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마가다의 도량 나무[道場樹]밑에 계셨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도를 얻은 지 오래지 않아 이렇게 생각하셨다.
“내가 얻은 매우 깊은 이 법은 알기 어렵고 깨닫기 어려우며 생각하기 어려운 것이다. 번뇌가 없어진 미묘한 지혜를 가진 사람만이 깨달아 알 것이다. 그 이치를 분별하여 익히기를 게을리 하지 않으면 곧 기쁨을 얻을 것이다. 비록 내가 사람을 위해 이 묘한 법을 연설하더라도 사람들이 그것을 믿고 받아 주지 않고 또 받들어 행하지 않으면, 한갓 수고롭고 손해만 있을 뿐이다. 나는 이제 차라리 침묵을 지키자. 설법할 것이 없다.”
그 때에 범천왕은 범천 위에서 여래의 생각을 알았다. 마치 역사(力士)가 팔을 굽혔다 펴는 것 같은 동안에 범천에서 내려와 세존 앞에 나타나 머리를 조아려 세존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서서 사뢰었다.
“이 남섬부주[閻浮提]는 결국 망하고 三계(界)는 눈을 잃게 되겠나이다. 여래, 아라한, 다 옳게 깨달은 이께서 이 세상에 나타나심은 마땅히 법보(法寶)를 연설하셔야 할 것이온데, 이제 그 법을 연설하시지 않으려 하나이다. 원컨대 여래께서는 두루 중생을 위하여 깊은 법을 널리 연설하소서. 그리고 이 중생들의 근기(根機)는 제도하기 쉽사온데, 만일 법을 듣지 못하면 영원히 법의 눈을 잃게 되어 반드시 법에서 버려진 아들이 되고 말 것이옵니다.
비유하면 웃팔라 꽃이나 쿠무다 꽃이나 푼다리이카 꽃이 땅에서는 나왔지마는 물위에 나오지 못하여 피지 못하는 것과 같나이다. 어떤 꽃은 차차 자라려고 하지마는 여전히 물에서 나오지 못하고 어떤 것은 물위에 나와서 물에 젖지 않는 것도 있나이다. 중생들도 그와 같아서, 근기는 이미 익었으면서도 남[生]과 늙음과 병과 죽음에 시달려, 법을 듣지 못하고 그만 죽고 만다면 어찌 가엾지 않겠나이까. 지금이 바로 그 때이옵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들을 위하여 설법하소서.”
그 때에 세존께서는 범천왕이 생각하는 마음을 알으시고 또 일체 중생들을 가엾이 여겨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범천은 지금 여래에게 나아와
법의 문 열어 주기 간청하나니
듣는 사람은 독실한 믿음 얻어
깊은 이 법의 요지 분별하여라.
마치 저 높은 산꼭대기에 올라
두루 중생 무리를 보는 것처럼
내 이제 이 법을 지니었나니
높은 데 올라 법의 눈을 나타내리.
그 때에 범천은 ‘여래께서는 반드시 중생들을 위해 깊고 묘한 법을 연설하실 것이다’생각하고 기뻐 뛰면서 어쩔 줄을 몰랐다. 그는 곧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천상으로 돌아갔다.
대정장 2/593 상-중 ;『한글 증일아함경』1, p. 181.
'아함경 주제별 정리 > 부처님의 생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출가이후 성도 및 교단형성 10.우루벨라가섭을 제도하고 빔비사라왕을 만날 때의 일 (0) | 2013.08.27 |
---|---|
출가이후 성도 및 교단형성 9.성도 후 보리수 찬탄과 오비구, 독룡, 삼가섭과 1천제자 교화하고 이레 후 카필라에 가는 부분까지 (0) | 2013.08.27 |
출가이후 성도 및 교단형성 7.비바시불이 법을 설하지 않고 열반에 들고자 할 때의 생각 (0) | 2013.08.27 |
출가이후 성도 및 교단형성 6.천상과 인간에서 가장 행복하신 이 (0) | 2013.08.27 |
출가이후 성도 및 교단형성 5.깨달음의 그 순간 (0) | 2013.08.27 |