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경전/중아함경

중아함경 제33권

다르마 러브 2012. 6. 26. 19:59

중아함경 제33권

 

 

134. 석문경(釋問經)

 

 

 

이렇게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마가다국에 노닐으시면서 라아자그리하[王舍城]의 동쪽이요, 나림촌의 북쪽인 비타제산의 인드라 돌집에 계시었다. 그 때에 천왕석(天王釋)은 부처님께서 그 곳에 계신다는 말을 들었다. 때에 천왕석은 오결락자(五結樂子)에게 말하였다.

 

“나는 세존께서 마가닥국에 노닐으시면서 라아자그리하 동쪽이요, 나림촌 북쪽에 있는 비타제산의 인드라 돌집에 계신다는 말을 들었다. 오결아, 너도 나와 함께 부처님을 뵈오러 가자.”

 

이에 오결락자는 유리 거문고를 끼고 천왕석을 따라 갔다. 三十三천은 천왕석의 뜻이 지극하여 부처님을 뵈오러 간다는 말을 듣고, 三十三천도 또한 천왕석을 모시고 따라갔다. 이에 천왕석과 三十三천 및 오결락자는 마치 역사가 팔을 굽혔다 펴는 것 같은 동안에 三十三천에서 갑자기 없어져 나타나지 않다가,

 

어느 새 마가다국 라아자그리하의 동쪽이요, 나림촌의 북쪽인 비타제산의 돌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머물렀다. 그 때에 비타제산에는 광명이 비치어 밝기가 불꽃같았다. 그 산 좌우에 사는 백성들은 이것을 보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비타제산에는 큰불이 났다’고. 때에 천왕석은 한 곳에 머물러 말하였다.

 

“오결아, 세존께서는 이렇게 일없는 곳이나 산림이나 나무 밑이나 높은 바위에 즐거이 계시면서, 고요하여 소리가 없고 멀리 떠나 악이 없으며, 인민도 없는 데서 이치 따라 고요히 앉으시고 큰 위덕이 있으시다. 모든 하늘들도 또한 그와 함께 멀리 떠나 고요히 앉아 안온하고 쾌락하여 노니시기를 즐거워한다. 그런데, 우리들은 아직 통하지 못했으니, 곧 나아갈 수가 없다. 오결아, 네가 먼저 가서 통하여, 그런 뒤에 우리들도 나아가리라.”

 

이에 오결락자는 천왕석의 분부를 받고는 유리 거문고를 끼고 곧 먼저 인드라 돌집으로 가서 문득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곳은 부처님께서 가깝지도 않고 멀지도 않다. 부처님께 나를 알으시고 내 음성을 들으시게 하자’고. 거기서 머무른 뒤에 유리 거문고를 고루어 욕(欲)에 알맞은 게(偈), 용(龍)에 알맞은 게, 사문에 알맞은 게, 아라한에 알맞은 게송을 지어 노래하였다.

 

임이여, 너의 부모와

달과 탐부루(耽浮樓)에 경례하노니

임의 그 지극히 뛰어남을 낳았고

나로 하여금 기쁨 마음 내게 하네

 

답답하고 더울 때는 시원한 바람 찾고

목마르면 찬물을 마시고자 하나니

이렇게 내 임을 사랑하기는

마치 아라한이 법을 사랑하듯 하네

 

엎지른 물 담기가 어려운 것처럼

욕심에 대한 집착 또한 그러하나니

한량이 없는 생(生)에 함께 모인 것

남에게 보시하여 집착 없는 것 같네

 

그 못물은 맑고 또 시원하며

그 밑에는 금싸락 모래가 있네

만일 큰 코끼리 더위에 시달리면

그 못에 들어가 목욕하나니

 

마치 갈고리에 매인 코끼리처럼

내 뜻은 임에게 항복했나니

그러나 내 소행 임 모르거니

그윽하여 아직 임을 얻지 못했네

 

내 마음 지극히 임에게 달라붙어

답답하고 원망스런 내 마음 불사르네

그러므로 내게는 즐거운 일 없어라

사람이 범의 입에 들어가는 것처럼

 

석자(釋子)가 선정(禪定)에 드는 것처럼

언제나 즐거움은 하나에 있네

무니[牟尼]가 깨달음을 얻은 것처럼

임의 그 묘하고 깨끗함 얻고

 

마치 무니가 위없고 바르고

지극한 깨달음을 즐겨하는 것처럼

이렇게 내가 즐겨하는 것

언제나 임을 찾아 얻고자 하네

 

병들어 약을 찾는 것 같고

굶주려 밥을 찾는 것 같나니

임이여, 내 마음 잠재우소서

마치 물이 불을 끄는 것처럼

 

만일 내가 짓는 것 모두 복되어

그것으로 모든 무착(無著) 공양한다면

그것은 모두 깨끗하고 묘하여

나는 임과 함께 그 갚음 받으리

 

원컨대 나는 임과 함께 마치어

임을 여의고는 혼자 살지 못하리라

나는 임과 함께 죽을지언정

임과 떠나 살기를 바라지 않네

 

제석(帝釋)이여, 나를 위해 원을 풀으라

三十三천의 높은 이시여

너는 사람에서 위없는 높은 이

이 내 소원은 가장 굳세느니라.

 

그러므로 나는 대웅(大雄)에게 예배하고

사람의 최상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모든 애욕의 가시를 끊고

나는 일친(日親)에게 예배합니다

 

이에 세존께서는 삼매(三昧)에서 일어나시어 오결락자를 찬탄하여 말씀하시었다.

“착하고 착하다, 오결이여. 네 노래 소리는 거문고 소리와 서로 어울리고, 거문고 소리는 노래 소리와 어울리어, 노래 소리는 거문고 소리밖에 나가지 않고, 거문고 소리는 노래 소리 밖에 나가지 않는구나. 오결아, 너는 혹 옛날에 이 욕에 알맞은 게, 용에 알맞은 게, 사문에 알맞은 게, 아라한에 알맞은 게를 읊은 일을 기억하는가.”

 

오결락자는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오직 큰 선인(仙人)께서 스스로 아시나이다. 큰 선인이시여, 옛날 세존께서 처음으로 도(道)를 깨달으시고 우루벨라아의 나이란자나아[尼蓮禪]강 가에 있는 아자파알라 니그로오다나무 밑에서 노닐으시었나이다.

 

그 때에 탐부루락왕의 딸은 이름이 현월색(賢月色)이었고, 하늘의 수레를 부리는 마도려의 아들 결(結)은 그 처녀를 그리워하였나이다. 큰 선인이시여, 그가 그녀를 그리워하였을 대에 나도 또한 그녀를 그리워하였나이다. 그런데 큰 선인이시여, 나는 그녀를 구했지마는 끝내 얻지 못하였나이다.

 

나는 그 때에 그녀의 뒤에서 이 욕에 알맞은 게, 용에 알맞은 게, 사문에 알맞은 게, 아라한에 알맞은 게를 노래하여 읊었나이다. 큰 선인이시여, 내가 이 게를 노래하여 읊었을 때에 그녀는 돌아보고 방긋이 웃으면서 내게 말하였나이다. ‘오결아, 나는 아직 저 불세존을 뵈옵지 못하였다. 그러나, 나는 이미 三十三천에게서 저 세존, 여래, 무소착, 등정각, 명행성위, 선서, 세간해, 무상사, 도법어, 천인사, 불중우라 호한다고 들었다. 오결아, 만일 네가 자주자주 세존을 찬탄할 수 있다면 나는 너와 함께 저 큰 선인을 섬기리라. 그러나, 나는 오직 한 번만 만나고 다음부터는 다시 보지 않으리라’고.”

 

이에 천왕석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오결락자는 이미 세존을 정(定)에서 깨워 일으킨 뒤에 나를 선서에게 통했을 것이다’고. 그 때에 천왕석은 말하였다.

 

“오결아, 너는 곧 저기 가서 나를 위해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세존에게 문안드려라. ‘성체(聖諦) 강강(康强)하시고 안쾌(安快)하시어 병이 없으시며, 기거(起居)는 경편하시고 기력은 한결같으시나이까’고. 그리고 이렇게 말하라.

 

‘큰 선인이시여, 천왕석은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세존에게 문안드리나이다. 성체 강강하시고 안쾌하시어 병이 없으시며, 기거는 경편하시고 기력은 한결같으시나이까. 큰 선인이시여, 천왕석과 三十三천은 세존을 뵈옵고자 하나이다’고.”

 

이에 오결락자는 유리 거문고를 버리고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하여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큰 선인이시여, 천왕석은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세존에게 문안드리나이다. ‘성체 강강하시고 안쾌하시어 병이 없으시며, 기거는 경편하시고 기력은 한결같으시나이까’고. 큰 선인이시여, 천왕석과 三十三천은 세존을 뵈옵고자 하나이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말씀하시었다.

“오결아, 지금 천왕석은 안온하고 쾌락하며, 또 모든 하늘 사람, 아수라, 건달바, 나찰 및 여러 다른 것들의 몸도 안온하고 쾌락한가. 오결아, 천왕석이 나를 보고자 한다면 마음대로 하라.”

 

이에 오결락자는 부처님 말씀을 들어 잘 받아 가지고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세 번 돌고 떠났다. 그는 천왕석에게 가서 사뢰었다.

 

“천왕이여, 나는 이미 세존께 여쭈었습니다. 세존께서는 지금 천왕을 기다리십니다. 오직 원컨대 천왕은 마땅히 때를 아십시오.”

 

이에 천왕석과 三十三천 및 오결락자는 부처님께 나아갔다. 때에 천왕석은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두 번 세 번 자기 성명을 일컬었다.

“큰 선인이시여, 나는 천왕석입니다, 나는 천왕석입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시었다.

“그렇다, 그렇다. 구익(拘翼)아, 너는 천왕석이다.”

때에 천왕석은 두 번 세 번 자기 성명을 일컫고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三十三천과 오결락자도 또한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때에 천왕석은 여쭈었다.

“큰 선인이시여, 나는 세존에게서 가까이 앉으리까, 멀리 앉으리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시었다.

“너는 내게 가까이 앉아라. 왜냐하면 너에게는 많은 하늘 권속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천왕석은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三十三천과 오결락자도 또한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그 때에 인드라 돌집은 갑자기 넓고 커졌다. 무슨 까닭인가. 부처님의 위신(威神)과 모든 하늘들의 위덕이었다.

 

때에 천왕석은 자리를 정한 뒤에 여쭈었다.

“큰 선인이시여, 나는 오랫동안 세존을 뵈옵고자 하였는데 세존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에 노닐으시면서 돌 바위 가운데 계시었습니다. 큰 선인이시여, 나는 그 때에 자기를 위하고 또 三十三천을 위하여 一천 코끼리 차를 타고 비사문 대왕 집으로 갔나이다.

 

그 때에 비사문 대왕 집에는 반사나라는 첩이 있었나이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정(定)에 드시어 고요하였삽고 그 첩은 합장하고 세존께 예배하였나이다. 큰 선인이시여, 나는 그녀에게 말하였나이다. ‘누이동생아, 나는 지금 세존을 가 뵈올 때가 아니다. 세존께서는 정에 드시었다.

 

만일 세존께서 정에서 깨시거든 누이동생아, 곧 나를 위하여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세존께 문안드려라. 성체 강강하시고 안쾌하시어 병이 없으시며, 기거는 경편하시고 기력은 한결같으시나이까’고. 그리고 이렇게 말하여라. ‘큰 선인이시여, 천왕석은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세존께 문안드리나이다. 성체 강강하시고 안쾌하시어 병이 없으시며, 기거는 경편하시고 기력은 한결같으시나이까’고. 큰 선인이시여, 그 누이동생은 나를 위하여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세존께 문안드렸나이다. 세존이시여, 기억하시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시었다.

“구익아, 그 누이동생은 너를 위하여 내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네 뜻을 갖추어 말하고 내게 문안하였다. 나도 또한 기억한다. 구익아, 네가 갈 때에 그 음성을 듣고 나는 곧 정에서 깨어났느니라.”

 

“큰 선인이시여, 나는 옛날 들었나이다. ‘만일 여래, 무소착, 등정각, 명행성위, 선서, 세간해, 무상사, 도법어, 천인사, 불중우라 호하는 이가 세상에 나오실 때에는 모든 하늘 무리를 더하고 아수라를 감한다’고. 큰 선인이시여, 나는 내 눈으로 세존의 제자 비구들을 보면 세존을 따라 범행을 닦아 익히고, 욕심을 버리고 욕심을 떠나서,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좋은 곳으로 가서 하늘에 태어나게 되나이다.

 

큰 선인이시여, 구비석녀(瞿毘釋女)는 세존의 제자입니다. 그 여인 또한 세존을 따라 범행을 닦아 익히어, 그 여자의 몸을 싫어하고 남자의 형상을 좋아함으로써 여자의 몸을 바꾸어 남자의 형상을 받고, 욕심을 버리고 욕심을 떠나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묘한 곳 三十三천에 나게 되어 내 아들이 되었나이다. 그가 이미 나자, 모든 하늘은 다 구바천자(瞿婆天子)가 큰 여의족이 있고 큰 위덕이 있으며, 큰복이 있고 큰 위신이 있는 줄을 알았나이다.

 

큰 선인이시여, 나는 또 세존의 제자 三비구는 그들도 또한 세존을 따라 범행을 닦아 익혔지마는, 욕심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에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다른 하천한 기악궁(伎樂宮) 가운데 태어난 것을 보았나이다. 그는 이미 나자, 날마다 三十三천에 와서 모든 하늘을 이바지해 섬기고 구바천자를 받들어 모시었나이다. 천자는 그를 보고는 게송으로 말하였나이다.

 

여안(與眼)의 우바새여

나는 구비라 이름하였고

부처님과 또 법을 받들어 공경하고

깨끗한 뜻으로 대중을 공양했네

 

나는 이미 부처님 은혜를 입어

석씨(釋氏)의 제자로서 큰복과 덕이 있고

이미 묘하게 三十三천에 났네

그들은 모두 제석 아들로 아네

 

저는 근본 비구의 몸으로서

기악신(伎樂神)으로 태어났나니

합장하고 앞에 섰을 때

구바는 그를 위해 계를 설하네

 

이는 본래 고오타마 제자인데

내가 본래 사람으로 있었을 때

이이가 우리 집에 찾아온 것을

나는 음식으로 잘 공양하였네

 

너는 본래는 성인과 같았고

위없는 범행을 행하였건만

이제는 남에게 부리움되어

날마다 와서 하늘을 섬기누나

 

나는 본래 너를 받들어 섬겼지만

성인의 말씀하는 법을 듣잡고

믿음을 얻고 계율을 성취하여

이제 묘하게 三十三천에 났네

 

너는 본래는 섬김을 받고

위없는 범행을 행하였건만

지금은 남에게 부리움되어

날마다 와서 하늘을 섬기누나

 

너는 무엇으로 얼굴을 삼았기에

부처님 법을 받아 가진 뒤에도

도리어 등지고 법을 향하지 않느냐

이 법은 깨친 이의 말하신 법이거니

 

나는 옛날에 너희들 보았는데

지금에는 하천한 기악에 태어났네

스스로 법 아닌 행을 행하고

스스로 법 아닌 데 태어났구나

 

나는 본래는 가정에 있었는데

나의 지금의 성덕(成德)을 관찰하면

여자 몸을 바꾸어 천자가 되어

스스로 五욕(欲)의 즐거움 있네

 

저 고오타마를 꾸짖던 사람들도

그를 싫어하다가 다시 그를 찬탄하네

천자의 거짓 없는 진실한 말을

나는 이제 마땅히 진행하리라

 

그 둘은 거기서 부지런히 정진하여

고오타마 법을 언제나 기억하고

욕심에 재환(災患)이 있는 줄 알아

그는 곧 욕심을 버리었나니

 

그는 욕심에 묶이어 있었으나

곧 버리어 멀리 떠났네

코끼리가 굴레를 끊은 것처럼

三十三천을 넘어 건너네

 

제석천과 또 범천과

모두가 다 와서 모일 때

그는 윗자리에 앉았다 떠나

사내답고 용맹스레 티끌 욕심 버리네

 

제석(帝釋)은 그것을 본 뒤에는

훌륭한 모든 하늘을 싫어하거니

 

저는 본래는 하천한 데 났으나

三十三천을 넘어 건너고

이제 싫어한 뒤에 묘식(妙息)은 말하네

 

이제 묘식은 뒤에 말하매

‘사람 가운데 뛰어난 부처 있어

그 샤아캬무니는 욕심 아느니라’

저 아들 그 동안에 생각을 잃었다가

내가 꾸짖으므로 다시 생각 얻었네

 

그 셋 가운데의 하나는

곧 기악 가운데 태어났고

그 둘은 등정도(等定道)를 이루어

하늘에 있어 정근(定根)의 낙(落)이 있네

 

너는 이러한 법을 설하여

제자들은 아무 의혹이 없고

누(漏)를 건너고 삿된 의혹을 끊고

부처님을 생각하고 근(根)을 항복 받는다.

 

만일 저가 모든 법 깨닫는다면

그 둘은 올라서 나아갈 곳 얻고

올라가 나아갈 곳 얻은 뒤에는

저 범천 가운데 태어나리니

 

우리는 모두 저 법을 알고

대선(大仙)은 여기에 이르러 오리”

 

그 때에 세존께서는 문득 이렇게 생각하시었다. ‘이 귀신들은 아첨이 없고 속임이 없으며, 허황이 없고 질직(質直)하여, 만일 물을 것이 있으면 다 알고자 하기 때문에 실없이 하지 않는다. 그의 물음도 또한 이와 같다. 나는 차라리 깊고 깊은 아비달마[阿毘曇]를 연설하리라’고. 세존께서는 이런 줄을 아신 뒤에 천왕석을 위하여 게송으로 말씀하시었다.

 

현재에 즐거워하기 때문에

후세에도 또한 즐거워하네

구익아, 너 하고자 하는 데로

스스로 거리낌없이 물어

이것저것 물은 것

모두 다 결단을 지으라

 

세존은 이미 다 허락하시고

일천(日天)은 그 이치 구(求)하고자 해

마가다국에서

어진 이 바사바는 묻는다

 

이에 천왕석은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하늘, 사람, 아수라, 간다르바, 나찰 및 그 밖의 여러 가지 몸에는 각각 몇 가지 맺음[結]이 있나이까.”

 

세존께서는 대답하시었다.

“구익아, 하늘, 사람, 아수라, 간다르바, 나찰 및 그 밖의 여러 가지 몸에는 각각 二종의 맺음이 있으니, 곧 아낌과 질투니라. 그들은 각각 이렇게 생각한다. ‘내게는 무기도 없고 맺음도 없으며, 원한도 없고 성냄도 없으며, 다툼도 없고 싸움도 없으며, 고통도 없고 안락하게 노닐었으면’하고. 그들은 비록 이렇게 생각하지마는 여전히 그들에게는 작대기가 있고 맺음이 있으며, 원한이 있고 성냄이 있으며, 다툼이 있고 싸움이 있으며, 고통이 있어 안락한 노닐음이 없느니라.”

 

“그러하나이다, 세존이시여. 그러나하나이다, 세존이시여. 그러하나이다, 큰 선인이시여. 하늘, 사람, 아수라, 간다르바, 나찰 및 그 밖의 여러 가지 몸에는 각각 二종의 맺음이 있으니, 곧 아낌과 질투입니다. 그들은 이렇게 생각하나이다. ‘내게는 무기도 없고 맺음도 없으며, 원한도 없고 성냄도 없으며, 다툼도 없고 싸움도 없으며, 고통도 없고 안락하게 노닐었으면’하고. 그들은 비록 이렇게 생각하지마는 여전히 그들에게는 작대기가 있고 맺음이 있으며, 원한이 있고 성냄이 있으며, 다툼이 있고 싸움이 있으며, 고통이 있어 안락한 노닐음이 없나이다. 그러하나이다,

 

세존이시여. 그러하나이다, 선서시여. 그러하나이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법과 같이 나는 다 그것을 알아 의심을 끊고 미혹을 건너 망설임이 없나이다. 그것은 부처님의 말씀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때에 천왕석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천왕석은 다시 여쭈었다.

“큰 선인이시여, 아낌과 질투는 무엇을 인연하고 무엇으로부터 생기며, 무엇으로 말미암아 있나이까. 다시 무엇으로 말미암아 아낌과 질투는 없어지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시었다.

 

“구익아, 아낌과 질투는 사랑하고 미워함을 인연하고, 사랑하고 미워함으로부터 생기며, 사랑하고 미워함으로 말미암아 있느니라. 만일 사랑하고 미워함이 없으면 곧 아낌과 질투는 없어지느니라.”

 

“그러하나이다, 세존이시여. 그러하나이다, 선서시여. 그러하나이다, 큰 선인이시여. 아낌과 질투는 사랑하고 사랑하지 않음을 인연하고, 사랑하고 사랑하지 않음으로부터 생기며, 사랑하고 사랑하지 않음으로 말미암아 있나이다. 만일 사랑하고 사랑하지 않음이 없으면 곧 아낌과 질투는 없어지나이다. 그러하나이다, 세존이시여. 그러하나이다, 선서시여. 그러하나이다, 큰 선인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법과 같이 나는 다 그것을 알아 의심을 끊고 미혹을 건너 망설임이 없나이다. 그것은 부처님의 말씀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때에 천왕석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천왕석은 다시 여쭈었다.

“큰 선인이시여, 사랑하고 사랑하지 않음은 무엇을 인연하고 무엇으로부터 생기며, 무엇으로 말미암아 있나이까. 다시 무엇으로 말미암아 사랑하고 사랑하지 않음은 없어지나이까.”

 

세존께서는 대답하시었다.

“구익아, 사랑하고 사랑하지 않음은 욕심을 인연하고 욕심으로부터 생기며, 욕심으로 말미암아 있느니라. 만일 욕심이 없으면 곧 사랑하고 사랑하지 않음은 없어지느니라.”

 

“그러하나이다, 세존이시여. 그러하나이다, 선서시여. 그러하나이다, 큰 선인이시여. 사랑하고 사랑하지 않음은 욕심을 인연하고 욕심으로부터 생기며, 욕심으로 말미암아 있나이다. 만일 욕심이 없으면 곧 사랑하고 사랑하지 않음은 없어지나이다. 그러하나이다, 세존이시여. 그러하나이다, 선서시여. 그러하나이다, 큰 선인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법과 같이 나는 다 그것을 알아 의심을 끊고 미혹을 건너 망설임이 없나이다. 그것은 부처님의 말씀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때에 천왕석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천왕석은 다시 여쭈었다.

“큰 선인이시여, 욕심은 무엇을 인연하고 무엇으로부터 생기며, 무엇으로 말미암아 있나이까. 다시 무엇으로 말미암아 욕심은 없어지나이까.”

세존께서는 대답하시었다.

 

“구익아, 욕심은 생각[念]을 인연하고 생각으로부터 생기며, 생각으로 말미암아 있느니라. 만일 생각이 없으면 욕심은 곧 없어지느니라.”

 

“그러하나이다, 세존이시여. 그러하나이다, 선서시여. 그러하나이다, 큰 선인이시여. 욕심은 생각을 인연하고, 생각으로부터 생기며, 생각으로 말미암아 있나이다. 만일 생각이 없으면 욕심은 곧 없어지나이다. 그러하나이다, 세존이시여. 그러하나이다, 선서시여. 그러하나이다, 큰 선인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법과 같이 나는 다 그것을 알아 의심을 끊고 미혹을 건너 망설임이 없나이다. 그것은 부처님의 말씀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때에 천왕석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천왕석은 다시 여쭈었다.

 

“큰 선인이시여, 생각은 무엇을 인연하고 무엇으로부터 생기며, 무엇으로 말미암아 있나이까. 다시 무엇으로 말미암아 없어지나이까.”

세존께서는 대답하시었다.

 

“구익아, 생각[念]은 헤아림[思]을 인연하고 헤아림으로부터 생기며, 헤아림으로 말미암아 있느니라. 만일 헤아림이 없으면 생각은 곧 없어지느니라. 생각으로 말미암아 욕심이 있고, 욕심으로 말미암아 사랑하고 사랑하지 않음이 있으며, 사랑하고 사랑하지 않음으로 말미암아 아낌과 질투가 있고, 아낌과 질투로 말미암아 칼과 작대기, 싸움, 미움, 아첨, 속임, 거짓말, 이간하는 말이 있고, 마음속에는 한량이 없이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이 생기나니, 이렇게 이 큰 고음(苦陰)이 생기느니라.

 

만일 헤아림이 없으면 곧 생각이 없어지고, 만일 생각이 없으면 곧 욕심이 없어지며, 만일 욕심이 없으면 곧 사랑하고 사랑하지 않음이 없어지고, 만일 사랑하고 사랑하지 않음이 없으면 곧 아낌과 질투가 없어지며, 만일 아낌과 질투가 없으면 곧 칼과 작대기, 싸움, 미움, 아첨, 속임, 거짓말, 이간하는 말이 없어지고, 마음속에는 한량이 없는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이 생기지 않나니, 이렇게 이 큰 고음이 멸하느니라.”

 

“그러하나이다, 세존이시여. 그러하나이다, 선서시여. 그러하나이다, 큰 선인이시여. 생각은 헤아림을 인연하고 헤아림으로부터 생기며, 헤아림으로 말미암아 있느니라. 만일 헤아림이 없으면 생각은 곧 없어지나이다.

 

생각으로 말미암아 욕심이 있고, 욕심으로 말미암아 사랑하고 사랑하지 않음이 있으며, 사랑하고 사랑하지 않음으로 말미암아 아낌과 질투가 있고, 아낌과 질투로 말미암아 칼과 작대기, 싸움, 미움, 아첨, 속임, 거짓말, 이간하는 말이 있고, 마음속에는 한량이 없이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이 생기나니, 이렇게 이 큰 고음이 생기나이다.

 

만일 헤아림이 없으면 곧 생각이 없어지고, 만일 생각이 없으면 곧 욕심이 없어지며, 만일 욕심이 없으면 곧 사랑하고 사랑하지 않음이 없어지고, 만일 사랑하고 사랑하지 않음이 없으면 곧 아낌과 질투가 없어지며, 만일 아낌과 질투가 없으면 곧 칼과 작대기, 싸움, 미움, 아첨, 속임, 거짓말, 이간하는 말이 없어지고, 마음속에는 한량이 없는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이 생기지 않나니, 이렇게 이 큰 고음이 멸하나이다. 그러하나이다, 세존이시여. 그러하나이다, 선서시여. 그러하나이다, 큰 선인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법과 같이 나는 다 그것을 알아 의심을 끊고 미혹을 건너 망설임이 없나이다. 그것은 부처님의 말씀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때에 천왕석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천왕석은 다시 여쭈었다.

 

“큰 선인이시여, 어떤 것이 실없음을 멸하는 도법(道法)이며, 비구는 무엇을 행하여 실없음을 멸하는 도법으로 나아가나이까.”

 

세존께서는 대답하시었다.

“구익아, 실없음을 멸하는 도법은 곧 八지성도(至聖道)이니, 바른 소견과 내지 바른 정(定)의 八이니라. 구익아, 이것을 실없음을 멸하는 도법이라 하며, 비구는 이것을 행하여 실없음을 멸하는 도법으로 나아가느니라.”

 

“그러하나이다, 세존이시여. 그러하나이다, 선서시여. 그러하나이다, 큰 선인이시여. 실없음을 멸하는 도법은 곧 八지성도이니, 바른 소견과 내지 바른 정의 八입니다. 큰 선인이시여, 이것을 실없음을 멸하는 도법이라 하며, 비구는 이것을 행하여 실없음을 멸하는 도법으로 나아가나이다. 그러하나이다, 세존이시여. 그러하나이다, 선서시여. 그러하나이다, 큰 선인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법과 같이 나는 다 그것을 알아 의심을 끊고 미혹을 건너 망설임이 없나이다. 그것은 부처님의 말씀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때에 천왕석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천왕석은 다시 여쭈었다.

 

“큰 선인이시여, 비구로서 실없음을 멸하는 도법으로 나아가려면 몇 가지 법을 끊어야 하며, 몇 가지 법을 행하여야 하나이까.”

 

세존께서는 대답하시었다.

“구익아, 비구로서 실없음을 멸하는 도법으로 나아가려면 三법을 끊어야 하고, 三법을 닦아야 한다. 어떤 것이 三인가. 一은 생각[念]이요, 二는 말[言]이요, 三은 구(求)하는 것이다. 구익아, 생각에도 二종이 있으니, 곧 행하여야 할 것과 행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만일 행하지 않아야 할 생각이면 나는 곧 그것을 끊고, 만일 행하여야 할 생각이면 나는 그것을 위하여 때를 안다. 생각이 있고 지혜가 있어 그 생각을 성취하려 하기 때문이니, 말도 또한 그와 같다. 구익아, 구하는 것에도 또한 二종이 있으니 곧 행하지 않아야 할 것과 행하여야 할 것이다. 만일 행하지 않아야 할 구(求)함이라면 나는 곧 그것을 끊고, 만일 행하여야 할 구함이라면 나는 그것을 위하여 때를 안다. 생각이 있고 지혜가 있어 그 구함을 성취하려고 하기 때문이니라.”

 

“그러하나이다, 세존이시여. 그러하나이다, 선서시여. 그러하나이다, 큰 선인이시여. 비구로서 실없음을 멸하는 도법으로 나아가려면 三법을 끊어야 하고, 三법을 닦아야 하나이다. 어떤 것이 三인가. 一은 생각이요, 二는 말이요, 三은 구하는 것입니다. 큰 선인께서는 행하여야 할 생각과 행하지 않아야 할 二종의 생각이 있다고 말씀하셨나이다.

 

만일 생각이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더 자라게 하고 착한 법을 덜어 감한다면 큰 선인께서는 곧 그것을 끊으시고, 만일 생각이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덜어 감하고 착한 법을 더 자라게 한다면 큰 선인께서는 그것을 위하여 때를 아시나이다. 생각이 있고 지혜가 있어 그 생각을 성취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말에 대하여도 또한 그러하나이다.

 

큰 선인께서는 또한 행하여야 할 구함과 행하지 않아야 할 二종의 구함이 있다고 말씀하셨나이다. 만일 구함이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더 자라게 하고 착한 법을 덜어 감한다면 큰 선인께서는 곧 그것을 끊으시고, 만일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덜어 감하고 착한 법을 더 자라게 한다면 큰 선인께서는 그것을 위하여 때를 아시나이다.

 

생각이 있고 지혜가 있어 그 구함을 성취하려고 하시기 때문입니다. 그러하나이다, 세존이시여. 그러하나이다, 선서시여. 그러하나이다, 큰 선인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법과 같이 나는 다 그것을 알아 의심을 끊고 미혹을 건너 망설임이 없나이다. 그것은 부처님의 말씀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때에 천왕석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천왕석은 다시 여쭈었다.

 

“큰 선인이시여, 비구로서 실없음을 멸하는 도법으로 나아가려면 몇 가지 법이 있어 종해탈을 보호하며, 몇 가지 법을 행하여야 하나이까.”

 

세존께서는 대답하시었다.

“구익아, 비구로서 실없음을 멸하는 도법으로 나아가려면 六법이 있어 종해탈을 보호하며, 六법을 행하여야 한다. 어떤 것이 六인가. 눈은 빛깔을 보고, 귀는 소리를 들으며, 코는 냄새를 맡고, 혀는 맛을 맛보며, 몸은 촉감을 깨닫고, 뜻은 법을 아는 것이다. 구익아, 눈이 빛깔을 보는 데도 보아야 할 것과 보지 않아야 할 二종이 있다고 나는 말한다. 만일 눈이 보지 않아야 할 빛깔을 본다면 나는 곧 그것을 끊고, 만일 눈이 보아야 할 빛깔을 본다면 나는 그것을 위하여 때를 안다. 그것은 생각이 있고 뜻이 있어 그것을 성취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귀가 소리를 듣고, 코가 냄새를 맡으며, 혀가 맛을 맛보고, 몸이 촉감을 깨닫는 것에 대해서도 또한 그러하며, 뜻이 법을 아는 데도 알아야 할 것과 알지 않아야 할 二종이 있다고 나는 말한다. 만일 뜻이 알지 않아야 할 법을 안다면 나는 곧 그것을 위하여 때를 안다. 그것은 생각이 있고 지혜가 있어 그것을 성취하려고 하기 때문이니라.”

 

“그러하나이다, 세존이시여. 그러하나이다, 선서시여. 그러하나이다, 큰 선인이시여. 비구로서 실없음을 멸하는 도법으로 나아가려면 六법이 있어 종해탈을 보호하며, 六법을 행하여야 하나이다. 어떤 것이 六인가. 눈은 빛깔을 보고, 귀는 소리를 들으며, 코는 냄새를 맡고, 혀는 맛을 맛보며, 몸은 촉감을 깨닫고, 뜻은 법을 아는 것입니다.

 

큰 선인이시여, 눈이 빛깔을 보는 데도 보아야 할 것과 보지 않아야 할 二종이 있나이다. 만일 눈이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더 자라게 하고 착한 법을 덜어 감하는 빛깔을 본다면 큰 선인께서는 곧 그것을 끊으시고, 만일 눈이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덜어 감하고 착한 법을 더 자라게 하는 빛깔을 본다면 큰 선인께서는 그것을 위하여 때를 아시나이다. 그것은 생각이 있고 뜻이 있어 그것을 성취하려고 하시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이 귀가 소리를 듣고, 코가 냄새를 맡으며, 혀가 맛을 맛보고, 몸이 촉감을 깨닫는 것에 대해서도 또한 그러하며, 큰 선인께서는 뜻이 법을 아는 데도 알아야 할 것과 알지 않아야 할 二종이 있다고 말씀하셨나이다.

 

만일 뜻이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더 자라게 하고 착한 법을 덜어 감하는 법을 안다면 큰 선인께서는 곧 그것을 끊으시고, 만일 뜻이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덜어 감하고 착한 법을 더 자라게 하는 법을 안다면 큰 선인께서는 그것을 위하여 때를 아시나이다.

 

그것은 생각이 있고 지혜가 있어 그것을 성취하려고 하시기 때문입니다. 그러하나이다, 세존이시여. 그러하나이다, 선서시여. 그러하나이다, 큰 선인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법과 같이 나는 다 그것을 알아 의심을 끊고 미혹을 건너 망설임이 없나이다. 그것은 부처님의 말씀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때에 천왕석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천왕석은 다시 여쭈었다.

 

“큰 선인이시여, 비구로서 실없음을 멸하는 도법으로 나아가려면 목숨이 한 시간쯤 남아 있을 때에 다시 몇 가지 법을 끊어야 하며, 몇 가지 법을 행하여야 하나이까.”

 

세존께서는 대답하시었다.

“구익아, 비구로서 실없음을 멸하는 도법으로 나아가려면 목숨이 한 시간쯤 남아 있을 때에 다시 三법을 끊어야 하고, 三법을 행하여야 한다. 어떤 것이 三인가. 一은 기쁨이요, 二는 걱정이며, 三은 버림[捨]이다.

 

구익아, 기쁨에도 행하여야 할 것과 행하지 않아야 할 二종이 있다고 나는 말한다. 만일 행하지 않아야 할 기쁨이면 나는 곧 그것을 끊고, 만일 행하여야 할 기쁨이면 나는 그것을 위하여 때를 안다. 그것은 생각이 있고 지혜가 있어 그것을 성취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걱정에 대해서도 또한 그러하다. 구익아, 버림에도 행하여야 할 것과 행하지 않아야 할 二종이 있다고 나는 말한다. 만일 행하지 않아야 할 버림이라면 나는 곧 그것을 끊고, 만일 행하여야 할 버림이라면 나는 그것을 위하여 때를 안다. 그것은 생각이 있고 지혜가 있어 그것을 성취하려고 하기 때문이니라.”

 

“그러하나이다, 세존이시여. 그러하나이다, 선서시여. 그러하나이다, 큰 선인이시여. 비구로서 실없음을 멸하는 도법으로 나아가려면, 목숨이 한 시간쯤 남아 있을 때에 다시 三법을 끊어야 하고, 三법을 닦아야 하나이다. 어떤 것이 三인가. 一은 기쁨이요, 二는 걱정이며, 三은 버림입니다.

 

큰 선인께서는 기쁨에도 행하여야 할 것과 행하지 않아야 할 二종이 있다고 말씀하셨나이다. 만일 기쁨이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더 자라게 하고 착한 법을 덜어 감하는 것이면 큰 선인께서는 곧 그것을 끊고, 만일 기쁨이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덜어 감하고 착한 법을 더 자라게 하는 것이면 큰 선인께서는 그것을 위하여 때를 아시나이다. 그것은 생각이 있고 지혜가 있어 그것을 성취하려고 하시기 때문입니다.

 

걱정에 대해서도 또한 그러하시며, 큰 선인께서는 버림에도 행하여야 할 것과 행하지 않아야 할 二종이 있다고 말씀하셨나이다. 만일 버림이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더 자라게 하고, 착한 법을 덜어 감하는 것이면 큰 선인께서는 곧 그것을 끊으시고, 만일 버림이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덜어 감하고 착한 법을 더 자라게 하는 것이면 큰 선인께서는 그것을 위하여 때를 아시나이다. 그것은 생각이 있고 지혜가 있어 그것을 성취하려고 하시기 때문입니다.

 

그러하나이다, 세존이시여. 그러하나이다, 선서시여. 그러하나이다, 큰 선인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법과 같이 나는 다 그것을 알아 의심을 끊고 미혹을 건너 망설임이 없나이다. 그것은 부처님의 말씀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때에 천왕석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천왕석은 다시 여쭈었다.

 

“큰 선인이시여, 모든 사문과 바라문은 동일한 말과 동일한 욕심, 동일한 사랑, 동일한 즐거움, 동일한 뜻을 가졌나이다.”

 

세존께서는 대답하시었다.

“구익아, 모든 사문과 바라문은 동일한 말과 동일한 욕심, 동일한 사랑, 동일한 즐거움, 동일한 뜻을 가지지 않았다.”

 

“큰 선인이시여, 모든 사문과 바라문은 무슨 까닭으로 동일한 말과 동일한 욕심, 동일한 사람, 동일한 즐거움, 동일한 뜻을 가지지 않았나이까.”

 

“구익아, 이 세상에는 몇 가지의 세계가 있고 한량이 없는 세계가 있다. 그들은 그의 아는 세계를 따르고, 곧 그 세계에서 그 힘을 따르고, 그 방편을 따라 한결같이 이것은 진실이요 다른 것은 허망하다고 말한다. 구익아, 그러므로 모든 사문과 바라문은 동일한 말과 동일한 욕심, 동일한 사랑, 동일한 즐거움, 동일한 뜻을 가지지 않았느니라.”

 

“그러하나이다, 세존이시여. 그러하나이다, 선서시여. 그러하나이다, 큰 선인이시여. 이 세계에는 몇 가지의 세계가 있고 한량이 없는 세계가 있나이다. 그들은 그의 아는 세계를 따르고, 곧 그 세계에서 그 힘을 따르고, 그 방편을 따라 한결같이 이것은 진실이요 다른 것은 허망하다고 말하나이다.

 

큰 선인이시여, 그러므로 모든 사문과 바라문은 동일한 말과 동일한 욕심, 동일한 사랑, 동일한 즐거움, 동일한 뜻을 가지지 않았나이다. 그러하나이다, 세존이시여. 그러하나이다, 선서시여. 그러하나이다, 큰 선인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법과 같이 나는 그것을 다 알아 의심을 끊고 미혹을 막아 망설임이 없나이다.”

 

때에 천왕석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천왕석은 다시 여쭈었다.

 

“큰 선인이시여, 모든 사문과 바라문은 구경(究竟)에 이르게 되면 희고 깨끗함을 구경(究竟)하고 범행을 구경하며, 범행을 구경하여 마치나이까.”

세존께서는 대답하시었다.

 

“구익아, 모든 사문과 바라문은 구경에 이르게 되면 희고 깨끗함을 구경하고 범행을 구경하며, 범행을 구경하여 마친다고 꼭 그렇게 말할 수는 없느니라.”

 

“큰 선인이시여, 무슨 까닭으로 모든 사문과 바라문은 구경에 이르게 되어도 희고 깨끗함을 구경하고 범행을 구경하며, 범행을 구경하여 마친다고 꼭 말할 수가 없나이까.”

 

“구익아, 만일 어떤 사문이나 바라문이 위없는 애욕에 있어서 다 바르게 마음이 해탈하지 못하면, 그는 구경에 이르지 못하여 희고 깨끗함을 구경하지 못하고 범행을 구경하지 못하며, 범행을 구경하여 마치지 못하느니라. 구익아, 만일 어떤 사문이나 바라문이 위없는 애욕에 있어서 다 바르게 마음이 해탈하면, 그는 구경에 이르러 희고 깨끗함을 구경하고 범행을 구경하며, 범행을 구경하여 마치느니라.”

 

그러하나이다, 세존이시여. 그러하나이다, 선서시여. 그러하나이다, 큰 선인이시여. 만일 어떤 사문이나 바라문이 위없는 애욕에 있어서 다 바르게 마음이 해탈하지 못하면 그는 구경에 이르지 못하여 희고 깨끗함을 구경하지 못하고 범행을 구경하지 못하며, 범행을 구경하여 마치지 못하나이다.

 

큰 선인이시여, 만일 어떤 사문이나 바라문이 위없는 애욕에 있어서 다 바르게 마음이 해탈하면, 그는 구경에 이르러 희고 깨끗함을 구경하고 범행을 구경하며, 범행을 구경하여 마치나이다. 그러하나이다, 세존이시여. 그러하나이다, 선서시여. 그러하나이다, 큰 선인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법과 같이 나는 다 그것을 알아 의심을 끊고 미혹을 건너 망설임이 없나이다. 그것은 부처님의 말씀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때에 천왕석은 부처님 말씀을 들어 잘 받아 지니고 다시 여쭈었다.

“큰 선인이시여, 내게는 오랫동안 의혹의 가시가 있었는데, 세존께서 오늘 그것을 빼어내셨나이다. 무슨 까닭인가. 곧 여래, 무소착, 등정각이시기 때문입니다.”

세존께서는 물으시었다.

 

“구익아, 너는 혹 옛날에 다른 사문이나 바라문에게도 이런 일을 물어 본 일이 있는가.”

 

때에 천왕석은 대답하였다.

“세존이시여. 큰 선인께서는 스스로 알으소서. 큰 선인이시여, 三十三천이 법당에 모이어 각각 슬픔을 가지고 몇 번이나 탄식하며 말하였나이다. ‘우리들이 만일 여래, 무소착, 등정각을 만나면 꼭 가서 뵈오리라’고. 큰 선인이시여, 그런데 우리들은 여래, 무소착, 등정각을 만나지 못하고 곧 五욕(欲)의 공덕을 구족하게 행하였나이다. 큰 선인이시여, 우리들은 방일하였삽고, 방일한 뒤에는 큰 위덕이 있는 천자(天子)가 지극히 묘한 곳에서 곧 목숨을 마쳤나이다.

 

큰 선인이시여, 나는 큰 위덕이 있는 천자가 지극히 묘한 곳에서 목숨을 마친 것을 보았을 때에는 곧 지극히 염증을 내어 몸의 털이 일어서서, ‘나는 이 곳에 목숨을 마치지 말았으면’하고 생각하였나이다.

 

큰 선인이시여, 나는 이 염증으로 말미암아, 이 슬픔으로 말미암아, 만일 다른 사문이나 바라문이 일없는 곳이나 산림이나 나무 밑이나 높은 바위에 즐거이 있으면서, 고요하여 소리가 없고 멀리 떠나 악이 없으며, 또 사람도 없이 이치를 따라 고요히 앉았고 그가 멀리 떠남을 즐겨하며, 고요히 앉아 안온하고 쾌락하게 노니는 것을 보고는 나는 그를 ‘저이는 여래, 무소착, 등정각이다’라고 생각하였나이다. 그래서 곧 가서 뵈었나이다.

 

그는 나를 몰라보고 내게 물었나이다. ‘너는 누구냐.’고. 때에 나는 그에게 ‘큰 선인이시여, 나는 천왕석입니다. 큰 선인이시여, 나는 천왕석입니다.’고 대답하였나이다. 그는 다시 내게 물었나이다. ‘나는 일찍 석(釋)을 보았고 또한 석종성(釋種姓)을 보았다.

 

무슨 이유로 이름을 석이라 하였으며 무슨 이유로 석종성이라 하는가’고. 나는 그에게 ‘큰 선인이시여, 만일 누가 내게 와서 내 일을 물으면 나는 곧 능(能)한 바를 따르고 그 힘을 따라 그에게 대답하였다. 그러므로, 나는 석이라 이름하였다.’고 대답하였나이다. 그는 이렇게 말하였나이다.

 

‘우리가 만일 그 일을 따라 석에게 묻거든 석도 또한 그 일을 따라 우리에게 대답하라’고. 그는 내게 물었지마는 나는 그에게 묻지 않았고, 그는 내게 귀명(歸命)하였지마는 나는 그에게 귀명하지 않았나이다. 큰 선인이시여, 그 사문과 바라문에게서 끝내 위의(威儀)의 법을 얻지 못하였거늘 하물며 이러한 물음을 할 수 있었겠나이까.”

때에 천왕석은 게송으로 말하였다.

 

석(釋)이 이미 지나간 뒤에

지금의 석은 이렇게 말하네

 

마음의 생각함을 멀리 떠나고

의심과 망설임을 모두 없애고

오랫동안을 걸쳐 세상에 다니면서

그 여래를 구해 찾고 있었네

 

멀리 떠나 고요히 앉은 것보고는

이이가 바로 정각(正覺)이라 생각하여

공경하게 받들어 예로써 섬기었네

 

어떻게 위로 오르느냐고

나는 이렇게 그에게 물었네

이렇게 묻고도 거룩한 도(道)와

도(道)의 자취를 알지 못하였거니

 

세존께서는 이제 나를 위하여

만일 마음에 의심이 있고

생각하는 것과 헤아림 있으며

그 뜻의 가는 바 있으면

마음의 그윽함과 드러남 알아

밝은 이는 나를 위해 말씀하시네

 

세존 부처님은 스승이시고

세존은 무착(無着), 무니[牟尼]이시니

모든 맺음의 부림[使]을 끊고

스스로 건너시고 중생도 건지시네

 

깨달은 이로서는 제일의 깨달은 이

거느리는 이로서는 최상의 거느리는 이

쉬는 이로서는 가장 묘한 쉬신 이

스스로 건너시고 중생도 건지시네

 

그러므로 나는 천존(天尊)에 예배하고

최상의 사람에게 머리를 조아리네

모든 애욕의 가시를 끊고

나는 오늘 일친(日親)에게 예배하옵네

 

이에 세존께서는 물으시었다.

“구익아, 너는 혹 옛날에 이러한 떠남을 얻었고 이러한 기쁨을 얻었는가. 곧 내게서 법의 기쁨을 얻었던가.”

때에 천왕석은 대답하였다.

 

“세존이시여, 큰 선인은 스스로 알으소서. 큰 선인이시여, 옛날 어느 때에 하늘과 아수라가 서로 싸웠나이다. 큰 선인이시여, 하늘과 아수라가 서로 싸울 때에 나는 이렇게 생각하였나이다.

 

‘하늘이 이겨 아수라를 부수게 하자’고. 그리고, ‘모든 하늘의 밥과 아수라의 밥을 다 三十三천의 밥이 되게 하자’고. 큰 선인이시여, 큰 선인이시여, 하늘과 아수라가 서로 싸울 때에 하늘은 승리를 얻어 아수라를 부수고, 모든 하늘의 밥과 아수라의 밥을 다 三十三천의 밥이 되게 하였나이다. 큰 선인이시여, 그 때에 떠남이 있고 기쁨이 있었지마는 칼과 작대기, 맺음, 원한, 싸움, 미움이 섞이어 신통을 얻지 못하고 도를 깨닫지 못하였으며, 열반을 얻지 못하였나이다. 큰 선인이시여, 오늘은 떠남을 얻고 기쁨을 얻었으며, 칼과 작대기, 맺음, 원한, 싸움 미움이 섞이지 않고 도를 깨달았으며, 또한 열반을 얻었나이다.”

 

“구익아, 너는 무엇으로 인하여 떠남을 얻고 기쁨을 얻었는가. 곧 내게서 법의 기쁨을 얻었는가.”

 

“큰 선인이시여, 나는 이렇게 생각하나이다. 내가 여기에서 목숨을 마친 뒤에는, 인간에 태어나 그에게 만일 겨레가 있으면 매우 풍족하여 즐거우며, 재산은 한량이 없고 목축(牧畜)과 산업은 헤아릴 수 없으며, 봉호(封戶)와 식읍(食邑)과 여러 가지 구족하였으면 하나이다.

 

곧 크샤트리야[刹帝利] 장자의 겨레, 범지 장자의 겨레, 거사 장자의 거래 및 다른 겨레로서 지극히 크고 풍족하여 즐거우며, 재산은 한량이 없고 목축과 산업은 헤아릴 수 없으며, 봉호와 식읍과 여러 가지가 구족한 이러한 겨레에 태어난 뒤에는, 모든 근(根)을 성취하고 여래께서 말씀하신 법에 믿음을 얻게 되면, 믿음을 얻은 뒤에는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리어 집이 없이 도를 배워 진리를 깨닫는다.

 

진리를 깨달은 뒤에는 만일 지혜를 얻으면 곧 구경(究竟)의 지혜를 얻고 구경의 끝을 얻으며, 지혜를 배운다. 지혜를 배운 뒤에는 만일 지혜를 얻고도 구경의 지혜를 얻지 못하면 혹은 여러 하늘 가운데서 큰복이 있고, 색상(色像)이 의젓하여 광채가 나며, 지극히 위력이 있고 안온하고 쾌락하여 오랫동안 궁전에서 살며, 그 중에서 최상에 태어나리라고.”

이에 천왕석은 게송으로 말하였다.

 

하늘 몸을 버리어 떠나

내려와 인간에 태어나되

어리석은 이의 태(胎)에 들어가지 않고

내 마음으로 원하는 곳에 나리

 

몸의 원만함을 얻은 뒤에는

질박하고 곧은 바른 도(道)에 이르러

완전히 갖춘 범행을 행하면서

언제나 밥을 빌기 즐거워하리

 

“지혜를 배우고 지혜를 배운 뒤에 만일 지혜를 얻으면 곧 구경의 지혜를 얻고 구경의 끝을 얻으며, 지혜를 배우고 지혜를 배운 뒤에, 만일 지혜를 얻고도 구경의 지혜를 얻지 못하면, 마땅히 최상의 하늘이 되어 모든 하늘이 그 이름을 듣는 색구경(色究竟)의 하늘에 가서 태어나리이다. 큰 선인이시여, 원하옵건대 아나함이 되겠사오며, 큰 선인이시여, 나는 이제 결정코 수다원이 되었나이다.”

세존께서는 물으시었다.

 

“구익아, 너는 무엇으로 인하여 지극히 좋고 지극히 높으며 지극히 넓은 계덕이 있기에, 스스로 수다원이 되었다고 일컫는가.”

때에 천왕석은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다시 다른 높일 이 없고

오직 세존의 경계뿐이네

일찌기 여기에는 없었던

최상의 공덕을 얻었나니

 

큰 선인이시여, 나는 이 자리에서

곧 이 하늘 몸으로

나는 다시 목숨을 더할 수 있나니

이렇게 스스로 내 눈으로 보나이다

 

이 법을 말할 때에 천왕석은 모든 티끌과 때를 멀리 떠나 온갖 법에 대한 법눈이 생기었고, 또 八만 하늘들도 티끌과 때를 멀리 떠나 모든 법에 대한 눈이 생기었다. 이에 천왕석은 법을 보고 법을 얻어 희고 깨끗한 법을 깨닫고, 의심을 끊고 미혹을 건너 다시 따를 만한 다른 높일 이가 없게 되었으며, 망설임이 없이 이미 과증(果證)에 머물러 세존 법에서 무서움이 없게 되었다.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부터 부처님과 법과 비구중에게 귀의하나이다. 원하옵건대 세존이시여, 저를 받아 우바새가 되게 하소서. 오늘부터 몸이 맞도록 귀의하여 목숨을 마칠 때까지 이르겠나이다.”

 

이에 천왕석은 오결락자를 찬탄하여 말하였다.

“착하고 착하다. 너 오결은 내게 굳은 이익을 주었다. 무슨 까닭인가. 너 때문에 부처님은 정(定)에서 깨시었다. 네가 먼저 세존을 정에서 깨어나시게 하였기 때문에 우리는 그 다음에 부처님을 뵈옵게 되었다. 오결아, 나는 여기서 돌아가 탐부루의 기악왕(伎樂王)의 딸 현월색을 너에게 주어 아내로 삼게 하고, 또 그 아비 기악왕의 본 나라를 너에게 주어 너를 기악왕이 되게 하리라.”

이에 천왕석은 三十三천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다 오라. 만일 우리들이 본래 범천왕을 위하여 범천 위에서 살면서 두 번 세 번 공경하고 예로써 섬겼다면 우리들은 이제 다 세존을 위하여 공경하고 예로써 섬겨야 한다. 무슨 까닭인가. 세존께서는 범천이시고 범천이 만물을 만들 때에 가장 높은 이로서, 중생과 중생의 생명과 마땅히 있어야 할 그 곳을 내고, 알 만한 것은 다 알고 볼 만한 것은 다 보시기 때문이다.”

 

이에 천왕석과 三十三천 및 오결락자는 이전에 범천왕을 위하여 공경하고 예로써 섬겼지만, 이제는 다 세존을 위하여 공경하고 예로써 섬기고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세 번 돌고는 거기서 사라졌다. 그 때에 범천은 색상(色想)이 의젓하고 광채가 나면서 새벽이 되자, 부처님께 나아가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물러나 한쪽에 서서 곧 게송으로 세존께 여쭈었다.

 

많은 요익과 이치를 위하여

또 이익과 이치를 보고

어진 이여, 마가다국에 계시면서

바사바는 이 일을 여쭈옵나니

 

큰 선인이 법을 말씀하시었을 때 천왕석은 티끌과 때를 멀리 떠나 모든 법에 대한 <법의 눈>이 생기었고, 또 八만 모든 하늘도 또한 티끌과 때를 멀리 떠나 모든 법에 대한 법의 눈이 생기었다. 이에 세존께서는 범천에게 말씀하시었다.

 

“그렇다, 그렇다. 범천아, 내가 법을 연설하였을 때에 천왕석은 티끌과 때를 멀리 떠나 모든 법에 대한 법의 눈이 생겼고, 또 八만의 하늘들도 또한 티끌과 때를 멀리 떠나 모든 법에 대한 법의 눈이 생기었느니라.”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니, 천왕석과 三十三천, 오결락자 및 큰 범천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135. 선생경(善生經)

 

 

 

이렇게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라아자그리하에 노닐으시면서 두꺼비 숲에 계시었다. 그 때에 선생(善生) 거사자(居士子)의 아버지는 임종 때에 六방(方)에 대하여 그 아들에게 유언(遺言)으로써 잘 가르쳐 훈계하였다.

 

“선생아, 내가 죽은 뒤에는 너는 마땅히 합장하고 六방을 향하여 예배하여라. ‘동방에 만일 중생이 있으면 나는 그들에게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기리라.

 

내가 그들에게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긴 뒤에는, 그들도 또한 내게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길 것이다. 이와 같이 남방, 서방, 북방, 하방(下方)에 대하여도 또한 그러하며, 상방(上方)에 만일 중생이 있으면 나는 그들에게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기리라. 내가 그들에게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긴 뒤에는, 그들도 또한 내게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길 것이다.’라고.”

 

선생 거사자는 아버지의 분부를 받고 아버지에게 사뢰었다.

“아버님의 분부대로 행하겠나이다.”

 

이에 선생 거사자는 그 아버지가 돌아간 뒤에, 이른 아침에 목욕하고 세 추마(篘磨) 옷을 입고, 손에는 생 구사(拘舍)잎을 들고 물가로 나가, 합장하고 六방을 향하여 예배하였다. ‘동방에 만일 중생이 있으면 나는 그들에게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기리라.

 

내가 그들에게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긴 뒤에는, 그들도 또한 내게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길 것이다. 이와 같이 남방, 서방, 북방, 하방에 대하여도 또한 그러하며, 상방에 만일 중생이 있으면 나는 그들에게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기리라. 내가 그들에게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긴 뒤에는, 그들도 또한 내게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길 것이다’라고.

 

그 때에 세존께서는 밤을 지나고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바루를 가지고 라아자그리하에 들어가 걸식하시었다. 세존께서 라아자그리하에 들어가 걸식하실 때, 멀리서 선생 거사자가 이른 아침에 목욕하고 새 추마 옷을 입고, 손에는 생구사잎을 들고 물가로 나가 합장하고 六방을 향하여 예배하면서, ‘동방에 만일 중생이 있으면 나는 그들에게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기리라. 내가 그들에게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긴 뒤에는, 그들도 또한 내게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길 것이다.

 

이와 같이 남방, 서방, 북방, 하방에 대하여도 또한 그러하며, 상방에 만일 중생이 있으면 나는 그들에게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기리라. 내가 그들에게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긴 뒤에는, 그들도 또한 내게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길 것이다.’라고 하면서 예배하는 것을 보시었다. 세존께서는 그것을 보신 뒤에 선생 거사자에게 가서 물으셨다.

 

“거사자여, 어떤 사문이나 바라문이 너에게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기는 일을 가르쳤기에, 너는 이른 아침에 목욕을 하고 새 추마옷을 입고, 손에는 생구사잎을 들고 물가로 나가 합장하고 六방을 행하여 예배하는가. 곧 ‘동방에 만일 중생이 있으면 나는 그들에게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기리라.

 

내가 그들에게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긴 뒤에는, 그들도 또한 내게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길 것이다. 이와 같이 남방, 서방, 북방, 하방에 대하여도 또한 그러하며, 상방에 만일 중생이 있으면 나는 그들에게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기리라. 내가 그들에게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긴 뒤에는, 그들도 또한 내게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길 것이다’라고.”

 

선생 거사자는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다른 사문이나 바라문의 가르침을 받지 않았나이다. 세존이시여, 우리 아버지가 임종하실 때에 六방에 대하여 저에게 유언으로서 잘 가르쳐 훈계하였나이다. ‘선생아, 내가 죽은 뒤에 너는 마땅히 합장하고 六방을 향하여 예배하여라. 곧 동방에 만일 중생이 있으면 나는 그들에게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기리라. 내가 그들에게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긴 뒤에는, 그들도 또한 내게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길 것이다.

 

이와 같이 남방, 서방, 북방, 하방에 대하여도 또한 그러하며, 상방에 만일 중생이 있으면 나는 그들에게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기리라. 내가 그들에게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긴 뒤에는, 그들도 또한 내게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길 것이다’라고.

 

세존이시여, 나는 아버지의 유언을 받아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기기 위하여, 이른 아침에 목욕하고 새 추마옷을 입고, 손에는 생구사잎을 들고 물가로 나가 합장하고 六방을 향하여 예배하나이다. 곧 ‘동방에 만일 중생이 있으면 나는 그들에게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기리라. 내가 그들에게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긴 뒤에는, 그들도 또한 내게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길 것이다.

 

이와 같이 남방, 서방, 북방, 하방에 대하여도 또한 그러하며, 상방에 만일 중생이 있으면 나는 그들에게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기리라. 내가 그들에게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긴 뒤에는, 그들도 또한 내게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길 것이다’라고.”

 

세존께서는 이 말을 들으시고 말씀하시었다.

“거사자여, 나도 六방이 있다고 말한다. 없다고 말하지 않는다. 거사자여, 만일 어떤 사람이 六방을 잘 분별하여 四방의 악하고 착하지 않은 업의 때[垢]를 떠나면, 그는 현재에 있어서도 공경할 만하고 존중할 만하며,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도 반드시 좋은 곳으로 가 천상에 날 것이다.

 

거사자여, 중생들에게는 四종의 업과 四종의 더러움이 있다. 어떤 것이 四인가. 거사자여, 살생(殺生)은 중생의 업의 종자요 더러움의 종자다. 불여취(不與取)와 사음(邪婬)과 거짓말은 중생의 업의 종자요 더러움의 종자니라.”

이에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시었다.

 

살생과 주지 않는 것을 가지는 일과

사음으로서 남의 아내 범하고

말하는 바가 진실하지 않으면

슬기로운 사람은 칭찬하지 않느니라

 

“거사자여, 사람은 四사(事)로 인하여 많은 죄를 짓는다. 어떤 것이 四인가. 욕심을 부리고 성을 내며, 두려움을 주고 어리석음을 행하는 것이니라.”

이에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시었다.

 

욕심과 성냄과 두려움과 어리석음

악하고 법답지 않은 행을 행하면

그의 이름은 반드시 사라지나니

마치 달이 그믐으로 향하는 것 같느니라

 

“거사자여, 사람은 四사로 인하여 많은 복을 받는다. 어떤 것이 四인가. 욕심을 부리지 않고 성을 내지 않으며, 두려움을 주지 않고 어리석음을 행하지 않는 것이니라.”

이에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시었다.

 

욕심을 끊고 성내지 않고 두려움 주지 않고

어리석음이 없어 법다이 행하면

그의 이름은 두루 널리 퍼지나니

마치 달이 보름으로 향하는 것 같느니라

 

“거사자여, 재물을 구하는 자는 마땅히 여섯 가지 도(道) 아닌 것을 알아야 한다. 어떤 것이 六인가. 一은 갖가지 놀이로 재물을 구하는 것은 도가 아니다. 二는 제때 아닌 때에 재물을 구하는 것은 도가 아니다. 三은 술을 마시고 방탕하여 재물을 구하는 것은 도가 아니다. 四는 나쁜 벗과 친근하여 재물을 구하는 것은 도가 아니다. 五는 항상 풍류놀이를 좋아하여 재물을 구하는 것은 도가 아니다. 六은 게으르면서 재물을 구하는 것은 두가 아니니라.

 

거사자여, 만일 사람이 갖가지로 놀이하면 마땅히 여섯 가지 재환(災患)이 있는 줄을 알아야 한다. 어떤 것이 六인가. 一은 지면 원한이 생긴다. 二는 잃으면 부끄러움이 생긴다. 三은 지면 잠이 편안하지 못하다. 四는 원수 집을 기뻐하게 한다.

 

五는 일가들을 걱정하게 한다. 六은 대중에게 말을 하여도 남이 신용하지 않는다. 거사자여, 노름하는 사람은 사업을 경영하지 못하고, 사업을 경영하지 못하면 공업(功業)을 이루지 못하며, 아직 얻지 못한 재물은 얻을 수 없고, 본래 있던 재물은 자꾸 없어지느니라.

 

거사자여, 만일 사람이 때아닌 때에 행하면 마땅히 여섯 가지 재환이 있는 줄을 알아야 한다. 어떤 것이 六인가. 一은 자신을 보호하지 못한다. 二는 재물을 보호하지 못한다. 三은 처자를 보호하지 못한다. 四는 남의 의심을 받는다.

 

五는 많은 괴로움과 근심이 생긴다. 六은 남의 비방을 받는다. 거사자여, 사람이 때아닌 때에 행하면 사업을 경영하지 못하고, 사업을 경영하지 못하면 공업을 이루지 못하며, 아직 얻지 못한 재물은 얻을 수 없고, 본래 있던 재물을 자꾸 없어지느니라.

 

거사자여, 만일 사람이 술을 먹고 방탕하면 마땅히 여섯 가지 재환이 있는 줄을 알아야 한다. 一은 현재로 재물을 없앤다. 二는 병이 많이 생긴다. 三은 싸움이 많아진다. 四는 비밀을 드러낸다. 五는 남들이 칭찬하지 않고 보호하지 않는다. 六은 슬기를 없애고 어리석음이 생긴다. 거사자여, 사람이 술을 먹고 방탕하면 사업을 경영하지 못하고, 사업을 경영하지 못하면 공업을 이루지 못하며, 아직 얻지 못한 재물은 얻을 수 없고, 본래 있던 재물을 자꾸 없어지느니라.

 

거사자여, 만일 사람이 나쁜 벗과 친근하면 마땅히 여섯 가지 재환이 있는 줄을 알아야 한다. 어떤 것이 六인가. 一은 도적과 친근하게 된다. 二는 사기꾼과 친근하게 된다. 三은 주정뱅이와 친근하게 된다. 四는 방자한 자와 친근하게 된다.

 

五는 노름꾼과 모이게 된다. 六은 이런 것들을 친구로 삼고, 이런 것들을 짝으로 삼게 된다. 거사자여, 만일 사람이 나쁜 벗과 친근하면 사업을 경영하지 못하고, 사업을 경영하지 못하면 공업을 이루지 못하며, 아직 얻지 못한 재물은 얻을 수 없고, 본래 있던 재물을 자꾸 없어지느니라.

 

거사자여, 만일 사람이 풍류놀이를 좋아하면 마땅히 여섯 가지 재환이 있는 줄을 알아야 한다. 어떤 것이 六인가. 一은 노래 듣기를 좋아한다. 二는 춤추는 것 보기를 좋아한다. 三은 가서 풍류놀이하기를 좋아한다. 四는 방을 놀리는 것 보기를 좋아한다. 五는 손뼉치기를 좋아한다. 六은 큰 모임을 좋아한다. 거사자여, 만일 사람이 풍류놀이를 좋아하면 사업을 경영하지 못하고, 사업을 경영하지 못하면 공업을 이루지 못하며, 아직 얻지 못한 재물은 얻을 수 없고, 본래 있던 재물을 자꾸 없어지느니라.

 

거사자여, 만일 사람이 게으르면 마땅히 여섯 가지 재환이 있는 줄을 알아야 한다. 어떤 것이 六인가. 一은 너무 이르다[大早]하여 일을 하지 않는다. 二는 너무 늦다 하여 일을 하지 않는다. 三은 너무 춥다 하여 일을 하지 않는다.

 

四는 너무 덥다 하여 일을 하지 않는다. 五는 너무 배부르다 하여 일을 하지 않는다. 六은 너무 배고프다 하여 일을 하지 않는다. 거사자여, 만일 사람이 게으르면 사업을 경영하지 못하고, 사업을 경영하지 못하면 공업을 이루지 못하며, 아직 얻지 못한 재물은 얻을 수 없고, 본래 있던 재물을 자꾸 없어지느니라.”

 

이에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시었다.

 

갖가지 놀이하고 빛깔을 좇아 다니고

술을 즐기고 풍류놀이 좋아하며

나쁜 벗들과 사귀어 친하고

게으러빠져 일하지 않으며

방자하여 스스로 보호하지 못하나니

이것들은 사람을 망치느니라.

 

쏘다니면서 보호하지 못하고

사음으로서 남의 아내 범하며

마음속에 언제나 원한을 맺고

구하고 원하나 이익 없으며

술을 마시고 여자 생각하나니

이것들은 사람을 망치느니라.

 

거듭거듭 착하지 않은 짓 행하고

성질이 패려하여 말을 받지 않으며

사문이나 범지를 욕설로 꾸짖고

거꾸로 된 소견은 바르지 못하며

흉악하고 사나와 검은 업을 짓나니

이런 것들 사람을 망치느니라

 

스스로 가난하여 재물이 없고

술 마시다가 옷을 잡히며

지는 빚은 솟아나는 우물 같나니

그는 반드시 그 문중을 망치리라

 

뻔질나게 술집을 찾아다니고

나쁜 벗들과 가까이 친해

마땅히 얻을 재물 얻지 못하나니

패거리를 즐거워하기 때문이니라

 

나쁜 벗들을 많이 가지고

좋지 않은 짝들을 항상 따르네

그는 이 생에서나 또 후생에

두 곳에서 한가지로 멸망하리라

 

사람이 나쁜 짓하면 덕이 점점 감하고

착한 버릇을 익히면 자꾸 성하여

나보다 나은 사람 자꾸 불어 가리니

그러므로 나보다 나은 사람 친해야 하네

 

오르기를 익히면 오르게 되어

언제나 지혜가 오르기에 이르며

더욱더 청정한 계를 가지고

또한 미묘한 정(定)을 얻게 되리라

 

낮에는 뒹굴어 잠자기를 즐기고

밤이면 쏘다니며 놀기를 좋아하며

언제나 방탕하여 술 마시나니

집에 있어 살림은 성공하지 못하네

 

너무 춥다고 너무 덥다고

일하지 않는 게으른 사람

끝끝내 사업을 이루지 못해

마침내 재물도 얻지 못하네

 

혹 매우 춥거나 매우 더워도

그것 헤아리지 않기 풀과 같아서

만일 그 사람 이런 버릇 익히면

그는 끝내 즐거움 잃지 않으리

 

“거사자여, 친하지 않으면서 친한 듯 하는 것에 넷이 있다. 어떤 것이 넷인가. 一은 일을 아는 것이니, 친하지 않으면서 친한 듯하는 것이다. 二는 맞대고 정다운 말을 하는 것이니, 친하지 않으면서 친한 듯하는 것이다. 三은 말이니, 친하지 않으면서 친한 듯하는 것이다. 四는 나쁜 갈래의 짝이니, 친하지 않으면서 친한 듯하는 것이니라.

 

거사자여, 四사로 인하여 일을 아는 것은 친하지 않으면서 친한 듯하나니, 어떤 것이 四인가. 一은 일을 앎으로써 재물을 빼앗는다. 二는 적은 것으로서 많은 것을 취한다. 三은 두려워함으로써 친한 체한다. 四는 이익을 위해서 친압하는 것이니라.”

 

이에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시었다.

 

어떤 사람은 앎으로 일을 삼아

그 말은 지극히 부드럽고 연하며

두려움과 이익 위해 친압하나니

친하지 않으면서 친한 듯함 알거든

항상 마땅히 그에게서 멀리 떠나

마치 길에 두려움 있는 것같이 하라

 

거사자여, 四사로 인하여 맞대고 정다운 말을 하는 것은 친하지 않으면서 친한 듯하나니, 어떤 것이 四인가. 一은 묘한 일을 억제하여 못하게 한다. 二는 나쁜 일을 하게 한다. 三은 맞대고 칭찬한다. 四는 등뒤에서 그 나쁨을 말하는 것이니라.”

이에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시었다.

 

만일 묘하고 착한 법을 억누르고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짓게 하며

눈앞에 맞대고 칭찬하여 기리다가

등뒤에서 돌아서 그 나쁨 말할 때에

 

만일 그 묘하고 나쁜 것 알고

다시 두 말을 깨닫게 되면

그는 친한 듯 친할 수 없나니

그 사람 그런 줄 알게 되거든

항상 마땅히 그에게서 멀리 떠나

마치 길에 두려움 있는 것같이 하라

 

“거사자여, 四사로 인하여 말은 친하지 않으면서 친한 듯하나니, 어떤 것이 四인가. 一은 과거의 허물을 말한다. 二는 미래의 허물을 찾는다. 三은 거짓으로 남을 속인다. 四는 현재 일은 반드시 멸한다. ‘나는 반드시 만들 것이요 인설(認設)하지 않는다’고.”

이에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시었다.

 

과거와 또 미래를 인정하고

거짓으로 현재 일의 멸함을 편론하며

마땅히 만듦과 말하지 않는다고

친하지 않으면서 친한 듯함을 알면

항상 마땅히 그에게서 멀리 떠나

마치 길에 두려움이 있는 것같이 하라

 

“거사자여, 四사로 인하여 나쁜 갈래의 짝은 친하지 않으면서 친한 체 하나니, 어떤 것이 四인가. 一은 갖가지 놀이를 가르쳐 준다. 二는 때아닌 때의 행(行)을 가르쳐 준다. 三은 술 마시기를 가르쳐 준다. 四는 나쁜 벗을 친근하기를 가르쳐 주는 것이니라.”

이에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시었다.

 

술을 마시고 남의 아내 범하며

하천한 것 익히고 훌륭한 것 익히지 않으면

그는 멸망하기 기우는 달 같나니

항상 마땅히 그에게 멀리 떠나

마치 길에 두려움 있는 것같이 하라

 

“거사자여, 마땅히 알라. 착한 친구에 四종이 있다. 어떤 것이 四인가. 一은 고락(苦樂)을 같이 하는 것이니, 그는 착한 친구인 줄을 알아야 한다. 二는 가엾이 생각하는 것이니, 그는 착한 친구인 줄을 알아야 한다. 三은 이익을 구하는 것이니, 그는 착한 친구인 줄을 알아야 한다. 四는 요익(饒益)이니, 그는 착한 친구인 줄을 알아야 하느니라.

 

거사자여, 四사로 인하여 고락을 같이하는 것은 착한 친구인 줄을 알아야 하나니, 어떤 것이 四인가. 一은 그를 위하여 자기를 버린다. 二는 그를 위하여 재물을 버린다. 三은 그를 위하여 처자를 버린다. 四는 할 말을 견디어 참는 것이니라.”

이에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시었다.

 

욕심과 재물과 처자를 버리고

할 말을 능히 견디어 참아

고락을 같이하는 친구인 줄 알거든

슬기로운 사람은 마땅히 친근하라

 

“거사자여, 四사로 인하여 가엾이 여기는 것은 착한 친구인 줄을 알아야 하나니, 어떤 것이 四인가. 一은 묘한 법을 가르쳐 준다. 二는 나쁜 법을 제어한다. 三은 맞대고 일컫는다. 四는 원수를 물리쳐 주는 것이니라.”

이에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시었다.

 

묘선(妙善)한 법 가르치고 나쁜 법 제어하며

맞대고 일컬으며 원수를 물리치어

가엾이 생각하는 친구인 줄 알거든

슬기로운 사람은 마땅히 친근하라

 

“거사자여, 四사로 인하여 이익을 구하는 것은, 착한 친구인 줄을 알아야 하나니, 어떤 것이 四인가. 一은 비밀한 일도 알려 준다. 二는 비밀히 하여 숨기지 않는다. 三은 이익을 얻으면 기뻐한다. 四는 이익을 얻지 못하여도 걱정하지 않는 것이니라.”

이에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시었다.

 

비밀한 일 들내어 숨기지 않고

이익 되면 기뻐하고 이(利) 없어도 걱정 않아

이익을 구하는 친구인 줄 알거든

슬기로운 사람은 마땅히 친근하라

 

“거사자여, 四사로 인하여 요익은 착한 친구인 줄을 알아야 하나니, 어떤 것이 四인가. 一은 재물이 다한 것을 안다. 二는 재물이 다한 줄을 알고는, 곧 물질을 대어 준다. 三은 방일하는 것을 보면 가르쳐 충고한다. 四는 언제나 가엾이 여기는 것이니라.”

이에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시었다.

 

재물이 다한 줄 알면 물질을 대어 주고

방일하면 가르쳐 가엾이 여겨 주어

요익하게 하는 친구인 줄 알거든

슬기로운 사람은 마땅히 친근하라

 

거사자여, 성인의 법 가운데에도 六방이 있으니, 곧 동방, 남방, 서방, 북방, 하방, 상방이다. 거사자여, 동방은 자식이 부모를 보는 것 같이 하라. 자식은 五사로서 부모를 받들어 공경하고 공양하여야 하나니, 어떤 것이 五인가. 一은 재물을 붙게 한다. 二는 많은 일을 처리한다. 三은 하고자 하는 것은 대어 드린다. 四는 방자하여 어기지 않는다.

 

五는 제가 가진 사사 물건을 다 받들어 올리는 것이다. 자식은 이 五사로써 부모를 받들어 공경하고 공양하여야 한다. 부모도 또한 五사로서 그 자식을 잘 생각하여야 하나니, 어떤 것이 五인가. 一은 아이를 사랑스럽게 생각한다. 二는 대어 주고 모자람이 없게 한다. 三은 자식에게 빚을 지지 않게 한다. 四는 때를 맞추어 결혼시킨다. 五는 가진 재물을 즐거이 모두 자식에게 물려주는 것이다.

 

부모는 이 五사로서 그 자식을 잘 생각하여야 한다. 거사자여, 이와 같이 동방은 二를 함께 분별하나니 거사자여, 성인의 법 가운데서는 동방을 자식과 부모라고 이른다. 거사자여, 만일 사람이 부모를 사랑하고 효도하면 반드시 흥하고 쇠하지 않느니라.

 

거사자여, 남방은 제자가 스승을 보는 것과 같이 하라. 제자는 五사로써 스승을 공경하고 공양하여야 하나니, 어떤 것이 五인가. 一은 잘 공경하고 순종한다. 二는 잘 받들어 섬긴다. 三은 빨리 일어난다. 四는 짓는 업이 착하다. 五는 스승을 잘 받들어 공경하는 것이다. 제자는 이 五사로서 스승을 공경하고 공양하여야 한다. 스승도 또한 五사로써 그 제자를 잘 생각하여야 하나니, 어떤 것이 五인가. 一은 기술을 가르친다. 二는 빨리 가르친다. 三은 아는 것은 다 가르친다. 四는 좋은 방위(方位)에 편히 있게 한다. 五는 착한 벗을 당부하는 것이다.

 

스승은 이 五사로써 제자를 잘 생각하여야 한다. 거사자여, 이와 같이 남방은 二를 함께 분별하나니 거사자여, 성인의 법 가운데서는 남방을 제자와 스승이라고 이른다. 거사자여, 만일 사람이 스승을 사랑하고 순종하면 반드시 흉하고 쇠하지 않느니라.

 

거사여, 서방은 남편이 아내를 보는 것과 같이 하라. 남편은 五사로써 처자를 사랑하고 공경하며 물품을 제공하여야 하나니, 어떤 것이 五인가. 一은 처자를 어여삐 생각한다. 二는 업신여기지 않는다. 三은 영락 따위의 장식품을 만든다. 四는 집안에서는 자유롭게 한다. 五는 아내의 친족들을 생각하는 것이다.

 

남편은 이 五사로써 처자를 사랑하고 공경하며 물품을 제공하여야 한다. 처자는 十三사로서 남편을 공경하고 순종하여야 하나니, 어떤 것이 十三인가. 一은 남편을 존중하고 사랑하며 공경한다. 二는 두터이 남편에게 공양한다. 三은 남편을 잘 생각한다. 四는 할 일을 껴잡는다. 五는 권속을 잘 거둔다. 六은 먼저는 우러러 모시고, 七은 그 다음에 애정을 갖는다. 八은 말은 성실하다. 九는 문을 잠그지 않는다. 十은 오는 것을 보고는 칭찬한다. 十一은 자리를 존비하고 기다린다. 十二는 맛나고 풍족한 음식을 차린다. 十三은 사문과 바라문을 공양하는 것이다. 처자는 이 十三사로써 남편을 공경하고 순종하여야 한다.

 

거사자여, 이와 같이 서방은 二를 함께 분별하나니 거사자여, 성인의 법률 가운데서는 서방을 남편과 처자라고 이른다. 거사자여, 만일 사람이 처자를 사랑하고 어여삐 생각하면 반드시 흉하고 쇠하지 않느니라.

 

거사자여, 북방은 상전이 종이나 하인을 보는 것 같이 하라. 상전은 五사로서 종이나 하인을 가엾이 생각하고 불쌍히 여겨 구제하여야 하나니, 어떤 것이 五인가. 一은 그 힘을 따라 일을 시킨다. 二는 때를 따라 먹인다. 三은 때를 따라 마시게 한다. 四는 날마다 쉬게 한다. 五는 병이 나면 약을 주는 것이다. 상전은 이 五사로써 종이나 하인을 가엾이 생각하고 불쌍히 여기어 구제하여야 한다.

 

종이나 하인은 九사로서 상전을 잘 받들어야 하나니, 어떤 것이 九인가.一은 때를 따라 일을 한다. 二는 전심으로 일을 한다. 三은 모든 일을 다한다. 四는 먼저는 우러러 모신다. 五는 그 다음에는 사랑을 행한다. 六은 말은 성실하다. 七은 급한 때에는 멀리 떠나지 않는다. 八은 타방(他方)으로 갈 때에는 곧 찬탄한다. 九는 상전의 원하는 것을 맞추어 드리는 것이다.

 

종이나 하인은 이 九사로써 상전을 잘 받들어야 한다. 거사자여, 이와 같이 북방은 二를 함께 분별하나니 거사자여, 성인의 법률 가운데서는 북방을 상전과 종이나 하인이라고 이른다. 거사자여, 만일 사람이 종이나 하인을 사랑하고 가엾이 여기면 반드시 흉하고 쇠하지 않느니라.

 

거사자여, 하방은 친한 벗이 친한 벗의 종을 보는 것과 같이 하라. 친한 벗은 五사로서 친한 벗의 종을 사랑하고 공경하며 물품을 제공하여야 하나니, 어떤 것이 五인가. 一은 사랑하고 공경한다. 二는 업신여기지 않는다. 三은 속이지 않는다. 四는 보물을 준다. 五는 친우의 종을 가엾이 생각하는 것이다.

 

친한 벗의 종도 또한 五사로서 친한 벗을 잘 생각하여야 하나니, 어떤 것이 五인가. 一은 재물이 다한 줄을 안다. 二는 재물이 다한 줄을 알면 재물을 제공한다. 三은 방일하는 것을 보면 가르쳐 충고한다. 四는 사랑스럽게 생각한다. 五는 급할 때에는 귀의하는 것이다. 친한 벗의 종은 이 五사로써 친한 벗을 잘 생각한다. 거사자여, 이와 같이 하방은 二를 함께 분별하나니 거사자여, 성인의 법률 가운데서는 하방을 친한 벗과 친한 벗의 종이라고 이른다. 거사자여, 만일 사람이 친한 벗의 종을 사랑하고 가엾이 여기면 반드시 흉하고 쇠하지 않느니라.

 

거사자여, 상방은 시주(施主)가 사문과 바라문을 보는 것 같이 하라. 시주는 五사로서 사문과 바라문을 존경하고 공양하여야 하나니, 어떤 것이 五인가. 一은 문을 잠그지 않는다. 二는 오는 것을 보면 좋다고 칭찬한다. 三은 자리를 펴고 기다린다. 四는 맛나고 풍족한 음식을 차린다. 五는 법다이 옹호하는 것이다. 시주는 이 五사로서 사문과 바라문을 존경하고 공양하여야 한다.

 

사문과 바라문도 또한 五사로써 시주를 잘 생각하여야 하나니, 어떤 것이 五인가. 一은 믿음을 가르쳐 믿음을 행하게 하고 믿음을 생각[念]하게 한다. 二는 금계(禁戒)를 가르친다. 三은 널리 듣기를 가르친다. 四는 보시를 가르친다. 五는 슬기를 가르쳐 슬기를 행하게 하고 슬기를 세우게 하는 것이다.

 

사문과 바라문은 이 五사로써 시주를 잘 생각하여야 한다. 거사자여, 이와 같이 상방은 二를 함께 분별하나니 거사자여, 성인의 법률 가운데서는 상방을 시주와 바라문이라고 이른다. 거사자여, 만일 사람이 사문과 바라문을 존경하여 받들면 반드시 흉하고 쇠하지 않느니라.

 

거사자여, 네 가지 섭사(攝事)가 있다. 어떤 것이 四인가. 一은 은혜를 베푼다. 二는 정다운 말이다. 三은 이로운 행동이다. 四는 이익을 같이하는 것이니라.”

이에 세존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시었다.

 

은혜를 베풀고 정다이 말하며

항상 남을 위하여 이롭게 행하며

중생과 함께 이익을 같이하면

그 좋은 이름은 멀리 퍼지느니라

 

이렇게 세상을 껴잡는 것은

마치 수레를 모는 사람 같나니

만일 세상에 껴잡는 법 없으면

어머니는 그 아들로 말미암아

공양과 공경을 받을 수 없고

아버지가 아들에게도 또한 그러하니라

 

만일 세상에 껴잡는 법 있으면

그러므로 그 때문에 큰복을 얻고

멀리 비치기 마치 햇빛 같아서

이익도 빠르며 드날리기도 빠르니라

 

추한 말 쓰지 않고 또 총명하면

이렇게 하여 그 좋은 이름 얻고

결정코 공치사함이 없게 되리니

이익도 빠르고 휘날리기 빠르니라

 

믿음과 시뢰(尸賴)를 이루어 마치나니

이렇게 하여 그 좋은 이름 얻어

 

언제나 일어서 있어 게으르지 않으며

즐거이 사람에게 음식을 베풀고

데리고 가서 바르게 다루나니

이렇게 하여 그 좋은 이름 얻네

 

친우의 종을 고루 가엾이 생각하고

사랑하고 즐거움엔 제한(濟限)이 있지마는

친한 이들 가운데서 껴잡아 있어

뛰어나게 묘하기 사자(師子)와 같네

 

처음에는 먼저 기술을 배워라

그 다음으로는 재물을 구하고

그리고 재물을 구한 뒤에는

그것을 나누어 四분(分)으로 만들라

 

一분으로는 음식 만들고

一분으로는 농사 장만코

一분은 모두 간직해 두어

급한 때의 쓰임에 이바지하고

 

농사꾼이나 장사꾼에게 주어

나머지 一분에는 이자(利子)를 나게 하고

제 五로는 아내를 맞이하고

제 六으로는 집을 지으라

 

만일 집이 六사(事)를 갖추었거든

더하려 하지 말고 유쾌히 즐겨하라

그는 반드시 재물이 풍족하여

바다 속으로 물이 흐르듯 하리

 

그는 이렇게 재물을 구하기

마치 꿀벌이 꽃을 따듯 하나니

오랫동안에 재물을 구해

마땅히 스스로 쾌락을 받아라

 

재물을 먼 곳으로 보내지 말고

또한 두루 펴지도 않다가

흉악하고 사나운 사람에게나

세력 있는 이에게 빼앗기나니

 

동쪽 방위는 부모가 되고

남복 방위는 스승이 되며

서쪽 방위는 처자가 되고

북쪽 방위는 종들이 되며

하방은 친한 벗의 종들이 되고

상방은 사문과 범지 되나니

 

원컨대 이 모든 방위에 예배하여

二는 다 함께 큰 이름을 얻고

이 모든 방위에 예배한 뒤에는

시주(施主)는 하늘에 나게 되어라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었다. 선생 거사자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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