렇게 생각하지 마시오. 나는 오늘에 있어서 그 복을 관찰해 보면 털끝만큼도 남은 것이 없소. 왜 그러냐 하면 나고 죽음은 길고 멀러, 헤아릴 수 없기 때문이오. 그 동안에 그 복을 다 받아 누리고 지금은 털끝만큼도 남은 것이 없소. 그러므로 대왕은 그런 말을 마시오. ‘내가 지을 복은 오늘 다 마쳤다’고. 그보다도 대왕은 이렇게 말하시오. ‘나는 지금 몸과 입과 뜻으로 짓는 모든 업이 다한 뒤에 해탈을 구하고 나고 죽는 속에 있으면서 복업을 구하지 않으면 언제나 한량없이 안온하리라’고 해야 되오”
그 때에 프라세나짓 왕은 갑자기 두려워져 온 몸이 털이 일어서고 슬픈 울음이 북바쳤다. 그는 손으로 눈물을 씻으면서 머리를 조아려 세존 발에 예배하고 자기 잘못을 하소연하였다.
“이 미련한 것이 아무 것도 몰랐나이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제 뉘우침을 받아 주소서. 저는 지금 온 몸을 땅에 던져 지나간 잘못을 고치고 다시는 그런 말을 하지 않겠나이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제 참회를 받아 주소서.”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장하오, 대왕이여. 지금 내 앞에서 그 잘못을 뉘우치면서 과거를 고치고 미래를 다짐하는구려. 나는 지금 확실히 왕의 참회를 받아들이오. 다시는 범하지 마시오.”
대정장 2/609 상~611 상 ;『한글 증일아함경』1, pp. 24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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