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아함경 제31권
132. 뇌타화라경
이렇게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구루수에 노닐으시면서 큰 비구들과 함께 유로타로 가시어 유로타촌 북쪽에 있는 싱사파 동산에 계시었다.
그 때에 유로타의 범지와 거사들은 석종(釋種)의 아들 사문 고오타마는 석씨의 종족을 버리고 집을 나와 도를 배워, 구루수에 노닐면서 큰 비구들과 함께 이 유로타로 와서 우로타의 북쪽에 있는 싱사파 동산에 계시는데, 그 사문 고오타마는 여래, 무소착, 등정각, 명행성위, 선서, 세간해, 무상사, 도법어, 천인사로서 불중우라 부르며, 그는 이 세상에서 하늘, 악마, 범, 사문, 바라문 등 사람에서 하늘에 이르기 까기 스스로 알고 스스로 깨닫고 스스로 증득하여 성취하여 노닐며,
그가 만일 설법하면 처음도 묘하고 중간도 묘하고 마지막도 또한 묘하여, 뜻도 있고 문채도 있으며, 구족하고 청정하여 범행을 나타내며, 만일 그 여래, 무소착, 등정각을 보고 존중하고 예배하며, 공양하고 받들어 섬기면, 쾌히 좋은 이익을 얻는다고 한다. 우리들도 함께 가서 사문 고오타마를 뵈옵고 예배하고 공양하자고 한다는 말을 들었다.
유로타의 범지와 거사들은 이 말을 듣고 각각 끼리끼리의 권속을 데리고 서로 따라 유로타를 나와 북으로 싱사파동산으로 가서 세존을 뵈옵고 예배하고 공양하고자 하여 부처님께로 나아갔다. 그 유로타의 범지와 거사들은 혹은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물러나 한쪽에 앉고, 혹은 부처님께 문안을 드리고 물러나 한쪽에 앉으며, 혹은 부처님을 향하여 합장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고, 혹은 멀리서 부처님을 보고는 잠자코 앉았다.
그 때에 유로타의 범지와 거사들이 각각 자리를 정하고 앉자, 부처님께서는 그들을 위해 설법하시어 간절히 우러르는 마음을 내게 하고 기쁨을 성취하게 하시었다. 한량이 없는 방편으로 그들을 위해 설법하시어 간절히 우러르는 마음을 내게 하고 기쁨을 성취하게 한 뒤에 잠자코 계시었다.
때에 유로타의 범지와 거사들은 부처님께서 자기들을 위해 설법하시어 간절히 우러르는 마음을 내게 하고 기쁨을 성취하게 하시자, 각각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부처님을 세 번 돌고 물러갔다. 그 때에 라타파알라 거사의 아들은 일부러 앉아서 일어나지 않았다. 그는 유로타의 범지와 거사들이 떠난 지 오래지 않아 곧 자리에서 일어나 가사 한쪽을 벗어 메고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하여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부처님의 말씀하신 법을 아는 것과 같다면, 만일 제가 집에 있으면 쇠사슬에 얽매어 몸과 목숨을 다하도록 청정한 범행을 행할 수 없나이다. 세존이시여, 원하옵건대 저도 세존을 따라 집을 나와 도를 배우고 구족계를 받게 되오면, 비구가 되어 범행을 깨끗이 닦을 수 있겠나이까.”
세존께서는 물으시었다.
“거사의 아들아, 너의 부모는 네가 이 바른 법 가운데서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리어 집이 없이 도를 배우는 것을 허락하였는가.”
“세존이시여, 저의 부모는 아직 제가 이 바른 법 가운데서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리어 집이 없이 도를 배우는 것을 허락하였는가.”
“거사의 아들아, 만일 네 부모가 네가 이 바른 법 가운데서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리어 집이 없이 도를 배우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면, 나는 너를 제도하여 집을 나와 도를 배우게 할 수도 없고, 또한 구족계를 줄 수도 없다.”
“세존이시여, 저는 마땅히 방편으로써 부모님께 요구하여 제가 바른 법 가운데서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리어 집이 없이 도를 배우는 것을 허락하게 하겠나이다.”
“거사의 아들아, 너의 마음대로 하라.”
이에 라타파알라 거사의 아들은 부처님 말씀을 들어 잘 받아 가지고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세 번 돌고 돌아갔다. 그는 부모에게 아뢰었다.
“二존(尊)이시여, 내가 부처님의 말씀하신 법을 아는 것과 같다면, 만일 내가 집에 있으면 사슬에 얽매어 몸과 목숨을 다하도록 청정한 범행을 행할 수 없습니다. 오직 원컨대 二존이시여, 내가 바른 법률 가운데서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리어 집이 없이 도를 배우는 것을 허락하여 주소서.”
라타파알라 부모는 말하였다.
“라타파알라여, 우리에게는 이제 오직 너 하나 외동아들뿐이다. 지극히 사랑하고 어여삐 여기며, 마음은 언제나 즐거워 아무리 보아도 싫증이 없다. 만일 네가 목숨을 마친다 해도 우리는 오히려 버릴 수 없겠거늘, 하물며 살아서 이별하여 너를 보지 못하겠느냐.”
라타파알라 거사의 아들은 두 번 세 번 여쭈었다.
“二존이시여, 내가 부처님의 말씀하신 법을 아는 것으로서는, 만일 내가 집에 있으면 사슬에 얽매어 몸과 목숨을 다하도록 청정한 범행을 행할 수 없습니다. 오직 원컨대 二존이시여, 내가 바른 법률 가운데서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리어 집이 없이 도를 배우는 것을 허락하소서.”
그 부모도 또한 두 번 세 번 말하였다.
“라타파알라여, 우리에게는 이제 오직 너 하나 외동아들뿐이다. 지극히 사랑하고 어여삐 여기며, 마음은 언제나 즐거워 아무리 보아도 싫증이 없다. 만일 네가 목숨을 마친다 해도 우리는 오히려 버릴 수 없겠거늘, 하물며 살아서 이별하여 너를 보지 못하겠느냐.”
이에 라타파알라 거사의 아들은 곧 땅에 누웠다. ‘지금부터 일어나지도 않고 마시지도 않으며 먹지도 않으면, 부모는 이에 내가 바른 법률 가운데서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리어 집이 없이 도를 배우는 것을 허락하게 되리라’고. 이에 라타파알라 거사의 아들은 하루를 먹지 않고 二, 三, 四일 내지 여러 날을 먹지 않았다. 그 부모는 아들에게 가서 말하였다.
“라타파알라여, 너는 매우 부드럽고 연하여 몸이 아주 좋았고, 언제나 좋은 자리에서 앉고 누웠었는데, 너는 지금 고통을 모르는가. 라타파알라여, 너는 빨리 일어나 가서 보시를 행하여 유쾌하고 복업(福業)을 닦으려고 하여야 한다. 무슨 까닭인가. 라타파알라여, 세존의 경계(境界)는 매우 어렵고 매우 어려우며, 집을 나와 도를 배우는 것도 또한 어렵다.”
그 때에 라타파알라 거사의 아들은 잠자코 대답하지 않았다. 이에 그 부모는 라타파알라의 친척과 여러 하인들에게 가서 이렇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다 라타파알라에게 가서 그를 권해 땅에서 일어나게 하라’고. 라타파알라 거사 아들의 친척과 여러 하인들은 곧 함께 라타파알라에게 가서 말하였다.
“라타파알라여, 당신은 매우 부드럽고 연하여 몸이 아주 좋았고, 언제나 좋은 자리에서 앉고 누웠었는데, 당신은 지금 고통을 모르십니까. 라타파알라여, 당신은 빨리 일어나 가서 보시를 행하여 유쾌하고 복업을 닦으려고 하여야 합니다. 무슨 까닭인가. 세존의 경계는 매우 어렵고 매우 어려우며, 집을 나와 도를 배우는 것도 또한 어렵습니다.”
그 때에 라타파알라 거사의 아들은 잠자코 대답하지 않았다. 이에 그 부모는 라타파알라 거사 아들의 착한 벗과 친구와 동갑들에게 가서 이렇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함께 라타파알라에게 와서 그를 권해 땅에서 일어나게 하라’고. 라타파알라 거사 아들의 착한 벗과 친구와 동갑들은 곧 라타파알라 거사의 아들에게 함께 가서 이렇게 말하였다.
“라타파알라여, 너는 매우 부드럽고 연하여 몸이 아주 좋았고, 언제나 좋은 자리에서 앉고 누웠었다. 너는 지금 고통을 모르는가. 라타파알라여, 너는 빨리 일어나 가서 보시를 행하여 잘 복업을 닦으려고 하여야 한다. 무슨 까닭인가. 라타파알라여, 세존의 경계는 매우 어려우며, 집을 나와 도를 배우는 것도 또한 어렵다.”
그 때에 라타파알라 거사의 아들은 잠자코 대답하지 않았다. 이에 라타파알라 거사의 아들의 착한 벗과 친구와 동갑들은 그 부모에게 가서 이렇게 말하였다.
“라타파알라가 바른 법률 가운데서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리어 집이 없이 도를 배우는 것을 허락하십시오. 혹 그것을 즐겨하더라도 이 생(生)에서 전처럼 서로 볼 수 있을 것이요, 만일 그것을 즐겨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부모에게로 돌아올 것입니다. 만일 지금에 허락하지 않는다면 결정코 죽는 것은 의심할 것 없을 것이니, 무슨 유익이 있겠습니까.”
이에 그 부모는 이 말을 듣고 라타파알라 거사 아들의 착한 벗과 친구와 동갑들에게 말하였다.
“나는 이제 라타파알라가 바른 법률 가운데서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리어 집이 없이 도를 배우는 것을 허락하리라. 만일 도를 배우고 돌아오면 전처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라타파알라 거사 아들의 착한 벗과 친구와 동갑들은 곧 라타파알라에게 같이 가서 이렇게 말하였다.
“거사의 아들아, 네 부모는 네가 바른 법률 가운데서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리어 집이 없이 도를 배우는 것을 허락하였다. 만일 도를 배워 마치거든 돌아와 부모를 뵈워라.”
라타파알라 거사의 아들은 이 말을 듣고 곧 크게 기뻐하고 사랑과 즐거움의 생겨 땅에서 일어나 차츰 그 몸을 길렀다. 그 몸이 회복되자, 유로타에서 나와 부처님 계신 곳에 나아가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제 부모는 제가 바른 법 가운데서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리어 집이 없이 도를 배우는 것을 허락하였나이다. 원하옵건대 세존이시여, 세존을 따라 집을 나와 도를 배우고, 구족계를 받아 비구가 되는 것을 허락하여 주소서.”
이에 세존께서는 라타파알라 거사의 아들을 제도하여 집을 나와 도를 배우게 하고 구족계를 주시었다. 구족계를 주신 뒤에는 유로타에서 얼마 동안 머무르시고, 그 다음에는 곧 가사를 챙기고 바루를 가지고 노닐기를 계속하여, 슈라아바스티이국에 이르러 승림 급고독원에 계시었다.
존자 라타파알라는 집을 나와 도를 배우고 구족계를 받은 뒤에, 머릴 떠나 혼자 있으면서 마음에 방일이 없이 꾸준히 힘써 수행하였다. 그는 멀리 떠나 혼자 있으면서 마음에 방일이 없이 꾸준히 힘써 수행한 뒤에는, 족성자(族姓子)의 하는 것처럼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리어 집이 없이 도를 배우는 자의 오직 위없는 범행을 마치고, 현재에 있어서 스스로 알고 스스로 깨닫고 스스로 증득하여 성취하여 노닐며, 생이 이미 다하고 범행이 이미 서고 할 일은 이미 마쳐, 다시는 후세의 생명을 받지 않는다는 참 모양을 알 수 있다고 알았다. 존자 라타파알라는 법을 알고는 아라한이 되었다.
이에 존자 라타파알라는 법을 알아 아라한이 된 뒤에는, 혹은 九년이나 十년 동안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본래 집을 나와 도를 배우고는 돌아가 부모를 뵈옵겠다고 약속하였다. 나는 이제 돌아가 본래의 약속을 지키자’고. 이에 존자 라타파알라는 부처님께 나아가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물러나 한쪽에 앉아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본래 집을 나와 도를 배우고는 돌아가서 부모를 뵈옵겠다는 약속이 있었나이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제 하직하고 돌아가 부모를 뵈옵고 본래의 약속을 지키려 하나이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이렇게 생각하시었다. ‘이 라타파알라 족성자는 결코 계를 버리고 도행(道行)을 그만두고 옛날과 같이 되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세존께서는 이렇게 아신 뒤에 말씀하시었다.
“너는 가서 아직 제도되지 않은 자는 제도하고, 아직 해탈하지 못한 자는 해탈을 얻게 하며, 아직 열반하지 못한 자는 열반을 얻게 하라. 라타파알라여, 이제 네 뜻대로 하라.”
그 때에 존자 라타파알라는 부처님의 말씀을 들어 잘 받아 가지고,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세 번 돌고 물러갔다. 그는 자기 방에 돌아와 침구를 챙기고 가사를 입고 바루를 가지고 노닐기를 계속하여, 유로타로 가서 유로타촌 북쪽에 있는 싱사파 동산에 머물렀다. 이에 존자 라타파알라는 밤을 지내고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바루를 가지고 유로타로 들어가 걸식을 행하였다. 라타파알라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세존께서는 차례로 걸식하는 것을 칭찬하시었다.
나도 이제 이 유로타에서 차례로 걸식하리라’고. 존자 라타파알라는 곧 유로타에서 차례로 걸식하여 차츰차츰 본집에 다달았다. 그 때에 존자 라타파알라 부모는 중문에서 수염과 머리를 다듬고 있었다. 라타파알라 아버지는 멀리서 존자 라타파알라가 오는 것을 보고 곧 이렇게 말하였다.
“이 까까머리 사문은 악마에 묶이어 종자를 끊고 자식이 없어 우리 집을 파괴하였다. 내게는 외동아들이 있어 지극히 사랑하고 어여삐 여기었으며, 마음으로 항상 즐거워하여 아무리 보아도 싫증이 없었는데, 그것을 데리고 가서 중을 만들었다. 밥을 주지 말아야 한다.”
존자 라타파알라는 자기 아버지 집에서 보시를 얻지 못하고 다만 나무람만 받았다. 곧 ‘이 까까머리 사문은 악마에 묶이어 종자를 끊고 자식이 없어 우리 집을 파괴하였다.
내게는 외동아들이 있어 지극히 사랑하고 어여삐 여기었으며, 마음으로 항상 즐거워하여 아무리 보아도 싫증이 없었는데, 그것을 데리고 가서 중을 만들었다. 밥을 주지 말아야 한다’고. 존자 라타파알라는 이것을 알고는 곧 얼른 나와 버렸다. 그 때 존자 라타파알라 아버지 집의 여종은 키에다 썩은 음식을 담아 가지고 쓰레기통 속에 버리려고 하였다. 존자 라타파알라는 아버지의 여종이 키에다 썩은 음식을 담아 가지고 쓰레기통 속에 버리려고 하는 것을 보고 곧 이렇게 말하였다.
“너 처녀야, 만일 그 썩은 음식을 버리겠거든 내 바루에 쏟아 다오. 나는 그것을 먹으리라.”
그 때에 라타파알라 아버지 집 여종은 키 안의 썩은 음식을 바루에 쏟다가 그 음성과 손발을 보고 알았다. 여종은 곧 존자 라타파알라 아버지에게 가서 이렇게 말하였다.
“주인이시여, 이제 알으소서. 존자 라타파알라는 이 유로타에 돌아왔습니다. 곧 가 보소서.”
존자 라타파알라 아버지는 이 말을 듣고 매우 기뻐하여 뛰면서 왼손으로 옷을 걷어잡고 오른손으로 수염을 쓰다듬으면서, 존자 라타파알라가 있는 곳으로 빨리 갔다. 그 때에 존자 라타파알라는 벽을 향해 그 썩은 음식을 먹고 있었다. 존자 라타파알라 아버지는 존자 라타파알라가 벽을 향해 그 썩은 음식을 먹고 있는 것을 보고 이렇게 말하였다.
“너 라타파알라야, 너는 매우 부드럽고 연하고 몸은 매우 좋았으며, 항상 좋은 음식을 먹었다. 라타파알라야, 너는 어떻게 이 썩은 음식을 먹느냐. 라타파알라야, 너는 무슨 마음으로 이 유로타까지 와서 부모 집에는 오지 않았느냐.”
존자 라타파알라는 아뢰었다.
“거사여, 나는 아버지 집에 들어갔다가 보시는 얻지 못하고 다만 나무람만 받았습니다. 곧 ‘이 까까머리 사문은 악마에 묶이어 종자를 끊고 자식이 없어 우리 집을 파괴하였다. 내게는 외동아들이 있어 지극히 사랑하고 어여삐 여기었으며, 마음으로 항상 즐거워하여 아무리 보아도 싫증이 없었는데, 그것을 데리고 가서 중을 만들었다. 밥을 주지 말아야 한다’고. 나는 이 말을 듣고는 곧 얼른 나와 버렸습니다.”
존자 라타파알라 아버지는 곧 사과하면서 말하였다.
“라타파알라야, 참아라. 라타파알라야, 참아라. 나는 진실로 라타파알라가 애비 집에 돌아온 줄을 몰랐구나.”
이에 존자 라타파알라 아버지는 공경하는 마음으로 존자 라타파알라를 붙안고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 자리를 펴고 앉게 하였다. 존자 라타파알라는 곧 자리에 나아가 앉았다. 이에 그 아버지는 존자 라타파알라가 앉는 것을 보자, 그 부인에게 가서 이렇게 말하였다.
“그대는 이제 알라. 라타파알라 족성자는 이제 집에 돌아왔다. 빨리 음식을 장만하라.”
존자 라타파알라 어머니는 이 말을 듣고 매우 기뻐하여 날뛰면서 빨리 음식을 장만하였다. 음식을 장만한 뒤에는 얼른 가운데 뜰에 돈을 실어 내어 큰 돈 더미를 만들었다. 그 돈더미는 한쪽에는 사람을 세우고 한쪽에는 사람을 앉혀 서로 볼 수 없을 정도였다. 큰 돈 더미를 만들어 놓고는 존자 라타파알라에게로 가서 이렇게 말하였다.
“라타파알라야, 이것은 네 어미가 나눠 가진 재물이다. 네 아비가 가진 재물은 한량이 없는 백천으로서 다시 셀 수도 없다. 이제 다 너에게 주리라. 라타파알라야, 너는 계를 버리고 도행을 그만두고 보시를 행하여 잘 복업을 닦으려고 하여야 한다. 무슨 까닭인가. 세존의 경계는 매우 어렵고 매우 어려우며, 집을 나와 도를 배우는 것도 또한 매우 어렵다.”
존자 라타파알라는 그 어머니에게 사뢰었다.
“나는 지금 할 말이 있는데, 들어주시겠습니까.”
존자 라타파알라 어머니는 말하였다.
“존자 라타파알라 아들아, 네가 할 말이 있으면 나는 들어주리라.”
존자 라타파알라는 그 어머니에게 사뢰었다.
“새 푸대를 만들어 거기에 이 돈을 가득 넣어 수레에 싣고 강가 강으로 가서 제일 깊은 곳에 쏟으십시오. 무슨 까닭인가. 이 돈 때문에 사람들은 걱정하고 괴로워하며, 슬퍼하고 울어, 쾌락을 얻지 못합니다.”
이에 존자 라타파알라 어머니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런 방편으로써는 아들 라타파알라로 하여금 계를 버리고 도를 그만두게 하지 못할 것이다. 나는 차라리 저 옛날 부인들에게 가서 이렇게 말하리라. 여러 신부들아, 너희들은 옛날에 쓰던 영락(瓔珞)으로 몸을 잘 꾸며라. 라타파알라 족성자는 본래 집에 있을 때에 이것을 극히 사랑스럽게 생각하였다. 빨리 이 영락으로 몸을 꾸미고 너희들은 다 같이 저 라타파알라 족성자에게 가서 각각 한 발씩을 부둥켜안고 이렇게 말하라.
곧 이상합니다, 낭군님. 우리보다 더 아름다운 어떤 천녀(天女)가 있기에 낭군님으로 하여금 우리를 버리고 범행을 닦게 하나이까고’. 이에 존자 라타파알라 어머니는 그 옛날 부인들에게 가서 이렇게 말하였다.
“여러 신부들아, 너희들은 저에 쓰던 영락으로 몸을 잘 꾸며라. 라타파알라 족성자는 본래 집에 있을 때에 이것을 극히 사랑스럽게 생각하였다. 빨리 이 영락으로 몸을 꾸미고 너희들은 다 같이 저 라타파알라 족성자에게 가서 각각 한 발씩을 부둥켜안고 이렇게 말하라. 곧 이상합니다, 낭군님. 우리보다 더 아름다운 어떤 천녀가 있기에 낭군님으로 하여금 우리를 버리고 범행을 닦게 하나이까고.”
그 때에 존자 라타파알라의 본래 부인들은 각각 전에 쓰던 영락으로 그 몸을 잘 꾸미었다. 존자 라타파알라가 본래 집에 있을 때에 매우 사랑스럽게 생각하던 영락으로 몸을 잘 꾸민 뒤에, 존자 라타파알라에게로 가서 각각 한 발씩 부둥켜안고 이렇게 말하였다.
“이상합니다, 낭군님. 우리보다 더 아름다운 어떤 천녀가 있기에 낭군님으로 하여금 우리를 버리고 범행을 닦게 하나이까.”
존자 라타파알라는 옛날 부인들에게 말하였다.
“여러 누이들아, 마땅히 알라. 나는 천녀를 위하여 범행을 닦는 것이 아니다. 내가 범행을 닦는 까닭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아 이미 할 일을 마쳤기 때문이다.”
존자 라타파알라의 옛날 부인들은 물러나 한쪽에 서서 눈물을 흘리고 울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우리는 낭군님의 누이가 아닙니다. 그런데, 낭군님은 우리를 어찌하여 누이라고 부르십니다.”
이에 존자 라타파알라는 부모를 돌아보고 사뢰었다.
“거사여, 만일 밥을 주고자 하거든 곧 때를 알아주십시오. 어찌하여 서로 희롱만 하십니까.”
그 때에 그 부모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손 씻는 물을 돌리고 여러 가지 맛나고 풍족한 음식을 손수 분별하여 한껏 먹게 하였다. 식사가 끝나자, 그릇을 거두고 손 씻을 물을 돌린 뒤에는 작은 자리를 가져다 따로 앉아 설법을 들었다.
존자 라타파알라는 부모를 위해 설법을 하여 기쁜 마음을 내게 하고, 간절히 우러르는 마음을 내게 하고, 기쁨을 성취하게 하였다. 한량이 없는 방편으로 그들을 위해 설법하여 간절히 우러르는 마음을 내게 하고, 기쁨을 성취하게 한 뒤에, 곧 자리에서 일어나 게송으로 말하였다.
이 잘 꾸민 모양새들 보매
진귀한 보물과 영락 따위들
오른쪽으로 머리털 돌려 감고
검푸른 물감으로 그린 눈썹들
어리석은 사람은 속일 수 있지마는
저 언덕에 건넌 사람 속일 수 없네.
여러 가지 좋은 비단 빛깔로
냄새 나고 더러운 몸 꾸미었구나
어리석은 사람은 속일 수 있지만
저 언덕에 건넌 사람 속일 수 없네
온갖 향으로 몸에 두루 바르고
자황(紫黃)으로 그 발을 누렇게 물들였네
어리석은 사람은 속일 수 있지만
저 언덕에 건넌 사람 속일 수 없네
몸에는 깨끗하고 묘한 옷 입고
그 장엄(莊嚴)은 마치 환술(幻術)과 같네
어리석은 사람은 속일 수 있지만
저 언덕에 건넌 사람 속일 수 없네
사슴은 묶은 줄을 끊어 버리고
또 그 닫힌 문을 부셔 버리고
그는 미끼 버리고 떠나가나니
누가 그 묶은 줄의 결박을 즐겨하리
존자 라타파알라는 이 게송을 마친 뒤에 여의족으로써 허공을 타고 가서 유로타 숲에 이르렀다. 유로타 숲으로 들어가 비혜륵나무 밑에 니시이다나를 펴고 가부를 맺고 앉았다. 그 때에 구뢰바왕(拘牢婆王)은 모든 신하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이어 정전(正殿)에 앉아 존자 라타파알라를 찬탄하였다. ‘만일 나는 라타파알라 족성자가 이 유로타에 온다는 말을 들으면 꼭 가서 뵈오리라’고. 이에 구뢰바왕은 사냥꾼에게 말하였다.
“너는 가서 유로타 숲을 살펴보아라. 나는 사냥하러 나가리라.”
사냥꾼은 분부를 받고 곧 유로타 숲을 살펴보았다. 존자 라타파알라가 비혜륵나무 밑에서 니시이다니를 펴고 가부를 맺고 앉은 것을 보고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구뢰바왕과 여러 신하들이 정전에 같이 앉아 찬탄하던 그 사람이 이제 이미 여기 있었구나’고. 그 때에 사냥꾼은 유로타 숲을 살펴본 뒤에 돌아와 구뢰바왕에게 가서 아뢰었다.
“대왕이여, 마땅히 알으소서. 나는 유로타 숲을 살펴보고 왔습니다. 대왕의 생각대로 하소서. 그런데 대왕이여, 대왕이 여러 신하들과 정전에 같아 앉아 존자 라타파알라를 찬탄하면서 ‘만일 존자 라타파알라 족성자가 이 유로타에 온다는 말을 들으면 꼭 가서 뵈오리라’던 그 존자 라타파알라 족성자는 지금 유로타숲 속 비혜륵나무 밑에 니시이다니를 펴고 가부를 맺고 앉아 있습니다. 대왕이여, 보고 싶으시면 곧 가소서.
구뢰바왕은 이 말을 듣고 수레 부릴 사람[御者]에게 분부하였다.
“너는 빨리 수레를 차려라. 나는 지금 라타파알라를 가서 뵈오리라.”
마차부는 분부를 받고 곧 수레를 차린 뒤에 돌아와서 아뢰었다.
“대왕이여, 마땅히 알으소서. 수레 준비는 이미 끝났습니다. 대왕은 마음대로 하소서.”
이에 구뢰바왕은 곧 수레를 타고 나가 유로타숲으로 가다가, 멀리서 존자 라타파알라를 보고 곧 수레에서 내려 걸어서 존자 라타파알라에게로 갔다. 존자 라타파알라는 구뢰바왕이 오는 것을 보고 이렇게 말하였다.
“대왕이여, 지금 오셔서 스스로 앉고자 하십니까.”
구뢰바왕은 말하였다.
“나는 지금 내 경계에 왔습니다. 그런데, 나는 라타파알라 족성자가 나를 청해 앉게 하기를 바랍니다.”
존자 라타파알라는 곧 구뢰바왕에게 청하였다.
“이에 여기 딴 자리가 있으니, 대왕은 앉으시오.”
이에 구뢰바왕은 존자 라타파알라와 함께 앉아 문안한 뒤에 물러나 한쪽에 앉아 라타파알라에게 말하였다.
“혹 집에 쇠해서 집을 나와 도를 배우십니까. 만일 재물이 없기 때문에 도를 배운다면 라타파알라여, 구뢰바왕 집에는 재물이 많습니다. 나는 그 재물을 내어 라타파알라에게 주고 라타파알라를 권하여, 계를 버리고 도행을 그만두고 보시를 행하여, 유쾌하게 복업을 닦게 하고자 합니다. 무슨 까닭인가. 라타파알라여, 스승의 가르침은 매우 어렵고 집을 나와 도를 배우는 것도 또한 매우 어렵습니다.”
존자 라타파알라는 그 말을 듣고 곧 말하였다.
“대왕이여, 대왕은 이제 부정(不淨)으로서 나를 청하는 것이요, 청정한 청은 아닙니다.”
“나는 어떻게 하면 청정한 청으로서 라타파알라를 청하고, 부정으로써 청하는 것이 안 될 수 있습니까.”
“대왕이여, 마땅히 이렇게 말하시오. ‘라타파알라여, 우리 국민은 안온하고 쾌락하여 두려움도 없고 싸움도 없으며, 또한 형벌도 없고 괴로운 부역도 없으며, 미곡은 풍족하여 걸식하기 쉽습니다. 라타파알라여, 우리 나라에서 사십시오. 나는 법다이 보호하리이다.’라고. 대왕이여, 이렇게 하면 청정으로써 나를 청하는 것이요 부정으로서 나를 청하는 것이 아닙니다.”
“나는 이제 청정으로써 라타파알라를 청하고 부정으로서 청하지 않으리라. 우리 나라 인민은 안온하고 쾌락하여 두려움도 없고 싸움도 없으며, 또한 형벌도 없고 괴로운 부역도 없으며, 미곡은 풍족하여 걸식하기 쉽습니다. 라타파알라여, 우리 나라에서 사십시오. 나는 법다이 보호하리이다.
또 라타파알라여, 四종의 쇠(衰)가 있습니다. 곧 쇠하고 쇠하기 때문에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리어 집이 없이 도를 배우는 것입니다. 어떤 것이 四인가. 병들어 쇠함[病衰], 늙어 쇠함[老衰], 재물의 쇠함[財衰], 친척의 쇠함[親衰]입니다.
라타파알라여, 어떤 것이 병들어 쇠함인가. 어떤 사람은 오랫동안 병을 앓아 병은 극히 무겁고 고통을 매우 심할 때에 그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나는 오랫동안 병을 앓아 병은 극히 무겁고 고통은 매우 심하다. 나는 진실로 욕망이 있지마는 욕망대로 행할 수 없다. 나는 이제 차라리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리어 집이 도를 배우자’고. 그는 그 뒤에 병들어 쇠하였기 때문에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리어 집이 없이 도를 배웁니다. 이것을 병들어 쇠함이라 합니다.
라타파알라여, 어떤 것이 늙어 쇠함인가. 어떤 사람은 나이는 늙고 근(根)은 무르익어 수명이 장차 다하려 할 때에 그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나는 나이는 늙고 근은 무르익어 수명은 장차 다하려 한다. 나는 이제 차라리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리어 집이 없이 도를 배우자’고. 그는 그 뒤에 늙어 쇠하였기 때문에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리어 집이 없이 도를 배웁니다. 이것을 늙어 쇠함이라 합니다.
라타파알라여, 어떤 것이 재물의 쇠함인가. 어떤 사람은 가난하고 궁하여 힘이 없을 때 그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나는 가난하고 궁해서 힘이 없다. 나는 이제 차라리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리어 집이 없이 도를 배우자’고. 그는 그 뒤에 재물이 쇠하였기 때문에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리어 집이 없이 도를 배웁니다. 이것을 재물의 쇠함이라 합니다.
라타파알라여, 어떤 것이 친척의 쇠함인가. 어떤 사람은 친척의 종자가 끊어지고 죽어서 다 없어졌을 때 그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나는 친척의 종자가 끊어졌고 죽어서 다 없어졌다. 나는 이제 차라리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리어 집이 없이 도를 배우자’고. 그는 그 뒤에 친척이 쇠하였기 때문에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리어 집이 없이 도를 배웁니다. 이것을 친척의 쇠함이라 합니다.
라타파알라여, 옛날에는 당신은 병이 없이 안온을 성취하고, 평상시(平常時)의 식도(食道)는 차겁지도 않고 뜨겁지도 않으며 순조(順調)롭고 안락하여, 아무런 다른 이상(異常)이 없었소. 그래서 먹는 것과 마시는 것은 안온하게 소화되었소. 라타파알라여, 그러므로 당신은 병쇠로 말미암아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리어 집이 없이 도를 배우는 것이 아닙니다.
라타파알라여, 옛날에는 당신은 나이 어린 동자로서 머리는 검고 말쑥하여, 몸은 튼튼하고 건장하였습니다. 그 때에는 기생들의 풍류로서 스스로 즐기었고 몸은 장엄하여 항상 유희를 좋아하였습니다.
그 때에는 친족들은 당신이 도를 배우기를 바라지 않았고, 부모는 울고 슬퍼하며 고민하면서 당신이 집을 나와 도를 배우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노쇠로 말미암아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리어 집이 없이 도를 배우는 것이 아닙니다.
라타파알라여, 당신은 이 유로타에서 제일 가는 집이요 가장 훌륭한 집이니, 곧 재물입니다. 라타파알라여, 그러므로 당신은 재쇠로 말미암아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리어 집이 없이 도를 배우는 것이 아닙니다.
라타파알라여, 이 유로타숲 속에는 재물과 세력이 많이 큰 친족들이 모두 존재하고 있습니다. 라타파알라여, 그러므로 당신은 친쇠로 말미암아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리어 집이 없이 도를 배우는 것이 아닙니다.
라타파알라여, 이 四쇠(衰) 중에서 쇠가 있는 사람은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리어 집이 없이 도를 배웁니다. 나는 라타파알라를 보매 라타파알라로 하여금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리어 집이 없이 도를 배우게 할 만한 그런 쇠는 도무지 없습니다. 라타파알라여, 어떠한 것을 알고 보았으며, 어떠한 것을 들었기에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리어 집이 없이 도를 배우는 것입니까.”
존자 라타파알라는 대답하였다.
“대왕이여, 잘 아시는 이 세존 여래, 무소착, 등정각께서는 나를 위하여 四사(事)를 말씀하시었습니다. 나 또한 이 말씀을 좋아하고 마음으로 즐거워하였으며, 나는 그것을 알고 보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리어 집이 없이 도를 배우는 것입니다. 어떤 것이 四사인가.
대왕이여, 이 세상은 보호도 없고, 의지하여 믿을 만한 것이 없습니다. 이 세상의 일체는 늙는 법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 세상은 항상 되지 않아서 반드시 버리어야 할 것입니다. 이 세상에 만족할 줄 모르고 싫증을 낼 줄 몰라 욕심 때문에 분주하고 있습니다.”
구뢰바왕은 물었다.
“라타파알라여, 아까 ‘대왕이여, 이 세상에는 보호가 없고, 의지하고 믿을 만한 것이 없다.’고 말하였습니다. 라타파알라여, 내게는 자손과 형제의 무리들이 있고, 상군, 차군, 마군, 보군들은 다 활쏘기와 말 부리기에 능하며, 굳세고 용맹한 왕자와 역사(力士) 바라건제, 마하능가가 있으며, 점장이가 있고 모사(謀士)가 있으며, 계산하는 자와 글을 잘 아는 자가 있고 변론에 능한 자가 있으며, 임금과 신하가 있고 권속이 있으며, 주문(呪文)을 가지고 주문을 아는 자도 있습니다.
그들은 어디서나 두려움이 있는 자가 있으면 능히 그것을 제지(制止)하여 줍니다. 그래도 만일 라타파알라가 말한 대로 ‘대왕이여, 이 세상에는 보호도 없고 의지하여 믿을 만한 것도 없다.’고 한다면 라타파알라여, 아까 말한 거기에는 어떤 뜻이 있습니까.”
“대왕이여, 나는 이제 왕에게 물으리니 아는 대로 대답하시오. 대왕이여, 이 몸에는 혹 병이 있습니까.”
“라타파알라여, 지금도 내 몸에는 늘 바람병이 있습니다.”
“대왕이여, 바람병이 나서 못 견디게 고통할 때에 대왕이여, 그 때에 저 자손과 형제와 상군, 차군, 마군, 보군으로서, 다 활쏘기와 말 부리기에 능한 자와 굳세고 용맹한 왕자와 역사 발라건제, 마하능가와 점장이, 모사, 계산과 글을 잘 아는 자와 변론에 능한 자와 임금과 신하와 권속과 주문을 가지고 주문을 잘 아는 자에게 ‘너희들은 모두 와서 내 대신 잠깐 이 못 견딜 고통을 받아 나로 하여금 병이 없이 안락을 얻게 하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아닙니다. 무슨 까닭인가. 나는 스스로 업을 지어 그 업을 인(因)하고 그 업을 연(緣)하여 혼자서 그 못 견딜 고통을 받기 때문입니다.”
“대왕이여, 그러므로 세존께서는 ‘이 세상에는 보호도 없고 의지하여 믿을 만한 것이 없다.’고 말씀하십니다. 나도 또한 이 말을 좋아하였고 마음으로 즐거워하였으며, 나는 이것을 알고 보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리어 집이 없이 도를 배우는 것입니다.”
“만일 라타파알라의 말한 대로 ‘대왕이여, 이 세상에는 보호도 없고 의지하여 믿을 만한 것도 없다.’고 한다면 나도 또한 이 말씀을 좋아하고 이 말씀을 마음으로 즐거워합니다. 무슨 까닭인가. 이 세상에는 진실로 보호도 없고 의지하여 믿을 만한 것도 없습니다.”
구뢰바왕은 다시 물었다.
“만일 라타파알라의 말한 대로 ‘대왕이여, 이 세상의 일체는 늙는 법으로 향하여 나아간다.’고 한다면, 라타파알라의 아까 말한 거기에는 다시 어떤 뜻이 있습니까.”
“대왕이여, 나는 이제 왕에게 물으리니 아는 대로 대답하시오. 만일 대왕의 나이 二十四세 혹은 二十五세라면 대왕의 생각에는 어떠합니까. 그 때의 빠르기는 지금과 어떠하겠습니까. 그 때의 근력과 형체와 얼굴빛은 어떠하겠습니까.”
“라타파알라여, 만일 때에 내 나이 二十四세 혹은 二十五세라면 나는 그 때를 기억합니다. 빠르기나 근력이나 형체나 얼굴빛이 나보다 나은 자가 없었습니다. 라타파알라여, 나는 지금 아주 늙어 모든 근(根)은 쇠하였고, 목숨을 장차 다하려 하며, 나이는 八十이 꽉 차서 다시 일어날 수 없습니다.”
“대왕이여, 그러므로 세존께서는 ‘이 세상의 일체는 늙는 법으로 향하여 나아간다.’고 말씀하십니다. 나는 이 말씀을 좋아하였고 마음으로 즐거워하였으며, 나는 이것을 알고 보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리어 집이 없이 도를 배우는 것입니다.”
“만일 라타파알라의 말한 대로 ‘대왕이여, 이 세상의 일체는 늙는 법을 향하여 나아간다.’고 한다면 나도 또한 이 말씀을 좋아하고, 이 말씀을 마음으로 즐거워합니다. 무슨 까닭인가. 진실로 이 세상의 일체는 늙는 법을 향하여 나아갑니다.”
구뢰바왕은 다시 물었다.
“만일 라타파알라의 말한 대로 ‘대왕이여, 이 세상은 무상하여 반드시 버려야 하는 것이다.’라고 한다면 라타파알라가 아까 말한 것에는 어떤 뜻이 있습니까.”
존자 라타파알라는 말하였다.
“대왕이여, 나는 이제 물으리니, 아는 대로 대답하시오. 대왕이여, 대왕에게는 풍성한 구루국(拘樓國)과 풍성한 후궁(後宮)과 풍성한 창고가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대왕이여, 풍성한 구루국과 풍성한 후궁과 풍성한 창고가 있지마는, 만일 때로 있는 법이 와서 의지하여 즐거워할 수 없이 파괴하여, 일체의 세상은 죽음으로 돌아가지 않는 것이 없다면, 그 때에도 풍성한 구루국과 풍성한 후궁과 풍성한 창고를 이 세상에서 뒷세상으로 가지고 갈 수 있겠습니까.”
“아닙니다. 무슨 까닭인가. 나는 혼자로서 둘이 없고 또한 동무도 없이 이 세상에서 뒷세상으로 가는 것입니다.”
“대왕이여, 그러므로 세존께서는 ‘이 세상은 무상하여 반드시 버려야 하는 것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나는 이 말씀을 좋아하였고 마음으로 즐거워하였으며, 나는 이것을 알고 보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리어 집이 없이 도를 배우는 것입니다.”
“만일 라타파알라의 말한 대로 ‘대왕이여, 이 세상은 무상하여 반드시 버려야 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면 나도 또한 이 말씀을 좋아하고 이 말씀을 인정하여 즐거워합니다. 무슨 까닭인가. 이 세상은 진실로 무상하여 반드시 버려야 하는 것입니다.”
“만일 라타파알라의 말한 대로 ‘대왕이여, 이 세상에는 만족도 없고 넉넉함이 없어 애욕 때문에 분주하고 있다.’고 한다면 라타파알라의 아까 말한 거기에는 다시 어떤 뜻이 있습니까.”
“대왕이여, 내가 이제 물으리니 아는 대로 대답하시오. 대왕이여, 대왕에게 풍성한 구루국과 풍성한 후궁과 풍성한 창고가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대왕이여, 풍성한 구루국과 풍성한 후궁과 풍성한 창고가 있지마는, 만일 동방에서 믿을 만하고 맡길 만하면 세상을 속이지 않는 어떤 사람이 와서 왕에게 말하기를 ‘나는 동방에서 왔습니다. 그 국토를 보매 매우 풍성하고 즐거워 인민이 많았습니다. 대왕이여, 대왕은 그 나라 그 곳의 재물과 인민과 부역(賦役)을 얻을 수 있습니다.’고 한다면, 대왕은 그 나라를 얻어 거느리고자 하겠습니까.”
“라타파알라여, 만일 내가 그렇게 풍성한 나라와 거기에는 재물과 인민과 부역이 있고, 그 인민을 얻어 거느려 다스릴 수 있을 줄을 안다면, 나는 반드시 그것을 취하겠습니다. 이렇게 남방, 서방, 북방도 또한 그러하겠습니다.”
“만일 큰 바닷가에서 믿을 만하고 맡길 만하면 세상을 속이지 않는 어떤 사람이 와서 왕에게 말하기를 ‘나는 큰 바다 저쪽에서 왔습니다. 그 국토를 보매 매우 풍성하고 즐거워 인민이 많았습니다. 대왕이여, 대왕은 그 나라 그 곳의 재물과 인민과 부역을 얻을 수 있습니다.’고 한다면, 그 나라를 얻어 거느리고자 하겠습니까.”
“라타파알라여, 만일 내가 그렇게 풍성한 나라와 거기에는 재물과 인민과 부역이 있고, 그 인민을 얻어 거느려 다스릴 수 있을 줄을 안다면, 나는 반드시 그것을 취하겠습니다.”
“대왕이여, 그러므로 세존께서는 ‘이 세상에는 만족할 줄 모르고 싫증을 낼 줄 몰라 욕심 때문에 분주하고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나는 이 말씀을 좋아하였고 마음으로 즐거워하였으며, 나는 이것을 알고 보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리어 집이 없이 도를 배우는 것입니다.”
“만일 라타파알라의 말한 대로 ‘대왕이여, 이 세상에는 만족할 줄 모르고 싫증을 낼 줄 몰라 욕심 때문에 분주하고 있다.’고 한다면, 나도 또한 이 말씀을 좋아하고 이 말씀을 마음으로 즐거워합니다. 무슨 까닭인가. 이 세상에는 진실로 만족할 줄 모르고 싫증을 낼 줄 몰라 욕심 때문에 분주하고 있습니다.”
“대왕이여, 아시는 이, 보시는 이, 세존, 여래, 무소착, 등정각께서는 나를 위하여 이 四사를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이 말씀을 알고 마음으로 즐거워하였으며, 이것을 알고 보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리어 집이 없이 도를 배우는 것입니다.”
이에 존자 라타파알라는 게송으로 말하였다.
내 보매 세상 사람들
재물 두고 어리석어 보시할 줄 모르네
재물 얻고도 다시 얻기 구하여
아끼고 탐내어 재물 쌓기만 하네
임금이란 자 천하 얻으면
그 힘을 따라 다스릴 것이어늘
바다 안을 다 갖고도 싫증을 몰라
바다 바깥까지를 다시 구하네
임금과 또 모든 인민들
아직 욕심 못 버린 채 목숨 끝나면
머리털 흐트리고 처자들 고하나니
아아, 괴로움의 항복 받기 어렵구나
옷을 입히어 땅에 묻거나
혹은 장작을 쌓아 불에 사르네
생전의 업을 따라 후세에 가는데
다 사른 뒤에도 슬기의 생각 없네
죽어 가도 재물은 따르지 않고
마누라 자식들과 또 종들과
그 많은 금 은 돈도 그러하나니
우자(愚者), 지자(智者) 거기에는 차별 없건만
지혜로운 사람은 근심 품잖고
오직 어리석은 이 슬픔을 안고 가네
그러므로 지혜를 훌륭하다 하나니
바른 깨달음 길로 이르러 갈 수 있네
<가지자, 가지가>고 깊이 집착해
어리석고 미련하여 악을 행하며
법 속에 있으면서 법 아닌 것 행하여
힘으로써 억지로 남의 물건 빼앗네
지혜 적은 사람은 남을 본 받고
어리석은 사람은 나쁜 일 행하다가
태(胎) 속으로 들어가 후세에 나나니
이렇게 끊임없이 생, 사를 받네
이미 생명을 받아 세상에 나면
온갖 나쁜 일 혼자서 행하나니
마치 도적이 스스로 악을 지어
사람에게 묶이어 죽임 받는 것처럼
이와 같이 이러한 모든 중생들
여기서 죽어서 후세에 가면
자기가 지은 그 업을 따라
스스로 악을 지어 죽음 받나니
열매 익어 저절로 떨어지는 것처럼
늙고 젊고 할 것 없이 다 그러하네
장엄과 아름다운 애욕을 즐겨하여
마음은 좋고 나쁜 빛깔을 따르나니
욕심 때문에 묶이어 죽음 받고
욕심으로 말미암아 두려움 있느니라
왕이여, 나는 이를 보고 깨달아
이 사문의 미묘함을 아느니라.
존자 라타파알라는 이렇게 말하였다. 구뢰바왕은 존자 라타파알라의 말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